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수리 중 발생한 안전사고에 대한 선장 등 형사책임

- 대법원 2022. 5. 26. 선고 2021도12218 판결 -

 

 
 

사안의 개요
가. 피고인 A는 액화석유가스운반선(이하. 이 사건 선박)의 선장이고, 피고인 B는 위 선박의 기관장이었다.
나. 이 사건 선박은 2018. 3. 12.경 중국 선전항에서 공선으로 출항해 부탄가스 등을 적재하기 위해 카타르 라스라판항으로 항해하던 중 연료유를 수급을 위해 2018. 3. 26.경 아랍에미레이트 푸자이라항의 묘박지에 정박하게 되었다.
다. 피고인 A는 이 사건 선박 메인엔진의 5번 피스톤 실린더 내부의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한 사실을 확인하고 연료수급과 동시에 메인엔진의 5번 피스톤 교체 작업을 진행하기로 하였다.
라. 이 과정에서 2등 기관사로서 화물을 관리하는 가스엔지니어로 근무하던 피해자가 피스톤 교체 작업에 참여하였다. 기존의 5번 실린더에 있던 피스톤을 제거하고 새로 설치할 피스톤을 아래로 내리는 작업을 하던 중 피스톤이 아래로 추락하여 크랭크실 내부에서 외부로 빠져나오지 못한 상태였던 피해자의 몸통을 충격하여 피해자는 그 자리에서 압착성 질식 및 가슴 손상으로 사망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


마. 피고인들은 형법 제268조의 업무상과실치사죄로 기소되었고, 제1심 법원은 피고인 A에 대하여 금고 6월, 집행유예 1년, 피고인 B에 대하여 금고 1년, 집행유예 2년의 형을 선고하였다.
바. 항소심에서 피고인들은 업무상 과실이 없고, 설령 과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사고와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항소심 법원은 피고인들에 대하여 이 사건 사고에 대한 업무상과실 및 인과관계를 인정하고, 항소기각 판결을 선고하였다.
다. 대법원은 피고인 A에 대하여는 무죄 취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고, 피고인 B에 대하여는 유죄 취지로 원심판결을 유지하였다.

 

대법원 판시
이 사건에서 주로 문제가 되었던 부분은 피스톤 교체작업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던 선장의 형사 책임 여부였다.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 A에 대하여 업무상 과실이 없고, 설령 과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사고의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1) 피고인 A는 메인엔진의 정비작업에 대해 회사에 구두보고를 거쳐 구두승인을 받았음이 분명한바, 구체적인 작업계획·기상상황 등은 사후에 서면보고 및 승인을 거치는 것이 절대적으로 금지되어 있었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선박의 안전운전 관련 규정상 일정한 경우 회사로부터 구두승인을 받아 조치를 취한 뒤 작업승인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승인절차를 처리할 수 있는데, 이러한 절차 진행을 예정한 것으로 보이는 이 사건 메인엔진 정비작업과 관련한 피고인 A의 조치가 당시의 구체적인 작업계획·기상상황 등에 비추어 부적절함에도 이를 무시하고 이루어진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2) 피고인 A가 관계 항만 당국의 허가를 득하지 않았으나, 이러한 허가 절차는 해상에서 다른 선박의 항로 방해 위험성 등 외부적 위험, 기상 악화 시 선박 자체의 작업 안전성 등을 대비한 것으로 보일 뿐 그러한 허가 절차를 생략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연료수급과 메인엔진의 피스톤 교체작업의 동시 진행이 절대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거나, 그것이 이 사건 사고 발생의 원인이 되었다고는 볼 수는 없다.
3) 이 사건 사고 당시 작업은 이에 필요한 참여인원의 배정 등을 주관하고 직접 지휘한 피고인 B의 요청에 대해 피고인 A가 승인하여 이루어진 것일 뿐 피고인 A가 피해자를 메인엔진 정비작업에 참여하도록 지시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더욱이 피해자는 2급 기관사 면허 취득자로서, 이 사건 사고 이전에도 메인엔진 피스톤 분해조립 작업에 이미 몇 차례 참여한 경험이 있고, 그 당시 최소한 보조작업자로서도 그 참여가 제한·금지된다고 볼 만한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선장으로서의 위와 같은 조치가 적법한 권한 또는 재량의 범위를 넘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업무상과실치사상죄와 관련된 쟁점
가. 업무상 과실

