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법상 퇴직금제도 및 임금채권보장제도의 체계와 내용

- 대법원 2022. 4. 28. 선고 2020다262229 판결 -

 

 
 

1. 서론
선원법은 선원의 근로조건의 기준 등에 관하여 정하고, 이를 통해 선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선원법 제1조). 선원법은 해양노동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근로기준법과 별도로 제정된 해양노동기준법이다.1) 선원법 제5조 제1항은 선원의 근로관계에 관하여 적용·준용되는 근로기준법 규정을 열거하고 있다.2) 위와 같이 열거된 조항 외 선원의 근로조건의 기준에 관한 사항은 선원법에서 달리 정한 규정이 있으면 그에 따르고, 그렇지 않다면 민법·상법의 일반 규정이나 원리에 의하여 규율될 것이다.3)4)


근로기준법 제34조(퇴직급여 제도)는 “사용자가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퇴직급여 제도에 관하여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이 정하는 대로 따른다”고 규정한다. 이에 따라 일반적인 근로자의 퇴직급여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이하 ‘퇴직급여법’)이 정하는 바에 따른다. 또한 퇴직금 등을 지급받지 못하고 퇴직한 근로자에 대해서는 임금채권보장법에 의한 지급 보장 조치가 마련되어 있다.5) 그런데 선원법 제5조 제1항은 근로기준법의 퇴직급여 제도에 관한 규정(제34조)를 적용ㆍ준용 대상에 포함하지 않고 있고, 선원법 제55조 내지 제56조의2는 선원법상의 퇴직금제도 및 선박소유자의 퇴직 선원에 대한 임금 및 퇴직금의 지급을 보장하기 위한 임금채권보장보험 등의 가입의무 등에 관한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다. 따라서 선원법이 적용되는 선원6)의 퇴직금에 관한 한 근로기준법, 퇴직급여법 및 임금채권보장법이 적용되지 않고, 선원법에 의한 퇴직금제도 및 퇴직금 지급을 위한 보장 체계가 독자적으로 작동한다.7)


선원법상 퇴직금제도 및 임금채권보장보험에 관한 판례는 흔하지 않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 2022. 4. 28. 선고 2020다262229 판결(이하 ‘대상판결’)에서는 선원법상 퇴직금제도 및 임금채권보장제도의 체계와 내용에 관련한 중요한 법리들이 확인·선언된 바 있다. 이하에서는 대상판결을 기초로 선원법상 퇴직금제도 및 임금채권보장제도에 관하여 개관해 보기로 한다.

 

2. 사실관계
가. 국내 해운사인 A 회사는 B 회사와 사이에 선박 및 선원 관리계약을 체결한 후 원고들8)과 사이에 A 회사 소유의 선박(이하 ‘이 사건 선박’)에 관한 선원근로계약(이하 ‘이 사건 선원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원고들은 이 사건 선원근로계약에 따라 이 사건 선박에 승선하여 선원으로 일하였다. 원고 1은 2015. 2. 18.부터 2015. 12. 1.까지(이하 ‘1차 승선기간’) 이 사건 선박에 승선하여 근무한 후 하선하였다가 2016. 2. 29.부터 2016. 9. 21.까지(이하 ‘2차 승선기간’) 다시 이 사건 선박에 승선하여 근무한 후 하선하였다(총 승선기간: 1년 4개월 6일). 원고 2는 2014. 5. 29.부터 2015. 4. 8.까지 이 사건 선박에 승선하여 근무한 후 하선하였다(총 승선기간: 10개월 10일).


나. 피고(한국해운조합)는 구 선원법(2016. 12. 27. 법률 제145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선원법’) 제56조에 따른 임금채권보장보험을 운영하는 법인으로서, A 회사와 사이에 선원임금채권보장계약(이하 ‘이 사건 보장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원고들에 대한 체불임금(이하 ‘체당금’) 보장의무를 인수하였다.


다. A 회사가 2016. 9.경 이 사건 선박을 압류당하는 등 도산 상태에 이르게 되자, 원고들은 구 선원법 시행규칙(2017. 1. 2. 해양수산부령 제21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9조에 의하여 인천지방해양수산청에 도산 등 사실인정 확인신청을 하였는데, 인천지방해양수산청장은 2017. 1. 26. 선원법 시행규칙 제39조의2에 따른 도산 등 사실인정 통지를 하였다.


라. 이에 원고들은 선원법 시행규칙 제39조의3에 의하여 체불임금지급사유의 확인신청을 하였고,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은 선원법 시행규칙 제39조의4에 의하여 체불임금지급사유 확인의 통지를 하였다.
마. 원고들은 인천지방해양수산청으로부터 발급받은 도산 등 사실인정서 등을 첨부하여 피고에게 체당금(임금 및 퇴직금) 청구를 하였는데, 피고는 원고들의 체당금 청구 중 임금 부분은 모두 지급하였으나, 퇴직금 부분에 관하여는 원고 1의 경우 ‘1차 하선 시 체당금 지급사유 미발생하여 퇴직금 제외, 2차 승선의 계속근로기간 6개월 이상 1년 미만으로 승선평균임금의 20일분 인정’을 이유로 그 청구 금액 중 일부만 인정하여 지급하고, 원고 2의 경우 ‘하선 시 지급사유 미발생하여 퇴직금 제외’를 이유로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바. 한편 이 사건 보장계약의 약관(이하 ‘이 사건 약관’) 제4조는 아래와 같이 규정하고 있다.

