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중 투승 중인 어선의 경계소홀 및 대각도 좌현 변침으로 군함과 충돌

이 충돌사건은 시계가 제한된 상태에서 통발 투승 중이던 B호가 경계 소홀로 근접거리에 있는 군함 A호를 발견하지 못한 채 대각도 좌현 변침함으로써 발생한 것이나, 군함 A호가 안전한 속력을 준수하지 아니한 것도 일인이 되어 발생했다.

 

 
 

<사고 내용>
○사고일시 : 2020. 8. 8. 13:02경
○사고장소 : 전라남도 신안군에 위치한 칠발도등대로부터 278도 방향, 거리 약 8.56마일 해상

 

<사건의 개요>
A호는 2020. 8. 8. 12:30경 침로 165도 및 속력 17.9노트로 항행하였고, 같은 날 12:41경 침로 190도 및 속력 19.7노트로 항행하였다.
A호는 같은 날 12:50경 침로 191도 및 속력 19.0노트로 항행 중 레이더로 200도 방향, 거리 4.25마일에서 침로 096도 및 속력 8.0노트로 항행 중인 B호를 탐지하고 표적관리를 하였으며, 또한 ECDIS에서 B호를 식별할 수 있었다.
A호는 같은 날 12:54경 기상악화를 고려하여 속력을 17.7노트로 낮추었고, 함장은 이후 B호와 최단근접거리(DCPA)가 가까워지자 직접 조함을 하였다. A호는 같은 날 12:56경 B호가 변침하며 190도 방향, 거리 약 2.1마일로 접근하자 우현 변침하여 A호 침로를 190도에서 205도로 변경하고 속력을 약 16노트로 낮추었으며, 항해등을 켜고, 장음 1회의 무중신호를 울렸다.

 

 
 

함장은 A호 침로를 210도로 변경하였으나 너울에 따른 선체 동요로 다시 205도로 변경하였고, 같은 날 12:58경 속력 약 19노트로 증속하여 B호로부터 빨리 벗어나고자 하였다.
함장은 이후 B호가 계속 접근하는 것으로 판단되자 같은 날 13:00경 다시 속력을 약 16노트로 낮추고 우현 변침하여 침로를 210도로 변경하였다.
A호는 충돌 직전 10시 방향에서 B호가 접근하는 것을 보고 즉시 기관을 전속 후진으로 사용하였으나, 상기 일시 및 장소에서 A호의 선수 좌현부와 B호의 선수 우현부가 양 선박의 선수미선 교각 약 70도를 이루며 충돌하였다. 당시 주변에 어로작업 중인 어선이나 다른 선박은 없었다.
사고 당시 해상 및 기상상태는 흐린 날씨에 해무로 시정이 0.25마일이었고, 남서풍이 초속 6〜8미터로 불며 파고 1.5〜2.0미터의 물결이 일었다.


한편 B호는 장어잡이 통발어선이다. 조업방법을 살펴보면, 투승작업은 주기관을 분당회전수(RPM) 1,200으로 운전하여 속력 7〜8노트로 약 55마일을 항행하면서 통발 1만개(통발 간 거리: 약 10m)를 약 7시간 동안 투승한다. 투승방법은 동서방향으로 약 7〜8마일 이동한 후 남북방향으로 약 1마일 이동하였다가 방향을 바꿔 반대방향으로 이동하기를 반복하며 ‘ㄹ’자 형태로 한다. 투승작업 후 약 7시간 대기하며 휴식을 취하고, 양승작업은 투승해 둔 통발의 끝부분에서부터 속력 약 6노트로 이동하며 시작하여 8〜10시간 동안 실시한다. 그리고 양승작업 후 1〜1.5시간 어획물 정리작업을 한다. B호의 레이더와 GPS Plotter에는 AIS를 설치·작동 중인 다른 선박이 표시된다.