업무상 과실은 업무상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결과발생을 예견하지 못하거나 회피하지 못한 경우를 말한다. 업무는 ‘사람이 사회생활상의 지위에 기하여 계속하여 행하는 사무’를 말하고, 그 사무가 본무 또는 겸무, 부수적 사무이거나, 공무이든 사무이든, 영리를 위한 것이든 오락을 위한 것이지 여부를 묻지 않고 적법한 사무일 것도 요하지 않는다.1) 업무상 요구되는 주의의무는 법률·명령·규칙 등의 법령에 규정되어 있는 경우도 있고, 법령에 규정되지 않더라도 조리, 경험칙, 판례에 의하여도 발생한다. 또한 해당 업무상 요구되는 주의의무는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여 업무의 종류와 성질에 따라 결정되어야 하는데, 그 과실의 유무를 판단함에는 같은 업무와 직무에 종사하는 보통인의 주의정도를 표준으로 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4. 14. 선고 2010도10104 판결 등 참조).

 

나. 인과관계와 객관적 귀속
업무상 과실로 인하여 상해 또는 사망 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인과관계가 존재하여야 하고, 나아가 그 결과를 행위에 객관적으로 귀속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인과관계는 행위가 그 결과를 야기하였는가를 묻는 사실적 차원의 문제이고, 객관적 귀속은 발생된 결과를 정당한 처벌이라는 관점에서 행위자의 성취물로 귀속시킬 수 있는가를 다루는 규범적·법적 문제이다.2) 인과관계에 대하여 판례는 상당인과관계설의 입장을 취하는데, 일반적인 경험칙에 비추어 높은 확률로 발생하는 결과는 인과관계를 인정하고, 낮은 확률로 발생하는 결과는 인과관계를 부정하는 것이다.3) 과실범에서의 인과관계는 ① 주의의무위반관련성 ② 보호목적관련성에 의하여 판단할 수 있는데, 주의의무관련성은 행위자가 주의의무를 다하였더라면 결과발생을 막을 수 있었을 경우에 인과관계를 인정한다는 것이고(즉, 주의의무를 다하였더라도 결과 발생을 막을 수 없는 경우에는 인과관계가 부정된다), 보호목적관련성은 침해된 규범이 그 발생한 결과를 피하기 위한 것일 경우에 인과관계를 인정한다는 것이다.4)

 

다. 과실범의 공동정범
형법 제30조의 공동정범 규정은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한 때에는 각자를 그 죄의 정범으로 처벌한다’고 정하고 있어 고의범과 과실범을 구별하지 않는다. 피고인들은 업무상과실치사죄의 공동정범으로 기소되었는데, 과실범의 공동정범이 성립하는지 여부에 대하여는 학설의 대립이 있다. 공동정범의 경우 공동가공의 의사(공모)를 필요로 하는데, 과실범의 경우 공동으로 범행을 저지르기로 하는 범행결의가 있었는지 모호하기 때문이다. 또한 공동정범이 성립하게 되면 행위자 각자가 그 사고의 결과에 대하여 전부 책임을 지게 되는데, 각자가 맡은 업무 일부에 대한 주의의무를 위반하였을 뿐인데 결과 전부에 대하여 책임을 지게 된다면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 반면에 과실범의 공동정범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안전사고에 대한 처벌의 공백이 발생하고 책임자에 대한 합당한 처벌이 어렵게 된다는 문제점이 있다.


