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항예부선이 기상악화 중 결합설비 불량과 닻끌림 대비소홀로 좌초1)

이 좌초사건은 압항예부선이 기상악화상태에서 정박 중 결합설비 불량과 무리하게 출항한 후 닻끌림 대비를 소홀히 함으로써 발생했다.

 

 
 

<사고 내용>
○사고일시 : 2008. 2. 27. 06:05경(세계시+8시간)
○사고장소 : 타이완 타이쭝항 남방파제등대로부터 약 204도 방향, 거리 약 3.3마일
지점

 

○압항예선 글로리1호·2호와 압항부선
   글로리3호의 결합 및 운항형태

압항예선 글로리1호 및 글로리2호와 압항부선 글로리3호는 1991. 1. 1. 일본 코치시(高知市)에 있는 다이오조기주식회사(大旺造機株式會社)에서 모래채취·운반용 일체형 압항선단으로 건조·진수되었다.
이 선박들은 일체형 압항선단(이하 특별히 구분하여 지칭할 필요가 없을 경우 3척을 합쳐 ‘글로리호 압항선단’이라 한다)을 이루어 운항하며, 압항예선과 압항부선의 결합은 [그림 3]과 같이 압항부선 글로리3호의 좌현 선미부 결합구(結合口)에 압항예선 글로리1호의 선수부를, 우현 선미부 결합구에 압항예선 글로리2호의 선수부를 각각 삽입한 다음, 끝단에 고무판이 부착된 유압실린더 2개를 이용하여 압항예선 글로리1호·2호의 각각 우현측 앞쪽과 뒤쪽에서 압항부선 글로리3호에 압착시키는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압항예선 글로리1호·글로리2호는 [그림 1]과 같이 기관실이 설치되어 있고, 운항하고자 할 경우 먼저 글로리1호·글로리2호의 기관실에서 각각 주기관을 작동한 후 압항부선 글로리3호의 선교에서 주기관을 운전하며 압항선단을 조선한다. 그리고 글로리호 압항선단은 정박하고자 한 경우 압항부선 글로리3호의 선수에 설치된 닻(anchor)을 이용한다. 압항부선 글로리3호에는 선수 좌현·우현에 각각 닻(Stockless anchor, 무게 1,500kg)이 설치되어 있고, 각 닻에는 닻줄(Anchor chain, 직경 34mm) 250미터가 연결되어 있다.
글로리호 압항선단의 소유자(이하 ‘선박소유자’라 한다)는 2005. 9. 일본 국내에서 모래채취운반용으로 사용하던 글로리호 압항선단을 도입하여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당시는 ‘선박검사기술협회’였다)으로부터 제1회 정기검사를 받고 해상화물운송사업등록을 한 뒤, 주로 북한에서 바다모래를 채취·운송해왔으며, 이 과정에서 선박관리회사에게 위탁하여 국제항해에 종사하지 아니하는 선박의 선박안전관리체제(이하 ‘내항선 선박안전관리체제’라 한다)를 수립·시행해왔다.


선박소유자는 이후 북한산 모래의 물동량이 감소함에 따라 영업영역을 바꿀 요량으로 2007. 12.부터 2008. 2.까지 부산광역시에 있는 원영조선소에서 압항부선 글로리3호를 화물운송용 부선으로 개조하였다. 이 과정에서 압항부선 글로리3호는 모래채취용 크레인을 철거하고 화물창의 덮개(Hatch cover)를 새로 설치하는 한편 화물창을 크게 연장하여 총톤수가 1,766톤에서 2,064톤으로 증가되었다.
선박소유자는 압항예선 글로리1호·글로리2호의 결합용 유압실린더에 부착된 고무판이 낡아 교체하였다. 이때 일본산 고무판을 국산으로 바꿨으나 재질이나 성능 등 상태에 대해서는 점검하지 않았다. 선박소유자는 압항부선 글로리3호의 개조 등에 앞서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부산지부에 글로리호 압항선단에 대한 제1종 중간검사 및 항행구역 변경을 신청하였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부산지부는 선박소유자로부터 글로리호 압항선단에 대한 제1종 중간검사 및 항행구역 변경 신청을 받은 후 2007. 12. 12.부터 2008. 2. 12.까지 부산항에서 선박검사를 실시하면서 글로리1호, 글로리2호 및 글로리3호를 별개의 선박으로 간주하고, 각 선박에 대하여 만재흘수선의 지정, 복원성계산서에 대한 심사 및 경사시험 등을 행한 다음 항행구역을 국내항해로 한정하는 연해구역에서 근해구역으로 변경해주었다. 그리고 압항예선 글로리1호·글로리2호의 결합용 유압실린더에 부착된 고무판이 교체되었으나 관련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이에 대한 검사를 실시하지 않았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은 재결 당시까지 압항선단에 대한 별도의 검사기준 없이 ‘부선의 구조 및 설비 등에 관한 기준’에 따라 총 30건의 압항선단에 대한 선박검사를 집행하였다.