 

제4조 (보장하는 금액)
① 조합은 기금가입자의 다음 각호에 사유로 인하여 퇴직한 선원이 지급받지 못한 선원법 제56조에서 정한 임금의 최종 3개월분과 퇴직금의 최종 3년분(이하 ‘체불임금’이라 한다)의 지급을 이 약관의 규정에 따라 보장합니다.
1.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른 파산의 선고 또는 회생절차 개시의 결정
2. 선원법에 따른 지방해양항만관청의 도산 등 사실인정
② 제1항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보장의 범위를 제한하는 보장계약을 체결할 수 있습니다.

 

3. 사건의 경과
가. 원고들은 피고를 상대로, 선원법 제56조 및 이 사건 약관 제4조에 의하여 미지급된 퇴직금을 체당금으로 지급할 것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나. 제1심에서 피고는 아래와 같은 다섯 가지 주장9)으로 위 체당금 채권의 존재를 부인하거나 항변을 제기하였다. 


① 선원법 제56조 제1항10) 및 이 사건 약관 제4조 제1항의 문언에 의할 때, 선원에게 체당금으로 퇴직금을 지급하기 위하여는 ‘선박소유자의 파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11)로 퇴직한’ 경우라야 하고, 그와 무관한 사유로 퇴직한 후에 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체당금 지급사유에는 해당하지 않는다(이하 ‘퇴직사유 제한 주장’).
② 1차, 2차 승선기간은 연속된 것이 아니라 단절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원고는 선원법 제55조 제1항의 퇴직금 지급요건인 계속근로기간 1년을 충족하지 못한다(원고 1에 대하여, 이하 ‘근로관계의 단절 주장’).
③ 1차, 2차 승선기간은 연속된 것이 아니라 단절된 것이라는 전제에서, 피고가 A 회사와 체결한 선원임금채권보장계약 상 보험기간이 1차 보험의 경우 2015. 4. 1.부터 2016. 3. 31.까지이고, 2차 보험의 경우 2016. 4. 1.부터 2017. 3. 31.까지인데, 1차 승선 후 하선 시점에 체당금 지급사유가 발생하지 않은 이상 그 후 1차 보험의 효력은 기간 만료로 소멸되었으므로 1차 보험에 의해서 체당금이 지급될 수는 없고, 2차 보험에 의해서 1차 승선기간 동안의 체당금이 지급될 수도 없다(이하 ‘보험기간의 제한 주장’).


④ 피고가 원고 2에게 체당금으로 지급할 퇴직금은 선원법 제55조에 의하여 그 범위가 제한되어야 한다(원고 2에 대하여, 이하 ‘선원법 제55조 범위 제한 주장’). 원고 2는 이 사건 선원근로계약에서 근로계약기간이 1년 미만임에도 불구하고 퇴직금을 매월 일정액(월 승선평균임금의 1/12에 상당하는 금액)으로 정하여 하선월의 익월 임금 지급일에 이를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는바, 이러한 내용의 퇴직금제도는 선원법 제55조의 규정 내용보다 원고 2에게 더 유리한 것이었다. 피고는 원고 2에게 체당금으로 지급할 퇴직금은 위 선원근로계약에서 정한 바가 아니라 선원법 제55조에 정한 바에 따라 산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위 퇴직금 분할지급 약정의 효력에 관해서는 피고도 특별히 다투지 아니하였다).
⑤ 이 사건 선박에 대한 선박임의경매 사건에서 원고들이 이 사건에서 청구하는 퇴직금을 선원법에 따른 최우선변제임금채권으로 배당받았으므로, 이 사건 청구는 부당하다(이하 ‘이중 청구 주장’).
제1심법원은 위 주장들을 모두 배척하고,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12)
다. 피고는 위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하였다. 그러나 항소심 법원은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위 각 주장에 대한 항소심 법원의 판단은 다음과 같다.13)

 

