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 ‘경험’ ‘일상’ 접목한 해양교육, 국민에 해양가치 전달”

유엔해양법협약 채택 40주년 맞아 해양의 지속가능한 발전 위한 새 패러다임 논의

 

 
 

‘2022 국제학술대회 Insight into the Ocean : 해양문명과 해양성’에서 이슬기 KMI 전문연구원이 해양가치를 국민에게 전달할 방법으로 ‘해양교육’을 제시하며, 해양교육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키워드로 ‘놀이’ ‘경험’ ‘일상’을 강조했다. 이 전문연구원은 “국가를 이루고 국가를 유지하는 대다수의 시민들이 지지하는 가치를 해양에서 찾는 노력이 우리 모두의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다”며 해양교육을 통한 해양가치 제고를 제언했다.
해양수산부와 국립해양박물관,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이 공동으로 9월 말 국립해양박물관에서 ‘Insight into the Ocean : 해양문명과 해양성’이라는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유엔해양법협약 채택 40주년을 맞아 인문학, 자연과학 및 사회과학 등 다양한 관점에서 해양문명의 발전사를 살펴봄으로써 급변하는 시대에 해양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필요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이번 학술대회에는 김태만 국립해양박물관장의 신해양시대 기본정신으로써 해양성(海洋性)의 정의와 필요성에 대한 기조강연을 시작으로 △바다와 인간의 교류, 그 발자취 △바다와 인간의 교감, 그 형태 △자연과학자의 눈으로 본 해양문명 △사회과학자의 눈으로 본 해양문명 4개의 메인세션과 해양 관련 도서 전시 등 부대행사가 진행됐다. 각 세션에서는 국내외 석학과 전문가 20여명의 다채로운 강의와 심도 깊은 토론이 이어졌다.


‘세션1’인 ‘바다와 인간의 교류, 그 발자취’에서는 △링컨 페인 메인대학교(Maine University) 교수의 ‘사회와 바다의 기원, 관습, 그리고 우리의 미래’ △리라무커지 하이데라바드대학교(Hyderabad University) 교수의 ‘600년경부터 1,600년경까지 아시아 해양 세계의 네트워크’ △주경철 서울대학교 교수의 ‘세계적인 해양 네트워크의 근대 세계의 형성’ △강봉룡 국립목포대학교 교수의 ‘한반도 해양사의 전개와 전환-‘해양의 시대’에서 ‘해금의 시대’로, 그리고 다시 ‘해양의 시대’로’ 주제발표가 구성되었으며, ‘세션2’인 ‘바다와 인간의 교감, 그 형태’에서는 △리티카 비스와스 New Art Exchange 갤러리 큐레이터의 ‘물의 포털: 다공성 바다 예술 축제 만들기’ △정규상 협성대학교 교수의 ‘디자인으로 바라보는 바다이야기, 해양공간디자인’ △잉게보르크 라이힐 IASS POTSDAM 선임연구원의 ‘Platisphere에 누가 살고 있는가? 플라스틱 오염에 대한 예술과 과학의 대응’ △스와티 티야가리얀 Sea Change 프로젝트 저널리스트의 ‘아프리카 해림의 액체 마술사들’의 주제발표와 라운드테이블이 마련됐다.


또한 ‘세션 3’인 ‘자연과학자의 눈으로 본 해양문명’에서는 김웅서 KIOST 원장의 ‘해양과학의 시작과 미래’ 기조강연을 시작으로 △이정모 국립과천과학관 관장의 ‘항해를 위한 과학에서 과학을 위한 항해로’ △서종석 부경대학교 교수의 ‘어장붕괴의 역사와 지속가능한 수산자원관리’ △한택희 KIOST 박사의 ‘해양 문명의 확장, 해저로!’ 발표가 이어졌으며, ‘세션4’인 ‘사회과학자의 눈으로 본 해양문명’에서는 정필수 한국종합물류연구원 원장의 ‘물류대국, 역사 속에 살아있다’ 기조강연을 시작으로 △이슬기 KMI 전문연구원의 ‘바다를 이해하는 방법, 해양리터러시와 해양교육’ △고윤정 영도문화도시센터 센터장의 ‘사람, 자연, 역사가 문화로 이어지는 예술과 도시의 섬, 영도’ △김하원 해녀의 부엌 대표의 ‘사라져가는 해녀와 자라나는 청년이 만나 새로운 공존문화를 만들다’ 주제발표가 진행됐다. 한편, 이번 학술대회는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운영되어 유튜브( www.youtube.com/c/NMMkorea)를 통해 송출됐다.

