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해를 당한 선원에 대한 선원법상 일시보상금 지급

- 대법원 2020. 7. 29. 선고 2018다268811, 268828 판결 -

 

 
 

1. 서론
선원법은 선원의 근로조건의 기준 등에 관하여 정하고, 이를 통해 선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선원법 제1조). 선원법은 해양노동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근로기준법과 별도로 제정된 해양노동기준법이다.1) 선원법 제5조 제1항은 선원의 근로관계에 관하여 적용·준용되는 근로기준법 규정을 열거하고 있다.2) 위와 같이 열거된 조항 외 선원의 근로조건의 기준에 관한 사항은 선원법에서 달리 정한 규정이 있으면 그에 따르고, 그렇지 않다면 민법·상법의 일반 규정이나 원리에 의하여 규율될 것이다.3)4)


선원재해는 해상근로의 특성상 자연적 요인과 선내근로환경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고, 그 재해비율이나 재해의 규모와 정도도 육상재해보다 높거나 큰 경우가 많다.5) 이에 선원의 재해보상에 대하여는 특별한 규율이 필요한 측면이 있다. 선원법 제5조 제1항은 근로기준법의 재해보상에 관한 규정(제8장, 제78조 내지 제92조)들을 적용·준용 대상에 포함하지 않고 있고, 선원법 제10장(제94조 내지 제106조의2)은 선원의 재해보상에 관한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다. 따라서 선원법이 적용되는 선원의 재해보상에 관한 한 근로기준법의 재해보상에 관한 규정이나 이를 보장하기 위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 적용되지 않고, 선원법에 의한 재해보상 체계가 독자적으로 작동한다(산재보험법 제6조, 같은 법 시행령 제2조 제1항 제2호).6)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모든 선원이 선원법상 재해보상에 관한 규정의 적용을 받는 것은 아니다. 선원법 제3조 제1항 단서 각 호는 선원법의 적용을 배제하는 선박의 유형을 정하고 있는데, 그러한 선박에 승무하는 선원과 그 선박의 선박소유자에게는 선원법을 적용하지 않는다.7) 또한 어업에 종사하는 어선원 등과 어선에 대한 재해보상보험 사업에 관하여 규율하는 ‘어선원 및 어선재해보상보험법’(이하.어선원재해보험법)8)이
적용되는 경우에는 산재보험법은 물론 선원법상 재해보상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결국 선원들의 재해보상은 ① 어선원재해보상법이 적용되는 선원들은 동법에 의해서 ② 위 법이 적용되지 않는 선원들 중 선원법이 적용되는 선원들은 선원법에 의해서 ③ 그리고 선원법의 적용이 배제되는 선박에 승무한 선원들은 원칙적으로 산재보험법에 의해서 이루어지게 된다.9)


선원법이 적용되는 재해보상 사건은 산재보험법이 적용되는 재해보상 사건에 비하여 흔치 않은 편이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 2020. 7. 29. 선고 2018다268811, 268828 판결(이하 ‘대상판결’이라 한다)에서는 선원법 제98조에 의한 일시보상과 관련하여 다양한 기본 법리가 선언된 바 있다. 대상판결은 일시보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승선평균임금의 확정, 승선평균임금의 조정, 그리고 일시보상금 제공에 의한 법률효과 발생 요건에 관하여 최초로 법리들을 제시하고 있다.10) 이하에서는 대상판결을 기초로 재해선원에 대한 일시보상금 지급에 관한 법률관계를 개관해 보기로 한다.

 

2. 사실관계
가. 원고는 갑 회사를 통해 2010. 2. 3. 피고를 파나마 국적의 석유제품 운반선인 A 선박(원고가 싱가폴 소재 법인으로부터 국적 취득 조건부로 용선한 선박이다)의 선장으로 채용하는 고용계약을 체결하였다.


나. 원고와 피고 사이에 체결된 고용계약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고용계약 기간: 2010. 2. 4.~2010. 10. 4.(다만 계약 기간 만료 전 하선 시, 하선일을 계약 종료일로 한다)
■임금: - 월별 급여 5,355,000원(기본급 2,738,000원 + 고정 시간 외 근로수당 2,617,000원)
- 월별 가족급11) 8,080,000원
- 월별 휴가급 1,366,000원
- 월별 총 지급액(월별 가족급 + 월별 휴가급)
■퇴직금, 재해보상: 취업규칙의 관련 규정에 의함


다. 피고는 2010. 2. 3.부터 위 선박에 승선하여 선장으로 근무하던 중 2010. 9. 15.경 인도양 몰디브 MALE 950마일 해상에서 선상 비상훈련의 일환으로 선원들을 상대로 로켓신호탄 발사법 시범교육을 하다가 잘못 발사된 로켓신호탄에 좌측 안면부를 맞았다. 피고는 위 사고로 좌안 관통 손상 등의 상해를 입고, 2010. 9. 18. 하선하여 몰디브에서 응급처치를 받은 다음 귀국하였다. 이후 피고는 2016. 1. 27.까지 가톨릭대학교서울성모병원 등에서 2차례 수술을 받는 등 입원·통원치료를 받았다.


