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은 해상운송의 줄인 말로 통상 바다를 통한 화물이나 여객의 운송을 의미하지만 화물이나 여객을 직접 수송하지 않는 해운업 즉, 기간용선이나 선체용선의 형태로 해운기업에 필요한 선복을 공급하는 선주업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해운업이 제대로 영위되기 위해서는 관련된 많은 기능들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아래 표는 비록 모든 것이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해운과 관련된 상업적인 기능을 포괄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해운부대사업은 해운에 의존하는 파생적 기능을 수행하는 사업으로 정의할 수 있으며 이는 선박금융, 조선 등 해운의 전후방에서 해운과 연계되어 있는 거래형 관련산업과는 구분된다. 해운부대사업의 대부분은 소규모로 파편화(fragmented)되어 존재함으로써 경쟁력이 저하되고 확장성에 큰 제약을 받는다.


해운부대산업 중 항만과 관련한 기능들은 특정지역에 국한되어 규모화에 의한 개선의 여지가 제한적인 반면 중개업(broker), 선박관리 등은 규모화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여기서는 해운중개업을 중심으로 오프라인 플랫폼 구축을 통해 파편화의 문제를 해결하고 글로벌 전문 서비스 산업으로 성장하는 방안을 모색해본다.
해운중개업은 부정기선 해운의 ‘인프라’로서 기능하는 중요한 조성(助成)사업이다. 통상 해운중개업을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하는 단순한 주선(matchmaking)의 측면에서만 보는 경향이 있는데 중개인이 창출하는 가치 중에서 단순주선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렇게 높지 않다. 용선중개인의 예를 들면 중개인은 성약 전, 계약, 그리고 계약의 이행과정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성약 전의 역할로는 거래기회 탐색, 유망한 프로젝트의 제안, 거래상대방에 대한 신용정보 확인 등의 업무를 수행하며, 거래를 구체화하는 단계에서는 선주나 화주가 가진 선박 또는 화물에 대응하는 최적의 대안을 발굴하고 수행항차의 특성을 고려하여 정확한 수익성 평가가 이루어지도록 지원한다. 계약 단계에서는 고객이익 보호의 관점에서 운임과 조건을 협상하고 계약서가 법적인 관점에서 정확하게 작성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계약의 원만한 이행을 위하여 선·화주 및 관련 당사자의 협조를 도출하고 분쟁이 생겼을 경우 1차적인 자문역할도 수행한다. 이에 더하여 운임, 용선료, 체선료 조출료 등 각종 비용의 수수와 정산을 지원한다.


위와 같이 다양한 전문성이 제공되는 것은 운임이나 용선료의 1.25%에 달하는 중개수수료를 정당화하는 근거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중개업체가 제공하는 중개서비스의 품질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 중개업의 경우 인적 관계(relationship)에 의존한 반복된 분열을 통해 파편화된 상태가 지속되었고, 고객이 원하는 가치 즉, ‘전문적인 서비스를 통한 거래의 포괄적 지원’과 중개인이 추구하는 ‘성약을 통한 수익의 창출’이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게다가 2000년대 중반에 경험한 전대미문의 시황등락(boom and bust)은 부정기선 해운의 궤멸을 불러왔으며 이에 따라 그나마 파편화되어있었던 해운 중개업이 휴면상태로 들어갔다.


해운의 파생기능을 담당하는 부대사업의 문제를 해결하는 출발점은 본원사업인 해운업의 발달에 있다. 해운업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확보한 운송능력(cargo-carrying capacity)을 화주의 화물을 수송하는 형태로 판매하기도 하고, 타 선사가 사용하도록 빌려주는 형태로 판매하기도 한다. 선대를 자가선복 위주로 구성하는 경우도 있고 주로 용선선대를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컨테이너나 탱커는 자가선복 형태의 선대구성이 많은 반면 벌크선의 경우에는 용선선대를 활용하여 수송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례가 많은데 이를 운영선사(operator)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벌크선 운영선사는 호황기에 확대되다가 불황기가 오면 몰락하는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운영선사의 반복된 실패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시장위험(market risk) 즉, 운임의 변동성이 경영성과에 초래하는 불확실성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것이 해운업이  ‘투기적’이라는 오명을 안게 된 원인이 되기도 했다. 벌크선은 에너지자원, 광물자원, 식량자원 등 경제에 필수적인 자원을 수송하는 분야로서 시장이 크고 다양한 한편 인적역량이 핵심이 되는 사업이어서 자원수송 수요가 많고 우수한 인적자원을 보유한 우리가 과거의 아픈 경험을 이유로 간단히 외면해버릴 수 없는 사업으로 생각된다. 반복되는 실패의 원인을 면밀하게 분석함으로써 우리나라의 벌크선 운영사업이 일정 규모로 성장하는 것이 용선중개업 문제 해결의 출발이 될 것이다. 벌크선 운영선사의 부활을 위해 필요한 기업 또는 정부의 노력에 대해서는 별도로 다루기로 하고 여기서는 부대산업인 중개업에 초점을 맞춘다.