 

링컨페인, “바다의 역사, 인류의 역사와
              언제나 불가분”
리라무커지, “동질성 가진 동북아시아,
                 서방 변화의 바람에 격리됐을 것”
주경철, “진정한 세계의 세계화, 15C부터 시작”
강봉룡, “지리적 조건이 모든 것 결정해주지 않아,
           구성원들의 집단적 인지·선택 더 중요”

‘세션 1’의 ‘바다와 인간의 교류, 그 발자취’ 세션에서 첫 번째 발표주자로 링컨페인 메인대학교(Maine University)교수가 ‘사회와 바다의 기원, 관습, 그리고 우리의 미래’를 주제로 의견을 개진했다. 그는 “많은 사람에게 바다는 눈에서 멀리 있는 만큼 마음에서도 멀리 있어 마르지 않는 자원의 화수분이자 도시, 산업, 농업폐기물과 산성비를 무한하게 소화하는 하수처리장으로 간주되어 왔다”며 “이러한 생각은 북극과 남극의 빙하가 녹으면 발생할 재앙을 무시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취급하며 인류의 생존문제이기보다 경제, 정치적인 문제로 다루도록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링컨페인 교수는 바다에 대한 인류의 의존성이 측정할 수 없이 깊다는 점을 강조하며, “바다는 우리의 생명과 영향의 근원이며, 오늘날에도 계속해서 인류를 먹여 살리고 있다. 바다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언제나 불가분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현재 시대가 지구상에서 가장 명확하게 해양에 대한 절대적 의존성을 이해하는 동시에 해양을 파괴하는 강력한 시대라고 평가했다.


이어 리라무커지 하이데라바드대학교(Hyderabad University) 교수는 ‘600년경부터 1,600년경까지 아시아 해양 세계의 네트워크’라는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그는 고대시대부터 현재까지의 한국-중국-일본 간 해양네트워크를 설명하고 이를 서방네트워크와 비교하며 “황해발 동중국해와 같은 북동해지역의 지리적 고립은 연속적인 상업시대의 부정적인 영향으로부터 격리된 것일까요”라고 질문을 던졌다. 이에 그는 “17세기 초 극동상인들이 사용하던 셀던 지도를 보면 동북아 해상경로는 포함되어 있지만 동북아시아는 무시된 모습으로 제작되었다”며 “동질성을 가진 동북아시아가 서방에서 부는 변화의 바람에 격리됐던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경철 서울대학교 교수는 ‘세계적인 해양 네트워크의 근대 세계의 형성’ 주제발표에서 근대 이후 세계가 바다를 통해서 연결되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근대 이후 전 세계가 상호 영향을 주며 함께 움직이는 세계가 되었다”고 시사하며 “진정한 세계화는 15세기부터 시작되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주 교수는 글로벌 해양네트워크가 확산되며 야기된 ‘생태환경’ ‘경제’ ‘문화’ 변화에 초점 맞춰 발표를 이어갔다. 그는 우선 ‘생태환경의 변화’ 중 ‘감염병의 세계화’에 집중하며, “인류가 전 세계적으로 팽창해나가며 생태계가 굉장히 변화했다. 인간이 살아가는 생태계가 변화한 것이 어쩌면 우리가 주목하지 않았지만 가장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라고 밝혔다. ‘경제변화’ 중에서는 “수송혁명에 따라 무역이 확대되며 전 세계 경제구조가 변화됐다”며 “경제구조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계속 진화해가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국내정치나 세계 각국의 내부정치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주 교수는 ‘문화변화’ 측면에서 “글로벌 해양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전 세계 문명 간 대규모로 교류와 교환이 진행되면서 오늘날의 근대가 만들어졌다”며 “현재 그 과정은 갈수록 가속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봉룡 국립목포대학교 교수의 ‘한반도 해양사의 전개와 전환-‘해양의 시대’에서 ‘해금의 시대’로, 그리고 다시 ‘해양의 시대’로’ 발표에서는 해양사를 통해 한반도의 역사를 짚어보았다. 그는 “해양의 인식과 활동범위가 확대되는 것이 하나의 역사의 순행과정이었다고 보는데 역사적으로 보면 조선시대처럼 역행의 시대도 있었다”며 “지리적 조건이 모든 것을 결정해주는 것은 아니다. 구성원들의 집단적 인지, 선택이 더 중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강 교수는 우리가 다시 한번 해양강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이유로 지리적 조건 속에서 한국의 해양문명사적 DNA가 새삼스럽게 발동하고 있다고 예측해보며, “무엇보다도 지리적 조건을 활용하려는 구성원의 집단적 선택과 의지가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정필수, “역사 속의 한국, 해양강국이자
           글로벌 물류의 선진국”
이슬기, “해양교육, 바다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는
           태도 가르쳐야”