선박소유자는 최소승무정원증서에 규정된 대로 자격을 갖춘 선원 10명을 글로리호 압항선단에 승무시켰다. 그리고 선박소유자는 2급항해사 면허를 받고 예인선에 승무한 경력은 있지만 압항선단에 승무한 경험이 없는 사람을 선장으로 선임하고, 이에 따른 직무교육을 실시하지 아니한 채 선장의 직무를 맡겼다. 또한 기관장과 갑판장을 제외한 나머지 선원은 글로리호 압항선단이 국제항해에 취항하기 위하여 부산항에서 압항부선 글로리3호를 개조하고 선박검사를 받을 무렵인 2008. 1. 15.에서 2. 12.사이에 승선하였다.
선박소유자는 글로리호 압항선단이 국제항해에 취항하기에 앞서 선박관리회사에게 위탁·시행해오던 내항선 선박안전관리체제를 해제하고, 예선과 부선을 각각 별개의 선박으로 해석하여 해사안전법에 따른 선박안전관리체제를 수립하지 아니한 상태로 이 압항선단을 운항하기 시작하였다.


선박소유자는 2008. 2. 12. 부산지방해양수산청장에게 등록외 사업구역의 일시적 운송신고를 필한 뒤, 글로리호 압항선단에 조선기자재를 적재한 후 중국 난통항에서 타이완 기륭항(基隆港)까지 운송하였다. 그리고 2008. 2. 25. 다시 부산지방해양수산청장에게 타이완 타이쭝항(台中港)에서 중국 타이창항까지 고순도 트레프탈산(PTA. purified terephthalic acid)을 적재 운송하겠다는 취지의 등록외 사업구역의 일시적 운송신고를 필하고, 이 압항선단을 타이완 타이쭝항에 기항시켰다.


글로리호 압항선단은 선장을 포함한 선원 10명이 승무한 가운데 2008. 2. 24. 10:00경(세계시+8시간의 현지시각, 이하 같다.) 고순도 트레프탈산을 적재하기 위해 타이완 타이쭝항 잡화부두 제25번 선석에 공선상태로 입항하였다. 그러나 송하주가 글로리호 압항선단에 대한 감항성검사를 실시한 후 ①예항증명서 미비 ②구명설비 불충분 ③감항성 자료 미비 등의 이유를 들어 화물 선적을 거부하였다. 이에 글로리호 압항선단은 2. 26. 16:20경 부산항으로 회항하려고 선박평형수(Water ballast) 약 560톤을 적재하여 선수흘수 약 2.6미터, 선미흘수 약 3.2미터의 공선상태로 타이쭝항을 출항하였다.
출항 당시 압항예선 글로리1호·글로리2호는 예·부선 결합용 유압실린더로 압항부선 글로리3호에 결합한 상태에서 글로리1호, 글로리2호 및 글로리3호 상갑판 상의 비트에 강철줄(Wire rope) 4가닥씩 잡아 보강하였다.