① 퇴직사유 제한 주장에 대하여
선원법 제56조는 선박소유자가 사업을 계속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경영이 불안정한 경우에 선원이 임금이나 퇴직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조치를 마련함으로써 선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향상시키고자 함에 그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선원법 제1조 및 임금채권보장법 제1조 참조). 임금채권보장법 제7조 제1항은 특별히 퇴직사유를 제한하고 있지 아니하고 단지 일정한 경우 퇴직한 근로자에게 미지급 임금 등을 지급하도록 되어있을 뿐이다. 그 입법취지나 목적 등에 비추어 볼 때, 선원법의 경우 위와 달리 볼 이유가 없어 보인다. 선원법 제56조 제1항의 문언에 의하면, ‘선박소유자의 파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로 퇴직한 선원이 받지 못할 임금 및 퇴직금의 지급을 보장하기 위하여’라고 되어 있다. 여기서 ‘선박소유자의 파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로’ 부분이 뒤의 ‘받지 못할’ 부분을 수식하는 것이라고 볼 여지가 충분히 있으므로, 이를 반드시 ‘선박소유자의 파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로 퇴직하여야’ 체당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시행령 제18조에서는 위 ‘선박소유자의 파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로 ‘파산선고 등’의 경우 외에 지방해양항만청장의 ‘도산등사실인정’을 들고 있는데, 제18조의2에 따르면 위 도산등사실인정은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받지 못하고 퇴직한 선원이 퇴직한 날의 다음날부터 1년 이내에 도산등사실인정의 신청을 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 이에 비추어 볼 때, 퇴직이 선행되고 난 후에 위 도산등사실인정이 이루어지도록 되어 있고, 그 경우에도 여전히 선원법 제56조 제1항의 ‘선박소유자의 파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로 퇴직한 선원이 받지 못할 임금 및 퇴직금의 지급을 보장하기 위하여’라는 요건에 해당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선원법 제56조 제1항의 문언은 ‘선박소유자의 파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퇴직한 선원이 받지 못한 임금 및 퇴직금을 보장한다’는 의미로 해석하여야 한다.

 

② 근로관계의 단절 주장에 대하여
퇴직금을 산정함에 있어서는 근로계약이 만료됨과 동시에 근로계약기간을 갱신하거나 동일한 조건의 근로계약을 반복하여 체결한 경우에는 갱신 또는 반복한 계약기간을 모두 합산하여 계속근로연수를 계산하여야 하는 것이고(대법원 1997. 12. 26. 선고 97다17575 판결 참조), 갱신되거나 반복 체결된 근로계약 사이에 일부 공백 기간이 있다 하더라도 그 기간이 전체 근로계약기간에 비하여 길지 아니하고 계절적 요인이나 방학 기간 등 당해 업무의 성격에 기인하거나 대기 기간·재충전을 위한 휴식 기간 등의 사정이 있어 그 기간 중 근로를 제공하지 않거나 임금을 지급하지 않을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근로관계의 계속성은 그 기간 중에도 유지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6. 12. 선고 2004다29736 판결 참조). 원고 1이 하선 후 재승선한 사이의 공백 기간이 2~3개월 미만에 불과하고 매년 비슷한 시기에 공백 기간이 존재하는 점에서, 이는 계절적 요인 또는 선원이라는 업무의 성격에 기인하거나 대기 기간·재충전을 위한 휴식 기간 등으로 관행적으로 이용되어 온 것으로 보인다(이 사건 선원근로계약 제8조에서 ‘선원이 8개월간 계속하여 승무한 경우에는 그로부터 4개월 이내에 선원에게 유급휴가를 부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원고 1은 상당한 기간 동안 계속적으로 이 사건 선박에 승선 및 하선을 반복하면서 동일 또는 유사한 조건의 근로계약을 반복하여 체결하였고, 이 사건 선원근로계약은 별도 합의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연장되고, 총 근로계약기간이 1년을 초과할 경우에는 계약이 갱신되는 것으로 보아 온 것으로 인정된다. 이러한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볼 때, 퇴직금 지급요건인 계속근로기간을 산정함에 있어서 원고 1의 1차, 2차 승선기간 동안의 근로관계는 단절되지 않고 계속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③ 보험기간의 제한 주장에 대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 1의 1차, 2차 승선기간 동안의 근로관계는 단절되지 않고 계속되었다고 보아야 하므로, 최종적으로 하선한 시점에 적용되던 2차 보험에 의하여 1차, 2차 승선기간 전체에 대한 체당금 지급의무가 인정된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원고 2에 관해서는 최종적으로 하선한 후에 1차 보험기간이 만료되었고 그 후 2차 보험기간 동안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발생하였는바, 이 경우에도 피고가 원고 2에게 체당금을 지급할 의무가 발생하는지가 문제될 수 있다. 그러나 피고의 퇴직금 지급의무는 보험기간 내에 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발생하고, 퇴직한 선원이 ‘받지 못한 임금 및 퇴직금이 존재’하기만 하면 족하고, 반드시 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 발생 시점과 퇴직 시점이 모두 보험기간 내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원고 2에 관해서도 2차 보험기간 동안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발생한 이상, 그전 1차 보험기간 동안에 최종 하선(퇴직)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는 위 원고에게 2차 보험에 기하여 미지급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④ 선원법 제55조 범위 제한 주장에 대하여
퇴직금제도에 관한 구 선원법 제55조의 규정은 퇴직금제도의 최저기준을 정한 것으로서, 개별 선원근로계약에 의하여 선원에게 더 유리한 퇴직금제도를 둔 경우에는 위 법 규정이 아닌 선원근로계약이 적용되어야 하고, 피고가 선원임금채권보장계약에 따라 인수한 퇴직금 보장의무도 최소한 선원법 제55조에 따른 퇴직금의 최종 3년분을 하회하지 않는 한도에서 실제로 선원에게 지급되어야 할 퇴직금이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 선원근로계약에 의하여 원고들에게 더 유리한 퇴직금제도를 둔 경우, 피고는 이 사건 선원근로계약에 따라 원고들에게 미지급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선원법 제55조에 의하여 그 범위가 제한된다고 볼 수는 없다.

