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COVID-19)와 항해용선계약을 둘러싼 제반 이슈

코로나바이러스(COVID-19)가 전 세계로 퍼져나간 지 2년여가 경과되고 있다. 그 사이 백신이 개발되어, 세계 각국은 백신 접종률을 높여 코로나 확산에 대응하고 있다. 뉴욕타임즈 최근 통계자료에 따르면 전세계 인구의 절반 가량이 1차 접종을 마쳤으며, 38% 가량은 2차 접종까지 완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고, 접종률도 국가의 소득수준에 따라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세계 각국은 여전히 국경을 통제하고 외국에서 온 사람 혹은 선박에 대해서는 아직도 강도 높은 조치를 유지하고 있다.


그로 인해 해상업계의 어려움도 지속되고 있다. 해상클레임 예방가이드 3월호에서도 다루었지만, 선사들은 여전히 선원 교대의 어려움을 겪고 있고, 선주 혹은 용선자는 용선계약을 수행하는 과정에서도 여전히 코로나로 인한 분쟁을 호소하고 있다. 아래에서는 그 중 항해용선계약서를 둘러싼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이슈를 다룬다. 먼저 항해용선계약이 체결된 후 선적항에서 코로나바이러스 문제로 화물 선적이 불가 혹은 상당한 지연이 발생한 경우를 살펴본다. 만약 선적이 가능한 상황인 경우 Laytime 계산과 관련된 상황도 검토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용선계약 체결 시 참고할만한 조항 및 유의사항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것으로 본고를 마무리한다.

 

코로나바이러스 문제로 화물 선적이 불가 혹은 상당한 지연이 발생한 경우
 - 불가항력, 안전항 이슈, 계약이행불능관련

통상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 문제로 선적항에서 화물 선적이 불가하거나 상당한 지연이 발생한 경우, 크게 불가항력(Force Majeure), 안전항 이슈(Safe Port), 계약이행불능(Frustration) 문제가 검토된다. 먼저 용선계약서에 불가항력 조항이 포함되어 있고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상황이 해당 조항에서 언급하고 있는 사안에 포섭된다면, 계약상의 의무가 면제되거나 계약이 종료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해 관련 조항이 계약서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면 불가항력 주장이 불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영국법에서는 통상 불가항력의 계약상 효력만이 인정되므로, 용선계약서의 준거법이 영국법이고 불가항력 조항이 편입되어 있지 않다면 불가항력 주장은 불가하다. 이와 달리 중국은 중국 계약법 제117조에서 예측, 회피, 극복이 불가능한 객관적인 상황을 불가항력으로 규정함으로써, 법에 근거한 불가항력 주장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불가항력 주장이 어렵다면, 안전항에 대한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The Eastern City[1958] 에서도 정의되었다시피, 해당 항구에 도달(reach), 사용(use), 복귀(return)가 불가능할 경우 해당 항구는 안전하지 않은 항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정기용선계약하에서는 용선자가 기존 항해지시를 취소하고 대체항을 지정하여야 한다. 그러나 항해용선계약에서도 용선자가 이와 같은 의무를 부담하는가하는 문제가 남는다. 이에 대한 견해는 대립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Evia No.2[1982] 2Ll LR, 307의 판결문에서 관련된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다. 해당 판례는 Baltime에 기반한 판례이기는 하나, 판결문에서 법원은 용선계약에서 선적/양하항이 지정된 경우 용선자가 대체항을 지정할 권한도 의무도 없다고 인정하였다. 그러나 이를 뒤집어 해석하면, 항해용선계약서에 선적/양하항이 특정 항구가 아닌 일정 지역 혹은 범위로 명시된 경우에는 용선자에게 대체항을 지정하여야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한다(a voyage charterer may not have the same power. If there is a single loading or discharging port named in the voyage charter-party then, unless the charter-party specifically otherwise provides, a voyage charterer may not be able to order that ship elsewhere).


불가항력 혹은 안전항 이슈가 원용되기 어렵다면, 이행불능이 고려될 수 있다. 만약 용선계약 수행이 불가능하거나 용선계약 체결 시 예상할 수 없는 사정으로 인해 상황이 ‘현저하게 달라진(radically different)’ 경우, 계약 이행불능 법리가 원용될 수 있다. 단순히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일부 지연 혹은 비용의 증가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한 통상적으로 적용되는 격리기간 14일만으로도 계약의 이행불능을 주장하기 어렵다.
법원은 상상 이상의 부담과 상상 이상의 비용이 발생하여, 일방당사자를 계약에 구속시키는 것이 부당한 경우에만 이행불능을 인정하고 있다(It must be more than merely more onerous or more expensive. It must be positively unjust to hold the parties bound, The Eugenia[1963]2 Lloyd’s Rep 381). 더구나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고 상황이라면, 선적 및 양하항이 지정된 항해용선계약하에서 계약의 이행불능을 주장하기란 더더욱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Laytime 계산관련 – WIFPON/Laytime Counting
선박이 선적 혹은 양하항에 도착하여 Laytime이 기산되려면, 선박이 도착선(Arrived Ship)이 되어야하고, 선박이 선적/양하를 위한 준비(ready)가 되어 있어야 하며, 유효한 하역준비완료통지(Notice of readine
ss)가 발송되어야 한다. 선박이 목적항에 도착하면, 통상 보건당국은 선박 및 선원에 대한 검역/감염병 등을 조사한 후 이상이 없으면 입항허가(Free Pratique)를 내준다. 기존에는 이러한 절차가 형식(mere formalit
y)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으나, 요즘과 같은 시기에서는 보건당국이 실질적이고 강력한 조치 및 조사를 시행하고 있어서 이로 인한 지연이 자주 발생한다. 따라서 선주 입장에서는 입항허가가 떨어지는 것과 무관하게 하역준비완료 통지를 할 수 있도록 용선계약서에 WIFPON(Whether In Free Prqtique Or Not) 조건을 넣어 Laytime의 기산점을 앞당길 수 있다. 일례로 GENCON 1994 Clause 6.(c)에서도 이와 같은 조항이 삽입되어 있다. 다만, Laytime이 개시되고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된 실질적인 문제가 불거질 경우 관련문제가 해소될 때까지는 Laytime 계산이 중단된다.


