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화물운송사업자의 항만시설 사용료 대납과 대납경비 청구권

 
 

1. 서론
‘항만’이란 선박의 출입, 사람의 승선·하선, 화물의 하역·보관 및 처리, 해양친수활동 등을 위한 시설과 화물의 조립·가공·포장·제조 등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시설이 갖추어진 곳을 말한다(항만법 제2조 제1호). 우리나라의 항만은 크게 무역항1), 연안항2), 그리고 마리나항3) 3가지로 나뉜다. 무역항과 연안항의 개발·관리·사용 등은 일반법인 항만법에 의해 규율된다.
그중 특히 무역항 중 부산항, 인천항, 울산항, 그리고 여수항과 광양항4)에는 항만시설 개발 및 관리·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하여 이를 관할하는 항만공사를 두고 있는데, 항만공사의 설립과 운영 등은 항만공사법에 의해 규율된다.


항만공사는 관리하는 항만시설을 사용 또는 임차하려는 자로부터 사용료 또는 임대료를 징수할 수 있다. 항만공사가 징수할 수 있는 사용료 또는 임대료의 종류는 항만공사법의 위임에 따라 항만공사법 시행령에서 정하고 있다(항만공사법 제30조 제1항, 같은 법 시행령 제13조). 필자는 종래 화주가 화물을 양하·적하하는 용도의 국유의 항만시설을 사용·이용하지 않은 경우에도 항만공사 등 관리청에 ‘화물입항료’를 부담하여야 하는지가 문제되었던 대법원 2020. 2. 27. 선고 2017두37215 판결에 대한 평석으로 항만시설사용료 부과의 법적 체계에 관하여 분석한 바 있다.5)
최근에는 해상화물운송사업자가 다수의 화주들로부터 항만시설 사용료를 수납받아 화주들을 대신하여 항만공사에 항만시설 사용료를 한꺼번에 납부한 후 항만공사를 상대로 항만공사법 제30조 제1항, 같은 법 시행령 제13조 제3항, 같은 법 시행규칙 제11조에 의해 사용료 납입액의 3/100에 해당하는 대납경비 청구를 한 사안에 관한 대법원 2021. 12. 16. 선고 2018다204114 판결(이하 ‘대상판결’이라 한다)이 내려진 바 있다. 이하에서는 대상판결을 기초로 항만시설 사용료의 부과와 해상화물운송사업자의 대납 체계에 관하여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2. 사실관계
가. 원고는 해운법에 따라 해상화물운송사업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피고는 항만공사법에 따라 설립된 법인으로서, 인천항 항만시설의 개발 및 관리운영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는 공사이다.
나. 항만공사법 제30조 제1항은 다음과 같이 공사로 하여금 항만시설을 사용하려는 자로부터 항만 사용료를 징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30조(사용료 및 임대료의 징수) ① 공사(제42조 제1항에 따라 여객터미널 등의 관리ㆍ운영에 관한 사업을 위탁받은 법인을 포함한다. 이하 이 조 및 제30조의2에서 같다)는 공사가 관리하는 항만시설을 사용 또는 임차하려는 자로부터 사용료 또는 임대료를 징수할 수 있다. 이 경우 공사가 징수할 수 있는 사용료 또는 임대료의 종류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그리고 구 항만공사법 시행령(2017. 6. 20. 대통령령 제2813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3조 제3항은 해상화물운송사업자 등으로 하여금 자신이 운송하는 화물의 화주 등으로부터 직접 사용료를 징수하여 공사에게 대납할 경우 그에 따른 경비를 지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13조(사용료 및 임대료의 종류 등) ③ 공사는 법 제4조 제3항에 따라 공사의 관할구역 및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는 항만구역 외의 항만시설에서 해운법에 따른 해상여객운송사업, 해상화물운송사업 또는 해운대리점업을 경영하는 자가 다수의 승객 또는 화물을 동시에 운송하는 경우로서 이 영 제12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공사에 신고를 하고 항만시설의 사용료를 한꺼번에 대신하여 냈을 때에는 해양수산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해당 사업자에게 사용료 대납(代納)에 든 경비를 지급할 수 있다.


나아가 항만공사법 시행규칙 제11조는 항만시설 사용료를 대납한 자에게 공사가 지급할 경비를 사용료 납입액의 100분의 3으로 규정하고 있다.