대법원은 과거 태신호 사건(정기여객선의 물품판매원이 석유 등에 주유하다 과실로 선박에 화재가 발생하여 약 60명이 사망한 사건)에서 ‘과실에 있어서는 의사연결의 관념을 논할 수 없으므로 고의범과 같이 공동정범이 있을 수 없다’는 이유로 선장에게는 업무상 실화죄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취지로 과실범의 공동정범을 부정하였다(대법원 1956. 12. 21. 선고 4289형상276 판결). 그러나 이후 ‘공동정범의 주관적 요건인 공동의 의사는 고의를 공동으로 가질 의사임을 필요로 하지 않고 고의 행위이고 과실 행위이고 간에 그 행위를 공동으로 할 의사이면 족하다’고 하여 과실범의 공동정범을 인정하는 것으로 판례를 변경하였고(대법원 1962. 3. 29. 선고 4294형상598 판결), 이후 중대한 안전사고, 즉 우암상가아파트 붕괴사건(대법원 1994. 3. 22. 선고 94도35 판결), 구포역 열차 전복사건(대법원 1994. 5. 24. 선고 94도660 판결), 삼풍백화점 붕괴사건(대법원 1996. 8. 23. 선고 96도1231 판결), 성수대교 붕괴사건(대법원 1997. 11. 28.선고 97도1740 판결), 세월호 침몰사건(대법원 2015. 10.29. 선고 2015도7703 판결) 등에서 그 입장을 유지하여 오고 있다.


해상 사고와 관련하여, 예인선 정기용선자의 현장소장 甲이 사고의 위험성이 높은 해상에서 철골 구조물 및 해상크레인 운반작업을 함에 있어 선적작업이 지연되어 정조시점에 맞추어 출항할 수 없게 되었음에도, 출항을 연기하거나 대책을 강구하지 않고 예인선 선장 乙의 출항연기 건의를 묵살한 채 출항을 강행하도록 지시하였고, 예인선 선장 乙은 甲의 지시에 따라 사고의 위험이 큰 시점에 출항하였고 해상에 강조류가 흐르고 있었음에도 무리하게 예인선을 운항한 결과 무동력 부선에 적재된 철골 구조물이 해상에 추락하여 해상의 선박교통을 방해한 사안에서, 甲과 乙을 업무상과실일반교통방해죄의 공동정범으로 처벌한 사례(대법원 2009. 6. 11. 선고 2008도11784 판결)가 있다.

 

라. 지휘·감독상의 과실
지휘·감독상 책임이란, 업무 그 밖의 사회생활상의 관계에서 지배·종속의 관계에 있는 피감독자에 의하여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범죄가 발생되지 않도록 사전에 감시·감독·지휘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할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5) 지휘·감독상 과실의 경우 결과발생에 직접적인 과실은 피감독자에 의하여 발생하는 것이고, 지휘·감독자의 과실은 피감독자의 과실을 전제로 하는 간접적인 것이며, 많은 경우 피감독자의 과실행위를 부주의로 방지하지 않았다는 부작위를 내용으로 하는 것이기에 과실 여부 및 인과관계 입증이 어려울 수 있다.
판례는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지휘·감독상 과실 여부를 판단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축제 공연 방송 중 과다한 관객들의 출입으로 인하여 인명사고가 난 사건에서 대법원은 축제준비 담당 공무원들 및 시장에 대하여 지휘·감독 책임을 인정하였다(대법원 2006. 10. 26. 선고 2006도5388 판결). 한편 공사현장에서 일어난 안전사고에 대한 사장의 지휘·감독상 책임을 부정한 사례가 있는데(대법원 1989. 11. 24. 선고 89도1618 판결), 위 판결에서 ‘시공회사의 상무이사인 현장소장이 현장에서의 공사감독을 전담하였고 사장은 그와 같은 감독을 하게 되어 있지 않았다면 사장으로서는 그 공사의 진행에 관하여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지 않는 회사직원 혹은 고용한 노무자들이 공사시행상의 안전수칙을 위반하여 사고를 저지를지 모른다고 하여 이에 대비하여 각개의 개별작업에 대하여 일일이 세부적인 안전대책을 강구하여야 하는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주의의무가 있다고 하기 어렵다’고 설시하였다.