 

 ⑤ 이중 청구 주장에 대하여
이 사건 선박에 대한 선박임의경매 사건에서 원고들이 이 사건에서 청구하는 퇴직금이 포함된 금액을 각 청구금액으로 하여 그중 일부 금액을 각 배당받은 사실이 인정되나, 위 각 배당액을 공제한 잔존 채권액이 여전히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금액을 상회하는 사실 또한 인정된다. 그런데 담보권 실행을 위한 경매에서 배당된 배당금이 담보권자가 가지는 수개의 피담보채권 전부를 소멸시키기에 부족한 경우에는 민법 제476조에 의한 지정변제충당은 허용될 수 없고,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 변제충당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고 하여 그 합의에 따른 변제충당도 허용될 수 없으며, 획일적으로 가장 공평타당한 충당방법인 민법 제477조 및 제479조의 규정에 의한 법정변제충당의 방법에 따라 충당하여야 하는 것인바(대법원 2000. 12. 8. 선고 2000다51339 판결 참조), 민법 제477조 제2호에 의하면, 채무전부의 이행기가 도래하였거나 도래하지 아니한 때에는 채무자에게 변제이익이 많은 채무의 변제에 충당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원고들이 각 배당받은 위 배당금은 변제이익이 더 많다고 볼 수 있는 ‘체당금(이 사건 청구금) 외의 채권’에 충당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위 배당으로 인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채권이 변제되었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14)


라. 피고는 이에 불복하여 대법원에 상고하였다. 피고는 상고심에서 위 ① 내지 ④ 주장을 상고이유로 주장하였다. 대법원은 위 ① 내지 ③ 주장에 대한 판단에 관하여는 항소심의 판단을 정당한 것으로 수긍하여 그에 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④ 주장에 대한 판단에 관하여는 항소심과 달리 구 선원법 제56조 제2항 제2호에서 정한 ‘제55조에 따른 퇴직금’은 해당 퇴직 선원에 대한 ‘선원법 제55조 제1항 본문 또는 제5항에 따른 퇴직금’(이하 ‘법정퇴직금’)을 의미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대상판결은 피고가 이 사건 보장계약에 따라 원고들에게 지급하여야 하는 미지급 퇴직금의 액수는 선원근로계약에서 정한 퇴직금을 기준으로 산정되어야 한다고 판단한 항소심 판결에 구 선원법 제56조에서 정한 ‘제55조에 따른 퇴직금’이나 약관의 해석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보아 항소심 판결을 파기, 환송하였다.15)

 

4. 대상판결의 판시사항
대상판결은 ① 퇴직사유 제한 주장 ② 근로관계의 단절 주장에 관하여는 항소심 판결을 그대로 원용하여 정당하다고 판단하였다. ③ 보험기간의 제한 주장에 관하여는 법리 설시를 통해 항소심의 판시를 일부 교정하였고 ④ 선원법 제55조 범위 제한 주장에 관하여는 앞서 본 바와 같이 항소심이 전제한 법리와 다른 법리를 판시하였다. 위 ③, ④ 부분에 관한 구체적 판시는 다음과 같다(①, ② 주장에 관한 판단 부분은 지면 관계상 생략함).
  
 [③ 보험기간의 제한 주장에 관하여]
구 선원법 제56조는 선박소유자의 파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 퇴직한 선원이 받지 못할 임금 및 퇴직금의 지급을 보장하기 위하여 선박소유자로 하여금 보험 또는 공제에 가입하거나 기금을 조성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는 선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하려는 규정으로서 그에 따라 선박소유자가 가입하거나 조성하여야 하는 보험, 공제 또는 기금은 적어도 선원법 제52조에 따른 임금의 최종 3개월분과 제55조에 따른 퇴직금의 최종 3년분 모두의 지급을 보장하여야 한다. 위 규정의 입법취지와 보장 내용 등을 고려할 때, 선박소유자가 가입한 보험 등에서 정한 가입기간 안에 선박소유자의 파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발생하면 퇴직한 선원은 최소한 선원법 제52조에 따른 임금의 최종 3개월분과 제55조에 따른 퇴직금의 최종 3년분을 지급받을 수 있고, 여기서 지급의 대상이 되는 임금과 퇴직금에는 퇴직한 선원이 해당 가입기간 전에 제공한 근로의 대가에 해당하는 부분도 포함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원심은 피고가 A 회사와 체결한 이 사건 보장계약의 2차 가입기간 안에 구 선원법 제56조 제1항에서 정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발생한 이상, 피고는 원고들의 승선기간 중 이 사건 보장계약의 2차 가입기간에 포함되지 않는 부분에 대한 미지급 퇴직금도 지급할 책임이 있고, 이 사건 보장계약의 약관 제4조 제1항에 따르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유 설시에 일부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위와 같은 결론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계약의 해석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④ 선원법 제55조 범위 제한 주장에 관하여]
가. 구 선원법 제56조는 선박소유자가 가입하거나 조성하여야 하는 보험, 공제 또는 기금은 적어도 ‘제55조에 따른 퇴직금’의 최종 3년분의 지급을 보장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제2항 제2호). 선원법 제55조는 선박소유자로 하여금 계속근로기간이 1년 이상인 선원이 퇴직하는 경우에는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하여 승선평균임금의 30일분에 상당하는 금액을 ‘퇴직금’으로 지급하는 제도를 마련하도록 하면서도(제1항 본문) 그 퇴직금 제도와 같은 수준을 밑돌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선원노동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단체협약 등에 의해 퇴직금 제도를 갈음하는 제도를 시행할 수 있다고 정하고(제1항 단서), 계속근로기간이 6개월 이상 1년 미만인 선원이 선원근로계약 기간이 끝나거나 선원에게 책임이 없는 사유로 선원근로계약이 해지되어 퇴직하는 경우에는 승선평균임금의 20일분에 상당하는 금액을 ‘퇴직금’으로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제5항).