‘세션 4’인 ‘사회과학자의 눈으로 본 해양문명’에서는 정필수 한국종합물류연구원 원장이 ‘물류대국, 역사 속에 살아있다’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진행했다. 정 원장은 “역사는 과거의 사실로 그치는 것이 아니고 오늘의 우리를 볼 수 있게 만들어주는 거울이 되고, 내일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준다”며 “역사 속에서 현재와 미래가 공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5,000년 역사 중 500년만 바다를 멀리했고, 그 나머지는 바다와 함께한 역사를 갖고 왔으니 역사적으로 본다면 우리는 ‘해양강국’이어야 된다”며 “우리가 ‘해양강국’이었던 고려시대에는 전 세계 기호품에 대한 부유층의 수요로 유발된 물류이지만, 물류대국이었다는 사실은 역사 속에 살아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필수 원장은 “역사 속에서 우리는 일찍이 해양물류의 강국이었다. 또한 해양강국이었고, 글로벌 물류의 선진국이었다”며 “미래에도 물류선진국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슬기 KMI 전문연구원은 ‘바다를 이해하는 방법, 해양리터러시와 해양교육’ 주제발표에서 “사회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각 분야 전문가들이 토론하다 보면 결국에는 교육문제로 귀결된다”며 교육이 인간사의 시작이자 마지막이라는 점을 주장했다. 이 전문연구원은 ‘리터러시(Literacy)’를 ‘단순히 읽고 이해하는 기능적 능력을 넘어서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하는 능력’이라 정의하며, “최근 ‘해양리터러시’의 개념은 인간과 해양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능력을 넘어 해양지식을 활용함으로써 해양과 공존하며 발전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하는 능력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 해양교육을 △학교 해양교육 △사회 해양교육 △제도·인프라 기반 3개의 축으로 나누며, 대표적인 해양교육 성과로 해양교육 활성화를 위한 단독 법 제정을 꼽았다. 그는 지난 2005년부터 시작된 해양교육을 실제 수요자인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해양교육을 받아본 집단이 받지 않은 집단에 비해 인식이나 태도에 차이가 있는지 분석한 결과를 공유하며, “해양교육에 한 번이라도 참여했던 집단은 받지 않았던 집단에 비해 해양지식수준이 높았고, 해양의 가치와 문제에 대해 인식하는 수준이나 태도, 행동을 바꾸는데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내륙지역과 연안지역의 해양인식, 환경감수성 등에서 차이가 있는 점을 보아 지리적 한계점을 극복하지 못했으며, 해양교육사업의 주요 타겟이었던 MZ세대의 해양지식수준, 해양인식 등 모든 항목이 다른 세대에 비해 낮게 나와 정부가 추진한 정책의 한계점이 드러났다”고 연구조사결과를 공유했다.


이슬기 전문연구원은 새로운 해양교육은 “단순히 해양지식을 쌓는 것이 아니라 바다를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기 위한 태도를 가르치는 교육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방향성을 제시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특정 분야의 인식과 교육을 고양시키기 위해 첫 번째로 비용 대비 효과적인 방식인 ‘교육과정 내 도입’을 고려한다”며 “그러나 정규과목을 만들기 전에 긴 호흡을 가지고 어떻게 하면 아이들의 삶에 스며드는 교육이 가능할지에 대한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MZ세대들의 해양인식 확대를 위해서는 “새로운 시대, 새로운 가치를 이해하는 방법이 필요하다”며, MZ세대를 위한 해양교육으로 ‘작게 더 작게, 가까이 더 가까이’를 제안했다. 아울러 해변에는 ‘어르신 놀이터’를, 그 옆에 바다생물을 활용한 ‘아이들 놀이터’를 만듦으로써 노인과 아이들이 공존할 수 있는 ‘어르신 놀이터’ 건축을 제시하며, “일상 속에서 바다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느끼고 즐길 기회가 모두에게 열려있어야 우리 사회가 풍요로워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슬기 전문연구원은 해양가치를 국민에게 전달할 방법으로 해양교육을 제시하며, “해양교육에서 ‘놀이’ ‘경험’ ‘일상’ 키워드를 놓치면 안된다. 국가를 이루고 국가를 유지하는 대다수의 시민들이 지지하는 가치를 해양에서 찾는 노력이 우리 모두의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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