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4일 전면 개방…보행데크, 근린공원 등 친수공간으로 탈바꿈
근대 무역항부터 북항 재개발까지, 다사다난 북항 변천사

 

 
 

부산항만공사(BPA)가 5월 4일 부산항 북항 1단계 재개발구역 내 공공시설을 개방했다. 작년 12월 문화공원 1호 2만 6,000㎡(약 7,800평)를 개방한데 이어 올해 문화공원 2호와 3호, 경관수로, 보행데크 등 약 6만평 규모의 공공시설을 개방했다. 1876년 부산항 개항 이후 146년간 닫혀있었던 항만을 친수공간으로 재탄생시켜 시민에게 제공했다.
추가 개방되는 대표적인 주요시설로는 원도심 통합개발과 연계한 폭 60m 규모의 보행데크와 축구장 면적의 약 17배 규모의 근린공원, 그리고 바다와 연결되어 부산항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약 1.3km의 경관수로 등이다. 랜드마크 부지는 사업자 공모 및 토지사용 전까지 국내 최대규모인 8만 9,000㎡ 면적의 도심 야생화단지로 조성돼 오랜 사회적 거리두기로 지친 부산시민들에게 다양한 즐길거리와 볼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항은 입지적으로 유럽과 아시아 대륙을 연결하고 있으며, 한국의 동·남해안 관광 벨트의 중심축에 위치한 교통 요충지이자 해양 항만의 거점지이다. 부산항 주변에 남포동, 광복동, 자갈치 시장 등 상업 지구가 발달되어 있으며, 2020년 부산시 도시 기본 계획에 상업 용지로 반영되어 있어 개발 잠재력이 우수한 지역이다.


부산항 북항은 우리나라 일제강점기부터 근현대사를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876년 부산항이 처음 개항 당시 ‘부산포(釜山浦)’라는 명칭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무역항으로 개항한 근대적 무역항으로 개발되는 과정에서 형성됐다. 일제와의 불평등 조약에 의해 이뤄진 북항 개발공사는 1876년 개항부터 이뤄져, 1898년에 부산 해관 부지 매축 공사 및 확장 공사를 시작으로 1902년에 정차장, 세관, 우편국을 설치하면서 축항 공사를 시작했다. 이후 1912년 6월 15일에 경부선 철도가 개통되면서 부산항 북항 제 1부두가 완공되었고, 항만과 철도 노선의 연결을 통해 부산항을 대륙 침략의 거점이자 식민지 수탈품의 수송로로 활용되었다. 
제 1부두를 시작으로 일제강점기 일본은 전쟁 수행을 목적으로 군사수송을 위해 2~4부두를 건설했다. 이후 제 2부두는 6·25 전쟁 발발로 유엔군의 군수 물자 기지로 활약하기도 했다. 1953년 2월 6일 유엔군에서 대한민국 정부로 이양되고 부관훼리호 국제 여객 부두로도 이용되었다.


일제강점기에서 벗어나고 6·25전쟁의 동족상잔의 비극을 같이 겪어온 부산항은 1960년대에 들어서야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1962년 정부 주도로 경제 개발 5개년 계획으로 수출 중심의 경제 개발이 이루어지면서 부산항은 수출입 기지로서 그 중요성이 증대됐다. 수출입 물동량 증가와 해상 수송 수요 증가 및 컨테이너 선적 수요 증가로 인해 항만 시설의 확충 문제가 대두되자 부두 시설 개선 및 증설을 위하여 1974년부터 부산항 개발 계획 사업이 시행되어 북항의 전면적인 개축 공사가 시작됐다. 노후화된 시설을 기계화 설비로 바꾸고 부두 부지를 전면 재포장하여 하역 기능을 강화하면서 현대화된 항만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것이다. 이와 함께 컨테이너와 다양한 화물 운송을 원활히 하기 위해 특수 목적 부두인 제5~8부두가 건설되었으며, 1980년대 이후 신선대 부두, 우암 부두, 감만 부두 등 컨테이너 부두 신설을 통해 항만 설비가 확대됐다.


하지만 1990년대에 들어서 어느 정도 현대화된 항만의 모습을 갖춘 부산항 북항에 다시 암운이 드리운다. 컨테이너물동량은 급증하고 있는데 비해 항만 시설은 부족하여 컨테이너 전용부두가 아닌 일반부두에서 컨테이너 화물을 처리하는 등 부산항 컨테이너 시설부족 문제라는 난관에 부딪힌다. 중·단기 개발계획을 추진한다 해도 늘어나는 컨테이너물동량을 원활히 처리하기 어려워졌다. 이에 반해 날로 대형화, 고속화되는 컨테이너선은 컨테이너 항만 시설의 현대화와 대형화를 끊임없이 요구되고 있으며 현재까지도 항만 발전의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이다. 급격히 성장하는 경쟁 항만들과 비교하여 부산항의 시설낙후가 점점 심화되었고 대형선사들이 부산항 기항을 기피하는 사례가 점점 증가하여 부산항의 대대적인 개발이 절실히 요구되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부산항 운영주체인 부산항만공사(BPA) 주도로 1995년부터 2040년까지 부산항과 바로 인접한 가덕도일원에 대규모 컨테이너 터미널인 신항을 건설하기로 했다. 1997년 10월에 착공을 시작한 신항은 총 3단계 사업으로 현재 22개 선석이 운영중이며, 2040년까지 남컨테이너부두와 서컨테이너부두에 34개 선석을 추가할 계획이다. 


컨테이너 전용부두인 신항이 건설되고 재래부두인 북항의 물동량의 절반 이상을 신항이 도맡아 처리하게 되자 북항은 재래부두의 경쟁력 저하라는 문제에 당면하게 된다. 이에 정부는 항만기능의 재배치와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2008년부터 2022년까지 부산시 중구와 동구 일원에 있는 연안·국제여객부두, 중앙부두, 1~4부두를 시민과 상업, 문화 중심의 항만으로 개편하는 이른바 ‘북항 재개발사업’에 돌입하게 됐다. 전체면적 1
53만㎡ 공간에 약 2조 4,000억원의 사업비를 투자하는 국내 1호의 대규모 항만재개발사업으로 정부는 북항 재개발 사업을 통해 부산 신항만 개장과 관련한 부산항 항만 기능을 재편하고, 태평양과 유라시아 대륙을 연결하는 국제적인 관문 도시로서 위상을 정립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로써 부산 시민들에게 친수 공간 제공 및 세계적인 워터프런트를 조성하여 국제 해양 관광 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고 부산항과 주변 지역을 연계 개발하여 부산 지역 경제의 활성화 및 부산 재창조의 계기가 마련됐다.


북항은 부산시민과 부산을 오가는 관광객들에게 지친일상에 휴식처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직은 완벽하진 않지만, 연안여객터미널을 개·보수한 부산항 기념관, 1부두 창고를 리모델링한 복합문화공간 등 공공시설이 2~3년 이내에 순차적으로 들어설 예정이다. 5년 뒤엔 중앙동에서 트램을 타고 공원 중심부로 편하게 갈 수도 있다. 146년이란 긴 시간동안 국민과 함께 다사다난한 시기를 묵묵히 버텨온 북항, 새롭게 변신한 북항의 모습을 맞이하러 가보는 것도 좋은 추억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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