이와 같은 구 선원법 제56조의 입법취지, 선원법 제55조와 구 선원법 제56조의 문언 및 체계, 선원법 제55조가 제1항 본문 및 제5항에 따른 ‘퇴직금’과 제1항 단서에 따른 ‘퇴직금 제도를 갈음하는 제도’를 구분하고 후자에 대해서는 제1항 본문에 따른 퇴직금 제도와 같은 수준을 밑돌지 아니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구 선원법 제56조 제2항 제2호에서 정한 ‘제55조에 따른 퇴직금’은 해당 퇴직 선원에 대한 ‘선원법 제55조 제1항 본문 또는 제5항에 따른 퇴직금’(이하 ‘법정퇴직금’이라고 한다)을 의미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선원법 제55조 제1항 단서에 따라 ‘퇴직금 제도를 갈음하는 제도’를 두거나 별도의 약정으로 법정퇴직금을 초과하는 액수를 지급하기로 한 경우에 그중 법정퇴직금 액수를 초과하는 부분까지 여기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보장계약의 약관 제4조 제1항은 피고가 지급을 보장하는 퇴직금의 범위에 관하여 ‘퇴직한 선원이 지급받지 못한 선원법 제56조에서 정한 퇴직금의 최종 3년분’이라고 정하고 있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1) 이 사건 보장계약의 약관 제4조 제1항에 따라 피고가 두인해운에서 퇴직한 선원들에게 지급을 보장하는 ‘선원법 제56조에서 정한 퇴직금의 최종 3년분’이란 결국 구 선원법 제56조 제2항 제2호가 정한 ‘제55조에 따른 퇴직금의 최종 3년분’, 즉 법정퇴직금 중 최종 3년분을 의미한다. 따라서 피고가 이 사건 보장계약에 따라 원고들에게 법정퇴직금 중 최종 3년분에 해당하는 액수를 초과하는 부분까지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


2) 결국 원심으로서는 원고들의 법정퇴직금 액수가 얼마인지를 심리한 다음 이를 기초로 피고가 이 사건 보장계약에 따라 원고들에게 지급하여야 하는 미지급 퇴직금의 액수를 산정하였어야 한다.
라. 그런데도 원심은 구 선원법 제56조 제2항 제2호가 ‘동조 제1항에 따른 보험, 공제 또는 기금이 적어도 제55조에 따른 퇴직금의 최종 3년분의 지급을 보장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는 등의 사정만으로, 원고들과 두인해운 사이에 체결된 선원근로계약에서 정한 퇴직금이 법정퇴직금보다 유리하므로 피고가 이 사건 보장계약에 따라 원고들에게 지급하여야 하는 미지급 퇴직금의 액수는 선원근로계약에서 정한 퇴직금을 기준으로 산정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구 선원법 제56조에서 정한 ‘제55조에 따른 퇴직금’이나 약관의 해석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5. 검토
가. 선원법상 퇴직금제도  

선원법은 임금의 개념, 퇴직금의 산정기준 및 방법 등에 관하여 근로기준법 및 퇴직급여법의 그것들과 현저한 차이를 두고 있는바, 이는 근로기준법이 일반적인 근로관계를 규율대상으로 하는 것임에 비하여 선원법은 장기간 고립되어 이동하는 선박과 함께 일정한 생활을 영위하면서 침몰·좌초 등 해상 고유의 위험에 일상적으로 노출되어 있는 등으로 특수한 환경에 놓여 있는 선원의 근로관계를 규율대상으로 하는 데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선원법상의 퇴직금제도는 선원의 근로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설계된 것으로서 근로기준법상의 퇴직금제도와 선원법상의 퇴직금제도는 별개의 제도로 운영된다.16)