라. 위 재해가 발생하기 전 3개월간(2010. 6. 15.부터 2010. 9. 14.까지) 피고가 수령한 임금 총액은 31,0
24,200원으로, 월 승선평균임금은 10,341,400원이었다. 그런데 피고가 하선하여 위 고용계약이 종료된 이후인 2010. 11.경 원고 소속 선원들의 급여가 2010. 7. 1.자로 소급하여 인상되었고, 2012. 1. 1.경 다시 2011. 7. 1.자로 소급하여 인상되었다. 원고는 피고가 하선하여 고용계약이 종료된 이후 소급하여 인상된 선원 급여에 따라 2011. 1. 6. 피고에게 2010년 7월분부터 같은 해 9월분까지의 임금 합계 2,869,360원을 추가로 지급하였다.


마. 원고는 선원법 제94조에 따라 2016. 1. 27.까지 피고에게 요양보상금 명목으로 수술비 등 합계 282,172,515원을 지급하였고, 2010. 9.부터 2016. 1.까지 피고에게 선원법 제96조에 따른 상병보상금으로 합계 276,075,931원을 매월 20일 지급하였다. 원고는 아래 바.항과 같이 2016. 1. 27.까지 피고에게 일시보상금을 지급한 이후 요양보상금, 상병보상금 지급을 중단하였다.


바. 원고는 선원법 제98조에 따른 일시보상금 명목으로 2015. 4. 17.에 519,545,693원, 2015. 5. 12.에 5,227,787원을 각 공탁하였는데, 피고는 위 금액이 잘못되었다며 부산지방해양수산청장에게 민원을 제기하였다. 이에 부산지방해양수산청장은 2016. 1. 5. 원·피고에게 ‘위 사고일을 기준으로 그 전 3개월간의 월 승선평균임금은 10,341,400원이나, 2011. 7. 1. 승선평균임금이 5.3% 인상되었으므로 이를 반영하여 승선평균임금을 다시 산정할 경우 그 금액은 10,889,500원이 되므로, 일시보상금액은 535,037,000원[≒1일 승선평균임금 362,983원(10,889,500 ÷ 30일) × 1,474일]이 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회신을 하였다.
이에 따라 원고는 2016. 1. 27. 일시보상금 부족분 10,263,520원을 피고 앞으로 추가로 공탁하였다. 피고는 위 3차례의 공탁금을 모두 이의 없이 수령하였다.12)

 

3. 사건의 경과
가. 피고는 부산선원노동위원회에 2차례에 걸쳐 재해보상 심사·중재를 신청하는 등 재해보상금의 액수를 다투었다. 이에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재해보상금(요양보상금, 상병보상금, 일시보상금)과 퇴직금을 전액 지급하였음을 전제로 채무부존재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본소). 이에 대하여 피고는 위 재해보상금 등의 지급액이 부족하다고 다투면서 반소로써 재해보상금, 퇴직금, 격려금의 추가 지급을 구하였다(반소).13)
나. 제1심에서 피고는, 2011. 7. 1.자 통상임금 인상분 등을 반영한 일시보상금을 지급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제1심법원은 피고가 위 재해 발생 전 3개월(2010. 6. 15.부터 2010. 9. 14.까지) 간 실제로 수령한 승선평균임금(월 10,341,400원)을 전제로 일시보상금이 산정되어야 한다는 전제 아래, 2011. 7. 1. 기준 승선평균임금 변동률에 기초한 조정을 거쳐 일시보상금을 산정하고(2010. 7. 1. 기준 승선평균임금 변동률에 기초한 조정을 하지는 않음), 원고가 위와 같이 일시보상금을 공탁함으로써 적법한 일시보상금을 모두 지급하였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피고는 2015. 4. 18.부터 2016. 1. 28.까지의 기간에 대하여 2014. 4. 1.자 및 2015. 3. 1.자 통상임금 인상분을 반영하여 조정한 상병보상금을 지급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그러한 통상임금 인상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전제 아래 상병보상금의 조정 사유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마지막으로 피고는 위와 같이 일시보상금 지급이 미결되었음을 전제로 2016. 1. 27. 이후 발생한 요양보상금을 지급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원고가 피고에게 위와 같이 일시보상금을 지급함으로써 요양보상금 지급책임을 면하였다고 판단하였다. 결국 제1심법원은 원고의 본소청구를 모두 인용하고, 피고의 반소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14)


다. 피고는 위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하였다. 그러나 항소심 법원은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다만 상병보상금에 관한 피고의 항소이유 주장은 제1심에서와 달랐는데, 피고는 제1심에서는 일시보상금의 지급 전 기간 부분(2015. 4. 18.부터 2016. 1. 28.까지의 기간)에 대한 증액 주장을 하였으나, 항소심에서는 일시보상금 지급 후 기간 부분(2016. 1. 29.부터 2018. 3. 29.까지의 기간)에 대하여 일시보상금 미지급을 전제로 한 추가 지급을 구하는 취지로 주장하였다. 항소심 법원의 일시보상금 산정방법은 제1심법원과 달랐는데, 2010. 7. 1. 기준으로 소급하여 인상된 승선평균임금을 전제로 일시보상금이 산정되어야 한다고 보아 피고가 승선 중 실제로 수령한 승선평균임금(월 10,341,400원)에 소급하여 추가 지급 받은 임금(합계 2,869,360원)을 더하여 승선평균임금을 계산하면서, 승선평균임금 조정에 있어서는 통상임금 변동률을 적용하여야 한다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고 2011. 7. 1.자로 임금인상된 부분에 대한 승선평균임금 변동률을 적용하여 승선평균임금 조정을 하였다(2010. 7. 1.자로 소급인상된 임금 부분은 이미 반영되었음을 이유로 승선평균임금 조정을 하지 않았다). 아울러 피고의 상병보상금과 요양보상금 청구에 대하여는, 원고가 피고에게 적법한 일시보상금 전액을 지급하였으므로(피고가 원고의 위와 같은 일시보상금 공탁금을 이의 없이 ), 원고는 2016. 1. 27. 이후 피고에 대하여 요양보상금과 상병보상금의 지급의무를 면한다고 하여, 피고가 주장하는 액수의 당부에 관하여 더 나아가 판단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피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15)