 

제11조(사용료 대납경비) ① 영 제13조 제3항에 따라 항만시설을 사용하는 자의 사용료를 한꺼번에 대신하여 낸 자에게 지급하는 대납(代納) 업무에 든 경비는 사용료 납입액의 100분의 3으로 한다.
② 제1항에 따라 대납업무의 경비를 지급받으려 자는 매월분의 대납경비를 다음달 20일까지 공사에 청구하여야 한다.


다. 원고는 2010. 1.경부터 2016. 2.경까지(이하 ‘이 사건 사용료 대납기간’이라 한다) 화주들로부터 화물운송을 위탁을 받아 인천항을 통해 다수의 화물을 운송해왔다. 그 과정에서 원고는 다수의 화물을 동시에 운송할 때마다 피고에게 화물의 입출항을 위한 항만시설 사용신고를 하고, 다수의 화주들로부터 항만시설 사용료를 수납받아 화주들을 대신하여 피고에게 항만시설 사용료를 한꺼번에 납부(대납)해왔다. 
라. 원고는 2016. 5. 17. 이 사건 사용료 대납기간 동안의 대납경비를 상환받고자 피고의 대납경비 담당자에게 그 대납경비의 지급을 청구하면서 이를 위한 처리방법에 관하여 문의하였는데, 피고는 2016. 5. 24. 원고에게 ‘항만공사법령상 사용료 대납경비의 지급은 항만공사의 재량행위이고, 나아가 해당운송업체가 사용료 대납경비를 청구하기 위해서는 대납경비의 매 발생 월의 익월 20일까지 피고에게 그 상환을 청구하여야 한다’는 이유로 대납경비의 지급을 거절하였다.

 

3. 사건의 경과
가.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위와 같이 대납한 항만시설 사용료의 3/100에 해당하는 대납경비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에 대하여 ① 구 항만공사법 시행령 제13조 제3항이 ‘공사가 해당 사업자에게 사용료 대납에 든 경비를 지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피고에게 대납경비 지급 여부에 관한 재량이 있고 대납경비를 반드시 지급할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 ② 구 항만공사법 시행령 제13조 제3항은 ‘공사가 징수할 수 있는 사용료의 종류’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행정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에 대한 사용료의 전부 또는 일부 면제’만을 대통령령으로 정할 것을 위임하고 있는 항만공사법 제30조의 위임 한계를 벗어나 무효이고, 그에 따른 항만공사법 시행규칙 제11조의 규정도 무효이다 ③ 항만공사법 시행규칙 제11조 제2항에 의하면, 사용료 대납경비를 지급받기 위해서는 매월 분의 대납경비를 다음달 20일까지 공사에 청구하여야 하는바, 원고는 위 기한을 준수하지 못하였으므로, 피고에게 사용료 대납에 따른 경비를 청구할 수 없다 ④ 원고가 구하는 대납경비 청구권은 ‘1년 이내의 기간으로 정한 금전의 지급을 목적으로 한 채권’으로서 3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거나 상사채권으로서 5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므로 위 시효를 경과한 대납경비 청구권 부분은 시효로 소멸하였다는 주장과 항변을 하였다.


나. 제1심법원은 위와 같은 피고의 주장과 항변에 따른 각 쟁점에 대하여 ① 비록 항만공사법 제30조 제1항의 법문 상에는 “지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대납경비 지급 규정의 입법목적과 취지, 관련 법령 조항들의 규정체계 및 내용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이는 항만공사가 그 ‘지급 여부’를 임의로 결정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② 항만공사법 제30조는 공사가 징수할 수 있는 사용료의 종류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되어있는데, 사용료의 대납경비에 관한 사항도 그 위임의 범위에 속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를 규정한 항만공사법 시행령 제13조 제3항과 같은 법 시행규칙 제11조를 무효라고 볼 수는 없다 ③ 항만공사법 시행규칙 제11조 제2항은 청구권의 발생요건이나 소멸요건을 규정하는 효력규정이 아니라 단순한 절차규정 내지 훈시규정으로 봄이 타당하다 ④ 이 사건의 사용료 대납경비청구권은 원고가 사용료를 실제 대납한 경우에 한하여 발생되는 것으로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채권’이 아니므로, 3년의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으나(대법원 2013. 7. 12. 선고 2013다20571 판결 참조), 원고가 상인이므로 5년의 상사소멸시효기간의 적용을 받는다고 판단하였다. 결국 제1심법원은 원고가 대납경비청구권을 행사한 시점으로부터 역산하여 5년 이전에 발생하여 시효로 소멸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대납경비청구권 부분을 인용하는 판결을 하였다.6)
다. 피고는 위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하였다.