 

사안의 검토
가. 논의의 전제
이 글에서는 선장인 피고인 A의 과실이 있는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검토하기로 한다. 피고인 A의 과실이 문제될 수 있는 부분은 ① 작업과 관련한 안전규정을 위반한 부분 ② 작업과 관련한 지휘·감독상의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부분이었다.
선장에게는 선박소유자에 의한 최고의 신임과 법령에 의한 광범위한 권한이 부여되어 있기 때문에 선장은 최고 수준의 신의성실과 주의의무로 그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6) 또한 선원법에서 선장은 해원을 지휘·감독하며, 선내에 있는 사람에게 선장의 직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명령을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제6조). 이러한 선장의 지위에 비추어 볼 때 중대한 인명피해가 발생한 이 사건 사고에서 선장의 책임이 자유로워질 수 있는지 의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형벌은 국가가 추구하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적합한 수단이어야 할 뿐만 아니라 행위자에게 책임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부과되어야 한다는 실질적 의미의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비추어, 이 사건 사고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규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피고인 A에게 이 사건 사고에 관한 과실이 있는지, 그러한 과실과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나. 이 사건 사고의 원인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메인엔진 피스톤 교체 작업은 기존 피스톤 및 피스톤 로드를 제거한 뒤 교체할 피스톤 및 피스톤 로드를 실린더 내부로 삽입해서 재조립하는 순으로 진행되는데, 재조립 순서는 ① 피스톤 및 피스톤 로드의 하강 ② 스터핑 박스 볼트 체결 ③ 크로스헤드 터닝 및 안착 ④ 피스톤 로드 볼트 체결 ⑤ 리프팅 툴 분리의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이 사건 사고는 피스톤 및 피스톤 로드를 삽입하여 재조립하는 과정에서 발생하였는데, ② 단계인 스터핑 박스 볼트 체결 중 피해자가 크랭크 케이스 내부로 들어가 크랭크 위에서 센터를 맞추고 스터핑 박스 볼트를 모두 체결하였다. ③ 단계인 크로스헤드 터닝 및 안착이 완료되었다면 크로스헤드가 피스톤 및 피스톤 로드를 밑에서 받치고 있게 되므로 피스톤 및 피스톤 로드를 리프팅 툴에서 분리하더라도 피스톤 및 피스톤 로드는 낙하하지 않을 것이었다. 그런데 피고인 B는 피해자와 무전 교신 중 ④ 단계인 피스톤 로드 볼트 체결까지 완료된 것으로 오인하여 리프팅 툴 분리를 지시하였고, 상부 작업자들이 리프팅 툴 분리를 시켜 피스톤 및 피스톤 로드가 낙하하게 된 것이다. 즉, 이 사건 사고의 주원인은 피스톤 교체작업 과정에서 피해자의 위치 등을 육안 또는 무전 등으로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만연히 피스톤을 하강한 피고인 B의 과실에 있다.

 