라. 피고는 이에 불복하여 대법원에 상고하였다. 대법원은 항소심 판결에 일시보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승선평균임금의 산정과 그 조정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판단하여, 항소심 판결 중 일시보상금에 관한 부분을 파기, 환송하였다. 항소심 법원이 판단한 상병보상금과 요양보상금 부분에 대한 피고의 상고는 기각되었다.


4. 대상판결의 판시사항
대법원이 전제한 승선평균임금의 산정 방식은 제1심이나 항소심과는 달랐다. 대법원은 승선평균임금은 승선기간 동안 그 선원에게 지급된 임금 총액을 기초로 산정되어야 하고, 재해발생일 노사합의나 새로운 취업규칙의 시행 등에 따라 승선평균임금 산정기간 안의 임금 중 전부나 일부를 소급하여 인상하기로 하였더라도 그 인상된 임금액을 승선평균임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임금 총액에 포함해서는 안되나, 이 경우에도 선원법 시행령 제3조의4에서 마련하고 있는 승선평균임금의 조정은 허용된다는 법리를 선언하였다.
이는 승선평균임금의 산정 방식에 관하여 대법원이 최초로 법리를 밝힌 것이었다. 또한 대법원은 선원이 일시보상금의 명목을 알면서 이를 수령한 때에는 일시보상금 중 일부만을 지급받았다는 이유로 위 일시보상금 제공일 후 발생하는 요양보상금, 상병보상금 또는 장해보상금을 청구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위 일시보상금 최종 지급일인 2016. 1. 27. 이후의 상병보상금과 요양보상금에 대한 피고의 청구를 배척하는 근거가 되었다. 구체적 판시는 다음과 같다.

 

가. 선원법 제98조는 “선박소유자는 제94조 제1항 및 제96조 제1항에 따라 보상을 받고 있는 선원이 2년이 지나도 그 부상이나 질병이 치유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제1급의 장해보상에 상당하는 금액을 선원에게 한꺼번에 지급함으로써 제94조 제1항, 제96조 제1항 또는 제97조에 따른 보상책임을 면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장해등급 제1급에 대한 장해보상일시금을 평균임금의 1,474일분으로 정하고 있다(제57조 제2항 [별표 2]). 따라서 선박소유자가 선원법 제98조에 따른 일시보상금을 지급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재해보상을 받고 있는 선원에게 승선평균임금의 1,474일분을 지급하여야 한다.


승선평균임금은 산정하여야 할 사유가 발생한 날 이전 승선기간(3개월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최근 3개월로 한다)에 그 선원에게 지급된 임금 총액을 그 승선기간의 총일수로 나눈 금액으로 산정하되, 이 금액이 통상임금보다 적은 경우에는 통상임금을 승선평균임금으로 보도록 규정되어 있다(선원법 제2조 제12호).
이와 같은 선원법 규정에 따르면, 재해를 당한 선원에게 지급될 일시보상금 등의 산정 기초가 되는 승선평균임금은 선원이 재해를 입은 날 이전 승선기간이 3개월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최근 3개월 동안 지급된 임금 총액을 그 3개월의 총일수로 나눈 금액으로 산정하여야 하고, 재해발생일 후 임금 인상에 관한 단체협약 등 노사합의나 새로운 취업규칙의 시행 등에 따라 승선평균임금 산정기간 안의 임금 중 전부나 일부를 소급하여 인상하기로 하였더라도 인상된 임금액을 승선평균임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임금 총액에 포함해서는 안된다.


나. 한편 직무상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려 요양 중인 선원에 대하여 상병보상금이나 일시보상금 등을 지급할 때 적용할 통상임금 및 승선평균임금은 그 선원이 소속한 사업장에서 동일한 직무에 종사하는 선원에게 지급된 통상임금의 1인당 1월 평균액(이하 ‘통상임금 평균액’이라 한다)이 그 부상 또는 질병이 발생한 날이 속하는 달에 동일한 직무에 종사하는 선원에게 지급된 통상임금 평균액의 100분의 105 이상이 되거나, 100분의 95 이하로 된 경우에는 그 변동비율에 의하여 인상 또는 인하된 금액으로 하되, 그 변동사유가 발생한 달의 다음 달부터 이를 적용하고, 다만 제2회 이후의 통상임금 및 승선평균임금의 증감을 위한 조정은 직전 회의 변동사유가 발생한 달의 통상임금을 산정기준으로 한다(선원법 시행령 제3조의4 제1항). 이러한 통상임금 및 승선평균임금의 조정 제도는 재해를 당한 선원의 통상적인 임금 수준이 상승하였거나 저하하였음에도 통상임금 및 승선평균임금을 산정할 사유가 생긴 날인 재해를 입은 날을 기준으로 산정한 통상임금 및 승선평균임금을 계속 적용하여 이를 기초로 한 재해보상금이 지급되는 데에서 생기는 불합리를 시정하여 직무상 재해를 당한 선원에게 적절하고 공정한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다.