선원법상 퇴직금은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① 하나는 계속근로기간이 1년 이상인 선원이 퇴직하는 경우에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하여 승선평균임금의 30일분에 상당하는 금액’을 퇴직금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선박소유자는 이와 같은 수준을 밑돌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선원노동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단체협약이나 선원근로계약에 의하여 퇴직금제도를 갈음하는 제도를 시행할 수 있다(선원법 제55조 제1항). ② 다른 하나는 계속근로기간이 6개월 이상 1년 미만인 선원으로서 선원근로계약의 기간이 끝나거나 선원에게 책임이 없는 사유로 선원근로계약이 해지되어 퇴직하는 선원에게 승선평균임금의 20일분에 상당하는 금액을 퇴직금으로 지급하는 것이다(선원법 제55조 제6항). 이 유형의 퇴직금은 그 내용이 구 선원법(1984. 8. 7. 법률 제375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2조 제1항에서 정하고 있던 퇴직수당 제도에 연혁적 근거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17) 그러나 위 구 선원법상 퇴직수당 제도는 (선원법 제128조에 의해 준용되는) 근로기준법상 퇴직금 제도와 양립할 수 있는 것이었던 데 반해,18) 현재는 독자적이고 특별한 퇴직금 유형으로 인정되므로 그 법적 성질은 이전과 다르다.19) 근로기준법, 퇴직급여법상 퇴직금제도는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하여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퇴직금으로 퇴직 근로자에게 지급할 수 있는 제도’를 설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계속근로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 4주간을 평균하여 1주간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에 대하여는 사용자의 퇴직금 지급의무 없음).20) 위 ① 유형의 퇴직금은 이러한 일반적인 퇴직금에 상응하는 것이다. 이와 달리 ② 유형의 퇴직금은 일반적인 근로계약에서는 지급되지 않는 선원법상의 특별한 퇴직금이다. 이는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선원근로계약은 8개월 이내의 비교적 단기간의 계약으로 체결되는 경우가 많은 점을 고려하여, 선박소유자가 계속근로기간 6개월 이상, 1년 미만의 비교적 단기간동안 선박에 승선하여 근로를 제공한 선원에 대해서도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이나마 퇴직금을 지급하도록 함으로써 선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향상시키기 위하여 인정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나. 선원법상 임금채권보장제도     
 1) 선원법상 임금채권보장제도 일반

선원에 대한 임금 및 퇴직금은 임금채권보장법의 적용범위에서 제외된다(임금채권보장법 제3조 본문,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6조 단서, 같은 법 시행령 제2조 제1항 제2호).21) 선원법은 대신 제56조 제1항에서 “선박소유자는 선박소유자의 파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로 퇴직한 선원이 받지 못할 임금 및 퇴직금(이하 ‘체불임금’)의 지급을 보장하기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보험 또는 공제에 가입하거나 기금을 조성하여야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독자적인 임금채권보장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선원법 제56조의 임금채권보장제도는 선박소유자가 사업을 계속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경영이 불안정한 경우에 선원이 임금이나 퇴직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조치를 마련함으로써 선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향상시키고자 함에 그 목적이 있는 것이다(선원법 제1조 및 임금채권보장법 제1조 참조).


피고는 한국해운조합법에 기하여 설립되어 선원임금채권보장기금을 운영하면서 위 공제(보험) 사업을 하는 법인으로서, 선박소유자인 A 회사와 사이에 선원임금채권보장계약(공제계약 내지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피고는 퇴직한 선원이 체불임금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469조에도 불구하고 선박소유자를 대신하여 체불임금을 지급한다(제56조 제3항). 이는 임금채권보장법 제7조에서 정한 고용노동부장관(그 권한은 같은 법 제27조, 같은 법 시행령 제24조 제2항 제1호에 의하여 근로복지공단에 위탁된다)의 대지급금(체당금, 替當金)22) 지급 규정에 대응하는 것이다. 거칠게 말하자면, 일반적인 근로관계에서의 대지급금은 임금채권보장법에 따라 근로복지공단에서 임금채권보장기금을 통하여, 선원근로관계에서의 체불임금에 대한 대지급금은 피고(한국해운조합)에서 선원임금채권보장계약에 의하
여 지급하게 된다고 할 수 있다.

 

2) 임금채권보장에 따른 대지급금의 지급 요건과
   보장 대상

선원법 제56조 제2항은 “제1항에 따른 보험, 공제 또는 기금은 적어도 다음 각 호의 모두에 해당하는 체불임금의 지급을 보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는데, 구 선원법은 ‘제52조에 따른 임금의 최종 3개월분, 제55조에 따른 퇴직금의 최종 3년분’을 보장대상으로 정하고 있었고, 2016. 12. 27. 개정된 선원법은 ‘제52조에 따른 임금의 최종 4개월분, 제55조에 따른 퇴직금의 최종 4년분’을 보장 대상으로 한다. A 회사는 2016. 9.경 이 사건 선박을 압류당하는 등 도산 상태에 이르게 되었고, 그에 따라 피고의 퇴직 선원들에 대한 체불임금 지급 사유가 발생하게 되었으므로, 원고들이 피고를 상대로 제56조 제3항에 따라 대지급금(체당금)의 지급을 청구하는 이 사건에 대하여는 구 선원법이 적용된다.  


원고들의 청구에 대하여, 피고는 선원의 퇴직사유가 선원법 제56조 제1항의 ‘선박소유자의 파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에 한정된다는 주장을 하였다(퇴직사유 제한 주장). 그러나 선원법상 임금채권보장제도의 취지를 고려하면, ‘선박소유자의 파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는 ‘선원의 퇴직’을 수식하는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하여 선박소유자가 선원에게 임금 및 퇴직금을 체불하는 상황을 수식하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당연하다. 이는 선원법 제56조 제1항에 대응하는 임금채권보장법 제7조 제1항의 규정과 대조하여 보면 분명히 알 수 있다.


