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중 지정된 정박지에서 어선의 무중항법 위반 등으로 정박선과 충돌

 
 

이 충돌사건은 제한된 시계상태에서 항행 중인 어선 A호가 무중항법 위반과 부적절한 조선으로 지정된 정박지에 정박 중인 B호를 피하지 않아 발생한 것이나, B호가 정박당직 소홀과 적절한 피항협력동작을 취하지 아니한 것도 일인이 되어 발생했다.

 

<사고 내용>
○사고일시 : 2020. 7. 22. 15:50경
○사고장소 : 여수·광양항 D-1 정박지 안

 

<사건의 개요>
A호는 다른 어선 4척과 함께 권현망 어업의 선단을 이루어 조업하고, 어획물을 운송한다. 어로작업은 주로 여수시 국동항을 출항하여 여수시 남면에 위치한 소리도 연안 2∼3마일 해상에서 이루어진다. A호는 선단 어선들이 어로작업(8∼10시간)을 하여 어획한 어획물을 어창에 적재하여 솥에 삶은 후 어획물 보관장소에 보관하며, 이후 여수 국동항, 남해 미조항 또는 사천항으로 운송한다. A호는 기상이 양호한 경우 통상 1개월 동안 17∼18회 항차 어획물을 운송한다.
A호 선장은 여수항·광양항의 수상구역 밖에 지정된 D-1 정박지에 대형 선박들이 정박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A호는 2020. 7. 22. 15:00경 선장을 포함한 선원 3명이 승선한 가운데 경상남도 남해군에 위치한 미조항에서 어획물을 양하한 후 출항하여 선단 어선들이 어로작업 중인 소리도 남방, 거리 2∼3마일 해상으로 향하였다.
선장은 조타실에서 혼자 항해당직을 수행하면서 보슬비가 내리고 안개가 끼어 시정이 좋지 않자 레이더를 작동하여 탐지거리 0.75마일에 맞추어 사용하였고, GPS Plotter에 이미 작도해 둔 항로를 따라 [그림 1]과 같이 침로 약 210도로 항행하였다. A호는 같은 날 15:31경 침로 215도 및 속력 11.4노트로 항행 중이었고, 이때 상대선박 B호는 D-1 정박지에 정박 중으로서 A호의 정선수 방향, 거리 약 3.6마일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러나 A호 선장은 이를 알지 못하였다.
A호는 같은 날 15:43경 침로 212도 및 속력 11.6노트로 백서등대를 자선의 좌현 정횡, 거리 0.37마일에 두고 통과하였고, D-1 정박지에 정박하기 위해 침로 005도 및 속력 4.4노트로 항행 중인 일반화물선 C호(길이 183m, 너비 32m)가 VHF로 호출하여 우현 대 우현으로 통과하자고 하자 이에 합의하였다. C호는 A호가 우현 대 우현으로 통과하자고 합의한 후 피항동작을 취하지 않자 [그림 2]와 같이 우현 변침을 하여 충돌을 피해 지나갔다.


A호 선장은 뒤늦게 좌현 변침한 후 C호를 통과하자 [그림 3]과 같이 같은 날 15:46경 우현 변침을 하였고, B호를 알지 못한 채 GPS Plotter에서 선단 어선들의 위치를 확인한 후 선단 어선들 쪽으로 향하기 위해 계속 우현 변침을 하여 같은 날 15:48경 침로를 237도로 정침하였다. 이때 B호는 A호의 정선수 방향, 거리 약 0.35마일에 있었으나, 해면반사로 A호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았다.
A호 선장은 충돌 직전 정선수 전방 2〜3미터 거리에 큰 선박이 있는 것을 육안으로 보고 기관을 전속 후진으로 사용하며 타를 조작하였다. 그러나 A호는 2020. 7. 22. 15:50경 침로 242도 및 속력 11.5노트로 항행 중 자선의 정선수부와 정박 중인 B호(선수방위 332도)의 선미 우현부가 양 선박의 선수미선 교각 약 090도를 이루며 충돌하였다.