글로리호 압항선단은 같은 날 16:40경 도선사 하선 후 타이쭝 외항으로 빠져나왔으나, 강한 바람이 불고 높은 물결이 일어 항해를 계속하기 어려웠다. 이에 선장은 같은 날 17:00경 [그림 4]와 같이 타이쭝 외항 정박지에서 압항부선 글로리3호의 우현 닻을 놓고 닻줄 5절(약 138m)을 내어 정박하였다. 정박지는 수심이 10~12미터이고, 저질이 모래이었다.
선장은 상황을 주시하면서 기상이 회복되기를 기다리던 중 같은 날 18:40경 기상이 악화되어 글로리호 압항선단의 선체 종요(Pitching)가 심해졌고, 이에 압항부선 글로리3호의 우현 닻줄 2절(약 55m)을 더 내어 주었다. 그러나 닻은 같은 날 20:00경 끌리기 시작하여 선체가 타이쭝 외항 S-8 정박지까지 떠밀렸고, 이에 선장은 압항부선 글로리3호의 좌현 닻을 추가로 놓은 후 닻줄 2절을 내어 주었지만, 이후에도 닻이 조금씩 끌리다가 다음 날인 27일 01:00경 닻끌림(走錨)이 일시 정지되었다.


이후 압항예선 글로리2호와 압항부선 글로리3호를 결합하는 유압실린더 끝단의 고무판에서 연기가 나면서 2척의 선박이 따로 움직이고 서로 고박하고 있던 강철줄(Wire rope)이 하나씩 절단되기 시작하였다. 이에 선장은 선원들을 압항예선 글로리2호로 보내 고박을 보강하고 필요시 주기관을 작동하고자 하였으나, 심한 선체동요로 선원들이 압항부선 글로리3호에서 압항예선 글로리2호로 건너갈 수 없어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못하였다. 결국 압항예선 글로리2호는 2. 27. 01:45경 고박하고 있던 강철줄이 모두 절단되어 압항부선 글로리3호로부터 떨어져 나갔고, 이후 [그림 4]와 같이 풍하 쪽으로 계속 떠밀려 미상의 시각에 타이쭝항 남방파제등대로부터 약 199도 방향, 거리 약 3.3마일의 타이쭝항 북방파제 외측에 위치한 테트라포드(Tetrapod) 위에 좌초되었다.


선장은 같은 날 02:00경 타이쭝 항만당국에 예인선의 지원을 요청하였으나, 기상악화로 예인선이 출동할 수 없다고 하였다. 압항예선 글로리2호가 이탈한 상태에서 대기하고 있던 글로리1호·3호는 기상악화로 같은 날 05:40경부터 다시 닻이 끌리면서 [그림 4]와 같이 같은 날 06:05경 타이쭝항 남방파제등대로부터 약 204도 방향, 거리 약 3.3마일의 타이쭝항 북방파제 외측의 경사면에 좌초되었다.
당시 사고해역은 맑은 날씨에 북동풍이 초속 약 20~30미터로 불고, 해상에는 높이 4~5미터의 높은 물결이 일었으며, 타이완 교통부운수연구소에서 관측한 시각대별 풍향·풍속 관측 결과는 [표 1]과 같았다.
압항예선 글로리1호는 이후 강한 풍파를 받아 심하게 요동하면서 압항부선 글로리3호에서 이탈되었고, 이후 같은 날 06:20경 압항부선 글로리3호의 후방 약 40미터 해상에서 침몰하였다.
압항부선 글로리3호에 승선하고 있던 선원 10명은 같은 날 10:30경 긴급 출동한 타이쭝 소방당국에 의하여 무사히 구조되었다. 그러나 압항부선 글로리3호는 우현 선저부가 테트라포드 위에 얹힌 상태에서 강한 풍파를 받아 심하게 요동하다가 다음 달인 3. 7. 19:00경 선체가 두 동강이 나면서 바다 쪽으로 20미터 가량 밀려나 침몰하였다.
이 사고로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압항예선 글로리1호·글로리2호와 압항부선 글로리3호는 전손 처리되었다.
  
<원인의 고찰>
1. 압항예선 글로리2호의 좌초
이 사건은 압항예선 글로리2호가 압항부선 글로리3호에서 이탈되어 풍하 쪽에 위치한 방파제에 얹혀 좌초된 것과 이후 압항예선 글로리1호 및 압항부선 글로리3호 좌초된 사건이 결합되어 있다. 즉 압항예선 글로리2호는 압항부선 글로리3호와 결합된 채 글로리3호의 닻을 놓아 정박 중 풍파의 충격에 글로리3호로부터 이탈한 뒤 강한 풍파에 떠밀려 풍하 쪽의 방파제에 얹히게 되었고, 압항예선 글로리1호 및 압항부선 글로리3호는 글로리2호가 이탈한 뒤 닻이 끌려 방파제에 좌초된 것이다.