 

[그림 1] B호의 흑산도항 출항 후 1차 조업
[그림 1] B호의 흑산도항 출항 후 1차 조업

B호는 2020. 8. 6. 10:31경 선원 11명이 승선한 가운데 조업차 흑산도항을 출항하여 조업장소로 향하였다. 당시 시정은 해무로 약 50미터이었다. B호는 같은 날 11:10경 조업장소에 도착한 후 [그림 1]과 같이 평균속력 약 7.9노트로 항행하며 같은 날 18:07경까지 투승작업을 하였고, 이후 대기하였다가 다음 날인 7일 00:01경부터 08:22경까지 평균속력 약 6.6노트로 이동하며 양승작업을 하였다. 당시 시정은 약 100미터이었다.
B호는 1차 조업을 마친 후 어획물을 정리하며 휴식을 취하였다가 [그림 2]와 같이 같은 날 12:15경부터 투승작업-대기-양승작업을 순차적으로 실시하여 다음 날인 8일 10:44경 2차 조업을 마쳤다.

 

[그림 2] B호의 2차 조업
[그림 2] B호의 2차 조업

B호는 이후 어획물정리작업을 마치고, 같은 날 11:57경 [그림 3]과 같이 침로 약 027도 및 속력 약 8.2노트로 항행하면서 3차 투승작업을 시작하였다. 선장은 당시 습기 때문에 조타실 문을 닫은 상태로 조타실에서 혼자 항해당직을 수행하였고, 당시 시정이 해무로 약 100미터이었으나 무중신호를 울리지 아니하였으며, 레이더 1대를 작동하여 탐지거리 12마일에 맞추어 사용하며 가끔 레이더 화면을 보면서 투승작업에 신경을 쓰며 조선하였다. B호는 같은 날 12:17경 침로 090도로 변침 후 속력 약 8.5노트로 항행하며 투승작업하였고, 투승방향을 변경하기 위해 같은 날 12:54경 대각도 좌현 변침을 시작하였다. 이때 선장은 선미에서 투승되고 있는 통발을 신경 쓰며, 레이더 화면을 보았으나 레이더 화면에서 탐지된 선박이 없었다.  B호는 이후 침로를 거의 북쪽으로 향한 채 투승작업을 하였고, 같은 날 12:56경 침로 004도 및 속력 8.5노트로 항행하였다. 이때 상갑판에서 작업 중인 선원들은 A호에서 울린 기적소리를 들었으나, 선장은 듣지 못하였다.


선장은 같은 날 12:59경 B호의 선미에서 투승되고 있는 통발을 신경쓰며 투승방향을 서쪽으로 변경하기 위해 B호를 재차 대각도 좌현 변침하였다. B호는 같은 날 13:00경 이후 남서풍을 자선의 정선수 좌현 045도 방향에서 받으며 선수가 좌·우로 조금씩 흔들리는 상태에서 침로 약 280도 및 속력 약 8.0노트로 이동하며 투승작업을 하였다. 선장은 충돌 직전 전방 100〜200미터에 있는 A호를 육안으로 초인하고 충돌의 위험을 느껴 기관을 전속 후진으로 사용하였으나, 상기 일시 및 장소에서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A호와 B호가 충돌하였다.


<원인의 고찰>
○ 항법의 적용
가) 충돌장소 및 시계상태

이 충돌사건은 넓은 수역에서 해무로 인해 시정이 0.25마일인 상태에서 발생하였다. 그리고 A호(길이 63m)와 B호(전장 33.69m)의 현등 가시거리는 각각 3마일 및 2마일이다. 따라서 양 선박 사이에는 항법상 제한된 시계 안에 있었다고 판단된다. 참고로 양 선박의 기적(Whistle) 가청거리는 1마일이다.


 
나) 항법 상 지위
A호는 침로 190도 및 속력 18〜20노트로 항행 중이었고, B호는 침로 090도 및 속력 약 8.3노트로 항행하며 통발 투승작업 중이었다. 특히 B호는 속력 약 8.5노트로 항행하며 통발 투승작업 중이었으나 다른 선박과 충돌의 위험성이 존재한 상황에서 언제든지 기관을 사용하여 피항동작을 취할 수 있었다. 따라서 양 선박은 ‘해사안전법’상 ‘대수속력을 가지고 항행 중인 동력선’에 해당한다.
 