이러한 선원법 시행령 규정과 취지에 따르면 직무상 재해를 당한 선원의 임금이 소급적으로 인상된 경우 승선평균임금의 재산정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하여 선원법 시행령 제3조의4에서 마련하고 있는 승선평균임금의 조정까지 허용되지 않는다고는 할 수 없고, 승선평균임금 조정이 인정되는지 여부는 따로 판단하여야 한다. 그리고 승선평균임금 증감의 기초가 되는 변동비율은 위 시행령 규정의 문언상 그 선원이 소속한 사업장에서 동일한 직무에 종사하는 선원에게 지급된 통상임금 평균액이 그 부상 또는 질병이 발생한 날이 속하는 달에 동일한 직무에 종사하는 선원에게 지급된 통상임금 평균액과 비교하여 100분의 5 이상 변동된 경우에 그 통상임금 평균액의 변동비율을 의미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 선박소유자가 요양보상, 상병보상 또는 장해보상의 책임을 면하기 위하여 선원법 제98조에 따른 일시보상금을 전부 지급한다는 의사로 해당 선원에게 일시보상금 명목의 돈을 제공하고 해당 선원이 그 명목을 알면서 이를 수령하는 때에는, 실제로는 적법하게 산정된 일시보상금 중 일부만을 제공하였음에도 선박소유자가 전부 제공하였다고 주장하고 해당 선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선원은 선박소유자를 상대로, 일시보상금 제공일을 기준으로 적법하게 산정된 일시보상금 중 미지급분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청구할 수는 있으나, 일시보상금 중 일부만을 지급받았다는 이유로 선박소유자의 위 일시보상금 제공일 후 발생하는 요양보상금, 상병보상금 또는 장해보상금을 청구할 수는 없다. 여기서 특별한 사정이란, 선박소유자가 요양보상, 상병보상 또는 장해보상의 책임을 면할 목적으로, 적법하게 산정된 일시보상금 중 일부만을 지급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분명함에도 사회통념상 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는 이유나 주장을 내세우며 단지 겉으로만 일시보상금을 전부 지급한다는 의사를 밝힐 뿐인 경우와 같이 선박소유자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일시보상금 제도를 본래의 취지나 목적과 다르게 이용한다고 볼 수 있는 사정 등이다. 즉 해당 선원이 선박소유자가 제공하는 일시보상금(일시보상금 전액이라고 주장하는 돈)을 수령하는 경우에는 위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선박소유자의 일시보상금 제공일을 기준으로 선박소유자와 해당 선원의 재해보상에 관한 법률관계는 일시보상에 관한 권리의무나 법률관계만 남게 되고 그날을 기준으로 향후 발생하는 요양보상, 상병보상 또는 장해보상에 관한 권리의무나 법률관계는 종결된다. 반면 선박소유자가 일시보상금 지급을 선택하였음에도 적법하게 산정된 일시보상금 중 일부만을 제공하였을 뿐이고 해당 선원이 이를 수령하지 않는 경우에는, 그 선원은 선박소유자의 일시보상금 제공일 후 발생하는 요양보상금, 상병보상금 또는 장해보상금을 청구할 수 있다.

 

5. 검토
가. 선원법상 선원재해보상의 특수성과 일시보상금 제도

선원법은 재해보상금의 지급에 관하여 선박소유자에 의한 직접보상의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16) 이는 산재보험법이 재해보상의 위험을 가진 모든 사용자를 공공보험인 산재보험에 가입시키고, 특정 사용자의 근로자에게 재해가 발생하면 보험자가 사용자를 대신하여 신속하고 확실하게 재해보상을 갈음하는 보험급여를 지급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17) 다만 선원법은 선박소유자가 보상의무를 확실하게 이행할 수 있도록 재해보상보험가입을 의무화하여 일정한 기간 내에 재해보상을 하도록 하고(제106조), 의무보험에 가입하지 않거나 위 재해보상 기간을 어기는 경우에 대한 벌칙 규정을 두고 있다(제173조 제1항 제17호, 제18호).18)


일시보상이란 요양보상을 받는 선원이 요양 개시 후 2년을 경과하여도 부상 또는 질병이 치유되지 아니하는 경우 선박소유자가 소정의 금액(산재보험법에 따른 제1급의 장해보상에 상당하는 금액)을 선원에게 한꺼번에 지급하는 것으로서, 선박소유자는 일시보상에 의하여 그 이후 일정한 재해보상 책임을 면하게 된다. 일시보상제도는 재해를 당한 선원의 요양기간이 길어져 선박소유자의 요양보상과 상병보상의 책임이 지나치게 커지고 장해보상의 책임내용이 불분명한 상태로 장기화되어 선박소유자의 부담이 가중되는 것을 경감하기 위한 것이다.19) 일시보상을 행함으로써 그 이후의 재해보상의무를 면할 것인지, 아니면 재해보상을 계속할 것인지의 여부는 어디까지나 재해보상책임자인 선박소유자의 선택에 달려 있을 뿐, 선원이 선박소유자에게 장래의 재해보상에 갈음하여 선박법 제98조 소정의 금액을 일시에 보상해 줄 것을 적극적으로 요구할 권리는 없다.20) 선박소유자로서는 자신이 장기적인 재해보상의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회피할 수 있으므로, 일시보상을 실행할 이익이 클 것이다.