 

그러나 항소심 법원은 제1심판결의 판결 이유를 전부 인용(민사소송법 제420조 참조)하여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다만 제1심판결의 이유 중 위 ① 쟁점에 관한 판단과 관련하여 “피고는 해상운송업체에 항만시설 사용료에 대한 지로영수증을 보내서 사용료 대납을 청구한다는 점에서 피고의 사무인 항만시설 사용료 징수업무를 위임한다고 볼 수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해상운송업체가 피고의 항만시설 사용료 징수업무를 관리하는 사무관리의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피고에게 민법에 따른 비용지급의무도 존재하는 점”을 항만공사가 그 대납경비의 지급 여부를 임의로 결정할 수 없다는 판단의 근거로 추가하였다.7)
라. 피고는 이에 불복하여 대법원에 상고하였다. 피고는 위 ① 내지 ③ 쟁점에 관한 판단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주장하였으나, 대법원이 이를 모두 배척하고 상고를 기각하여 결국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4. 대상판결의 판시사항

대법원은 위 ① 내지 ③ 쟁점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판단을 하였다.

 

5. 검토
가. 항만법과 항만공사법의 관계

항만법은 항만의 지정·개발·관리·사용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항만개발사업을 촉진하고 항만을 효율적으로 관리·운영함을 목적으로 한다(항만법 제1조).8) 항만공사법은 일정한 무역항에 항만공사를 설립하여 항만시설의 개발 및 관리·운영에 관한 업무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항만공사법 제1조).9) 항만법이 항만의 지정·개발·관리·사용에 관한 일반법이라면, 항만공사법은 일정한 무역항의 개발·관리·사용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항만공사의 설립과 운영에 관한 사항을 규율하는 특별법이다. 항만법과 항만공사법은 각각 항만시설 사용료의 부과 및 징수에 관하여 규율하는바(항만법 제42조, 구 항만법 제30조, 항만공사법 제30조), 인천항, 부산항, 울산항 등 항만공사가 설립된 항만의 경우 그 사용료의 부과와 징수는 기본적으로 특별법인 항만공사법에 의하되, 다만 항만공사법이 규율하지 않는 사항은 일반법인 항만법에 따를 것이다.10) 대상판결 역시 “(항만법과 항만공사법의) 입법목적, 관련 규정의 내용과 체제 등을 종합하면, 구 항만법과 항만공사법은 항만시설의 개발과 관리·운영에 관하여 일반법과 특별법의 관계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항만공사법이 특별히 정하지 않은 사항에 관해서는 일반법인 구 항만법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하여 이 점을 분명히 하였다. 


항만법 제42조 제2항은 “관리청은 해운법 제23조에 따른 해상화물운송사업을 하는 자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가 여러 사람의 화물을 동시에 운송하는 경우로서 항만시설 사용자를 대리하여 제41조제1항 후단에 따라 관리청에 신고를 하고 항만시설 사용자의 사용료를 한꺼번에 대신하여 낸 경우에는 해양수산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해당 사업자에게 사용료 대납업무에 드는 경비를 지급할 수 있다”고 하여 해상화물운송사업자가 관리청에 대납경비를 청구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11) 그리고 그 위임에 따라 항만법 시행규칙 제27조12)는 항만시설 사용료 대납경비에 관하여 대상판결에서 문제된 항만공사법 시행규칙 제11조와 실질적으로 동일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13) 항만공사법에서 사용료 대납경비청구권의 근거를 명시하고 있지 않으나, 항만공사에 대한 사용료 납부와 관련하여 달리 취급할 특별한 이유는 없다. 이 사건에서 원심판결은 사용료의 대납경비에 관한 사항도 항만공사법 제30조 제1항에 따른 ‘사용료의 종류’에 관한 위임의 범위에 속한다고 보았다. 이와 달리 대상판결은 ‘항만공사법 시행령 제13조 제3항은 항만공사의 경우에도 구 항만법 제30조 제5항에 따른 항만시설 사용료 대납경비청구권 제도가 당연히 적용된다는 것을 주의적·확인적으로 규정한 것’이라고 하면서 원심이 항만공사법 제30조 제1항을 구 항만공사법 시행령 제13조 제3항의 위임 근거규정이라고 판단한 것은 적절하지 않지만, 위 항만공사법 시행령 규정이 법률유보원칙에 위반한 것은 아니라는 판단에 위법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대상판결의 판단은 대납경비청구권 제도에 대한 법률적 원천을 분명히 밝히고 원심의 오류를 바로잡은 것으로서 합당하다.  


