“원자력 신재생에너지 대안으로… 가격, 친환경, 효율성 모두 잡아”

2월 1일 부산 아스티호텔 그랜드볼룸, 소형원자로 해사업계 적용 방안 논의
“SMR 선박 추진 엔진 기술 준비, 규제 합의 통해 상선용 원자력 추진시스템 탑재 가능”

 

 
 

글로벌 해사업계가 미래 탈탄소 연료로 암모니아, 수소 등 친환경 연료 개발에 몰두하고 있지만 여전히 공정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친환경 연료 공정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이마저도 지리적 문제와 전력 생산 효율이 떨어지는 문제가 상존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사업계가 연료비 없이 선박 운항이 가능한 원자력에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이태호 한국원자력연구원 소장은 “소형원자로(SMR)가 2035년까지 전 세계 65~85GW 규모의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북극항로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극한 환경에서도 원자력 추진 선박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선급(KR)이 2월 1일 부산 아스티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개최한 ‘선박형 소형원자로(SMR)와 SMR 연계 그린수소생산’ 컨퍼런스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나온 주장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 KR, 맥넷이 공동주최하고, 해양수산부가 공식후원한 이번 컨퍼런스는 세계 해사업계에서 SMR에 대한 관심이 점차 커짐에 따라 SMR 추진선박과 SMR을 활용한 해양그린수소 생산설비 적용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향후 발전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원자력 에너지는 안전 및 지정학적 보안, 경제적 문제 등 많은 제약 요소로 선박 연료 도입 등 상용화에 어려움이 있었다. 원자력 추진선박은 건조가 완료된 후에는 선박생애주기 동안 연료비 없이 선박 운항이 가능하며 운항 속도 또한 기존보다 훨씬 빨라질 것이라는 경제적 이점으로 인해 산업계에서는 안전성이 우수한 소형원자로(SMR)를 선박연료로 적용하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총 5개의 주제가 논의된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이태호 한국원자력연구원 소장 ‘글로벌 SMR 기술 개발 동향’ △김상지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사 ‘용융염원자로 기술의 현재와 미래’ △이제경 한국조선해양 박사, 김종원 삼성중공업 박사 ‘선박용 SMR 기술개발 현황과 전망’ △임동하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박사 ‘SMR 연계 고효율, 고안정성 수전해 그린수소생산 시스템 기술개발 전략’ △강병근 ㈜지필로스 이사 ‘해양그린수소생산을 위한 수전해 기술 발전 방향’에 대한 주제발표가 진행됐다. 이후 송강현 KR 친환경선박해양연구소장이 좌장을 맡아 임창무 KR 센터장, 최재혁 한국해양대학교 교수, 설한신 해양플랜트연구소 소장과 각 주제발표자가 참여하여 토론을 이어갔다. 


김대현 KR 연구본부장은 인사말을 통해 “친환경과 탈탄소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은 탄소 중립을 선언하고 탄소중립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 가운데 소형원자로는 탄소 중립을 달성하는데 안전하고 효율적인 수단으로 다양한 연구가 시도되고 있다”며 “조선 강국인 우리나라도 무탄소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원자력 기술까지 더해 SMR 추진선박까지 개발하기 된다면 우리나라 해운조선산업의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서민정 해양수산부 해양개발과 팀장은 축사를 통해 “해수부는 선박 해양 플랜트 등 해양 분야에 적합한 소형 원자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해양용 SMR 원천기술’ 개발을 기획하여 4월부터 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현재 SMR의 원천 기술은 개발단계로 소형 원자로가 실제 해양분야에 적용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도 소형 원자로 기술을 확보하고 실증과 연관 분야의 활용, 관련 시장 개척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태호 “원자력 무탄소 연료 활용, 친환경 선박, 
           해양 플랜트에 적용해야, 
             2035년까지  65~85GW 규모 화석연료 대체”

