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관리절차를 무시한 채 화물이 적재된 화물창 진입으로 선원 사망

 
 

이 선원사망 사건은 선장과 1등항해사가 갑판장이 작업안전관리 절차를 지키지 않고 액체화학제품이 적재되어 있는 화물창에 진입하는 것을 알고서도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아 발생한 것이나, 갑판장이 임의로 화물창에 들어간 것도 일인이 되어 발생했다.

 

<사고 내용>
○사고일시 : 2019. 8. 29. 17:00경
○사고장소 : 대만 마일리아오항 부두계류 중

 

○화물관리절차서에 따른 화물 샘플 채취 절차 등
회사의 화물관리절차서에 따르면, 화물창 안에서 화물 샘플(Sample) 채취 방법은 다음과 같이 3가지이다. ① 개방식 샘플 채취(Opened Sampling) : 가스 방출에 대한 관리 없이 계측홀(Gauging hole) 또는 화물창 덮개(Hatch Cover) 등을 열어서 샘플을 채취하는 방법 ② 제한식 샘플 채취(Restricted Sampling) : 엠엠씨(MMC) 또는 유티아이(UTI) 장비를 사용하여 가스 누출 없이 계측홀에서 샘플을 채취하는 방법 ③ 밀폐식 샘플 채취(Closed Sampling) : 선박에 설치된 레벨 마스터(Level Master)와 같은 장비를 사용하여 샘플을 채취하는 방법이다. 회사의 화물관리절차서에서는 작업자의 안전과 화물 오염 방지를 위해 화물을 밀폐식으로 샘플을 채취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개방식 샘플 채취 방법은 기본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나 화물검정회사가 개방식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그 사실을 먼저 회사에 알려 허가를 받고 회사의 지시에 따르도록 하고 있다.
또한 회사의 안전운항수칙 및 선상안전수칙(이하 ‘안전수칙’이라 한다)에는 선박 내 밀폐구역 출입 시에는 ‘밀폐구역의 출입 허가서’에 따라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선장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되어 있으며, 이 출입 허가서의 안전점검 항목에는 밀폐구역 내의 가스 농도2) 확인도 포함되어 있다.

 

 
 

○화물 ‘비닐 아세테이트 모노머’의 특성과 사고 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화물샘플 감정 결과

화학물질 및 이를 포함한 혼합물의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는 해당 물질을 양도하거나 제공하는 자가 이를 양도받거나 제공받는 자에게 물질안전보건자료를 제공하여야 한다(‘산업안전보건법’제110조 및 111조). 또한 화주(貨主)는 화물을 안전하게 싣고 운송하기 위하여 화물을 싣기 전에 그 화물에 관한 정보를 선장에게 제공하여야 한다(‘선박안전법’제36조).


비닐 아세테이트 모노머(Vinyl Acetate Monomer, 이하 ‘VAM’이라 한다)는 물질안전보건자료에 따른 CAS번호3)가 108-05-4이고, 비닐 아세테이트로 등록되어 있으며, 이 화물의 독성에 관한 정보(급성독성)에서 일정 수치 이상을 입 또는 피부를 통해 투여하거나 호흡을 통해 흡입했을 때4) 유해하다.
사고 후 A호 화물창에서 채취한 화물 샘플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산과학수사연구소가 작성한 ‘법화학감정서’에는 ‘①화물 샘플에서 아세트산 비닐 성분이 검출되었고, 아세트산 비닐은 피부나 눈 등의 점막을 자극하여 호흡기를 손상시키며, 고농도로 흡입한 동물에서 폐부종을 일으킬 수도 있는 것으로 보고된 물질이고 ②사망한 선원의 혈액 시료에서도 아세트산 비닐 성분이 검출되므로 변사자가 케미컬 안전복을 착용했음에도 외부 공기를 흡입한 것으로 보이며 ③산소 농도 8∼10%일 때는 의식을 상실할 수 있고, 산소 농도 8% 이하에서는 사망에 이를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고 기재되어 있었다.

 

○사실의 개요
A호는 선장을 포함한 선원 16명이 승선한 상태에서 VAM 약 3,000톤을 적재하기 위해 2019. 8. 29. 04:05 (이하 한국시간)경 대만 마일리아오(Mailiao)항에 도착하여 부두에 접안하였다.
A호는 같은 날 06:35경∼12:25경까지 화물창에 질소가스 퍼징(Purging)5)을 실시하였고, 같은 날 15:30경 2번 화물창에 화물 적재를 시작하여 화물 샘플 채취를 하기 위해 화물창 바닥으로부터 약 50㎝까지 화물을 적재한 다음 다른 화물창에 적재를 시작하였다. 당시 1항사는 화물창 안의 산소 농도를 측정한 결과 약 8.2%였다.


