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운송인에 대한 채권, 채무의 제척기간 경과 후 이익의 포기

- 대법원 2022. 6. 9. 선고 2017다247848 판결 -

 

 
 

사안의 개요
가. 대우조선해양은 해상운송인인 피고와 이 사건 화물에 관한 운송계약을 체결하였다. 대우조선해양은 수하인으로서 2013년 12월 4일 이 사건 화물을 인도받았는데, 이 사건 화물은 인도 당시 해상운송 중 악천후로 이미 손상된 상태였다.
나. 대우조선해양은 2014년 12월 15일 피고에게 이 사건 화물의 손상에 대해서 “보험처리가 완결되지 않아서 Time bar(구상시효) 연장이 필요하다”라고 하면서 그 연장을 요청하였고, 피고는 2014년 12월 18일 “시효를 2015년까지 연장하는 데 동의한다”라고 회신하였다.
다. 원고는 이 사건 화물에 관하여 해상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자로서 피보험자인 대우조선해양에 이 사건 화물 파손으로 인한 손해액을 보험금으로 지급하였다. 원고는 대우조선해양이 피고에 대하여 갖는 손해배상채권을 대위 취득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화물의 인도일부터 1년이 지난 뒤인 2015년 12월 28일 이 사건 구상금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라. 피고는 이 사건 소가 상법 제814조 제1항에서 정한 제소기간인 운송물을 인도한 날부터 1년이 지난 뒤에 제기되었으므로 부적법하다고 주장하였다.
마. 제1, 2심은 원고의 소는 제소기간이 도과되어 부적법하다는 이유로 이를 각하하였고, 원고는 이에 대하여 상고하였다.


대법원 판시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상법 제814조 제1항에서 정한 제척기간이 지난 뒤에 그 기간 경과의 이익을 받는 당사자가 기간이 지난 사실을 알면서도 기간 경과로 인한 법적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표시한 경우에는, 소멸시효 완성 후 이익의 포기에 관한 민법 제184조 제1항을 유추적용하여 제척기간 경과로 인한 권리소멸의 이익을 포기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1) 상법 제814조 제1항에서 정한 제척기간은 청구권에 관한 것으로서 그 권리가 행사되지 않은 채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권리가 소멸하거나 효력을 잃게 된다는 점에서 소멸시효와 비슷하다. 소멸시효가 완성된 후 시효이익을 받을 채무자는 시효 완성으로 인한 법적 이익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를 하여 시효이익을 포기할 수 있다(민법 제184조 제1항). 한편 어떠한 권리에 대하여 제척기간이 적용되는 경우에 그 기간이 지나면 권리가 소멸하고 의무자는 채무이행을 면하는 법적 이익을 얻게 된다.
제척기간을 정한 규정의 취지와 목적, 권리의 종류·성질 등에 비추어, 당사자들이 합의하여 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경우와 같이 기간 경과로 인한 이익 포기를 허용해도 특별히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하지 않는 경우라면, 시효이익 포기에 관한 민법 제184조 제1항을 유추적용하여 당사자에게 그 기간 경과의 이익을 포기할 수 있도록 하여 법률관계에 관한 구체적인 사정과 형평에 맞는 해결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


 (2) 제척기간은 일반적으로 권리자로 하여금 자신의 권리를 신속하게 행사하도록 함으로써 법률관계를 조속히 확정하려는데 그 제도의 취지가 있으나(대법원 1995. 11. 10. 선고 94다22682, 22699 판결 참조), 법률관계를 조속히 확정할 필요성의 정도는 개별 법률에서 정한 제척기간마다 다를 수 있다.
상법 제814조 제1항은 해상운송과 관련한 법률관계에서 발생한 청구권의 행사기간을 1년의 제소기간으로 정하면서도 위 기간을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여 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운송인과 송하인 또는 수하인 사이의 해상운송을 둘러싼 법률관계를 조속히 확정할 필요가 있으나, 해상운송에 관한 분쟁 가운데는 단기간 내에 책임소재를 밝히기 어려워 분쟁 협의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있다. 이 조항은 이러한 사정을 감안하여, 당사자들에게 제소기간에 구애받지 않고 분쟁에 대한 적정한 해결을 도모할 기회를 부여하고자 당사자들이 기간 연장을 합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상법 제814조 제1항에서 정한 제척기간은 해상운송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채권·채무에 적용되는데 해상운송인을 보호하고 시간의 경과에 따른 증명곤란의 구제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지만, 당사자들이 합의하여 제척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였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제척기간과는 구별되는 특성이 있다. 이와 같이 이 조항에서 제척기간을 정한 취지와 목적, 권리의 성질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면, 당사자에게 그 기간 경과의 이익을 포기할 수 있도록 하여 법률관계에 관한 구체적인 사정과 형평에 맞는 해결을 가능하게 하더라도 특별히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하는 경우라고 볼 수 없다.

