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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의 적기를 놓치지 말라
[588호] 2022년 08월 31일 (수) 15:18:35 한종길 komares@chol.com
   
한종길
성결대학교 교수

코로나로 인한 해운호황으로 해운업계가 예상하지 못할 정도의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몇 년 전에 우리 모두를 나락으로 몰고 갔던 한진해운 파탄이라는 생각하기도 싫은 과거를 망각하고 있지 않은지 걱정이 될 정도이다. 왜냐하면 해운업은 1년 이하의 짧은 호황, 10년의 장기불황이 반복되는 되어 왔지만 코로나로 인한 호황이 2년 이상 이어지면서 더 이상 몸값이 오르기 전에 HMM을 민영화해야 한다는 요구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금은 호황이 곧 끝이 난다는 것은 모두가 예상하고 있다. 다만 언제쯤이 끝이고 불황의 바닥이 얼마나 깊을지, 그리고 다시 호황이 찾아올 시기가 언제인지 아무도 모를 뿐이다. 2000년대 초반, 베이징올림픽과 상하이 엑스포 등으로 끝없이 이어질 것 같았던 이른바 중국효과(China Effect)로 인한 해운호황도 5년여 정도로 막을 내렸지만 정확하게 불경기가 닥칠 것이라고 예측한 기관도 없었고 불경기에 적절하게 대비한 선사도 거의 없었다. 그 결과, 우리나라 선사들이 입은 피해를 여기서 열거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해운업은 호황기에도 항상 위기에 대응한 안정경영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고 이를 위해 안정적인 사업포트폴리오를 갖추어야 한다. 즉 컨테이너선 부문의 경기가 나빠지더라도 유조선이나 벌크선, 육상 물류부문이나 항공운송 등으로 커버할 수 있는 사업구조를 갖추어야 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이다. 현존하는 세계 해운기업 중에서 백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파산의 경험이 없는 해운기업은 일본의 대형 3사가 유일하다. 일본선사들은 해운업의 고질적인 문제인 경기변동을 헷징할 수 있도록 사업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였다. 일본의 대형운항선사들은 컨테이너 부문 등 단일 선종부문이 전체 사업비중의 50%를 넘지 않는 다변화된 사업 포토폴리오를 갖고 있다. 즉, 특정 선종에 대한 운임 하락에도 불구하고 벌크선이나 자동차전용선 등 다른 선종의 수익성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해운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었다.


2017년 한진해운 파산이후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일본 3사가 각자 운항하던 컨테이너부문을 ONE으로 통합하기 전까지 NYK는 육해상을 아우르는 복합물류 및 항공 운송, 부동산 등으로 사업을 다변화하였다. MOL은 벌크선 비중(48%)이 컨테이너(40%)보다 높았고 페리선 등으로 비중을 점차 확대하였으며, K-Line은 높은 컨테이너선(49%)을 기반으로 해양플랜트 지원(Offshore Energy E&P Support)과 중량물 운송(Heavy Lif
ter) 사업 확대 등으로 시장을 확대하였다. 이에 반해 당시 현대상선은 컨테이너 비중 81%, 팬오션은 벌크 비중 65% 등 특정 선종에 대한 쏠림 현상으로 컨테이너 및 벌크선 운임이 하락할 경우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될 수밖에 없는 취약한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해운선사가 다양한 사업포트폴리오를 갖추려면 금융당국의 지원이 핵심이다. 일본은 오랜 국제해운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적절하게 사업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할 수 있도록 금융기관의 지원이 이루어졌다. 일본선사들이 컨테이너 부문을 ONE으로 통합하는 과정에서도 국내 금융기관에 전적으로 선박금융을 의존하고 있어 수월하게 통합이 이루어졌다. 이에 반하여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통합을 통한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해운-조선-금융의 상생협력의 구조가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업포트폴리오 다양화를 위해서는 국적선사의 국내화물 적취율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 국내화물 수송은 국적선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한다는 것이 일본이나 중국의 사례에서 명확하다. 그리고 국내화물 수송을 위한 전용선 발주는 국내 조선소의 안정경영을 위한 지렛대 역할도 한다. 이때 일본과 같이 국내 금융기관이 국내선사의 선복확보에 적극 참여하도록 정부, 조선소, 선사, 은행, 하주 등 다자간 협력을 위한 채널이 마련되어야 한다. 즉, 산자부와 해수부, 중기부 등의 정부부처, 해양진흥공사,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의 정책금융기관, 화주단체와 해운단체가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이 필요하다.


협의체에서는 국내 화주들이 특정화물에서 국적선사를 이용하지 않는 근본적인 원인분석과 해외 선사 대비 국내 선사의 운송비 수준, 화주들이 원하는 항로 및 항차 제공 여부, Service Quality 등 정확한 원인분석을 우선적으로 실시하고 국내선사들이 추가적으로 선복을 공급할 수 있는 여지를 검토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국적선사의 국내화물 적취율에 대한 정확한 통계자료도 발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화물 적취율을 몇 %까지 확대할 것인지를 논의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정확한 통계자료를 만들 필요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중·장기적인 국내화물적취율 확대 방안에 기초하여 선종별 필요 선복량을 산출하고 해진공을 중심으로 선복확보를 단계적으로 추진하여 우리 선사들이 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이루도록 지원해야 한다. 동 협의체에서 일본과 같이 자국선사 이용시 선사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운임으로 안정적인 수송을 제공할 수 있도록 양질의 선박금융 제공방안도 협의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해운계도 백년선사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불경기만 찾아오면 경영위기로 혈세가 투입되고 글로벌 공급사슬에 불안을 야기하고 선원들은 하선을 못하고 바다를 떠도는 불행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하나의 날개로만 나는 새는 오래 날 수 없다. 단일 선종에 의존하는 기업이 대기업이 된 사례도 없다. 선주사조차도 단일선종 보유의 위험에서 탈피하고자 벌크선, 자동차선, 컨테이너선에서 LNG전용선까지 보유를 다각화하고 있다. 우리 해운계가 해야 할 최우선 과제는 사업포트폴리오의 다각화이고 지금이야말로 그것을 할 적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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