화주측을 대리하는 대만인 화물검정원은 같은 날 16:00경 2번 우현 화물창부터 화물의 샘플 채취를 시작하였다. 1항사는 화물의 샘플 채취를 시작하기 전 화물검정원에게 회사의 화물관리절차서에 따라 계측홀로 샘플을 채취할 것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화물검정원은 터미널에서 항상 개방식으로 샘플을 채취해 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화물창 덮개를 열어서 개방식으로 채취하겠다고 하면서, 선박의 장비 청결상태를 신뢰할 수 없으므로 샘플 오염방지를 위해 자신이 가지고 온 장비를 사용하겠다고 하였다.
이에 1항사는 화물검정원의 요구에 따르지 않으면 화물이 적재되는 각 배관 및 매니폴더 등에 대해 테스트를 하겠다고 할 수 있고, 테스트 결과에 따라서는 화물 적재를 담보할 수가 없다고 생각하여 화물창 덮개를 열고 샘플 채취를 할 수 있도록 하였다.
화물검정원은 2번 우현 화물창에서 샘플 채취를 마친 후 2번 좌현 화물창의 화물창 덮개를 열고, 화물 샘플을 채취하던 중 샘플채취기구의 받침판이 탈락하면서 받침판과 유리병이 화물창 바닥으로 떨어졌다. 화물의 샘플채취기구는 [사진 1, 2, 3]과 같이 유리병(크기 : 지름 약 12cm)을 넣을 수 있는 케이스(Case)와 체인줄(Chain, 재질 : Stainless Steel)로 이루어져 있다.
화물검정원이 화물의 샘플을 채취하는 것을 지켜보던 갑판수는 같은 날 16:16경 채취병이 화물창 바닥으로 떨어진 사실을 1항사에게 보고하였고, 1항사는 이 사실을 당시 화물제어실(Cargo Control Room)에 있던 선장에게 보고하였다.


선장은 회사의 운항영업팀 직원에게 이 사실을 보고하자 “화물검정원에게 보고서를 받으라”는 지시를 받았고, 이에 선장은 1항사에게 “보고서를 작성하여 화물검정원에게 사인을 받으라”고 지시한 후 조타실로 갔다.
이후 선내 식당에 물을 마시러 가던 선장은 선내 식당에서 뜰채를 가지고 나가는 갑판장을 보고 “어디에 쓸거냐”고 물었고, 이에 갑판장이 “뭐 하나 뜰 겁니다”라고 대답했으나 무엇을 뜰 것인지를 확인하지는 않은 채 “아, 그래요”라고 하였다.
이때 화물제어실에서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던 1항사도 갑판장이 뜰채를 가지고 나오는 것을 목격하고 그 이유를 물었고, 갑판장이 “양하지에서 화물 양하시 화물펌프의 손상 우려가 있으니 화물창에 들어가서 샘플채취기구와 유리병을 건져 나오려고 한다”고 답하자    “터미널 허가도 받아야 하고 위험하니 들어가지 말라”고 하면서 갑판장을 따라 갑판으로 나갔다.


선장도 갑판장이 뜰채를 가지고 나가는 것은 목격한 후 화물제어실로 갔으며, 화물제어실 창문을 통해 2번 화물창 부근에 선원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고서 상황파악을 하기 위해 갑판으로 나갔다.
갑판장은 같은 날 16:30경 케미컬용 전신 보호복과 자장식 호흡구 등을 착용하고 유리병이 떨어진 2번 좌현 화물창으로 이동하였고, 1항사는 갑판장에게 기다리라고는 하였으나 ‘정말로 화물이 문제가 되어서 회사에서 페널티를 받으면 어쩌나’하는 생각과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에 적극 제지하지는 않았다.
1항사는 같은 날 16:45경 화물검정원과 터미널 측의 허가 등에 대해 대화를 하고 있는 중에 갑판장이 “금방 갔다 온다”고 말한 후 화물창으로 진입하였다. 이때 선장은 작업 중인 다른 화물창 쪽을 잠시 보고 있는 사이에 갑판장이 덮개가 열린 화물창 출입구를 통해 화물창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발견하였고, 갑판 위에 서서 화물창 안의 계단을 통해 화물창 밑으로 내려가는 갑판장을 주시하고 있었다.
갑판장은 같은 날 16:47경 화물창의 수직사다리를 내려간 다음 계단식 사다리를 내려가던 중 바닥으로부터 약 2∼3개의 발판을 남겨놓고 화물창 바닥을 향해 앞으로 넘어졌고, 이를 목격한 선장은 즉시 주변에 있던 선원에게 이 사실을 알린 다음 다시 갑판장을 확인하자 갑판장이 바닥에 손을 짚고 몸을 돌리면서 일어나려고 시도하였으나 다시 넘어지는 것을 보았다.


