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다영 한국해사안전국제협력센터 해사안전연구소 연구원

 

국제해사기구(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 IMO)는 작년 코로나 사태이후 첫 두 달간은 회의를 개최하지 않았다. 회의 진행방식에 관한 규정인 의사규칙(Rule of Procedure)에 따르면, 별도의 결정이 없는 한 회의는 [런던에 소재한] IMO 본부에서 개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언제 극복될지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2020년 3월 제33차 특별이사회의 서면회의(Correspondance meeting) 개최를 시작으로 5월 34차 특별이사회에서 다양한 화상회의 플랫폼을 활용하여 비공식적인 화상회의를 여러 차례 시범적으로 개최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시행착오도 많았던 원격방식의 회의는 원격회의 잠정지침(Interim Guidance to Facilitate Remote Sessions of the [Council/Commeittees] during the COVID-19 pandemic)의 제정과 2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는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백신접종이 순조롭게 진행되며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호전되어 가고 있음에 따라, 사무국은 대면회의로 전환할 것을 제안하였으며, 회원국별 코로나의 상황이 상이하고 개발도상국의 참여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기 때문에 7월 개최된 제127차 이사회에서 기존의 원격회의 방식을 대면회의와 함께 병행하는 하이브리드(Hybrid) 회의방식으로 1년간 시범운영하기로 최종 결정하였다. 이에 따라 9월 개최된 제8차 화물 및 컨테이너운송 전문위원회(Sub-Committee on Carriage of Cargoes and Containers, CCC)부터 I
MO 회의장에서 모두가 함께하는 회의가 재개되었다.
본 기고에서는 IMO와 유엔 관련 기구들의 원격회의가 그간 어떻게 개최되었는지 살펴보고 9월부터 새로운 회의방식으로 전환된 하이브리드 방식의 IMO 회의가 기존과 어떤 차이점이 있었는지, 향후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효율적인지 살펴보도록 한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의 원격회의
논의 초기에는 화상회의로 중요한 의사결정은 못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중국 등 사이버 보안에 민감한 회원국들은 IMO 회의가 대면회의를 원칙으로 하며, 원격회의로 진행할 경우 회원국 간 기술 차이, 온실가스 등 민감한 안건의 보안 문제 등이 우려된다는 반대도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 상황이 언제 호전될지 모르는 시점에서 최대한 기구의 작업이 재개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어 원격회의 지침을 제정하고 주요 안건들을 우선순위로 식별하여 논의를 시작하였다. 회원국이 힘을 합쳐 그간 겪어보지 못한 코로나라는 큰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는 순간이었다.


1일 평균 3시간 동안 진행되었던 원격회의는 대면회의(5일 총 25시간)와는 달리 5일 평균 약 13.75시간으로 축소되었다. 또한 모든 문서가 IMO 문서등재시스템(IMO DOCS)에서 열람 가능한 점을 감안, 원격회의 시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문서의 경우 회의 중 문서의 소개를 생략함으로써 회의시간을 단축하고 논의가 필요한 안건들 위주로 회의를 진행하였다. 이때 개회 전 회원국의 사전 서면검토 기간을 별도로 두는 등 의장의 사전 제안이 효과적이었으며, 주로 기술적인 논의를 하는 작업반은 별도로 회기간 작업반으로 구성하거나 회기 중 줌(Zoom), 팀즈(Teams) 등 다른 플랫폼을 활용하여 작업반 논의를 동시 진행하여 시간 및 접근성 측면에서의 효율을 확보하였다.

 

원격회의의 부작용
일부 회원국들은 팬데믹 이후 작업 재개를 위하여 개최된 원격회의에서 실질적인 논의가 힘들었다는 의견이다.
첫째 대면회의에 비해 본 회의시간은 축소되었으나 실무작업반(WG), 초안작업반(DG) 등 실질적이고 기술적인 논의를 하는 소규모 회의는 약 100회(1,000시간) 이상 개최되어 회원국들의 부담은 오히려 가중되었고 원격회의의 시스템 구축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개도국의 참여율은 실제 대면회의 때보다 급격히 하락하여 기구의 보편성과 효율성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둘째 회의시간에 따른 어려움이다. IMO 회의는 런던시간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를 공식 회의시간으로 하여 진행되었다. 썸머타임이 적용된 시기에 하루가 빠른 한국 등 아시아 국가는 밤 8시부터 11시, 늦게 하루가 시작되는 미국은 새벽 6시에 회의를 시작하였다. 전 세계 회원국이 동시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시차 상 서로의 양보가 필요했던 부분이었다.