 사고 당시 해상 및 기상상태는 보슬비가 내리고 안개가 끼어 시정이 6〜7미터로 제한되었고, 남서풍이 초속 4〜8미터로 불며 파고 약 1.0미터의 물결이 일었다.
B호는 2020. 7. 20. 23:06경 여수항 VTS센터의 지시에 따라 여수항·광양항 D-1 정박지에 정박하였고, 등화(백색 전주등)와 형상물(구형 1개)를 표시하였다.
2등항해사는 같은 달 22일 12:00경부터 선교에서 레이더를 작동·사용하며 정박당직 수행 중이었고, 당시 보슬비가 내리고 안개가 끼어 시정이 제한되었으나 기적을 울리지 않았다.
2등항해사는 충돌 전 작동 중인 레이더로 A호가 접근하고 있는 것을 알았으나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충돌 직전 선교 우현으로 나가 손을 흔들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B호는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A호와 충돌하였다.

 

<원인의 고찰>
 1. 항법의 적용

이 충돌사건은 보슬비가 내리고 안개가 끼어 시정이 6〜7미터로 극히 제한된 상태이었으므로 먼저 ‘제한된 시계상태에서 선박의 항법’이 적용된다.
또한 A호는 당시 침로 212〜242도 및 속력 11.1〜11
.6노트로 항행 중이었으므로 항법상 ‘대수속력을 가지고 항행 중인 동력선’에 해당하고, B호는 여수항·광양항의 지정된 정박지인 D-1 정박지에 정박 중이었으므로 항법상 ‘정박선’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충돌사건은 ‘대수속력을 가지고 항행 중인 동력선’과 ‘정박선’ 사이에 발생하였으므로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COLREG)’제2조의 규정에 따라 ‘선원의 상무’규정도 적용되어 A호가 B호를 피하여야 한다.


2. A호의 운항행위
선장은 시계가 제한된 상태에서 선박을 운항할 경우 안전한 속력을 준수하고, 체계적인 레이더 관측을 포함한 경계를 강화하며, 기관을 즉시 조작할 수 있도록 준비하여야 하고, 2분을 넘지 않는 간격으로 장음 1회의 무중신호를 울리는 등 무중 항법을 준수하여야 한다.


그러나 A호 선장은 보슬비가 내리고 안개가 끼어 시계가 극히 제한된 상태에서 A호를 평상시와 같이 속력 약 11노트로 운항함으로써 안전한 속력을 준수하지 않았고, 무중신호도 울리지 않았다. 그리고 선장은 [그림 2]와 같이 여수항·광양항 D-1 정박지에 10척의 대형 선박이 정박 중인 상황에서 레이더 탐지거리를 0.75마일로 설정·사용하며 장거리 주사를 포함한 체계적인 레이더 관측을 하지 아니하였고, GPS Plotter에 정박 중인 대형 선박들의 위치가 표시되었으나 확인하지 않는 등 주변 경계를 소홀히 하였다.
특히 A호 선장은 충돌 약 6분 전 자선의 전방 좌현 쪽에서 D-1 정박지에 정박을 위해 접근하고 있는 대형 선박 C호가 VHF로 호출하여 우현 대 우현 통항하기로 하였으나 [그림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항동작을 취하지 않자 C호가 우현으로 변침하여 피항동작을 취하여 통과하였고, 이후 A호가 뒤늦게 좌현 변침을 하였다. 즉 A호 선장은 C호의 존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였거나 C호와의 VHF 교신이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판단된다.


또한 충돌 약 4분 전 C호를 통과한 후 상대선박 B호가 자선의 정선수 우현 17도 방향, 거리 약 0.7마일에 위치하고 있었으나, 작동 중인 레이더 및 GPS Plotter에서 확인하지 않은 채 선단 어선들을 향해 정침하기 위해 우현 변침을 하였다. 그 결과 A호는 충돌 약 2분 전 상대선박 B호의 선미부가 자선의 정선수, 거리 약 0.35마일에 위치하게 되면서 급박한 충돌 위험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 결과 A호 선장은 충돌 직전 정선수 전방 2〜3미터 거리에 B호가 있는 것을 육안으로 보고 기관과 타를 사용하여 충돌을 피하고자 하였으나 A호와 B호가 충돌하였다.
따라서 A호 선장이 무중 항법을 준수하지 아니한 행위와 충돌 약 6분 전부터 충돌할 때까지 제한된 시계상태에서 자선의 전방 좌현 쪽에 있는 C호 쪽으로 뒤늦게 좌현 변침을 하여 충돌의 위험에 직면하게 하고, 이후 우현 변침하여 정박 중인 B호 쪽으로 접근하며 급박한 충돌 위험에 직면하게 한 선장의 부적절한 조선 행위는 이 충돌사건의 주된 원인이 되었다고 판단된다.

