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상반기 세계 20대 선박금융기관의 선박신디케이트론 규모는 268억 달러 정도 된다. 그런데 상위 10개 선박금융기관들의 국적을 살펴보면 미국의 Citi를 제외한 나머지 9개 은행들은 모두 유럽계이다. 우리나라, 일본, 중국 등 아시아 금융기관은 하나도 없다. 선박신디케이트론에 가장 많이 참여한 기관은 스웨덴의 Nordea Bank이고, 2위는 노르웨이의 Dnb NOR Bank이며, 3위는 네덜란드의 ING이다. 이들 상위 선박금융 국가들의 특징을 보면 모두 인구가 작은 나라이나 해운의 전통적 기반이 튼튼한 나라이다. 즉 작지만 해운에 강한 나라이다.


세계 선박금융 시장의 규모를 2007년 기준으로 살펴보면 신조선 부문이 2,400억 달러이고, 중고선부문이 529억 달러 정도이다. 즉 전세계적으로 선박거래에 소요되는 자금이 2,929억 달러나 된다. 우리나라 통화로 450조원 정도 된다. 적지 않은 시장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선박금융부문의 국민경제적 중요성은 시장규모 자체보다도 연관부문들에 대한 통합기능에 있다.


선박금융은 신조선, 중고선, 해체용 노후선 등의 거래를 금전적으로 성사시켜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따라서 선박금융은 세계 자본시장의 흐름, 해운시장의 흐름, 조선 및 철강시장의 흐름을 통합관리하는 영역이다. 그러므로 여기에는 금융뿐만 아니라 조선시장과 해운시장의 동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예측할 수 있는 지식과 통찰력이 필요하다. 선박금융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독립성이다. 다시 말해 선박금융이 해운, 조선, 금융 중 어느 한 분야의 부속사업으로 예속되지 않고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여 이 영역 특유의 전통과 발전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독립성만으로 선박금융이 발전할 수는 없다. 신조선, 중고선, 해체선 그리고 자본의 거래는 국제적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선박금융에는 많은 변수가 개입되며 여러 가지 국제규범과 관행이 적용된다. 그러므로 선박금융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해운, 조선, 금융 등에 관한 국제적인 법률, 회계, 세무 등의 지원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지원인력은 모두 해운, 조선, 금융에 관해서도 상당한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


결국 선박금융은 해운, 조선, 금융, 법률, 회계, 세무, 중개업 등의 영역을 통합시켜야 하는 고도의 융합비즈니스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융합비즈니스는 연관산업들이 밀도 있게 참여하는 클러스터를 구축해야만 제대로 발전할 수 있다. 그리고 선박금융이 발전할 수 있는 마지막 조건은 해운시황 변동에 대한 통찰력이다. 선박금융은 선박거래분야이고, 선박거래 협상의 핵심조건은 선가이며, 선가는 해운시황의 변동에 따라 폭등하거나 폭락할 수 있다. 통상적 해운시황에서 2,500만 달러 정도에 거래되던 케이프사이즈 건화물선이 2007년부터 2008년 상반기까지 1억 3,000만 달러에 거래되었다.

 

선령 5년의 중고 건화물선 가격이 5배 이상 폭등한 것이다. 그런데 불과 5개월 뒤 해운시황이 다시 악화됨으로써 몇 달 동안 중고선의 가격이 아예 형성되지도 못하였다. 따라서 해운시황 통찰력이 결여된 선박금융 비즈니스는 대단히 무모한 거래로 전락할 수 있다.


화물운송이나 선박건조는 노동력에 의존하는 바가 큰데 반해 선박금융은 지식과 자본의존형 사업이다. 따라서 선박금융은 선진국형 해운비즈니스라 할 수 있다. 전통적 해운국인 스웨덴, 노르웨이, 네덜란드 등이 화물운송이나 선박건조 분야를 아시아 국가들에 다 빼앗겼어도 선박금융 분야에서만은 아직도 세계무대를 장악하고 있다. 세계 해운과 조선의 주도국가로 부상한 한국, 일본, 중국간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라는 점에서 볼 때 선박금융의 발전은 2가지 중요한 효과를 연출할 수 있다.

 

그 하나는 동북아 3국 중 선박금융을 독립적인 산업으로 발전시키는 국가가 해운과 조선의 지속가능성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으며, 나머지 또 다른 효과는 선박금융의 규모가 커질수록 해운과 조선의 선진화 수준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다시말해 해운, 조선, 금융, 중개업, 법률, 회계, 세무 등을 융합시키는 선박금융 크러스터를 구축한다면 해운업과 조선업의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높일 수 있으며 해운선진화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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