 

가) 글로리2호의 이탈
글로리호 압항선단은 의도적으로 분리하지 아니하는 한 압항예선과 압항부선이 분리되어서는 아니 된다. 그러나 사고발생 전 고무판을 교체한 유압실린더 끝단의 결합장치가 강한 풍파의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미끄러짐으로써 압항예선 글로리2호와 압항부선 글로리3호가 분리되었다. 설사 결합장치에 약간의 흠결이 있더라도 주기관을 적절히 사용하여 선수방향으로 압착시켰더라면 압항 예·부선의 이탈에 이르지는 아니하였을 것이다.

 

나) 글로리2호 이탈의 영향
압항예선 글로리2호의 이탈은 글로리호 압항선단 전체의 무게중심이 편위되어 압항예선 글로리1호 및 압항부선 글로리3호가 바람방향에 가로 놓이게 되었고, 그 결과 글로리2호·글로리3호의 진회(振回. Swing)가 그만큼 증가되고, 정상적인 추진력도 상실되었다고 판단된다.

 

2. 닻끌림에 대한 고찰
가) 닻끌림의 조건
① 기상조건

사고 당시 부근해역에는 북풍이 초속 20~30미터로 불고, 해상에는 높이 4~5미터의 높은 물결이 일었다. 사고 당시의 조류 및 파주기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없고, 관련 해도에는 북동계절풍이 부는 겨울철에 2~4노트의 남남서류가 흐른다고 기재되어 있다.

 

② 정박지 조건
글로리호 압항선단이 악천후를 피하기 위하여 닻을 놓은 타이쭝 외항 S-1 정박지는 수심 10~12미터에 저질이 모래이었다. 그리고 이 정박지는 북동~서~남서쪽으로부터 다가오는 바람이나 파랑에 대한 차폐물이 없어 북동계절풍이 불 경우 닻이 끌릴 위험성이 매우 높다.

 

③ 선박조건
㈎ 풍압면적 : 사고 당시 글로리호 압항선단은 압항예선과 압항부선을 결합한 상태였고, 압항부선 글로리3호는 선수흘수 약 2.6미터, 선미흘수 약 3.2미터의 공선 상태이었다. 이때 정면 풍압면적은 약 185제곱미터(㎡), 측면 풍압면적은 약 430제곱미터(㎡)가 된다.
㈏ 닻설비 : 압항부선 글로리3호는 선수 좌현과 우현에 각각 닻(Stockless anchor, 무게 1,500kg)이 설치되어 있고, 길이 250미터의 닻줄(지름 34mm)이 연결되어 있었다. 사고 당시 글로리3호의 선수흘수가 약 2.6미터이었으므로 해저에서 벨 마우스까지의 높이는 약 14.45미터(깊이 6.05m + 수심 11m - 선수흘수 2.6
m = 14.45m)가 된다.
㈐ 투묘방법 : 압항부선 글로리3호는 닻줄 약 5절(약 138m)을 내어 우현 닻을 놓고 있다가 기상이 악화됨에 따라 닻줄 2절(약 55m)을 더 내어주었다.

 

나) 닻끌림의 가능성 검토
① 정박 중인 선박의 선체에 미치는 힘

정박 중인 선박에는 풍압력, 표류력 및 해·조류에 의한 유압력 같은 외력(外力. External force)과 파주력, 프로펠러 추력 등 대항력(對抗力. Responding force)이 미치게 된다.

 

② 외력(풍압력)
정박 중인 선박의 선체에 미치는 외력은 풍압력을 비롯하여 표류력, 유압력도 있지만, 공선일 경우 풍압력이 가장 크게 작용할 뿐만 아니라 표류력과 유압력에 대한 정보도 없으므로 여기서는 풍압력에 대해서만 검토해보기로 한다.
선체에 작용하는 풍압력 XA, YA, NA는 아래 식과 같다.
XA = ½aATVWCWx , YA = ½aALVWCWy, 
NA = ½aLOAALVWCWz
여기서 a는 공기의 밀도, LOA는 선체의 전장, AT와 AL은 선체의 수면상 정면투영면적 및 측면투영면적, VW는 상대풍속이고, CWx와 CWy는 x, y축방향의 풍압력계수, CWz는 z축을 둘러싼 풍압모멘트 계수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실무에서 자주 사용하는 G. Hughes의 합성풍압저항계산식을 이용하여 풍압력(Ra)를 구해보기로 한다.
Ra = ½aCwa(ATcos+ALsin)Vw
위 식에서 ½aCwa 대신에 0.076을 사용하면,
Ra = 0.076(ATcos+ALsin)Vw
    = 0.076×(185cos30○+430sin30○)×25
    = 11,696.875㎏ ≒ 11.70톤