일시보상금의 지급으로써 선박소유자가 그 지급 책임을 면하게 되는 재해보상의 내용은 법이 정한다. 선박소유자가 재해선원에게 일시보상금을 지급하게 되면 요양보상, 상병보상, 장해보상의 지급 책임을 면하게 된다(선원법 제98조).21) 선박소유자가 일시보상에 의하여 책임을 면하는 것은 일시보상 이후 발생하는 재해보상(요양보상, 상병보상 또는 장해보상) 책임이다. 이 사건의 제1심에서 피고는 일시보상일인 2016. 1. 27. 이전에 발생한 상병보상금의 액수를 다투었으나, 그러한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피고는 항소심에서는 일시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전제로 2016. 1. 28. 이후에 발생할 상병보상금의 지급을 구하였으나, 법원은 일시보상이 이루어졌다고 판단하여 액수에 관한 판단에 더 나아가지 않고 상병보상금 청구를 그대로 기각하였다.

 

나. 일시보상금 산정의 기준 – 승선평균임금의 확정
선원법 제98조의 일시보상금은 ‘산재보험법에 따른 제1급의 장해보상에 상당하는 금액’으로 한다. 산재보험법 제57조 제2항에 의한 [별표 2] 장해급여표는 제1급의 장해보상일시금을 1,474일분의 평균임금으로 규정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상 ‘평균임금’이란 ‘이를 산정하여야 할 사유가 발생한 날 이전 3개월 동안에 그 근로자에게 지급된 임금의 총액을 그 기간의 총일수로 나눈 금액’을 말한다(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6호).22) 선원법상의 평균임금은 ‘승선평균임금’으로 대체된다. 여기서 ‘승선평균임금’이란 ‘산정하여야 할 사유가 발생한 날 이전 승선기간(3개월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최근 3개월로 한다)에 그 선원에게 지급된 임금 총액을 그 승선기간의 총일수로 나눈 금액’을 말한다. 다만 이 금액이 통상임금보다 적은 경우에는 통상임금을 승선평균임금으로 본다(선원법 제2조 제12호). 이는 선원근로의 특수성을 반영한 것인데, 만약 근로기준법상의 평균임금을 적용하게 되면 선박소유자의 전선명령(轉船命令), 하선명령, 승선기간의 단축 등에 의하여 그 액수가 크게 좌우될 수 있으므로 ‘승선(乘船)’ 기간을 전제로 평균임금을 산정하는 것이다.23) 이때 평균임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임금은 선박소유자가 근로의 대가로 선원에게 지급하는 금품으로서, 선원에게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되고 단체협약, 취업규칙, 급여규정, 근로계약, 노동관행 등에 의하여 선박소유자에게 그 지급의무가 지워져 있는 것을 말한다.24)


재해로 인하여 재해선원의 근로가 종료된 이후에 임금인상에 관한 단체협약 등 노사합의나 새로운 취업규칙의 시행 등에 따라 승선평균임금 산정기간 안의 임금 중 전부나 일부를 소급하여 인상하는 경우가 있다. 대상판결의 사안이 그러하였는데, 원고는 피고가 하선하여 고용계약이 종료된 이후 소급하여 인상된 선원 급여에 따라 2011. 1. 6. 피고에게 2010년 7월분부터 같은 해 9월분까지의 임금을 추가로 지급하였다. 이러한 경우에 실제 근로한 기간 동안 수령하였던 임금을 기초로 승선평균임금을 정할 것인가, 아니면 소급하여 인상된 급여를 포함한 임금을 기초로 승선평균임금을 정할 것인가? 제1심법원은 피고가 재해 발생 직전 3개월(2010. 6. 15.부터 2010. 9. 14.까지)간 실제로 수령한 임금을 기초로 승선평균임금을 정하였고, 항소심 법원은 추가로 받은 급여를 반영하여 승선평균임금을 정하였다. 대법원은 제1심과 같은 방법이 옳다고 판시하였다. 이는 종래의 판례 법리를 따른 것이다. 종래 판례는 산재보험법상의 재해보상에 관하여 ‘재해보상은 보험사유 발생 시에 근로자가 현실로 지급받았거나 지급받을 것이 확정된 임금의 범위 내에서 보상하여야 하는 것’이라는 전제 아래 보험사유 발생 후 임금수준이 소급 인상된 경우에도 그 인상에 따른 차액을 추가로 지급하여야 하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한 바 있다.25) 퇴직금이나 일정한 재해보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평균임금은 원칙적으로 근로자의 통상의 생활임금을 사실대로 산정하는 것을 그 기본원리로 한다.26) 이러한 평균임금의 성격과 취지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이 형성되어 온 판례 법리를 따른 대상판결은 그 합리성을 수긍할 수 있다.