다) 양 선박 사이 충돌의 위험성에 대한 검토
양 선박은 [그림 4]와 [표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충돌 10분 전 침로 210도 및 속력 20노트로 항행 중인 A호와 침로 091도 및 속력 8.3노트로 항행 중인 B호 사이에 충돌의 위험성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B호는 충돌 7분 전 투승 방향을 변경하기 위해 침로를 090도에서 대각도(90도) 좌현 변침을 하였고, 이때부터 양 선박 사이의 최단근접거리가 급격히 가까워졌다. 그 결과 양 선박은 충돌 6분 전 약 2.1마일로 접근한 상태에서 최단근접거리가 0.02마일로서 충돌의 위험성이 존재하였으며, 근접조우상태(Close-quarter Situation)에 놓이게 되었다.
A호는 이에 우현 변침을 하여 침로를 210도로 변경하고 속력을 조절하여 양 선박 사이의 최단근접거리를 0.32마일까지 증가시켜 충돌의 위험을 없애고자 하였다. 그러나 B호는 충돌 약 2분 전 투승방향을 변경하기 위해 재차 대각도 좌현 변침하여 침로 000도에서 282도로 변경하였고, 그 결과 양 선박은 다시 양 선박 사이의 최단근접거리가 0.12마일로 가까워지면서 급박한 충돌위험(Immediate Danger)에 직면하게 되었다고 판단된다.

 

라) 항법의 적용
이 충돌사건은 해무로 시계가 약 0.25로 제한된 넓은 수역에서 ‘해사안전법’상  ‘대수속력을 가지고 항행 중인 동력선’으로 동등한 지위를 가지고 있는 A호와 B호 사이에 발생하였으므로 먼저 ‘제한된 시계상태에서 선박의 항법’이 적용된다.
따라서 양 선박은 당시의 사정과 조건에 적합한 안전한 속력으로 항행하고, 기관을 즉시 조작할 수 있도록 준비하여야 하며, 2분을 넘지 않는 간격으로 장음 1회의 무중신호를 울려야 한다. 특히 양 선박은 충돌 7분 전 B호가 침로를 북쪽 방향으로 변침한 후 상대선박을 서로 자선의 정횡 앞쪽에 두게 되었고, 충돌 6분 전 충돌의 위험성이 존재하며 근접조우상태에 놓이게 되었으므로 양 선박 모두 좌현 변침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A호는 이와 같은 근접조우상태에서 우현 변침을 하고 속력을 조절함으로써 양 선박 사이의 최단근접거리를 0.32마일로 증가시켰고, 당시 양 선박의 침로와 속력을 고려할 때 최단근접거리 0.32마일은 양 선박이 안전하게 통과하는데 크게 어려움이 없는 거리라고 판단된다. 그러나 B호는 충돌 2분 전 A호의 존재를 알지 못한 채 통발의 투승방향을 변경하기 위해 대각도 좌현 변침을 하였고, 그 결과 양 선박은 절박한 충돌위험에 직면하게 되었으며 이후 양 선박이 충돌할 때까지 서로 충돌 위험을 식별하여 적절한 피항동작을 취하는데 시간적·공간적으로 충분하다고 볼 수 없어 항법을 적용할 수 없는 절박한 상황에 해당된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이 충돌사건은 ‘제한된 시계상태에서 선박의 항법’에 추가하여 ‘해사안전법’제96조의 규정에 의한 ‘절박한 위험이 있는 특수한 상황’규정도 적용된다.