이태호 한국원자력연구원 소장은 해양 원자로 시장 개척의 중요성과 SMR로 2035년까지 전 세계 65~85GW 규모의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원자력 발전소는 약 422기가 가동 중으로 한국의 경우 1978년부터 본격적인 상업 발전을 시작해 현재는 한빛, 한울, 월성, 새울, 고리 원전에서 25기를 운영 중이며 3기를 추가 건설하고 있다. 원자력이 필요한 요인에 대해 이 소장은 탈탄소화는 물론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소장은 “러·우 전쟁으로 에너지 공급의 중요성이 부각됐고 특히 지정학적 위기가 심화하면서 각국의 에너지 안보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가 높아 자국의 에너지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에너지수입 의존도는 2020년 기준으로 92.8%에 달하고 매년 국가 총수입액의 25%를 에너지를 수입하는 데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의 경우 원전으로 발전하는 에너지가 약 70%를 차지하면서 에너지 수출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이 소장은 강조하면서 “원전에 쓰이는 우라늄의 경우 가격 변동이 다른 연료 대비 적고 매장량도 풍부해 우리나라의 원자력 기술이 올라가면 에너지 공급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해양부분에서도 온실가스 배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원자력을 무탄소 연료로 활용하여 친환경 선박, 해양 플랜트에 적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이 소장은 소형모듈원자로(SMR)를 통한 해양용 원자로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MR은 원자력 관련 주요기기를 모듈화하여 공장 제작이 가능한 전기출력 300MWe 이하의 원자로이다. 모듈화된 원자로인 SMR을 통해 안전성과 우연성, 경제성을 대폭 상향할 수 있다고 이 소장은 강조하면서 “SMR은 2035년까지 전 세계 65~85GW 규모의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북극항로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극한 환경에서도 원자력으로 추진 할 수 있는 선박의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러시아는 이미 원자력 쇄빙선 3척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러시아는 해양 부유식 발전함을 운영하는 등 SMR을 활용하여 연료비를 줄이고 선박 부피를 적게 차지하기 때문에 해양용 원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경우 제6차 원자력진흥종합계획에 따라 미래연료로 원자력 개발을 명시했으며 이후 올해 1월부터 원전이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포함되면서 SMR 개발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를 통해 산·학·연이 협업하여 ‘혁신형 SMR’을 개발하고 2030년에 SMR 시장에 진입한다는 전략이다. 이 소장은 “스마트 기술을 바탕으로 ‘혁신형 SMR 개발 사업’이 진행이 되고 있다. 동 사업은 2022년에 예타를 통과하고 올해 4월부터 국가사업으로 진행이 될 예정이다”며 “SMR은 탄소중립을 위해 필수이며 국가적 차원의 지속적인 전략 지원이 이뤄져야 하는 중요한 시기이다”고 강조했다. 

 

이재경 “SMR 추진 선박 엔진 당장 만들 수 있어, 
          각국 규제·인허가 체계 통합 필요”

이재경 한국조선해양 박사가 SMR을 활용하여 친환경 생산 인프라 구축과 관련 제품 생산가능성을 발표했다. 
조선업계는 친환경 연료 발전을 위해 많은 발전을 이뤄왔지만, 친환경 연료를 만드는 과정에서 온실가스는 여전히 배출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로 수소, 암모니아 등 친환경 연료를 공정할 수 있지만, 태양광과 풍력의 경우 지리적인 위치에 따라 전력 생산 효율과 가격이 영향을 받아 효율면에서는 떨어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 박사는 SMR을 활용한 연료와 엔진을 제안했다. 
이 박사는 “원자력은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하기 어려운 국가에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수소 생산과 수소를 활용한 친환경 연료 생산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며    “특히 해양 원자력과 연계할 경우 친환경 연료 생산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고 조선소 입장에서도 모듈화와 공장 제조의 컨셉에 일치하는 SMR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SMR 선박 추진 엔진의 경우 기술측면에서는 군함에 적용하여 이미 검증됐지만, 다양한 국가를 경유하는 상선은 국가별로 인정하는 규제·인허가 체계가 필요하여 국제 사회의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 박사는 “기술은 준비됐고 규제측면에서 합의만 된다면 상선용 원자력 추진 시스템을 탑재할 수 있다”며 “조선소의 선박 건조 기술은 모듈화를 기초하기 때문에 모듈 기반의 SMR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충분한 가격경쟁력 확보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를 위해 조선업계와 원자력 업계의 기술 개발 협력을 통한 대형과제와 기술 네트워크의 필요성을 이 박사는 강조하면서 △구조적 안전 및 원자로 가동 보류를 고려한 원자로 설계 △운동·가속도 조건에 따른 피항 및 계류시스템 표준안을 제안했다. 