 
다. 승선평균임금의 조정
재해보상을 위한 평균임금(근로기준법) 또는 통상임금 및 승선평균임금(선원법)을 산정함에 있어 그 기준일을 사유발생일로 고정하게 되면 재해보상기간이 장기간으로 되는 경우 평균임금이 실제 재해보상을 받는 시점의 현실과 부합하지 않게 될 수 있다. 근로기준법이나 선원법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같은 사업장의 동종근로자의 통상임금 변동률 등을 기준으로 평균임금, 통상임금·승선평균임금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근로기준법 시행령 제5조, 선원법 시행령 제3조의4).27) 대상판결은 “재해를 당한 선원의 통상적인 임금 수준이 상승하였거나 저하하였음에도 통상임금 및 승선평균임금을 산정할 사유가 생긴 날인 재해를 입은 날을 기준으로 산정한 통상임금 및 승선평균임금을 계속 적용하여 이를 기초로 한 재해보상금이 지급되는 데에서 생기는 불합리를 시정하여 직무상 재해를 당한 선원에게 적절하고 공정한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다”고 판시한다. 현재 근로기준법의 평균임금, 선원법의 통상임금·승선평균임금은 5% 이상의 변동률이 인정될 때 그 다음 달부터 적용하도록 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평균임금, 통상임금·승선평균임금 조정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직무상 재해를 당한 선원의 임금이 소급적으로 인상된 경우 승선평균임금의 재산정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하여 선원법 시행령 제3조의4에서 마련하고 있는 승선평균임금의 조정까지 허용되지 않는다고는 할 수 없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점을 분명히 하였다. 승선평균임금의 조정과 관련하여, 제1심과 항소심은 승선평균임금 변동률을 기초로 승선평균임금을 조정하였다. 이 사건에서 2011. 7. 1. 기준 월별 통상임금 변동률이 6.5%였고, 월별 승선평균임금 변동률이 5.3%였으므로, 피고는 6.5% 인상된 비율에 의한 승선평균임금 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특히 항소심 법원은 “선원법 시행령 제3조의4는 통상임금 변동률이 5%에 달할 경우 승선평균임금도 승선평균임금 변동률에 맞춰 조정하여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될 뿐이고, 피고 주장과 같이 승선평균임금에 통상임금 변동율을 직접 적용하여 승선평균임금을 조정하는 것으로 선원법 시행령 제3조의4를 해석함은 모법인 선원법 제2조 제12호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하여 배척하였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위 선원법 시행령 규정의 문언상 승선평균임금의 조정 근거가 되는 것은 ‘통상임금 평균액의 변동비율’이지 ‘승
선평균임금의 변동비율’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대상판결은 위 시행령 규정의 문언에 충실한 해석을 한 것이다.


라. 일시보상금 제공에 의한 법률효과 발생 요건
대상판결은 위 나., 다.항 쟁점에 관하여 항소심 법원과 다른 판단을 하였다. 즉 항소심 법원은 소급하여 인상된 급여를 포함한 임금을 기초로 승선평균임금을 정하고, 거기에 승선평균임금의 변동비율을 적용하여 승선평균임금의 조정을 하였는데 반해, 대상판결은 재해선원(피고)이 실제 근로한 기간 동안 수령하였던 임금을 기초로 승선평균임금을 정하고, 거기에 통상임금 평균액의 변동비율을 적용하여 승선평균임금의 조정을 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대상판결이 이 부분에 관한 법리오해를 이유로 일시보상금에 관한 부분을 파기, 환송하였으므로, 항소심 법원에서 다시 일시보상금의 액수가 산정되어야 할 것이다.


만약 파기환송심에서 재산정된 적법한 일시보상금의 액수가 원고의 공탁금액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일시보상금의 일부 미지급이 발생하게 된다. 이 경우 기존에 이루어진 원고의 변제공탁에 의하여 일시보상금 제공에 의한 법률효과, 즉 요양보상, 상병보상 및 장해보상에 대한 면책의 효과가 발생한다고 볼 수 있는가? 대상판결은 피고의 ‘일시보상금 지급(2016. 1. 27.) 이후 미지급된 상병보상금과 요양보상금’ 청구와 관련하여 이에 대한 답을 하였다. 대상판결은 선박소유자가 선원법 제98조에 따른 일시보상금을 전부 지급한다는 의사로 재해선원에게 일시보상금 명목의 돈을 제공하고 해당 선원이 그 명목을 알면서 이를 수령하는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선원은 선박소유자를 상대로 일시보상금 중 일부만을 지급받았다는 이유로 선박소유자의 위 일시보상금 제공일 후 발생하는 요양보상금, 상병보상금 또는 장해보상금을 청구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즉 선박소유자와 재해선원이 주장하는 일시보상금의 액수에 차이가 있고, 실제 선박소유자가 지급한 일시보상금의 액수가 적법하게 산정된 일시보상금에 미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일단 재해선원이 이를 수령한 때에는 선박소유자가 일시보상에 따라 요양보상, 상병보상, 장해보상의 책임을 면하는 법률효과가 생긴다는 것이다. 여기서 ‘특별한 사정’이란 선박소유자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일시보상금 제도를 본래의 취지나 목적과 다르게 이용한다고 볼 수 있는 사정 등을 말한다. 반면 선박소유자가 일시보상금 지급을 선택하였음에도 적법하게 산정된 일시보상금 중 일부만을 제공하였을 뿐이고 해당 선원이 이를 수령하지 않는 경우에는, 그 선원은 선박소유자의 일시보상금 제공일 후 발생하는 요양보상금, 상병보상금 또는 장해보상금을 청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선박소유자와 재해선원 사이에 일시보상금 액수에 관한 다툼이 있는 경우 일시보상금 지급에 의한 요양보상, 상병보상, 장해보상의 책임을 면제 효과가 발생하는지 여부는 사실상 재해선원의 일시보상금 수령 여부에 의해 결정된다.