유효한 하역준비완료통지가 이루어진 후 Laytime이 개시되면, 선박 혹은 선주의 사유로 인한 지연이 아닌한 Laytime은 계속 계산(counting)된다. 다만 용선계약서에 따라서는 지연이 용선자의 과실없이 혹은 통제 범위 밖에서 발생할 경우 Laytime이 계산되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 유의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Amwelsh 1993은 8조에서 용선자의 통제 범위 밖에서 발생한 원인(any other causes beyond the Owners’ or the Charterers’ control)에 대해서는 용선자가 책임을 지지 않는 다고 명기하고 있으며, Asbatankvoy 17조(Q
uarantine)에서도 검역이 선포되지 않은 지역에서 검역과 관련된 지연이 발생할 경우에는 용선자가 책임을지지 않는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물론 늘 그렇듯 상기 내용은 용선계약서의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계약을 체결하기에 앞서 관련 조항들을 검토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항해용선계약의 체결
아래에서는 항해용선계약을 체결하는 데 유용한 조항에 대하여 확인하고, 계약 체결 시 유의할 점에 대하여 알아본다.


1) BIMCO Infectious Or Contagious Disease Clause for Voyage Charter-party
항해용선계약을 체결할 때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책임관계를 보다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는 BIMCO에서 작성한 BIMCO Infectious Or Contagious Disease Clause를 고려해볼 만하다. 해당 조항은 선박이 감염병 위험이 있는 지역으로 항해할 경우 선주에게는 거부권 등을 부여하고, 용선자에게는 대체항 지정의무를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해당 조항이 원용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요건, 질병(Disease)과 감염지역(Affected Area)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코로나바이러스가 해당 조항 상 인체에 심각한 위해를 끼칠 수 있는 전염력 높은 질병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입항하려는 지역이 조항상 감염지역인지에 대해서는 분쟁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단순히 세계보건기구가 전 세계적인 팬데믹을 선포하였다는 사실만으로는 해당 지역이 감염지역인지 여부를 해결할 수 없다. 이에 대해 BIMCO는 선주 혹은 선장의 자의적인 결정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사실(a matter of fact)과 건전한 판단(sound judgement)에 기초하여 평가가 이루어져야 함을 점을 강조한다. 특히 BIMCO는 선원의 감염위험이 상대적으로 높고(comparatively high), 입항 후 다른 항만 입항에 제한이 가해질 수 있는 지역을 감염지역으로 보고 있다. 단순히 확진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해당 지역을 감염지역으로 보기 어렵고, 항만의 사용 제한, 항만의 방역규정 등이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은 해당 조항이 정기용선계약 및 항해용선계약에 모두 활용될 수 있는데, 항해용선계약의 경우 용선계약이 체결된 이후(after the date of this charter-party)에 해당 항구가 감염지역(Affected Ar
ea)이 된 경우에만 해당 조항을 원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즉, 용선계약 체결 당시 해당 지역이 이미 감염지역(Affected Area)이었거나, 용선계약 체결을 전후로 상황변화가 없었다면 선주는 해당 조항을 원용할 수 없음에 유의하여야 한다.

 

2) 코로나바이러스와 항해용선계약 체결 시 유의점
정기용선계약과 달리 항해용선계약은 사전에 선적 및 양하항에 대한 협의가 이루어지므로 선주는 선적항 및 양하항을 인지한 상태에서 용선계약을 체결한다. 따라서 영국 법원은 항해용선계약 체결의 과정을 감안하여, 선주가 합의된 항구 및 화물에 내재된 위험을 감수 혹은 수락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The George C.Lemos[1991]2 Lloyd’s Rep. 107).


근래 대부분의 항구들은 기존에 특정 국가 혹은 항구에 입항한 이력이 있는 선박에 대해서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심각성을 고려하여 차등조치를 취하고 있다. 따라서 선주는 본선의 이전 입항이력들을 감안하여 항해용선계약을 체결하여야 하고, 현재 협의 중인 항해용선계약상 선적/양하항에서 요구하는 사항들을 사전에 확인하여야 한다. 정기용선계약은 용선자의 항해지시에 따라 기존 항구에 입항하였으므로, 이로 인해 발생한 책임 및 비용은 정기용선자가 부담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항해용선계약에서 이전의 항해이력은 용선자와 무관하므로, 관련 책임 및 비용을 오롯이 선주가 책임져야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더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위에서 언급된 이슈 하나하나는 커다란 주제이므로, 본고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를 중심으로 관련된 이슈들은 터치하는 수준에서 다루었다. 실제 분쟁이 발생한다면, 용선계약서, 준거법, 사실관계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미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된지 2년이상이 경과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클럽에는 이와 관련된 문의 및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접수되고 있다. 따라서 선주와 용선자는 이러한 난국을 헤쳐나가고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위에서 언급된 내용들을 감안하여 용선계약을 체결하고, 필요시에는 가입된 클럽 혹은 변호사와 사전에 협의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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