 

김종원 “용융염 원자로 에너지 효율 높아, 
          연료탱크 공간 소모 적어 수소생산, 
          에너지 저장 등 다목적 활용”

김종원 삼성중공업 박사는 선내에서 작은 부피를 차지하는 용융염 원자로의 이점을 활용해 원자력 추진선의 효율성을 강조했다.  
김 박사는 용융염 원자로(MSR)의 조선·해양분야에 적용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김 박사에 따르면, MSR은 액체핵연료를 사용하고 중대사고를 방지할 수 있고 누출 시 고체화되어 방사성물질을 막을 수 있다. 또한 다른 소형모듈원자로(SMR) 노형 대비 낮은 압력과 고열효율 등으로 에너지 효율이 높고 연료탱크 공간과 연료 소모에 따른 중량 변화가 없어 해양에 적합하다. 
특히 고온을 이용해 수소생산, 에너지 저장 등 다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또한 핵연료를 재장전하지 않고 긴 핵주기를 가져갈 수 있다는 점에서 핵연료 처리에 대한 위험을 감소시킬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선급 자료에 따르면, 기존 디젤이나 LNG, 암모니아 연료 탱크의 경우 부피를 많이 차지하는 반면 원자력 연료 탱크는 선박에 차지하는 부피를 줄이고 화물을 더 실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박사는 “암모니아, 수소 연료는 탱크를 현재보다 더 크게 할 수 없어 중간에 벙커링을 통해 급유해야 한다. 반면 원자로를 활용하면 생산된 전기를 수전해와 연계하여 수소 생산이 가능하고 낮은 전력단가로 경제성이 높다”며 “고온 증기를 이용한 고온 수전해와 고온의 열을 이용한 열화학공정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김 박사는 MSR의 경제성측면에서 “카펙스(Cap
ex)는 현재 대형 원전 수준으로 kw당 3,000~4,000달러로 예상되며 가동률과 폐로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며 “오펙스(Opex)는 카펙스 대비 미미할 것으로 보이나 LNG와 가스 등의 가격이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원자력 추진선의 연료비에는 효과가 클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임동하 “원자력 수전해로 2040년까지 kg 3,000원 
          단가 맞춰, 핑크수소 생산으로 친환경적”

임동하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박사는 SMR을 연계한 수전해 그린수소생산 시스템 기술 개발 전략을 발표했다. 
임 박사는 “지난해 10월 28일 12대 국가 전략 기술에   ‘수소’ ‘원자력’이 선정되면서 두 가지 기술을 연계하면 시너지가 생길 것이다. 수전해로 만든 그린수소는 우리나라와 같이 에너지 빈국이 해외로 수출할 수 있는 에너지 수출국이 될 수 있는 차세대 기술이다”며 “신재생에너지는 보급의 한계성이 있기 때문에 원자력 발전이 온실가스 감축에는 필수이다. 원자력을 수전해에 접목하면 공정과정에서도 친환경적인 핑크 수소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원자력을 통해 수소를 만들면 2040년까지 kg당 3,000원의 단가를 맞출 수 있어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만드는 수소보다 가격효율이 높다. 임 박사의 발표자료에 따르면, 2040년까지 우리나라 수소 공급량 목표는 526만톤이다. 


이를 충족하기 위해 수전해 기술이 필요한데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수전해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많은 부지가 필요하고 불규칙한 수소 생산, 과도한 전력소모로 영토가 좁은 우리나라에서는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원자력을 연계한 저온 수전해, 증기 수전해, 열화학적 물분해, 화석 연료 개질을 통해 수소를 생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우리나라는 한울 원자력 발전소에서 원자력 연계형 수전해 시스템 실증이 예타 사업으로 진행 중이다. 1단계에서는 5MW급의 저온 수전해를 통해 수소생산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해외 수입을 통해 100MW급의 고온수전해(SOEC) 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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