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KCTOA “신규 터미널 건설보다 야적장 확대가 급선무”
물류비 절감 성공하면 2030년 물동량 9,210만TEU 전망

 

 

한 시대를 풍미했던 홍콩항도 이제는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주변항만들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방안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장기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홍콩항은 높은 THC와 트럭 운송비 등 물류비용의 절감이 필요하며, 단기적으로는 컨테이너 야적장 확보가 조속히 진행돼 한다는 처지에 놓여 있다. 특히 홍콩 터미널 운영사들은 적치능력을 증강시키기 위한 부지확보의 시급성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홍콩항이 안고 있는 비용적 약점에는 먼저 THC(Terminal Handling Charge)가 있다. THC는 화물이 off dock CY에 입고된 순간부터 본선선측까지 혹은 본선선측에서 CY의 게이트를 통과할 때까지의 화물이동에 따른 모든 비용으로, 지역 물동량과 각 선사들이 운송한 화물량에 따라 변동한다. 현재 홍콩항의 THC는 심천(shenzhen)지역의 서커우(蛇口), 치완 터미널보다 100US달러가량 비싼 상황이다. 


국경통관 작업이 트럭 운송비 증가의 주원인
또 홍콩항의 배후 생산거점인 남중국지역으로부터 홍콩까지의 트럭 운송비는 다른 주강삼각주(PRD)지역의 항만들과 비교하여 상당히 높은 편이기 때문에 홍콩 터미널 운영사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으며, 물류비 측면에서 홍콩항의 또 다른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홍콩이 유난히 트럭 운송비가 비싼 것은 긴 국경 통과시간에 기인한다. 홍콩으로 넘어가는 화물의 국경 통관 작업은 남중국 항만을 이용하는 것보다 효율성이 떨어지고 비용이 많이 들며, 하루에 트럭을 여러 번 운행할 수도 없도록 하여 트럭 운송사들이 높은 가격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하게 된다.


홍콩의 컨설팅 기업 GHK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전술한 물류비 상승 요인들로 인해 홍콩을 통해 미국 서안으로 향하는 화물은 심천의 ‘얀티안(鹽田) 터미널(YICT)’을 이용하는 것보다 FEU당 280US달러가량이 더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사 연합(HKCTOA)’은 “상대적으로 높은 트럭 운송비용으로 인해 홍콩항을 통해 직수출되는 물동량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컨테이너가 컨선과 컨선, 컨선과 바지선 사이에서만 이동함으로 인해 콰이창(Kwai Tsing)항의 컨테이너 처리시설은 빠르게 저부가가치화 되고 있다”며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환적화물 비율 증가로 야적장 부족현상 심화
또 직수출입 화물보다 환적화물이 증가하면서 이를 위한 시설부족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환적화물이 증가하면서 선박 간의 화물이동을 위해 단기적인 컨테이너 적치공간과 환적화물을 수송하는 바지선들의 선석 수요가 늘어나게 된 것.

 

이러한 이유로 인해 HKCTOA는 신규 컨테이너 터미널 ‘CT10’의 건설보다 유휴부지의 야적장 활용이 홍콩항 기존 터미널들의 생산성과 경쟁력 강화에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에따라 HKCTOA는 최근 홍콩 정부에게 콰이창항 주변에 컨테이너 야적장을 늘려주는 것이 더욱 절실하다고 요청한 바 있으며, 장기적으로 ‘홍콩항 마스터플랜 2020’에 ‘기존 터미널 시설과 배후 유후부지 활용의 극대화 방안’을 포함시키길 바라고 있다. 

 


HKCTOA는 정부가 콰이창 터미널 주변 유휴부지 가운데 100ha만 터미널 운영사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해 준다면 컨테이너 처리시설의 능력이 현재의 2,400만TEU에서 4~12.5%까지 증가한 2,500~2,700만TEU로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아가 이러한 유휴부지는 유사시 항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적체를 감소시킬 수도 있다는 것.

 

HKCTOA측은 08년 8월 있었던 12호 태풍 ‘누리’로 인해 발생했던 콰이창항의 심각한 적체현상도 항만 배후에 유휴부지가 있었다면 충분히 완화가 가능했을 것이며, 더욱 어려운 운영상의 압박이 닥쳐도 원만한 극복을 가능케 할 것이라 설명했다.


늘어나고 있는 바지선을 위한 수용공간의 확대 역시 유휴부지의 또 다른 주요 활용 방안이다. 바지선은 트럭에 비해 높은 가격 경쟁력을 갖춘 운송수단으로 그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이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많은 항만시설이 필요하다.