 

상법 제814조1)
상법 제814조는 제1항은 “운송인의 송하인 또는 수하인에 대한 채권 및 채무는 그 청구원인의 여하에 불구하고 운송인이 수하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한 날 또는 인도할 날부터 1년 이내에 재판상 청구가 없으면 소멸한다. 다만 이 기간은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여 연장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상법 제814조 제2, 3항에서는 운송인이 제3자에게 운송을 위탁한 경우 운송인이 제3자에게 구상청구 하는 것을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위 제1항의 합의 또는 재판상 청구일로부터 3개월까지 구상기간을 연장해주고 있고, 운송인이 제3자에 대하여 소송고지를 할 경우 위 3개월의 기간은 소송 확정 또는 종료일로부터 기산되도록 정하고 있다. 위 규정은 여객운송이 아닌 화물운송에만 적용되는데, 운송인의 송하인 또는 수하인에 대한 채권으로는 운임채권이 대표적이고, 운송인의 이들에 대한 채무로는 손해배상채청구권이 대표적인데, 청구권의 기초가 채무불이행이건 불법행위이건 법적책임에 기한 것이든지 모두 적용된다.2)
위 규정은 1942년 헤이그 규칙 및 1968년 헤이그-비스비 규칙 제3(6)조 뿐만 아니라 영국, 미국, 일본, 독일의 관련 법률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3) 헤이그-비스비 규칙의 1년의 제소기간 및 이를 당사자 사이의 합의로 연장할 수 있다는 내용이 그대로 상법에 적용된 것이다. 헤이그 규칙 및 헤이그-비스비 규칙의 위 규정에 대하여 소멸시효가 아닌 제척기간으로 해석하고 있다.4) 대법원도 이를 제척기간에 해당하다고 판단하였다.5)

 

소멸시효와 제척기간
가. 소멸시효

소멸시효는 권리의 불행사라는 사실상태가 일정기간 계속된 경우에 그 사실상태를 존중하여 권리의 소멸이라는 법률효과를 생기게 하는 제도이다.6) 소멸시효의 존재이유에 대하여 통설은 사회질서의 안정과 제3자의 신뢰보호, 의무자의 입증곤란 구제, 권리자의 권리행사 태만 제재를 들고 있다.7) 소멸시효의 효과에 대하여 권리가 당연히 소멸한다는 절대적 소멸설과 권리가 당연히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시효의 이익을 받을 자에게 원용권이 생길 뿐이라는 상대적 소멸설의 대립이 있다. 판례는 절대적 소멸설의 입장에서 설시를 하고 있으나, 소멸시효 완성을 원용할 수 있는 자를 제한하는 등 상대적 소멸설로 보일 여지도 있다.