1항사는 2항사 및 갑판수에게 보호복과 자장식 호흡구 착용하고 갑판장의 구조를 지시하였고, 2항사는 1항사의 지시에 따라 보호복과 자장식 호흡구를 착용 후 화물창으로 진입하였다. 화물창으로 진입한 2항사는 화물창 바닥에 쓰러져 있던 갑판장을 바닥으로부터 2계단 정도 끌어 올렸으나 자장식 호흡구의 마스크로 화물가스가 침투하는 느낌을 받고 갑판장을 현장에 남겨 둔 채 화물창 밖으로 나왔다.
대기 중이던 갑판수는 이후 줄을 가지고 화물창으로 진입하여 갑판장 신체를 줄로 묶었고, 이후 갑판에 있던 다른 선원들과 함께 같은 날 17:00경 갑판장을 화물창 밖으로 끌어올렸다. 이때 갑판장은 이미 호흡이 없고 심장이 정지되어 있었으며, 갑판 위에서 응급처치를 하는 과정에서 갑판장의 입에서 화학제품 냄새가 심하게 나고 액체가 흘러나왔다. 갑판장은 구급차로 병원으로 이송하여 응급처치를 하였으나 같은 날 18:32경 현지 의사에 의해 사망이 선고되었다.

 

<원인의 고찰>
 1. 갑판장의 추락 및 사망 원인

갑판장은 화물창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먼저 화학약품 보호복을 입은 후 자장식 호흡구를 착용하였다. 그리고 갑판장은 화물창 출입구를 이용하여 화물창 바닥까지 내려가기 위해서는 먼저 수직사다리를 통해 화물창으로 진입한 후 계단식 사다리를 걸어 내려가야 하는데, 바닥에서 2∼3개의 발판을 남겨놓은 상태에서 앞으로 넘어졌다. 화물창 안의 계단식 사다리를 내려가다가 앞으로 넘어질 수 있는 원인은 유독 가스 흡입으로 인한 순간적인 의식의 혼미 또는 상실, 발판에서 발이 미끄러지거나 잘못 디디는 경우 등이 있을 수 있다.
이 사고의 경우 갑판장이 바닥에 넘어진 후 곧바로 몸을 뒤집어서 일어나려고 했던 사실을 고려하면 넘어질 당시에는 의식을 완전히 잃지는 않은 상태였고, 미끄러질 때는 보통 뒤로 넘어지는데 이 사고에서는 갑판장이 앞으로 넘어졌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미끄러지지도 않았을 것으로 보이므로 의식의 혼미 또는 실족으로 인해 바닥으로 떨어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갑판장의 사인은 ‘가스중독 및 산소 결핍에 의한 쇼크와 호흡불가’로 밝혀졌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도 갑판장이 케미컬용 보호복을 착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외부 공기를 흡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았고, 갑판 위에서 응급처치를 하는 과정에서 갑판장의 입에서 화학제품 냄새가 심하게 났고 액체가 흘러나왔다.
이러한 정황들을 고려할 때, 갑판장이 약 50cm 가량 화물이 적재되어 있던 화물창 바닥에 앞으로 넘어지면서 자장식 호흡구의 마스크와 얼굴 사이에 생긴 틈새 등을 통해 유독 가스와 액체 화물이 마스크 안으로 유입되었고, 그 결과 갑판장이 이 가스와 액체를 흡입함으로써 사망하게 되었다고 추정된다.