 

③ 대항력(파주력)
압항부선 글로리3호는 당시 닻줄 7절(193m)을 내어 우현 닻을 놓은 상태에서 닻이 끌렸으므로, 굳이 닻과 닻줄의 파주력을 따져볼 필요도 없이, 그 이상의 파주력이 필요하였음은 자명하다.
보통 파주력(FH)은 다음의 공식에 의하여 계산된다.
FH = Pa+Pc = aWa+cWcl
여기서 a는 닻의 파주계수, c는 닻줄의 파주계수, Wa는 닻의 수중중량, Wc는 닻줄 단위길이의 수중중량, l은 해저에 깔린 닻줄의 길이이다. 그리고 수중 닻무게(Wa)는 닻의 무게가 1.5톤이므로 약 1.30톤이고, 닻줄(지름 34mm) 1미터의 수중무게(Wc)는 닻줄 1m의 무게가 약 25.4kg이므로 약 0.022톤이다.
해저에 깔린 닻줄의 길이는 내어 준 닻줄의 길이에서 아래 식으로 구한 현수부(懸垂部)의 길이를 뺀 값이 된다.
S =
여기서 S는 현수부, h는 벨 마우스에서 해저까지의 높이, Wc는 닻줄 1미터의 수중무게이고, H는 닻줄에 작용하는 장력이다.
S = ≒ 124.8m
따라서 해저에 깔린 닻줄의 길이는 약 68m가 된다.
l = Sc-S = 193m-124.8m ≒ 68m
보통 저질이 모래일 경우 ASS형 닻의 파주계수를 3.5로 보므로, 이들을 이용하여 파주력을 구하면,
FH = aWa+cWcl = 3.5×1.3+0.8×0.022×68 ≒ 5.75톤이 된다.


④ 소결론
선박은 정박 중 선체에 미치는 외력이 대항력보다 크면 닻이 끌리게 된다. 글로리호 압항선단은 사고 당시 압항부선 글로리3호의 우현 닻을 놓은 후 닻줄 7절(193m)을 내어주었고, 그 결과 파주력은 약 5.75톤이었다. 반면에 사고 당시 외력은 표류력 및 유압력을 무시하더라도 풍압력만 11.70톤이었다. 결국 글로리호 압항선단은 파주력이 외력에 크게 미치지 못하며 닻이 끌리게 된 것이다.

 

3. 악천후 시의 투묘방법
강한 풍조를 받는 곳에서 안전하게 닻을 놓아 정박하려면 바람과 표류력, 유압력 등의 외력에 대항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 닻줄의 길이를 길게 내어 줄수록 파주력은 커진다. 보통의 악천후일 때 닻줄 신출량(伸出量)은 수심의 4배에다 145미터를 더한 길이(4D+145m)를 기준으로 한다. 사고 당시 글로리호 압항선단은 글로리3호에서 내어 준 닻줄 길이가 약 193미터로서 이 값에 근사하다.
그러나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당시 글로리호 압항선단이 받는 풍압력이 너무 크기 때문에 단묘박보다는 이묘박(Riding at two anchors. 닻 2개를 거의 같은 길이의 닻줄을 동일한 방향으로 투묘하는 방법)을 하여 충분한 파주력을 확보하였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고 판단된다.

 

4. 정박 중의 대응조치
선박은 정박 중 기상악화가 예상되면, 외력의 영향을 줄여주거나 대항력을 키워주는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①선박평형수를 최대한 주입하여 풍압면적을 감소시키고 ②진회방지용 닻을 투하하여 진회각도(振回角度)를 감소시켜야 하며 ③닻줄을 최대한 신출하여 파주력을 증가시키고 ④선수흘수를 증가시켜 풍압면적을 줄임과 아울러 진회를 억제하여야 한다. ⑤뿐만 아니라 주기관과 타를 적절히 사용하여 닻줄에 미치는 긴장을 완화시키는 조치도 필요하다.