또한 위와 같은 선원법상 임금채권보장제도의 입법취지와 보장 내용 등을 고려할 때, 선박소유자가 가입한 보험 등에서 정한 가입기간 안에 선박소유자의 파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발생하면 퇴직한 선원은 최소한 선원법 제52조에 따른 임금의 최종 3개월분과 제55조에 따른 퇴직금의 최종 3년분을 지급받을 수 있고, 여기서 지급의 대상이 되는 임금과 퇴직금에는 퇴직한 선원이 해당 가입기간 전에 제공한 근로의 대가에 해당하는 부분도 포함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피고는 대지급금의 지급 사유가 발생한 보험의 가입기간 내에 선원이 퇴직하여야 하고, 해당 보험의 가입기간 내에 제공한 근로의 대가에 해당하는 부분만 보장 대상에 포함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였으나(보험기간의 제한 주장), 이는 제56조 제1항, 제2항의 문언과 체계에 반한다.

 

다. 계속근로기간의 산정
피고는 원고 1에 대하여는 근로기간의 단절을 주장하였다. 만약 원고 1의 1차, 2차 승선기간이 단절된다고 보게 되면, 원고 1은 선원법 제55조 제1항에 의한 퇴직금이 아니라 제6항에 의한 퇴직금을 분할하여 지급받게 된다. 일반적으로 근로관계는 단순히 근로자가 형식적으로 퇴직하였다고 하여 종료되는 것이 아니고, 재입사 이후 근로관계가 계속된 것으로 파악한다.23) 대법원은 근로계약이 만료됨과 동시에 근로계약기간을 갱신하거나 동일한 조건의 근로계약을 반복하여 체결한 경우에는 갱신 또는 반복한 계약기간을 모두 합산하여 계속근로기간을 계산하여야 하고,24) 갱신되거나 반복 체결된 근로계약 사이에 일부 공백기간이 있다 하더라도 그 기간이 전체 근로계약기간에 비하여 길지 아니하고 계절적 요인이나 방학 기간 등 당해 업무의 성격에 기인하거나 대기 기간·재충전을 위한 휴식 기간 등의 사정이 있어 그 기간 중 근로를 제공하지 않거나 임금을 지급하지 않을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근로관계의 계속성은 그 기간 중에도 유지된다고 한다.25)


선원법 제69조 제1항은 “선원이 8개월간 계속하여 승무(수리 중이거나 계류 중인 선박에 승무하는 것을 포함한다)한 경우에는 그때부터 4개월 이내에 선원에게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 유급휴가의 일수는 계속하여 승무한 기간 1개월에 대하여 6일로 한다(제70조 제1항). 이는 가족이나 사회로부터 떨어져 장기간 고된 근로를 할 수 밖에 없는 선원근로의 특성상 지나치게 장기간 승무하는 것을 지양하고, 선원에게 재충전을 위한 충분한 휴식기간을 제공하도록 하는 취지이다.26) 이러한 점에서 선원근로계약은 장기의 계약으로 체결되기보다는 항해 단위를 기준으로 8개월 이내의 비교적 단기간 계약으로 체결하되, 휴식기간을 거친 후 동일하거나 유사한 조건의 근로계약을 반복하여 체결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27) 일반적인 근로관계와 달리 선원근로관계에 대해서는 ‘6월이상 1년미만의 선원근로계약기간이 종료되어 퇴직하는 선원’에 대하여도 선박소유자가 퇴직금을 지급하도록 한 것도 이러한 선원근로의 특성이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제1심법원과 항소심 법원은 △선원들이 하선 후 재승선한 사이의 공백 기간이 2~3개월 미만에 불과하고 매년 비슷한 시기(겨울)에 공백 기간이 존재하는 점 △선원들이 상당한 기간 동안 계속적으로 이 사건 선박에 승선 및 하선을 반복하면서 동일·유사한 조건의 근로계약을 반복하여 체결한 점 △이 사건 선원근로계약은 별도 합의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연장되고, 총 근로계약기간이 1년을 초과할 경우에는 계약이 갱신되는 것으로 보아온 것으로 인정되는 점 등을 들어 원고 1의 반복된 승선기간 동안 근로관계가 단절되지 않고 계속되었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타당한 판단이다.