 
○ A호의 운항행위
선장 및 당직항해사는 선박이 시계가 제한된 상태에서 항행하는 경우 안전한 속력을 준수하고 기관을 즉시 조작할 수 있도록 준비하여야 하며, 2분을 넘지 않는 간격으로 장음 1회의 무중신호를 울려야 한다. 특히 다른 선박을 자선의 정횡 앞쪽에 두고 있는 경우에는 좌현 변침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A호는 해무로 시계가 0.25마일로 제한되자 기관을 즉시 조작할 수 있도록 준비하였고, 2분을 넘지 않는 간격으로 장음 1회의 무중신호를 울렸다. 특히 이 선박은 충돌 6분 전 B호가 대각도 좌현 변침을 하며 접근함으로써 충돌의 위험성이 존재하며 근접조우상태에 놓이게 되자 우현 변침을 하고 속력을 조절함으로써 충돌의 위험에서 벗어나도록 적절한 피항동작을 취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선박은 B호가 충돌 2분 전 재차 대각도 좌현 변침을 하며 접근함으로써 항법을 적용할 수 없는 절박한 충돌위험에 직면하게 되어 결국 B호와 충돌하게 되었다.


따라서 이 선박은 충돌 2분 전 B호의 대각도 좌현 변침에 의한 절박한 충돌위험 상황에서 기관을 전속 후진으로 사용하여 속력 3.4노트로 낮춤으로써 양 선박의 피해를 경미하게 하였고, 이러한 조치는 당시 절박한 충돌위험 상황에서 적절하였다고 판단된다. 다만 이 선박이 충돌 6분 전 B호와 충돌의 위험성이 존재하며 거리 약 2.1마일로 근접조우상태에서 속력 15〜16노트로 항행한 것은 비록 당시 정선수 방향에서 초속 6〜8미터의 바람과 파고 1.5〜2.0미터의 외력 영향을 받고 있었다 할지라도 해무로 시정이 0.25마일로 제한된 상태이었으므로 안전한 속력으로 항행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된다.


 
○ B호의 운항행위
선장 및 당직항해사는 선박이 시계가 제한된 상태에서 항행하는 경우 안전한 속력을 준수하고 기관을 즉시 조작할 수 있도록 준비하여야 하며, 2분을 넘지 않는 간격으로 장음 1회의 무중신호를 울려야 한다. 특히 다른 선박을 자선의 정횡 앞쪽에 두고 있는 경우에는 좌현 변침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러나 B호 선장은 시계가 0.25마일로 제한된 상태에서 무중신호를 울리지 않았고, 주변 경계를 소홀히 한 채 침로와 속력을 유지하며 통발 투승작업을 하였다. 특히 선장은 B호가 동쪽 방향으로 속력 약 8.5노트로 항행하며 통발 투승작업을 하던 중 주변 경계를 소홀히 함으로써 A호가 접근하고 있는 것을 알지 못한 채 투승방향을 동쪽에서 서쪽으로 변경하기 위해 90도의 대각도 좌현 변침을 연이어 실시하였다. 그 결과 B호는 충돌 6분 전 A호와 충돌의 위험성이 존재하며 거리 약 2.1마일로 근접조우상태에 놓이게 되었고, 충돌 2분 전 재차 대각도 좌현 변침을 하여 급박한 충돌위험에 직면하게 함으로써 A호와 충돌하게 되었다. 선장의 이러한 행위는 이 충돌사건의 주된 원인이 되었다고 판단된다.

 

<시사점>
○ 장어통발어선 선장은 동서 방향으로 속력 7〜8노트로 항행하며 ‘ㄹ’모양으로 투승작업 중 투승방향을 변경하기 위하여 대각도 변침을 하기 이전에 반드시 주변 경계를 철저히 하여 접근하는 다른 선박과 충돌의 위험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 연안 항해를 하는 군함 및 상선은 어선의 다양한 어로작업 방식을 이해·숙지하고 어선 선장이 혼자 항해당직을 수행하며 어로작업에 종사하느라 주변 경계를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실행가능한 한 사전 예방차원에서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피항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 연안항해에 종사하는 선박의 선장 및 항해사는 해무로 시계가 제한된 경우 무중신호를 울리고 주변 경계를 철저히 하는 등 무중항법을 준수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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