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하는 3PL사가 부족하다”

화주사 물류진단없이 대부분 가격덤핑 접근 ‘씁쓸’
3PL컨설팅 정부지원사업, 물류사와 사전내고 없이 지원받기 힘든 구조

 

‘물류에 대한 화주의 변화된 생각은, 이를 수행하는 물류사의 수준을 뛰어 넘는다.’ 코리아나화장품의 물류담당자를 만나보고 온 소감이다. 협소한 국내 시장에서 물류의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방안 중 가장 효과적인 것을 꼽으라면 ‘공동물류’가 상위에 꼽힌다.

 

하지만 한 산업을 아우르는 공동물류를 실현하는 사례는 전무한 상황. 그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까지 만난 물류사 관계자들은 화주들이 꺼리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자사의 경쟁력이 경쟁사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화주사들이 이를 꺼려린는 것. 하지만 김 팀장은 “물류효율을 통해 자사에 도움이 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 찬성이다.”라며 단호한 입장을 표명해 보였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랬다. 세상이 변화한 만큼, 화주사들의 ‘물류생각’도 많은 부분 바뀌었고, 지금도 바뀌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어제와 같은 물류활동과 서비스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물류사 자신을 진단해 봐야 할 때라는 생각이다.

 

코리아나화장품의 물류관건,

전국각지 익일배송, 월평균 물동량 2만4,000박스
1988년 설립이래, 국내 화장품 브랜드로 확고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기업 코리아나화장품(이하 코리아나). 코리아나는 외풍이 세기로 손꼽히는 화장품시장에서도 국내 ‘토종브랜드’로서 그 명맥과 좋은 브랜드 이미지를 이어가며 지난 한해 1,200억원을 상회하는 매출을 올렸다.


이런 코리아나의 물류흐름과 규모는 어떨까. 코리아나 물류의 주요 골자는 천안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전국 각지에 분포돼 있는 1,300개 가량의 거래처에 배송하는 것으로 월 평균 물동량은 2만4,000개(박스/2008년 12월 기준) 수준이다. 이러한 물류흐름을 코리아나는 천안공장 인근에 위치해 있는 자사보유의 창고를 매개로, 전체 아웃소싱을 하고 있다.


코리아나의 지난 상반기까지 물류부문 지출비는 연간 20억원 상당. 1,000억대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으로서 매출액 대비 2%정도에 해당하는 물류비에 기존 회사체제에서는 별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코리아나 내부 혁신의 바람이 불었다. 젊고 유능한 직원을 앞세워 팀제를 구성하고, 팀내 상당부분의 결정권을 그 팀장급들에게 부여한 것. 이러한 변화 속에 회사 물류부문을 담당하는 유통지원팀에 김 훈 팀장이 섰다.

 

그는 기존 물류체제 변화를 위해 올 6월말로 만료되는 기존 물류사와의 결별을 결정하고, 자사 물류의 효율을 최대한 높여주고, 그 이익분을 화주사와 물류사가 공유하는 것이 진정한 3PL이라는 생각아래 적임 3PL업체를 물색하는데 많은 노력과 심혈을 기울였다. 그 과정에서 아직도 미흡한 수준에 머물러 있는 우리나라 3PL 물류산업을 들여다 볼 수 있었고, 그 때문에 예상보다 더한 수고와 시간을 들여야 했다고 토로했다.    

 

김훈 팀장
김훈 팀장
■ 귀사의 물류형태와 그 규모에 대해.
“3PL을 활용하고 있지만, 실상 그동안의 3PL은 ‘절름발이’ 형태였다. 당사와 계약한 물류업체의 하청업체가 자사물류를 수행해왔던 것. 때문에 효율적인 물류흐름을 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물류 효율화 부문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자사의 문제까지 더해 그동안 자사 물류부문에 소요된 20억원의 비용은 거의 고정비로 여겨져 왔다. 이는 자사체제 변화를 통해 작년 3억원의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었고,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올 6월 기존 물류사와의 계약만료 시점에 즈음해서 자사 물류효율을 배가시킬 수 있을만한 새 업체 물색에 나섰다. 지금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H사와 최종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중인데 이 업체를 통해 우리가 기대하고 있는 물류비 절감액은 약 7억원 수준이다.” 