글로리호 압항선단은 정박 초기 닻줄 약 5절을 내어 우현 닻을 놓은 상태에서 닻줄을 2절 가량 더 내어주었고, 닻이 끌리는 상태에서 추가로 좌현 닻을 놓은 후 닻줄 2절을 내어주었으나, 미리 주기관과 타를 사용하여 닻줄에 걸리는 장력을 완화시키지는 아니하였다. 특히 정박 중 닻이 끌릴 때에는 닻혀(Anchor bill)에 걸리는 토압차(土壓差)와 닻줄의 비틀림에서 오는 회전우력 때문에 파주력이 크게 떨어지므로 닻을 감아올렸다 다시 놓는 것이 바람직하다. 선장은 우현 닻이 끌리기 시작하자 우현 닻을 그대로 둔 채 좌현 닻을 닻줄 2절만 추가로 놓았다. 이 경우 선체의 진회는 어느 정도 감소시켜 풍압력을 줄일 수는 있으나, 우현 닻의 파주력이 이미 감소되어 있었기 때문에 기대하는 만큼의 효과를 얻기 어렵다. 다만 사고 당시 기상악화로 압항예선 글로리1호·2호 쪽으로 건너갈 수 없는 상황인 점을 고려할 때 불가항력적인 측면도 있었다고 할 수 있다.

 

5. 선박안전관리체제의 불이행
해사안전법은 일정 선박에 대하여 선박안전관리체제를 수립·시행하여야 하고, 안전관리체제를 수립·시행하여야 하는 선박이나 사업장에 대하여 인증심사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글로리호 압항선단은 내항화물운송사업에 종사할 때에는 선박안전관리대행회사에 의뢰하여 내항선 선박안전관리체제를 수립·시행해왔으나, 등록외 사업구역의 일시적 운항신고를 필하고 국제항해에 투입하면서 선박안전관리체제 수립·시행의 대상선박이 아니라고 잘못 해석, 선박안전관리체제를 수립하지 아니한 채 운항하였다.


그러나 압항예선 글로리1호 및 글로리2호와 밀착된 상태로 결합된 총톤수 2,064톤인 압항부선 글로리3호는 선박안전관리체제 수립·시행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선박소유자는 압항예선과 압항부선을 별개의 선박으로 간주하여 압항예선 글로리1호와 글로리2호는 각각 총톤수 500톤 이하의 선박이고, 압항부선 글로리3호는 부선이기 때문에 선박안전관리체제를 수립·시행할 필요가 없다고 해석하였다.
선박안전관리체제를 수립·시행하지 아니한 것이 이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더라도 이러한 부작위가 선박안전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선박소유자의 안전관리소홀이 됨은 부인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6. 무리한 출항
타이완의 타이쭝 외항은 외해의 풍파가 그대로 밀어닥치고 강한 조류가 흐르기 때문에 공선 상태의 선박이 외항 정박지에서 닻을 놓아 정박한 경우 악천후를 피하기에는 부적절하다. 이에 비하여 타이쭝의 내항은 부두 등의 구조물에 의하여 풍파가 차폐되어 있으므로 기상악화 시 무리하게 출항하기보다 내항에서 기상이 회복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출항하는 편이 훨씬 안전하다.


     
7. 국제해사기구의 압항선단에 대한 안전기준 적용지침
국제해사기구(IMO)가 제정하여 회원국에 회람한 압항선단의 안전기준 적용지침은 압항선과 압항부선의 결합방법에 따라, 즉 예선과 부선이 볼트 연결과 같이 견고하게 결합된 형식의 ‘A’형 선박과 유연하게 결합된 형식의 ‘B’형으로 분류하여 서로 다른 안전기준을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A’형 선박은 예·부선을 합쳐 하나의 자항선으로 간주하여 안전기준을 적용하고, ‘B’형 선박은 예·부선을 별개의 선박으로 간주하여 안전기준을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부선에서 예선을 원격 조종하여 항행하는 경우에는 유연하게 결합된 선박이라 하더라도 ‘A’형 선박에 포함되며, ‘B’형 선박은 압항선단도 예항설비를 갖춰야 한다.