특정 사안과 관련하여 법률에서 하위 법령에 위임을 한 경우에 모법의 위임범위를 확정하거나 하위 법령이 위임의 한계를 준수하고 있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하위 법령이 규정한 내용이 입법자가 형식적 법률로 스스로 규율하여야 하는 본질적 사항으로서 의회유보의 원칙이 지켜져야 할 영역인지와 함께, 당해 법률 규정의 입법 목적과 규정 내용, 규정의 체계, 다른 규정과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고 위임 규정 자체에서 의미 내용을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용어를 사용하여 위임의 한계를 분명히 하고 있는데도 문언적 의미의 한계를 벗어났는지 여부나 하위 법령의 내용이 모법 자체로부터 위임된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속한 것인지, 수권 규정에서 사용하고 있는 용어의 의미를 넘어 범위를 확장하거나 축소하여서 위임 내용을 구체화하는 단계를 벗어나 새로운 입법을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따져 보아야 한다.14) 이것이 법률유보원칙의 내용 내지 위임입법의 한계이다. 이 사건은 행정법적 관점에서도 일반법인 ‘항만법’에서 ‘해양수산부령’에 위임한 내용을 항만공사법에 별도의 법률 규정 없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이 위임입법의 한계 내에 있음을 긍정한 사례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결국 판례에 의하면 이러한 유형의 위임입법도 법률유보의 원칙상 허용되는 것인데, 뚜렷한 이유 없이 항만공사법에 유독 대납경비청구권에 관하여 명문의 규정을 두지 않은 것은 법률유보원칙의 위반이라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필자의 사견으로는 입법 정책적으로 항만공사법에도 대납경비청구권의 근거규정을 두는 것이 법률유보의 원칙의 본래 취지에 비추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나. 대납경비청구권 제도의 내용과 법률관계
이 사건의 원심판결은 대납경비청구권 제도의 취지에 대하여 “화주가 항만시설을 사용하고자 할 때 항만이용신고를 하고 직접 사용료를 납입하는 기존 제도 하에서는 항만관리청이 불특정 다수의 화주를 대상으로 일일이 사용료를 징수한다는 점에서 행정력의 낭비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화주들의 체납사례가 발생하는 등의 문제점을 고려하여 한 선박에 적재된 화물의 화주가 여러 명인 경우 선사 또는 대리점이 일괄하여 항만이용신고 및 사용료를 대납하게 되면 이에 소요되는 비용의 일부를 보전해주는데 있다”고 판시하였다.
우리나라는 항만시설사용료를 수익자 부담 원칙에 의하여 선주와 화주에게 항만시설 사용료를 부과하고 있다.15) 이처럼 항만시설사용료를 부담하는 주체는 선주와 화주이나, 실무적으로는 해상화물운송업자나 항만하역사업자가 화주를 대리하여 항만시설 사용에 대한 행정적 업무를 처리하고, 사용료를 일괄하여 징수, 납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16) 항만시설사용로 부과의 법적 체계를 구성하는 것은 입법정책의 문제이고,17) 우리나라는 화주가 항만시설 사용료를 직접 부담하는 대신 해상운임 원가구성 중 그 사용료 상당액을 운임에 포함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운임이 결정되어 왔다.18) 그러나 이처럼 화주들로부터 직접 항만시설 사용료를 징수하고자 하는 경우, 항만관리청이 수많은 화주들을 상대로 일일이 사용료 징수절차를 밟는 것은 행정력의 낭비일 뿐만 아니라 징수의 실효성도 보장하기 어렵다.