 

나. 제척기간
제척기간은 일정한 권리에 관하여 법률이 예정하는 존속기간 또는 법률이 정한 행사기간으로 설명한다.8) 일반적으로 제척기간이 경과하면 권리가 소멸한다고 보고 있고, 이를 인정하는 취지에 대하여 권리관계를 조속히 확정시키기 위해서라고 설명하고 있다.9) 제척기간 경과의 효과에 대하여 제척기간이 경과한 권리는 당연히 소멸한다는 점에서 학설 및 판례가 일치한다.10) 대부분의 형성권은 제척기간이 적용되고, 청구권 중에도 신속한 권리관계 확정을 요하는 점유보호청구권, 담보책임에 기한 청구권 등은 제척기간이 적용된다. 제척기간은 일반적으로 재판 외에서 권리를 행사하면 충분하나, 예외적으로 민법상 채권자취소권(제406조), 점유보호청구권(제204, 205조), 상속회복청구권(제999조) 등에 대하여는 조문의 형식에 따라 제소기간으로 보고 있다. 제척기간의 준수 여부는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이고, 이를 사실심 변론 종결시까지 주장하지 않았더라도 상고심에서 이를 주장할 수 있다(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다47614 판결). 제척기간을 도과한 경우 권리가 소멸되므로 청구기각 판결을 하지만, 제소기간으로 정한 제척기간의 경우 권리가 소멸할 뿐만 아니라 적법한 소제기 요건도 갖추지 못한 것이므로 그 기간이 도과된 후에 제기된 소는 부적법하여 각하되어야 한다.

 

다. 소멸시효와 제척기간의 구별 및 유추적용
소멸시효와 제척기간의 구별은 조문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 또는 ‘소멸시효가 완성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때는 소멸시효로 해석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제척기간으로 해석한다.11) 민법에서 소멸시효와 관련하여 중단, 정지, 연장, 시효 이익의 포기, 단축·경감 등에 관하여 규정을 두고 있지만 제척기간에 관하여는 일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데, 제척기간에 소멸시효와 관련한 규정을 적용 또는 유추적용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종래 학설은 소멸시효와 제척기간의 성질상의 차이를 강조하면서 독일의 통설이 법률에 준용규정이 없는 한 소멸시효에 관한 규정은 제척기간에 적용이 없다고 본 것과 같이 유추적용을 부정하였는데, 최근의 유력설은 소멸시효와 제척기간의 차이는 상대적인 것에 불과하다거나 근본적으로 서로 다른 것인지 여부가 불명료하다고 보고 제척기간에 소멸시효에 관한 규정을 적용 또는 유추적용하는 것에 적극적이다.12)
소멸시효의 경우 청구,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 승인이 있을 경우 중단되는데(민법 제168조), 제척기간의 경우 판례는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청구권 및 매매예약 완결권에 제척기간의 중단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다.13) 제척기간의 경우 정해진 기간 내에 이를 행사할 경우 제척기간은 더 이상 문제되지 않고, 소멸시효의 진행이 문제될 뿐이므로 판례의 태도는 타당하다.


소멸시효의 경우 시효 정지 규정을 두고 있는데, 제척기간의 경우 대법원은 민사사건은 아니지만 과징금 부과처분의 제척기간에 있어 제척기간의 정지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14) 한편 독일 민법에는 제척기간에 대하여 예외적으로 소멸시효의 정지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고 있고, 일본 판례도 제척기간의 정지를 긍정하고 있으며, 학설은 대체로 제척기간의 정지를 허용하자는 입장인데 권리자가 그의 귀책사유 없이 일시적으로 권리행사를 할 수 없는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이를 허용하지 않는 것을 불합리하다는 이유이다.15) 선박소유자 등의 책임제한절차에 관한 법률 제49조 제2항에서 채권자가 선박의 책임제한절차에 참가할 때 제척기간이 정지된다고 정하는 등 개별법에서 예외적으로 제척기간의 정지를 규정하고 있다.