그러나 글로리호 압항선단은 압항부선 글로리3호에서 압항예선 글로리1호·글로리2호를 원격 조종하여 항해함에도 ‘B’형 선박과 같이 각각 별개의 선박에 대한 안전기준을 적용하였고, ‘B’형 선박으로 간주하면서도 예항설비에 대한 검사가 이루어지지 아니하였다. 이는 선박안전법이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의 여부를 떠나, 압항선단의 안전성 향상을 위하여 선박검사 관행이나 기준을 국제기준에 맞춰나가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시사점>
○ 선박안전관리체제 불이행의 사전시정시스템이 필요하다

해사안전법은 일정한 선박에 대하여 선박안전관리체제를 수립·시행하도록 요구하고, 이에 따라 안전관리체제를 수립·시행하여야 하는 선박이나 사업장에 대하여 인증심사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선박소유자는 인증심사에 합격하지 아니하고 선박을 항행에 사용하여서는 아니되며,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한다고 규정하여 선박안전관리체제의 수립·시행을 강제하고 있다. 그러나 사후처벌의 예고로 준수하도록 하는 것보다는 사전에 선박안전관리증서 등의 유효기간을 확인하는 등의 방법으로 그러한 행위를 시정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다.
예컨대 PORT-MIS를 이용하여 출입항신고를 행할 때 선박안전관리증서 및 안전관리적합증서의 유효기간 등을 신고하도록 하여 유효한 증서를 갖추었을 때에만 출입항신고를 수리한다면, 선박안전관리체제를 수립·시행하여야 하는 선박이 인증심사를 받지 아니한 상태로 항행하는 행위를 사전에 시정할 수 있을 것이다.

 

○ 압항선단의 항행구역 확장은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과거 선박안전법 시행규칙에는 항행구역의 지정기준으로 선박의 길이와 최고속력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선박 길이가 30미터 이상이고 속력이 8노트 이상일 때에만 근해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선박기술의 발달에 따라 이러한 기준의 의미가 퇴색되었다는 이유로 항행구역 지정기준을 삭제하고, 선박소유자의 요청, 선박의 구조 및 선박시설기준 등을 고려하여 지정하도록 개정되었다. 그 결과 압항예선 글로리1호·글로리2호와 압항부선 글로리3호의 항행구역이 연해구역에서 근해구역으로 변경될 수 있었다. 해사안전법상 국제항해에 종사하는 예·부선 결합선박은 평수구역 밖을 운행하는 총톤수 350톤 미만으로서 길이 35미터 미만의 내항선박과 마찬가지로 풍랑주의보 발효 시 출항통제의 대상이 된다. 동절기의 동중국해 해상에는 빈번하게 풍랑주의보가 발효되므로 동절기에 우리나라와 타이완 사이를 항행한다면 항해 도중 악천후를 만나게 될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진다.


그럼에도 글로리호 압항선단의 항행구역을 근해구역으로 확장하여 동중국해를 가로질러 항행하도록 한다면, 해사안전법에서 풍랑주의보 발효 시 예·부선 결합선박의 출항을 통제하도록 한 취지에도 반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예·부선 결합선박의 항행구역을 지정할 때에는 이러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 압항선단에 대한 검사기준이 필요하다
예·부선에 의한 해양사고가 빈발함에 따라 예항검사제도가 도입되었다. 그러나 이 제도는 예인줄을 이용하여 다른 선박이나 물체를 끄는 예인선단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최근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는 압항선단에 대한 검사와 관련하여 국제해사기구는 압항예선과 압항부선이 견고한 방법으로 결합되면 하나의 선박으로 보고,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각각 별개의 선박으로 보아 안전기준을 적용하도록 하는 등의 지침(Guideline)을 제시하고 있다. 글로리호 압항선단은 압항예선과 압항부선을 별도의 선박으로 보고, 각 선박에 대한 선박검사를 실시하였다. 그러나 여러 선박을 결합하여 운항하는 압항선단의 특성이 제대로 반영될 수 없으므로 압항선단에 대한 검사기준의 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해양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