 

2. 선장과 1등 항해사의 화물관리 절차 및
   안전수칙 미준수

회사의 화물관리절차서에 따르면, 화물 샘플 채취는 밀폐식으로 하도록 되어 있고, 개방식으로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금지되어 있으나 부득이 개방식으로 해야 하는 경우에는 사전에 회사에 연락하여 회사의 지시를 따르게 되어 있다.
당시 화주측 화물검정원은 회사의 화물관리절차서에서 금지하고 있는 방법인 개방식으로 샘플을 채취하고자 하였으므로 1항사는 절차서에 따라 회사에 보고하고 회사의 지시를 따랐어야 한다.
그러나 1항사는 이러한 사실을 회사에 보고하지 않은 채 화물검정원이 금지된 방법으로 샘플 채취를 하는 것을 묵인함에 따라 샘플채취 중 채취기구가 파손되면서 받침판과 유리병이 화물창 바닥으로 떨어지게 되었고, 갑판장이 이를 제거하기 위해 화물창에 들어가다가 화물창 바닥에 넘어져 결국 사망하였다.


또한 선원이 밀폐구역 등에 들어가고자 할 때 작업의 실무책임자는 안전수칙에 정한 밀폐구역 출입허가 절차에 따라 반드시 사전에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출입허가서에 선장의 확인 서명을 받아야 한다.
특히 화물창 안은 불활성가스인 질소가스로 퍼징을 하여 산소농도를 8.2% 이하로 낮추어져 있었고, 유독성 액체화물인 VAM이 바닥으로부터 약 50㎝까지 적재되어 있었으므로 자장식 호흡구를 착용한다지만, 기밀이 보장되지 않으면 심각한 위험에 노출되게 된다.
그러나 선장과 1항사는 사전에 안전점검을 실시하거나 밀폐구역 출입허가서를 작성하지 않은 상태에서 갑판장이 유독성 액체 화물이 적재된 화물창에 진입하는 것을 인지(1항사) 및 목격(선장)하고서도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고 암묵적 동의를 함에 따라 갑판장이 화물창 안으로 진입하던 중 화물창 바닥으로 넘어져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


따라서 1항사의 금지된 방식에 의한 화물의 샘플채취를 묵인한 행위와 선장 및 1항사가 안전조치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화물창에 들어가는 갑판장을 적극 제지하지 않은 행위는 이 선원 사망사고와 관련하여 주된 원인이 되었다고 판단된다.


3. 갑판장의 안전수칙 미준수 및 지시 불이행
선박에서 선원은 회사가 정한 안전수칙을 준수해야 하고, 상급자의 직무상 명령에 따라야 한다(‘선원법’제22조). 그러나 갑판장은 밀폐된 화물창에 진입할 때에는 안전수칙에서 정한 절차를 따라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당시 진입하려고 하는 화물창이 안전수칙에 따른 안전조치가 되어 있지 않은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화물창에 진입하였다. 또한 당시 1항사는 위험성을 인식하여 갑판장에게 화물창에 “들어가지 말고 기다리라”고 지시를 하였으므로 갑판장은 이 지시에 따라 화물창에 들어가지 않아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지시를 무시하고 유독성 액체 화물이 적재되어 있는 화물창에 진입하다가 화물창 바닥으로 넘어져 사망하였다.
따라서 안전수칙을 준수하지 않고, 1항사의 지시를 무시한 채 임의로 화물창에 들어간 이 사람의 행위는 이 사망사고와 관련하여 일부 원인이 되었다.

 

<시사점>
○ 선박에서 화물 작업 시 모든 선원은 회사가 정한 각종 절차서 및 안전수칙을 철저히 준수해야 하고, 상급자의 직무상 지시에 따라야 한다.
○ 선장 및 실무책임자는 선원이 지시를 따르지 않고 임의적인 판단에 따라 행동하지 않도록 교육하고, 작업 수행 중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 유독성 액체물질은 흡입할 경우 건강에 유해하므로 하역작업 중 화물창 덮개를 열어서는 아니 된다.
○ 유독성 액체물질인 화물의 샘플을 채취할 때에는 가스 누출 없이 계측홀에서 샘플을 채취하는 제한식으로 하여야 한다. 만약 불가피하게 화물창 덮개를 열고 샘플을 채취할 경우에는 채취하는 선원이 화물 가스를 흡입하지 않도록 바람방향을 고려하여 안전한 위치에 있도록 하고, 샘플채취기구가 화물창 출입구에서 바닥까지 연결된 사다리의 계단과 손잡이 등 구조물과 부딪쳐 파손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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