 

3. B호의 운항행위
정박 중인 선박은 규정된 등화 및 형상물을 표시하고 정박당직자를 배치하여 적절한 주변 경계를 하여야 한다. 그리고 만약 다른 선박이 충돌의 위험을 가지고 접근하는 경우에는 다른 선박이 피해가도록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하여 발광신호 또는 음향신호로 주의환기신호를 보내는 등 적절한 피항협력동작을 취하여야 한다.
B호는 여수항·광양항의 지정된 정박지인 D-1 정박지에 정박한 후 규정된 등화 및 형상물을 표시하였고, 사고 당시 2등항해사가 정박당직을 수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충돌 1시간 전부터 보슬비가 내리고 안개가 끼어 시정이 극히 제한된 상태였다.


그러나 2등항해사는 정박당직 중 무중신호를 울리지 않았고, 충돌 6분 전 A호가 거리 약 1.1마일로 접근하면서 정박하기 위해 D-1 정박지에 접근 중인 C호와 VHF 교신을 이후에 좌현 변침 후 우현 변침을 하며 자선에 접근하고 있었으나, 경계 소홀로 이를 알지 못하였다. 2등항해사는 이후 충돌 직전 A호가 접근하는 것을 알고 선교 밖 우현으로 나가 큰소리를 쳤을 뿐 기적을 울려 A호가 피해가도록 주의환기신호를 보내는 등 적절한 피항협력동작을 취하지 아니하였다.
따라서 2등항해사가 정박당직을 소홀히 하고 적절한 피항협동작을 취하지 아니한 행위는 이 충돌사고의 일부 원인이 되었다고 판단된다.


4. A호의 해양오염
A호는 선수 상갑판에 크레인 유압유탱크가 설치되어 있다. 이 크레인 유압유탱크는 충돌의 충격으로 뚜껑이 열리면서 유압유 0.5리터가 상갑판으로 튀어 흘린 후 해상으로 유출되어 오염(엷은 유막 50m x 30m)을 발생시켰다. 유출된 유압유는 해양경찰 구조정이 유흡착재 등을 이용하여 제거하였다.

 

<시사점>
○ 어선 선장은 제한된 시계상태에서는 실행 가능한 한 선박이 지정된 정박지를 피해 항행하도록 조선하여야 한다. 특히 시정이 양호한 상태에서 선박이 불가피하게 지정된 정박지를 통과하여야 한다면 정박 중인 선박의 닻줄과 접촉을 피하기 위해 정박선의 선미 쪽으로 항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지정된 정박지에 정박 중인 선박도 시계상태와 관계없이 적절한 당직을 유지하여야 하고, 다른 선박이 충돌의 위험을 가지고 접근할 경우 주의환기신호를 울리는 등 적절한 피항협력동작을 취하여야 한다. 특히 제한된 시계상태에서는 무중신호를 울리면서 주변 경계를 강화하여야 한다.
○ 어선 A호 선장은 VHF 교신으로 외국적 대형 선박 C호와 ‘우현 대 우현 통항’을 합의하였으므로 적절한 피항동작으로서 좌현 변침을 하여야 하나, 즉시 피항동작을 취하지 아니하다가 뒤늦게 좌현 변침 후 우현으로 변침을 하였다. 정황상 60대 중반인 A호 선장은 영어를 사용한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VTS 관제사는 비록 어선이 관제 대상 선박에 해당하지 않으나, 어선 선장과 관제 대상인 외국적 선박 사이 VHF 교신이 원활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경우 어선 선장에게 외국적 선박의 의도를 전달하는 등 적절히 지원한다면 충돌사고 예방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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