셋째 실무작업반(WG), 초안작업반(DG) 등 회의는 5시간씩 4회씩 개최되는데 별도 통역서비스 없이 영어로만 진행되어 비영어권 국가 참여자가 해당 안건을 검토할 시간이 영어권 회원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하였다. 더불어 의장, 회의지원자, 발언자만 한 화면에 나와 다른 대표단의 반응을 알 수 없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었다.
넷째 각 회의별 작업절차가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문서제출 일정을 준수하지 않거나 갑작스러운 의제를 추가하여 절차를 위반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였다. 많은 비정부간기구(NGO)에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관련 정보를 제공한 사례도 발생하는 등도 원격회의의 부작용으로 꼽힌다.

 

타 유엔기구의 사례
유엔은 선거의 경우 대면방식만 가능하지만 소규모 회의는 대면회의를 원칙으로 하되 하이브리드 형태로 개최 중이다. 세계관광기구(UNWTO), 유엔세계식량농업기구(FAO) 또한 유엔과 동일하게 선거의 경우는 대면방식만 허용하며, 하이브리드 회의방식은 각각 ’20년, ’21년에 승인되어 원격회의 기술이 확보된 상황이다.
타 유엔기구 중 대면방식이 아닌 전자방식의 투표가가능하게 절차를 마련한 국제기구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국제노동기구(ILO) 등이 있다. 한편,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와 세계무역기구(WTO)는
이사회 등 고위급 관료들이 참여하는 회의는 대면회의만 허용하는 원칙을 별도로 두고 있다.
선거방식 등 대면회의를 적용하는데 일부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의 국제기구들은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기구가 최소한의 기능을 차질 없이 유지하기 위해 이미 원격회의를 적용하여 운영해오고 있다.

 

하이브리드 회의
IMO 하이브리드 방식의 회의는 본 회의장과 회의시간을 기존 대면회의와 같이 진행하고 참가방법을 대면 참가자와 원격 참가자로 나눈다. 대면 참가자는 발언 요청 시 본 회의장에서 팻말을 들어 요청하며, 사무국 직원은 일반적인 관행에 따라 대면 요청이 있는 순서대로 발언 요청 참가자 목록을 수동으로 작성하여 회의 의장에게 제공한다. 원격 참여자는 Zoom 등 플랫폼을 통해 말하기 기능으로 시스템에서 요청하며, 순서는 시스템에 요청된 순서대로 목록이 자동 작성된다. 의장에게는 발언 요청 목록이 2개가 발생하기 때문에 향후 발언순서에 대한 단일 목록이 개발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시스템은 7월 시행된 시범테스트(상기 이미지 참조) 및 9월에 개최된 CCC 8 회의에서 모두 원활하게 작동하였다. 올해 11월 제128차 이사회에서 9월부터 11월까지 개최될 정기회의들을 통해 하이브리드 방식의 장점, 개선이 필요한 사항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하이브리드 방식의 회의를 1년만 잠정적으로 운영할지, 아니면 새로운 회의방식의 하나로 정식 수용할지에 대해서는 향후 이사회의 결정을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코로나 상황이 호전되고 있지만 회원국별 코로나의 상황이 여전히 상이한 시점에서 IMO 본부의 원격회의 개최 역량, 회의 플랫폼 사용 경험, IMO 직원 및 대표단의 영상회의시스템에 대한 높은 숙련도 등을 감안하여 결정한 하이브리드 회의는 적절한 선택으로 생각된다. 대면회의 참석이 어려운 대표단에게도 동등한 참여 기회를 제공하며, 더 나아가 여성의 참여 확대에 기여할 수도 있고, 핵심 참가자만 대면회의에 참여함으로써 출장 비용을 감소시켜 기후변화에 간접적으로 이익이 될 수 있는 부분들도 그러하다. 또한 원격참여가 가능해짐에 따라 다양한 전문가들의 참여가 확대되어 궁극적으로는 기구의 성과가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새로운 회의방식이기 때문에 시범운영이 끝난 후 정식회의로 전환 시 회의시간과 시차에 대한 회원국 간의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고, 회의체별 회의규정인 의사규칙을 개정하여 원격회의 운영 중 많이 발생한 갑작스러운 의제 추가나 절차 위반문제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또한 모든 회원국의 동등한 참여 기회 보장을 위한 추가적인 조치가 지속 이행되어야 하며, 이러한 노력의 하나인 개도국의 회의참가 비용, 여비 등을 지원하는 다자간 신탁기금(MDTF)이 빠른 시일 내 설립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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