소멸시효의 경우 법률행위에 의하여 이를 배제, 연장 또는 가중할 수 없으나 이를 단축 또는 경감할 수 있는데(민법 제184조 제2항), 제척기간의 경우 판례는 민법 제670조의 하자담보책임의 존속기간은 당사자의 특약으로 단축할 수 있다고 보았다.16) 다만 이는 민법 제672조가 담보책임 면제특약도 원칙적으로 유효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그 정도에 미치지 못하는 감축특약도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17) 상법 제840조에서는 선박소유자의 용선자 또는 수하인에 대한 채권 및 채무에 대하여 2년의 제척기간을 정하면서 이를 단축하는 약정을 운송계약에 명시적으로 기재하면 가능한 것으로 정하고 있고, 앞서 본 814조 제1항에서도 당사자 합의에 의한 기간 연장을 허용하고 있다. 위와 같이 제척기간의 변경을 허용하는 명문의 규정이 없는 한 이를 허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고, 특히 채권자 취소권 또는 제한능력자의 법률행위 취소권 등과 같이 제척기간이 약자 보호에 관련되어 있거나 제3자에 미치는 영향이 크거나 그밖에 공익성·강행규정성을 갖는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18)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의 상계와 관련하여 그 완성 전에 상계할 수 있었던 것이면 그 채권자는 상계할 수 있는데(민법 제495조), 판례는 제척기간의 경우에도 이를 유추적용하여 제척기간이 도과한 매도인이나 수급인의 담보책임을 기초로 한 손해배상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상계할 수 있다고 보았다.19)

 

라.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
민법 제184조 제1항은 ‘소멸시효의 이익은 미리 포기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는데, 그 반대해석상 소멸시효 완성 후 그 이익을 포기할 수 있다. 위 규정은 시효제도가 의무자의 의사를 무시하고 사적 자치를 완전히 배제하는 제도라고 보기 어렵고, 시효완성 후에는 의무자에게 그 이익의 포기를 허용하더라도 완성 전에 있어서와 같은 폐해를 수반하지 않는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20)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는 상대방에 대한 일방적 의사표시에 해당하는데, 상대적 소멸설의 경우 소멸시효 완성을 원용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라고 설명하는데 반하여, 절대적 소멸설의 경우 이미 소멸한 권리를 어떻게 다시 행사할 수 있는지 의문이 있고 이에 대하여 법률이 채권자의 의사표시에 따라 소멸시효 완성의 효과를 받지 않게 되는 효과를 부여한 것이라고 설명한다.21)


소멸시효 이익을 포기하기 위해서는 ①포기하는 사람이 처분의 능력 내지 권한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②시효완성의 사실을 ‘알면서’ 이를 포기하여야 한다. 판례는 기존에 “시효완성 후에 채무를 승인을 한 때에는 시효완성의 사실을 알고 그 이익을 포기한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고 설시하여 의사표시 추정 이론을 채택하여 왔으나,22) 최근 판결에서는 “시효이익 포기의 의사표시가 존재하는지 여부의 판단은 그 표시된 행위 내지 의사표시의 내용과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그 의사표시 등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에 따라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시효완성 후 소멸시효 중단사유에 해당하는 채무의 승인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곧바로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라는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여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채무승인과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를 구분하고 있다.23)

 

사건의 검토
가. 문제의 소재

이 사건에서는 당사자들이 화물 인도일로부터 1년이 지난 후에 제척기간 연장에 대하여 합의하였는데, 만약 인도일로부터 1년 내에 합의하였다면 상법 제814조 제1항에 따라 제척기간이 연장되므로 별다른 문제가 없었을 사건이었다. 그러나 당사자들이 제척기간이 도과된 후에 위 합의를 하였기 때문에 채권자가 제척기간 경과의 이익을 포기할 수 있을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즉, 제척기간에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 규정을 유추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다. 이 사건 이전에 상법 제814조 제1항의 제척기간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제척기간을 가진 청구권에 대하여도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 규정을 유추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대법원 선례는 없었다.

 

나. 대법원의 결론 및 학설의 대립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상법 제814조 제1항의 제소기간에는 소멸시효 이익의 포기 규정을 유추적용할 수 있다고 보았다. 위 제척기간은 해상운송과 관련한 법률관계를 조속히 확정하기 위하여 1년이라는 단기의 제척기간을 정하고 있으나 그 분쟁의 복잡성으로 당사자 사이의 기간 연장을 허용하고 있으므로 경과 이익 포기를 인정하더라도 특별히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위 대법원 결론에 대하여 찬성 및 반대하는 입장이 있다.


