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19와 런던

2021년 12월 6일~15일 기간 개최하는 국제해사기구(이하 IMO) 제32차 총회 대응을 위해 자문단으로서 런던 출장을 떠나게 되었다. 2020년 2월 IMO 제7차 해양오염방지‧대응 전문위원회(PPR 7) 회의 참석을 위해 런던을 방문한 지 1년 9개월 만의 영국 출장이었다. 특히 이번 출장은 IMO 기구와 우리나라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고려하여 IMO 본부가 있는 런던 현지에서 대응하는 우리나라 대표단 규모가 지난 제31차 총회와 비교해 1/10로 대폭 축소되어 회의 대응에 대한 부담이 다소 크게 느껴졌다.

 

12시간 비행 후 런던 히드로공항에 도착하였고, 다시 한번 마스크 끈을 조인 후 조심스럽게 입국심사대에 다가갔다. 2019년 우리나라는 영국의 자동입국심사 대상국으로 지정되어 별도의 대면심사 없이 입국할 수 있다. 그런데도 코로나19로 공항 내 특별한 추가 방역 조치가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예상과 달리 2년 전의 영국 출장 시 입국과 다른 점 없이 매우 수월하게 심사를 통과하였다. 히드로공항 내 대부분 사람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였고 통로 곳곳에 손 소독제가 비치되어 추측과 달리 철저한 방역이 이뤄진다는 첫인상을 받았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그것은 공항이라는 특수성에 따라 유독 그곳에서 사람들이 마스크를 철저히 착용하는 것이었다.

 

예약한 숙소로 이동하여 짐을 풀고 미처 시차 적응을 하지 못한 몽롱한 상태에서 사무실로 출근하였다. 전철을 타고 출근길을 지나며 사람들을 살펴보니 거리 사람들의 약 1/3 정도만 마스크를 온전히 착용한 것을 보았다.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시민들이 코로나19 상황에 대한 경각심이 다소 부족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영국 인구는 대략 6,800만 명으로 우리나라보다 약 20% 많기는 하지만 현시점에서 하루 평균 약 7만 정도가 코로나19 확진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우리나라 국민이 정말 코로나19 상황을 잘 이겨내고 있다고 하는 자부심마저 들었다.

 

Ⅱ우.리나라의 IMO A 이사국 선출

이번 IMO 제32차 총회에서 다뤄지는 여러 의제 중 우리나라로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IMO 이사국 선거(Election of the IMO Council member)였다. IMO는 ‘IMO에 관한 협약(Convention on the 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 제16조, 17조 및 18조를 통해 이사국 선출 규정을 명시하며, A그룹 이사국 10개 회원국, B그룹 이사국 10개 회원국 그리고 C그룹 이사국이 20개 회원국으로 구성되어 총 40개의 이사국이 총회에서 투표를 통해 선출된다. 이사국의 지위 및 역할을 가장 쉽게 이해하고자 하면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회사 또는 기관의 이사회를 생각하면 된다. 이사회 체제로 운영되는 회사에서는 이사장과 이사를 자체 규정에 따라 선출하고 회사의 예산 심의 및 사업계획 등을 이사회에서 확정한다. IMO도 국제기구로서 자체적인 이사회를 구성하여 기구의 사업전략 및 방향 그리고 예산 등을 심의하고 결정한다. 즉, 이사국은 IMO 기구 활동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주요 회원국이라는 의미이다. 우리나라는 2001년부터 IMO A 그룹 이사국으로서 활동하고 있으며 국제 해운 사회에서 그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코로나19 상황은 IMO 총회 진행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IMO는 2020년 9월부터 IMO 위원회와 전문위원회 회의를 원격 방식으로 전면 전환하였다. 그러나 IMO 총회에서 진행되는 이사국 선거는 기본적으로 비밀 투표를 전제하고 있기에 오롯이 원격 방식으로만 진행하기 어렵다. 이에, IMO는 이사국 선거를 대면 방식으로 진행하되 본 회의장에는 각 회원국 대표 2명만 출입을 허용하고 총회 진행의 모든 상황을 온라인으로 공개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의 총회 진행을 결정하였다. 아래 사진은 투표를 위해 본 회의장에 모인 모습과 동시에 화상으로 진행되는 회의 모습이다.

 

 
 
 
 

< IMO 이사국 선거 활동 >

코로나19 상황으로 본회의장에 참석하는 IMO 회원국의 대표단 수는 대폭 줄었지만, 이사국 선출을 위한 경쟁은 지난 제31차 IMO 총회 못지않게 치열하였다. 40개국의 IMO 이사국을 선출하는 선거에 총 48개국이 출마하여 경합을 벌였으며, 그룹별 입후보 국가 수를 살펴보면 A 그룹은 10개국, B 그룹은 11개국 그리고 C 그룹 이사국에 27개국이 입후보하였다. 상대적으로 C 그룹 이사국 선거에서 치열한 경쟁이 있었다. 그렇지만 A 그룹과 B 그룹도 선출 자체를 떠나 득표수가 공개됨으로 이에 보이지 않는 치열한 선거 활동이 총회 기간 진행되었다.