다. 안전규정 위반과 관련한 과실 및 인과관계
이 사건 선박의 소유자는 선박안전운항을 위하여 안전규정를 마련하여 두고 있었는데, 위 안전규정에서는 메인엔진을 위험장비로 분류하여 선장은 최소 1일전 작업승인서 및 위험성 평가서를 위 회사로 송부해야 하고, 담당감독 및 안전규정 관리자의 검토 후 해당 선박관리팀장의 승인을 득하여야 하고, 연료수급 중에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메인엔진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안전규정에서 묘박 중에 메인엔진의 즉각적인 이용을 방해하는 보수정비작업을 금지하면서 묘박 중에 메인엔진 정비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관계 항만당국의 허가를 획득해야만 보수 정비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피고인 A는 묘박 중 메인엔진 피스톤 교체작업을 하면서 위 안전규정을 위반하여, 관계 항만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았고, 회사에 작업승인서 및 위험성 평가서를 송부하지도 않았다(다만 회사로부터 작업에 대한 구두 승인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항소심에서는 안전규정 위반과 관련하여 ‘메인엔진의 정비작업에 대해 회사에 구두 보고만 하였을 뿐 구체적인 작업계획·기상상황 등을 알리지 않은 점, 항만에 묘박 중 메인엔진을 정지한 상태로 메인엔진 피스톤 교체작업을 하는 것에 대해 관계 항만 당국의 허가를 득하지 않은 채 연료수급과 메인엔진의 피스톤 교체작업을 동시에 진행한 점’을 근거로 피고인 A의 과실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위 안전규정은 다른 선박의 항로 방해 위험성 등 외부적 위험이나 기상 악화 시 선박 자체의 작업 안전성 등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부과된 행정적 조치·의무에 관한 것이어서 이를 해태하였다고 하여 그에 관한 행정적인 책임을 넘어 형사상의 과실까지 당연히 인정된다고 단정할 수 없고, 상당인과관계 역시 증명이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위 안전규정은 이에 위반한 행위를 절대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 내부의 작업 절차들을 규율하기 위한 것이어서 그 규정위반에 따른 회사 내부 징계 등의 행정적인 책임을 지면 충분한 것이었고, 또한 위 안전규정은 이 사건 사고와 같은 유형의 안전사고를 막기 위한 직접적인 규정이 아니어서 위 안전규정에 따라 관계 항만당국의 허가를 받아 작업에 임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거나 혹은 그 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줄어드는 것이 아니었다. 이러한 점에서 안전규정 위반과 관련하여 피고인 A의 과실 및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은 대법원의 결론은 타당한 것으로 판단된다.

 

라. 지휘·감독상의 과실
선장인 피고인 A가 피해자를 피스톤 교체작업에 참여하도록 지시한 것에 있어 과실이 있다거나 그 작업과정에서 안전사고를 방지하여야 할 충분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것에 과실이 있는지 여부가 주로 문제되었다.
항소심에서는 ‘선원들의 경력과 근무 경험을 고려해 연료수급과 엔진 정비 등 위험 작업에 필요한 인력을 적절히 배치하여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여야 할 의무를 위반하여 메인엔진 정비 작업 경험이 부족한 피해자를 그 정비작업에 참여하도록 지시한 점’을 근거로 피고인 A의 과실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작업과 관련하여 피해자를 직접 지휘·감독하였다거나 그 작업으로 인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위험을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행위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안전성이 확보되지 아니한 채 그 작업 과정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는 이유로 과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피고인 A가 피해자에게 피스톤 교체작업에 참여하도록 직접 지시한 사실이 없고, 피해자의 경험(총 승선경력이 약 3년 정도이고, 피스톤 교체작업에는 3회 참여하였다)에 비추어 피해자가 피스톤 교체작업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금지된다고 볼 수 없으며, 구체적인 작업과정에서 선장이 안전감독을 일일이 세부적으로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즉, 이 사건 사고는 피고인 B의 이례적인 과실로 발생한 것이고 통상적인 선장을 기준으로 피고인 A가 위법한 지시를 하였다거나 안전감독을 소홀히 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점에서 피고인 A의 지휘·감독상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은 대법원의 결론은 타당한 것으로 판단된다.

 

결론
이 사건은 선박 안전사고에서 지휘·감독자인 선장의 형사책임에 관한 판례이다. 업무상과실치사상죄에서의 과
실 및 인과관계 판단은 객관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규범적·법적 판단이 개입되는 것이기에 이 사건의 결론은 이 사건의 특수성에 기인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를 일반화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위법한 지시가 아니라 통상적인 지시에 따라 실시된 작업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하여는 선장 등의 형사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기준에서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판단한 판례로서, 향후 선박 안전사고에서 선장 등의 형사책임을 판단함에 있어서 중요한 판단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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