먼저 찬성하는 입장은 청구권에 관한 소멸시효와 제척기간은 그 효과 및 목적에 있어서 큰 차이가 없고, 두 제도 모두 법적 안정성 및 채무자의 보호라는 목적에 봉사하는 제도로서 기능하고 있으며, 상법 제814조 제1항이 정한 제척기간 연장의 취지에 비추어 위 규정은 채무자(운송인)의 이익보다 법적안정성을 더 중요한 고려요소로 보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으므로, 법·규범의 체계, 입법의도와 목적 등에 비추어 소멸시효 이익 포기 규정을 유추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한다.24) 다만 대상판결의 법리를 확대하여 제척기간 일반에 대하여 그 경과로 인한 이익을 의무자가 포기할 수 있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라고 한다.25)


반면 반대하는 입장은 권리의 소멸 유무를 다루는 소멸시효와 달리 제척기간이 도과되면 재판청구권이 제한되어 재판상 청구의 자격이 소멸되는데, 이는 권리가 아닌 ‘권리보호자격’의 소멸에 관한 문제이고 재판청구권 내지 권리보호자격 자체를 당사자의 의사로 변동시킬 수는 없으므로 대법원의 결론은 부당하다고 한다.26) 즉 당사자의 연장 합의가 있었다는 사정을 고려하여 법원이 권리보호자격을 인정하여 주는 것이지 연장 합의에 담긴 당사자의 효과의사가 직접 권리보호자격을 창설하는 것은 아니므로, 상실된 권리보호자격이 당사자의 의사로 부활된다는 것은 불합리하고, 결국 당사자의 의사만으로 제소기간 제도의 존재의의를 형해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제척기간 경과 이익의 포기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27) 또한 이 사건에서 원고는 보험자대위로 인한 구상권뿐만 아니라 부진정연대채무자로서의 구상권도 취득하였고, 위 구상권은 보험자 자신의 권리로서 제소기간의 제한이 없어 이를 통하여 권리 구제를 받을 수 있으므로 굳이 소멸시효 규정을 유추적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28)


소결
대법원 결론은 상법 제814조 제1항의 구조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제척기간을 당사자의 의사에 의하여 연장할 수 있다는 규정은 다른 제척기간에서 찾아 볼 수 없는 특이한 규정이다. 소멸시효도 법률행위에 의하여 그 기간 자체를 연장할 수 없는 점에 비추어도  위 규정은 권리자를 두텁게 보호하려는 규정으로 보인다. 대법원 결론은 위와 같은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수긍할 수 있다. 미국의 해상물건운송법(Carriage of Goods by Sea Act)도 1년의 제척기간을 정하고 있는데, 하급심에서 1년의 제척기간이 경과한 후에 운송인이 송하인에게 운임지급을 청구하였다면, 송하인은 제척기간이 경과한 것에 상관없이 반소로써 운송인에게 운송물 멸실, 훼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고 본 사례가 있다.29)
다만 제척기간 중에서도 그 행사방법을 엄격하게 정하고 있는 제소기간에 대해서까지 소멸시효 이익 포기 규정을 유추적용할 수 있다고 본 것은 법적 안정성을 해칠 수 있기 때문에 앞서 본 대법원 결론에 반대하는 학설의 태도 역시 수긍되고, 위 상법 제814조 제1항 외에 다른 제척기간을 가진 청구권에 대해서까지 유추적용을 인정하여서는 안 될 것으로 보인다.

 

결론
해당 대법원 판결은 해상운송인에 대한 채권, 채무의 경우 상법 제814조 제1항의 제소기간이 도과하여도 소멸시효 규정을 유추적용하여 채권자가 그 이익을 포기할 수 있다고 보았다. 다만 위 판결은 제척기간을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여 연장할 수 있다는 상법 제814조 제1항의 특수성에 기인한 것으로 보이고 이를 다른 일반적인 제척기간에까지 적용되는 법리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위 대법원 판결은 단기간의 제소기간을 가진 해상운송 사건과 관련하여 권리자들의 권리보호가 용이하도록 명확한 지침을 내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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