 

■ 업체 선정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일단은 단가이다. 화주사가 물류사를 선정할 때 제일 먼저 단가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최저 단가가 최종 결정요인은 아니다. 이점을 물류사들은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번 작업을 통해서 느꼈지만, 국내 물류사들이 입찰에 참여하면서 무조건적인 가격덤핑을 제시하는 곳이 많았다. 그 업체들의 대부분은 자사 물류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저가공략으로만 현혹하려는 의도가 역력했다. 이런 업체들을 구분해 내기 위해서 우리는 각 센터의 급여명세표와 차량 현황표, 기사 현황표까지 디테일한 부분을 모두 확인했다. 실현가능하지도 않은 덤핑가격을 제시해놓고 나중에 손들어 버리거나, 더 요구하는 사례들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자사 프로세스를 제대로 파악하고 최적화방안을 제시했느냐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화주사 제품의 특징과 물류흐름을 파악하고 최적화할 수 있는 방안을 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은 금세 드러나기 마련이다. 다시 말해 단가가 중요한 결정요인이긴 하지만, 최적방안을 제시하며 실제로 실현가능한 비용을 제시하는 기업을 선택하기 마련이다. 특히 지금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H사는 창고시스템 변경을 통해 인원효율을 높이고, 화물처리 비용을 고정비가 아닌 박스당 고정비로 전환시킴으로써, 물량이 많을 때와 적을 때의 비용을 합리적으로 수수하는 시스템으로 바꾸었다. 이런 작업들을 통해 약 7억원의 물류비 절감을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화장품 물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 주문되는 물량에 대한 전국 익일배송이 가능해야 한다. 결코 쉬운 물류가 아니다. 거기다 아시다시피 화장품은 제품규격이 제각각이어서 소분(小分)작업과 포장작업이 굉장히 까다롭다. 사실 이 때문에 물류의 최적방안을 산출해 내는데 애로가 많다. 여기에 더해지는 것이 선도관리. 잘못된 선도관리는 제품의 하자로 직결되기 때문에 이는 화장품 물류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하겠다.”

 

■ 실상 최적화 물류의 대안으로는 공동물류가 가장 먼저 꼽히고 있다. 공동물류에 대한 생각은.
“찬성이다. 요즘 같은 무한경쟁시대에 때로는 ‘적과의 동침’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례로 새 물류사인 H사와의 계약내용 중 약 2,000평 규모의 자사창고를 H사가 턴킨, 활용하는 조항이 있다. H사가 여기에 경쟁사 물품을 쌓아 놓는다고 해도 상관없다. 여기에 덧붙이자면, 자사 공장 소재 가(可)활용 부지규모가 2만평 정도다. 이중 공장 활용부지(6,000평)를 제외한 나머지 부지(1만4,000평)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를 활용한 보관물류를 구상하고 있다. 이 부지는 2년 뒤에 개통예정인 북천안 IC에 인접해 있어서 전국망을 컨트롤할 수 있는 허브창고로의 경쟁력이 충분하다. 이를 활용해 화장품 공동물류를 실현한다고 한다면 오히려 좋은 사업안이 될 수 있다고 물류사들에 되레 제안하고 싶다. 내 생각이 회사전체의 생각은 아니기 때문에 확언할 순 없지만 적어도 내 생각은 공동물류의 실현으로 회사의 이익을 도모할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다.”

 

■ 3PL관련 정부지원 정책이나, 물류업계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새 물류파트너 선정을 염두에 두고 국토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3PL컨설팅 사업에 관심을 가졌다. 3PL활성화 유도사업으로서, 정부지원분이 있기 때문에 당연 사업설명회에도 참석했었다. 하지만 맹점이 있었다. 컨설팅이라 하면, 여러 업체를 통해 물류진단을 받고 양사 모두에게 최적이라고 판단되는 회사간 계약체결을 유도해야 하는데, 첫 주선된 물류사와 계약까지 체결하지 않으면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되어 있다. 이는 특정 물류사와의 사전내고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3PL에 대한 정확한 정의가 없다보니, 3PL 서비스 업체에 대한 순위나 공신력 있는 업체리스트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루트가 전무했다.
실제로 새 물류파트너사 선정에 있어서 전국배송이 가능한 공신력 있는 3PL업체를 파악하는 데에만 한 달 이상이 소요됐다. 3PL협회도 있었지만 이러한 서비스를 하고 있지는 않았다. 그래서 3PL서비스를 한다는 물류사들의 홈페이지를 일일이 서핑하며 몇 개 업체를 추려야 했고, 그 업체들을 대상으로 자사의 물류현황 자료를 들고 찾아 다녔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안 것이지만 화주사의 전체 물류흐름을 도맡을 만한 3PL업체는 그리 많지 않았다.


전국배송이 가능한 업체는 보관물류가 약했고, 반대로 보관물류에 강점이 있는 업체는 전국배송 체제가 미비한 회사들이 많았다. 심지어는 각 기능을 재 아웃소싱하며, 단지 주선역할만 하는 업체도 있었다. 물류사 역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을 것 같다고는 생각하지만, 기본적으로 화주물류의 최대 효율을 창출해 줄 수 있어야 하는 것이 물류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맥락에서 자기의 이익만을 고려하는 물류사들은 잘못된 사고로 사업을 영위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보다 좀 더 깨어있는 사고로 화주사를 제대로 진단해야 한다. 자사 물류수행에 대해 관심을 보인 대부분의 업체들이 자사의 물류흐름도 제대로 파악해 보지도 않은 채, 사업제안서를 제출하는 모습은 씁쓸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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