 

이에 실질적으로는 이 사건에서 원고가 행한 바와 같이 해상화물운송사업자가 화주들로부터 사용료 상당액을 사전에 징수하여 대신 납부하는 형태로 실무 관행이 형성되어 온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이러한 실무 관행은 대납경비청구권을 통해서 정책적으로 유도되었으리라고 추측할 수 있다. 대납경비청구권 제도는 2000년 항만법 개정으로 ‘항만시설을 이용하는 화물주인이 항만관리청에 개별적으로 납부하여야 하는 항만시설 사용료를 당해 화물을 운송한 화물운송사업자가 이를 일괄하여 대납한 경우에는 그 사업자에게 항만시설사용료의 대납업무에 소요된 경비를 지급할 수 있도록’ 도입되었는바, 대납경비청구권은 해상화물운송사업자로 하여금 번거로운 항만시설 사용료의 징수를 맡도록 하기 위한 정책적 유도수단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제도적 체계와 입법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항만공사가 항만시설 사용료를 일괄하여 대납한 해상화물운송사업자에게 대납경비를 지급하는 것은 항만공사의 의무라고 할 수 있고 그것이 항만공사의 재량에 맡겨져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대납경비를 지급받으려는 자는 매월분의 대납경비를 다음달 20일까지 공사에 청구하여야 한다’는 항만공사법 시행규칙 제11조 제2항은 당사자간의 편의를 위한 절차적 규정으로 이해함이 타당하다.


한편 여기서 화주-해상화물운송사업자-항만공사 사이의 법률관계는 어떻게 구성되는가라는 쉽지 않은 문제가 생긴다. 대상판결의 원심판결은 ‘피고가 원고에게 피고의 사무인 항만시설 사용료 징수업무를 위임한다고 볼 수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해상운송사업자인 원고가 피고의 항만시설 사용료 징수업무를 관리하는 사무관리의 측면이 있다’고 판시하였다. 이와 달리 대상판결은 “원고는 화주들을 대리하여 항만시설 사용 신고를 하면서 화주들의 항만시설 사용료를 일괄하여 대납하는 것이므로, 원심이 대납경비 지급 청구에 관한 사항을 원고와 피고 사이의 위임 또는 사무관리에 준하여 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하여 원고의 사용료 대납은 화주에 대한 대리 관계에 기초한 것이라고 법률관계의 구성을 달리하였다.19) 해상화물운송사업자의 사용료 대납은 항만공사와 해상화물운송사업자 사이의 위임관계가 아니라 화주와 해상화물운송사업자 사이의 위임관계에 따라 행해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원래대로라면 화주가 해상화물운송사업자인 원고에게 그 사용료 대납에 대한 비용 대가를 지급하여야 할 것이나, 앞서 본 바와 같은 입법목적에 따라 항만관리청(항만공사)가 이를 지급하는 것이다. 항만시설에 대한 사용승낙과 그에 따른 사용료 납부·징수 관계가 공법상 관계인가 사법상 관계인가가 문제되고 있으나,20) 위 대납경비청구권 제도는 일종의 정책적 유도효과를 발휘하기 위한 보조금과 같은 성격을 가진다고 볼 여지가 적지 않다.21)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에 대한 대납경비 청구권은 항만법, 항만공사법 규정과 그 하위 법령들에 의하여 비로소 발생하는 것이다. 여기서 항만시설 사용료 대납경비 청구 소송을 민사소송으로 하여야 하는가 행정법상 당사자소송으로 하여야 하는가라는 쟁점이 다시 생긴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하여는 필자도 당장 확정적인 답을 내리기 어렵고,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6. 결론
대상판결은 해상화물운송사업자의 항만시설 사용료 대납과 그에 따른 항만공사에 대한 대납경비 청구권에 관하여 다룬 사건으로 희소하고, 항만시설 사용료 부과에 관한 대법원의 입장을 파악할 수 있는 하나의 유력한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귀하다. 필자는 종래 항만시설 사용료 부과에 관한 보다 체계적이고 심층적인 연구를 다짐한 바 있다.22) 이 글은 현 시점에서 대상판결을 일단 소개한다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항만시설 사용료 부과의 성격, 체계 등에 관하여 실무와 판례 등에 대한 보다 광범위한 연구를 통해 이에 관하여 정리할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하면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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