  
라. 선원법 규정보다 더 유리한 퇴직금에 대한
     대지급금 지급의무의 존부

선원법 제55조 제1항 본문은 “선박소유자는 계속근로기간이 1년 이상인 선원이 퇴직하는 경우에는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하여 승선평균임금의 30일분에 상당하는 금액(밑줄은 필자, 이하 같다)을 퇴직금으로 지급하는 제도를 마련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는 퇴직급여법 제8조 제1항이 “퇴직금제도를 설정하려는 사용자는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하여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퇴직금으로 근로자에게 지급할 수 있는 제도를 설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즉 일반적인 근로관계에 있어서 근로기준법과 퇴직급여법이 사용자가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지급하여야 할 퇴직금액의 하한을 규정하면서 단체협약이나 노사 간의 합의를 기초로 위와 같이 법이 보장하는 하한을 상회하는 퇴직금제도의 설정을 비교적 자유롭게 허용하는 것28)과 달리, 선박법은 선박소유자가 선원에서 법정의 퇴직금 액수(승선평균임금의 30일분에 상당하는 금액)을 지급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다만 선박소유자는 선원법 제55조 제1항 단서에서 정한 바에 따라, 선박소유자가 본문에서 정한 퇴직금 수준을 ‘밑돌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선원노동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단체협약이나 선원근로계약에 의하여 퇴직금제도를 갈음하는 제도를 시행할 수 있다. 이러한 체계는 퇴직급여법이 채택한 체계에 비하여 경직된 것이다.


더욱이 선원법은 제55조 제5항 소정의 퇴직금에 대해서는 그에 갈음하는 퇴직금제도를 상정하고 있지 않다. 결국 선원법상 퇴직금은 선박소유자가 제55조 제1항 단서에 의하여 ‘선원노동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단체협약이나 선원근로계약에 의하여 본문에서 정한 퇴직금제도를 갈음하는 제도’를 시행하지 않는 한 제55조 제1항 본문에서 정한 퇴직금과 제5항에서 정한 퇴직금으로 법정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구 선원법 제56조 제2항은 선박소유자가 가입하거나 조성한 보험, 공제 또는 기금은 ‘제55조에 따른 퇴직금의 최종 3년분’ 모두에 해당하는 체불임금의 지급을 보장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러한 선원법 제55조, 제56조의 문언을 체계적으로 해석하면, 선박소유자가 가입하거나 조성한 보험, 공제 또는 기금은 제55조 제1항 본문 또는 제5항에서 정하고 있는 ‘법정퇴직금’에 대해서만 대지급금의 보장의무를 부담한다.


대상판결은 선원법 제55조, 제56조의 문언과 체계에 충실하게 해석한 것이다. 항소심 법원은 제56조 제2항의 ‘적어도’라는 문구에 주목하였으나, 애초에 제55조에서 채택한 퇴직금체계가 엄격한 것이기 때문에 위 ‘적
어도’는 결국 ‘반드시’라는 정도를 넘어서 별다른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법이 정한 바에 따른 퇴직금 지급을 선원법이 이처럼 경직된 퇴직금제도 및 임금채권보장제도를 채택한 이유는 분명하지 않다. 다만 이를 통해 선원법상 퇴직금제도 및 임금채권보장제도의 법적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은 보장된다. (선원)임금채권보장기금의 안정적인 운용이라는 이익은 높은 공익성을 가진다. 이러한 관점에서, 비록 선원법이 위와 같은 퇴직금제도를 설계한 이유는 분명하지 않으나, 선원임금채권보장기금의 안정적 운용에는 기여할 수 있으리라고 평가할 수 있다.

 

마. 법정퇴직금의 산정
결국 대상판결의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환송법원은 원고들의 법정퇴직금 액수를 산정하여야 한다. 법정퇴직금 액수는 승선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여기서 ‘승선평균임금’은 근로기준법상 평균임금에 대응하는 것으로서, ‘산정하여야 할 사유가 발생한 날 이전 승선기간(3개월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최근 3개월로 한다)에 그 선원에게 지급된 임금 총액을 그 승선기간의 총일수로 나눈 금액’을 말한다. 다만 이 금액이 통상임금보다 적은 경우에는 통상임금을 승선평균임금으로 본다(선원법 제2조 제12호). 이는 선원근로의 특수성을 반영한 것인데, 만약 근로기준법상의 평균임금을 적용하게 되면 선박소유자의 전선명령(轉船命令), 하선명령,
승선기간의 단축 등에 의하여 그 액수가 크게 좌우될 수 있으므로 ‘승선(乘船)’ 기간을 전제로 평균임금을 산정하는 것이다.29) 이때 평균임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임금은 선박소유자가 근로의 대가로 선원에게 지급하는 금품으로서, 선원에게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되고 단체협약, 취업규칙, 급여규정, 근로계약, 노동관행 등에 의하여 선박소유자에게 그 지급의무가 지워져 있는 것을 말한다.30)

 

6. 결론
대상판결은 선원법 제55조 및 제56조에서 정한 선원의 퇴직금제도 및 임금채권보장제도의 체계와 내용에 관한 기본적인 법리들을 최초로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대상판결을 통해서 선원의 퇴직금이 체불되는 경우에 그 지급을 보장하는 보험, 공제 또는 기금이 대지급금을 지급할 요건, 대상, 그리고 그 범위에 관하여 확인할 수 있었다.
선원의 근로조건이나 임금, 퇴직금, 재해보상 등에 관한 선원법의 규정들은 근로기준법이나 퇴직급여법, 임금채권보장법, 산업재해보상보장법 등의 일반 법률에서 규정하는 것과 다른 체계를 채택하고 있을 수 있다. 그러므로 양자의 차이와 관계를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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