그런데 이러한 해석론은 채무의 전부가 아닌 일부에 대한 변제공탁, 즉 ‘일부공탁’의 유효성에 관한 법리와 상충하는 것은 아닌지 문제될 수 있다. 채무의 일부변제공탁은 그 부족액이 아주 근소하다는 등 그 채무를 변제함에 있어서 일부의 제공이 유효한 제공이라고 시인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채권자가 이를 수락하지 아니하는 한 유효한 변제공탁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일관된 판례이다.28) 이는 변제공탁이 채무의 소멸원인이 되기 위해서는 채무의 내용에 좇은 것이어야 한다는 원칙에 근거한다(민법 제460조 참조). 이 경우에는 그 일부공탁 부분에 대해서도 채무소멸의 효과가 발생하지 아니하나, 채권자가 공탁금을 채권의 일부에 충당한다는 유보의 의사표시를 하고 이를 수령한 때에는 그 공탁금은 채권의 일부의 변제에 충당된다.29) 선박소유자와 재해선원 사이에 일시보상금의 액수에 관한 주장이 불일치하는 경우 선박소유자가 일단 일시보상금을 공탁하는 경우가 많을 것인데, 일부공탁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채무소멸의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 만큼, 일시보상금 지급(제공)에 따른 선원법상 법률효과도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보는 것이 논리적으로 일관된 것 아닌가라는 의문이 드는 것이다. 실제로 대상판결에 대하여는, 선원이 이의를 유보하면서 공탁금을 수령하는 경우에는 요양보상, 상병보상, 장해보상 책임의 면책효과가 발생하지 않고, 선박소유자가 부족분을 추가로 공탁한 경우에 비로소 면책효과가 발생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30) 대상판결에서는 비록 피고가 이의를 하지 않고 공탁금을 수령하였지만, 피고가 묵시적으로나마 변제공탁된 일시보상금에 대한 이의를 하였다고도 볼 여지는 있다.31)


다만 필자는 대상판결의 취지를 아래와 같이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본다. 첫째 적법한 일시보상금의 액수와 변제공탁 된 일시보상금의 액수 차이가 미미한 경우, 판례 법리상 ‘그 부족액이 아주 근소하다는 등 그 채무를 변제함에 있어서 일부의 제공이 유효한 제공이라고 시인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포섭할 수 있다. 실제로 대상판결은 ‘선박소유자가 요양보상, 상병보상 또는 장해보상의 책임을 면할 목적으로, 적법하게 산정된 일시보상금 중 일부만을 지급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분명함에도 사회통념상 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는 이유나 주장을 내세우며 단지 겉으로만 일시보상금을 전부 지급한다는 의사를 밝힐 뿐인 경우’에는 일시보상금 제공의 법률효과가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예시하고 있다. 만약 적법한 일시보상금의 액수와 변제공탁된 일시보상금의 액수 차이가 현저하고 객관적으로 큰 경우에는, 애초에 유효하고 적법한 일시보상금의 제공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을 것이다. 둘째 적법한 일시보상금의 액수와 변제공탁된 일시보상금의 액수 차이가 미미한 경우, 재해선원이 일시보상금의 액수를 다투면서 공탁된 재해보상금을 수령하였다면, 이는 묵시적으로나마 이의를 유보하면서 수령을 한 것으로 볼 수 있고,32) 적어도 적법한 일시보상금의 대부분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하여 일시보상금의 제공이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셋째 일시보상금 전부에 대한 채무소멸의 효과 발생 여부와 선원법상 일시보상금 제공에 따른 재해보상 법률관계의 변동 효과 발생 여부는 별개의 목적과 요건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다. 즉 일시보상금 전부에 대한 채무소멸이 있지 않더라도 선원법상 일시보상금 제도의 입법목적에 비추어 일시보상금 제공에 따른 법률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