중개업의 관점에서 생각해야 할 요소는 역량강화이다. 중개업의 역량은 위에서 열거한 중개인의 역할로부터 도출할 수 있다. 성약 전 정보의 제공, 사업의 발굴, 협상, 계약서의 작성 및 사후 관리 전반에 걸쳐 어떤 역량이 작용하는지 살펴보면 네트워킹,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연구·조사(research), 법률, 해사기술 등이 중요한 역량임을 알 수 있다. 이들 대부분은 인적 역량이면서 동시에 조직역량이어서 조직의 규모와 역량이 비례하는 경향이 있다. 조직의 규모가 브랜드 파워를 만들어 내고, 조직 내에 자연스러운 전문가 풀(knowled
ge pool)을 형성하며, 리서치와 같은 지원조직의 운영을 가능하게 한다. 즉, 규모가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어서 지금 극도로 파편화되어있는 중개업을 규모화할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
여기서는 그 실마리를 플랫폼(platform)에서 찾고자 한다. 플랫폼은 ‘동일하거나 유사한 목적의 서비스들을 취합, 분류, 통합하여 관리함으로써 이용자들의 이용 기반이 되는 유·무형의 공간과 그런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의미한다.1) 플랫폼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구축할 수 있는데 중개업에 적합한 플랫폼은 오프라인 플랫폼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오프라인 플랫폼을 솔루션으로 제시하는 것이 시대착오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벌크선 해운의 상품화(commoditization)가 쉽지 않아 온라인 거래플랫폼의 구축이 실패를 거듭해온 것을 감안하면 오프라인 플랫폼 전환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새롭게 제시되는 플랫폼은 그림에서 보듯이 브랜드를 공유하는 조직체로서 소사장들이 운영하는 복수의 독립채산 영업단위로 구성된다. 공통의 기능으로서 해운시장분석조직이 설치되어 영업단위의 중개영업을 지원하며, 회계나 계약관리 등의 공통기능도 운영조직을 통해 이루어진다. 또한 내부 및 외부 운영위원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가 영업단위 간의 분쟁이나 갈등을 조정한다. 해양수산개발원이나 해양진흥공사와 협업으로 연구역량을 강화할 수 있으며, 법률이나 글로벌 역량 등은 퇴직전문가로 구성된 비영리 전문기관과 제휴하여 지원을 받을 수 있다.2) 브랜드 공유체의 구성에는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소규모 중개업체가 집적되는 물리적인 공간과 운영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이 그 핵심으로 동북아 해양수도를 지향하는 부산시가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플랫폼 구축이 우리나라 중개업발전에 주는 효과는 클 것으로 예상된다. 파편화된 중개업을 규모화함으로써 중개업의 역량강화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정보, 법률 등 필수 역량이 강화되어 해운업 발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브랜드 가치가 향상되면 중개 네트워크의 글로벌 확장성도 커지게 되고 이에 따라 해외에 지불하는 중개수수료가 국내에 유보되는 경제적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또한 기업이 대형화됨으로써 중개업에 유능한 인력이 유입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중개는 전문 서비스이고 그에 걸맞는 유능한 인력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해운기업에서 영업과 운항으로 역량을 쌓은 유능한 인재들이 중개서비스를 담당한다면 해운산업의 발전에 큰 기여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위에서 소개한 중개업의 플랫폼화는 포워딩, 선박관리 등 다른 부대산업 또는 유관산업의 영역에도 적용될 수 있다. 국내에 포워딩 업계는 수천 개에 이르고 있으나 역량이 결집되지 못해 Kuehne+Nagel이나 DB Shenker와 같은 대형 독립포워더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선박관리도 자가선대 위주의 관리선대를 운영하는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파편화의 양상을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핵심적인 부대산업 영역에 정부나 지자체가 적어도 일정 기간 플랫폼 구축과 운영을 지원함으로써 규모화를 촉진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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