 

우리나라도 2021년 11월 23일 그리고 12월 6일 두 차례 IMO 회원국을 대상으로 리셉션을 개최하여 우리나라의 해사안전 정책과 IMO 이사국으로서의 의지를 회원국에 보여주었다. 필자는 리셉션을 통해 우리나라에 대한 회원국의 관심이 매우 크다는 점을 체감하였다. 아시아의 작은 크기의 국가이지만 현재의 IMO 사무총장을 배출하였고 세계 1위의 조선 강국 그리고 최근 국제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오징어 게임’ 드라마 등 우리나라 문화가 전 세계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을 새삼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도 매우 우수한 성적으로 IMO A 이사국에 선출되었다.

 

 
 

IMO 이사국 선거 활동에 직접 참여하면서 세련되며 전략적인 외교 활동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되었다. 20개국 이상의 회원국 리셉션에 참여하면서 짧은 시간에 자국의 특색과 장점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표현하는지 그리고 IMO라는 국제사회에서 이사국으로서 다른 국가의 표를 얻기 위해 장기적으로는 무슨 활동이 필요하며 현장에서는 단기적으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해 옆에서 보고 배울수 있는 유익한 기회였다. 동 지면을 통해 세부적인 사항을 모두 밝힐 수는 없지만 간략하게 말해야 한다면, IMO 이사국 선거는 우리나라 정치에서의 선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선거 기간 반짝하는 교섭 활동도 굉장히 중요하다. 그렇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간의 보여준 공익의 활동이 종합 평가된다는 점이다. 어떤 회원국은 기존 IMO 이사국이었지만 이번 제32차 총회에서 재임이 실패하였다. 그리고 다른 회원국 대부분 대표단은 그 회원국이 이사국에 떨어진 결과를 편안하게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인과관계의 진리는 이곳에서도 어김없이 적용되고 있었다.

 

< IMO 전략 계획(SD) 개정 >

이사국 선거가 IMO 총회의 하이라이트인 점은 맞지만, 그 외에도 총회에서는 지난 2년 동안 IMO 위원회에서 협의된 다양한 결의안을 최종 채택한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할 사항이 여럿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사항인 2018~2023년 IMO 전략 방향(SD, STRATEGIC DIRECTIONS)의 개정이다. 제32차 총회는 동 개정안을 최종 채택하면서 전략 방향에 SD 6(인적 요인) 항목을 추가하였다. 이는 단편적으로 IMO 회원국이 해사안전 측면에서 인적 요인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나타내며, 더욱 고찰해보면 IMO 기구가 인적 요인과 관련된 다양한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확실한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주목해 보아야 할 사항이다. 인적 요인에는 비단 선원만 포함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향후 해사안전 정책 및 IMO 대응 전략 수립 등에 있어 동 전략 방향을 고려하여 인적 요인에 좀 더 무게를 실을 필요가 있다.

 

< 2018~2023년 IMO 전략 방향 >

- SD 1 Improve implementation

- SD 2 Integrate new and advancing technologies in the regulatory framework

- SD 3 Respond to climate change

- SD 4 Engage in ocean governance

- SD 5 Enhance global facilitation and security of international trade

- SD 6 Address the human element 추가 (제32차 총회)

- SD 7 Ensure regulatory effectiveness

- SD 8 Ensure organizational effectiveness

 

Ⅲ.나오며

필자가 이번 제32차 총회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 중 하나는 175번째 회원국으로 IMO에 가입한 보츠나와공화국(Republic of Botswana) 대표의 발언이다. 제32차 총회 마지막 날인 12월 15일 보츠나와 회원국 대표는 자국이 IMO 기구에 가입한 배경을 소개하고 앞으로의 활동 의지를 표명하였다. 보츠나와는 인구 2백만 명이 조금 넘은 아프리카의 작은 국가이다. 더욱이 보츠나와는 바다와 전혀 인접하지 않은 내륙국가이기 때문에 해사안전을 위한 국제적인 기술 표준을 다루는 IMO 기구와는 거리가 있다. 보츠나와 대표는 인접한 나미비아 국가와 협력하여 대규모 해양 물류 사업 개발을 진행 중임을 밝히며, 이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피력하였다. 아프리카의 내륙국가조차 해양으로 눈을 돌리며 상생을 모색하는 점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기간 산업으로서 해운의 중요성을 다시금 실감하게 되었다.

 

이미 우리나라는 글로벌 해운·조선 산업의 선두를 지키고 있으며, 그 위상은 이번 IMO 제32차 총회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코로나19 영향이 여러 부분에 다각적인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이제는 그것도 조금씩 봉합되고 있다. 이번 IMO 총회를 계기로 우리나라 해사안전 부문에 종사하는 일원으로서 큰 자부심을 느꼈으며 맡은 역할에 더욱 소신을 다하고자 다짐해 본다.

 
저작권자 © 해양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