 

현재 홍콩항 터미널들이 보유한 바지선 선석은 5~10개 정도로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황으로, 늘어나는 바지선의 기항을 위해 대형선박 접안을 위한 주요 선석들까지 내주는 상황까지 몰리고 있다.
HKCTOA는 홍콩항이 저렴한 바지선 운송을 위한 선석 등의 시설을 좀 더 확보한다면, 비용절감을 원하는 많은 화주들을 좀 더 유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선석 활용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해관계 충돌로 트럭운송비 절감은 거의 불가능
야적장과 바지선 선석 확대를 통해 남중국 항만에 비해 홍콩항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는 높은 물류비를 어느정도 절감할 수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인 트럭 운송비와 THC 문제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홍콩항 관계자들은 홍콩항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트럭운송시장의 자율화와 THC의 절감이 반드시 필요하며, 이를 위해 △중국 본토와 홍콩 간 국경통과 면허 요금부과의 철폐 혹은 요금의 최소화 △통관절차 간소화를 통한 트럭의 지연 없는 움직임 △중국인 운전자의 홍콩항 진입 자율화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컨설팅 기관 GHK는 이러한 제도개선과 자율화가 빠르게 달성될 경우 홍콩항은 남중국 시장에서 발생하는 물동량의 40%를 처리하면서 2030년에 9,210만TEU를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비용이 점진적인 상승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개혁은 지지부진한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2030년 홍콩이 남중국 물동량 처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5%에 지나지 않으며, 처리량도 3,870만TEU에 그칠 것이라 예측됐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러한 문제의 해결은 요원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서는 중국과 홍콩 정부의 노력과 주주, 트럭운송사, 해운선사, 화주들을 모두 이해시켜야 한다는 광범위한 협력을 요하기 때문이다.


국경통관과정에서 트럭 운송비를 증가시키는 핵심원인은 중국인 트럭운전자들의 국경통과를 홍콩정부가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홍콩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좀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홍콩인 운전자가 운행하는 트럭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 문제의 유일한 해결책은 중국인 운전자도 홍콩과 중국 간 컨테이너운송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홍콩지역 트럭운송사의 이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홍콩정부가 허가해줄 가능성이 거의 없다. 이 때문에 홍콩의 터미널 운영사들은 트럭운송비가 중국 수준으로 저렴해지는 것은 기대도 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저 그 차이가 좁혀지기만을 바라고 있을 뿐이다.

 

환적화물보다는 직수출입 물동량 증가 필요
홍콩항은 07년 세계 컨항만 순위에서 전년대비 1.4% 증가한 2,390만TEU를 기록하면서 3위를 차지한 바 있다. 또한 완만하지만 물동량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도 홍콩항이 장기적인 위기상황에 처해있음을 간과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HKCTOA는 이에 대해 “07년 홍콩항이 3위를 기록하고 뒤이어 심천이 2,110만TEU로 4위를 차지했지만 이는 현실과 다르다. 물동량의 증가는 환적화물량에 따라 결정되는데, 이는 하나의 환적화물도 들어왔다 나가는 작업으로 인해 두 번 계산이 되기 때문”이라며 “홍콩 물동량 가운데 50%가량이 환적화물인 반면 심천은 95%가 직수출입 화물이다. 이것이 실제로는 홍콩 물동량이 심천을 앞섰다고 볼 수 없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현재 홍콩항으로 반입되는 화물 가운데 50%는 트럭을 이용하고 있으며, 25%가 바지선을 25%는 환적화물이다. 이 비율은 과거 트럭 90%, 바지선 5%, 환적 5%에 이른 적도 있었다. HKCTOA측은 이러한 환적화물의 증가세 보다는 직수출입화물량을 증가시킬 수 있는 방안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남중국 항만의 빠른 추격, 제도적 지원 시급
아직까지 홍콩항은 이용자 입장에서 많은 장점을 가진 항만이다. 높은 물류비용으로 인해 빛이 많이 바래기는 했지만, 관세에서 혜택을 볼 수 있는 자유무역항일뿐만 아니라 이용자들의 편의가 많이 배려되어 남중국에서 가장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항만이기 때문이다.


선사와 화주기업에서는 홍콩항이 수많은 주요항로를 보유하고 있으며, 홍콩국제공항과의 연계를 통해 아시아의 매력적인 물류허브로 자리매김했다고 보고 있다. 또 남중국 항만들에 비해 높은 생산성과 제도·행정적 편의를 최대한 보장해주고 있어 높은 물류비용 문제만 해결할 경우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 지난해 홍콩은 와인에 대한 관세를 철폐함으로서 세계적인 주요 와인 무역거점으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홍콩이 보유한 효율성과 절차의 단순성, 세관 등의 장점만으로는 그다지 오랜 기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을 전망이다. 남중국의 항만들도 점차 이를 따라잡고 있기 때문이다. 막대한 인프라 투자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있으며, 중국정부 역시 08년 4월 항만관계기관과 수출입업자들의 협력을 도모하기 위한 세관 정책 개선안을 내놓은 바 있다.
 

홍콩 터미널 운영사들은 홍콩항의 현 상황에 대해 “경쟁력을 잃고 있으며, 물동량도 줄어들고 있다”며 과거 어느 때보다 큰 위기에 봉착해 있다고 말한다. 그들은 또 “트럭운송시장의 자율화는 너무 먼 곳에 있다. 현재 홍콩의 미래는 정부가 터미널 운영사들에게 콰이창 주변 유휴부지 사용 허가를 얼마나 신속하게 내주느냐에 달려있다”며 정부의 시급한 제도적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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