대상판결이 “해당 선원이 선박소유자가 제공하는 일시보상금(일시보상금 전액이라고 주장하는 돈)을 수령하는 경우에는 선박소유자의 일시보상금 제공일을 기준으로 선박소유자와 해당 선원의 재해보상에 관한 법률관계는 일시보상에 관한 권리의무나 법률관계만 남게 되고 그 날을 기준으로 향후 발생하는 요양보상, 상병보상 또는 장해보상에 관한 권리의무나 법률관계는 종결된다”라고 판시한 것도 이러한 취지로 해석된다.
결국 대상판결은 적법한 일시보상금을 산정하여 확정하는 것이 어려운 문제임을 인식하여 그 액수에 대한 선박소유자와 재해선원 사이의 다툼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일시보상금 제공에 따른 법률효과(요양보상, 상병보상 또는 장해보상 책임의 소멸) 발생 시점을 정할 수 있는 합리적인 타협점을 찾은 것으로 이해된다. 재해선원의 입장에서는 일시보상금 액수를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경우 그 공탁금 수령을 거부함으로써 일시보상금 제공의 효과를 저지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 정확한 일시보상금 산정을 위한 충분한 검토를 통해 공탁된 일시보상금을 수령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마. 선원법의 적용범위
마지막으로 선원법의 적용범위에 관하여 간단히 본다. 선원법 제3조 제1항 본문은 ① 선박법·어선법에 따른 대한민국 선박 ②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할 것을 조건으로 용선(傭船)한 외국선박, 그리고 ③ 국내 항과 국내 항 사이만을 항해하는 외국선박에 승무하는 선원과 그 선박의 선박소유자에 대하여 적용됨을 명시한다. 위 ②, ③의 경우에 선원법이 적용되는 것으로 정한 이유에 관하여는, 국적취득조건부 선체용선(BBCHP)33)은 실제로 선원을 고용하고, 그 선원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는 자가 대한민국 국민이거나 법인이므로 국적선과 동등하게 취급할 필요가 있고, 국내항만을 취항하는 외국선은 같은 지역 내의 국적선과의 형평을 고려할 때 선원법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이라고 설명된다.34) 


피고는 원고가 공탁한 일시보상금의 액수에 관한 민원제기 단계에서, 위 A 선박은 싱가폴 소재 법인 소유의 파나마 국적 선박이므로 피고에 대한 재해보상금 지급에 있어 선원법이 아닌 ‘해외취업선원 재해보상에 관한 규정’(이하. 보상규정)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는 해외취업선원은 일시보상금 수령 시 선원법이 적용되는 선원보다 특별보상금 명목으로 산재보험법이 정하는 장해등급에 따른 일수에 1일 미화 30달러의 비율에 의한 금액을 더 수령할 수 있기 때문이다(보상규정 제5조)35). 그러나 원고는 A 선박을 국적취득조건부 선체용선한 것으로서, 선원법 제3조 제1항 본문에 의하여 우리나라 선원법이 적용됨이 분명하다.
선원근로계약은 당사자들의 합의에 의해 그 준거법을 정할 수 있다(국제사법 제25조 제1항). 한편 국제사법 제28조 제2항은 근로계약의 객관적 준거법을 ‘근로자가 일상적으로 노무를 제공하는 국가의 법’에 연결하고 있다. 우리 판례에 의하면, 선원근로계약에 관하여는 선적국을 선원이 일상적으로 노무를 제공하는 국가로 볼 수 있어 선원근로계약에 의하여 발생하는 임금채권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제사법 제28조 제2항에 의하여 선적국법이 준거법이 된다.36) 이는 선원이 지리적으로 선적국의 영토 내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당해 선박이 선적국의 관할권에 복종하므로 ‘국가주권의 행사와 그에 대한 복종이라는 관점에서’ 선박을 영토의 일부와 유사하게 볼 여지가 있다는 관점을 고려한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37)


선원법 제3조는 위와 같은 국제사법 규정들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선원법이 적용됨을 명시하고 있다. 이를 국제사법적 관점에서 어떻게 파악할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우선 근로관계에 관한 국제사법 규정들을 기초로 선원근로관계의 객관적 준거법 결정에 관한 유력한 지침으로서 기능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즉 대한민국 선적 선박, 국적취득조건부 선체용선된 선박, 국내항과 국내항 사이만을 항해하는 외국선박(이는 아마도 편의치적된 선박인 경우가 많을 것이다)에 승무한 선원에 대하여는 그 근로계약관계에 대하여 대한민국법을 객관적 준거법으로 연결한다는 지도원리가 선원법 제3조에 의해 제공된다고 볼 수 있다. 다른 해석론은, 선원법 제3조는 일방적 저촉규정으로서 적극적 저촉규정으로 기능한다고 보는 것이다.38) 이에 따르면 선원법 제3조는 국제사법의 준거법 규정들에 우선하여 선원근로관계, 그중에서도 특히 재해보상에 관한 법률관계에 적용되는 저촉규정으로 적용될 수 있다.39) 선원법 제3조의 기능을 어떻게 파악하여야 하는지는 보다 면밀한 검토를 필요로 하지만, 국적취득조건부 선체용선된 선박에 승선한 선원의 근로계약과 관련하여서는 우리 선원법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데에는 별다른 의문이 없다.

 

6. 결론
대상판결은 선원법 제98조에서 정한 일시보상금 지급의 요건과 효과에 관한 기본적인 법리들을 최초로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승선평균임금의 확정에 관한 법리는 기존의 판례 법리를 계승한 것이지만, 승선평균임금의 조정에 관한 내용은 선원법의 문언을 명확히 해석함으로써 재해보상 실무와 하급심의 혼란스러움을 제거한 것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일시보상금 제공에 의한 법률효과 발생 요건에 관한 내용은 특히 의미가 큰데, 대상판결에서 제시된 법리는 근로기준법에 의한 일시보상금의 지급과 관련하여서도 거의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위 법리는 일시보상 제도의 입법목적과 이를 둘러싼 선박소유자와 재해선원 사이의 상충하는 이해관계, 정확한 일시보상금 산정의 어려움, 조속한 법률관계 안정의 필요성 등과 같은 여러 이익과 고려요소들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것으로서 절충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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