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 ESG전략 잘 수립해 전사적으로 추진해야”

  해사포럼 9월 16일 월례회의 “ESG경영은 경영진의 인식과 의지가 중요”

 

 
 

최근 전 세계 기업들의 경영원칙에 중요한 지향점이 되고 있는 ESG(사회, 환경, 거버넌스)경영 이슈가 해사산업계에도 중요한 현안으로 떠올라 국내 해운업계의 대비에 시동이 걸렸다.

해운기업의 공시자료 공개와 특정 화주들의 요구 등 시장의 요구로 시작된 ESG경영이 해운시장에서도 기업의 지속가능한 비즈니스에 핵심적인 자격요건으로 부각됐으며 앞으로 더욱 빠른 속도로 확산될 것이 예측된다. 이에 따라 국내 해운기업들도 ESG경영 전략을 잘 수립해 전사적으로 추진해나가야 한다는 가이드가 나왔다. 특히 ESG경영에 대한 경영진의 인식과 의지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해외 글로벌선사들은 물론 HMM과 팬오션 등 국내 글로벌 해운기업들도 이미 특정 글로벌 화주들로부터 지정 평가기관에서 ESG경영 기업으로 일정 수준의 평가를 받을 것을 요구받고 있어 거래 사례별로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ESG 경영에 대한 준비가 잘 되어있지 않은 중소 해운기업들의 경우에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가이드가 필요해 보인다.


이와관련 한국해사포럼이 9월 16일 오후 4시 온라인으로 개최한 월례회의(제13회)에서 ‘ESG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라는 주제발표와 토론을 통해 해운산업계의 ESG경영 도입과 평가 대비의 필요성에 대해 인식을 같이하고 향후 국내 해운 및 해사산업계의 적절한 대비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한국선급(KR)이 준비하고 있는 ‘KR Shipping ESG’와 ESG이슈에 대해 KR의 권효진 과장이 발표했으며, KDB의 장세호 신산업금융실장이  ‘산업은행의 ESG기반 지속가능 경영 추진’을, HMM의 백장우 경영기획본부장이 ‘HHM의 지속가능성 리포트’를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투자자 요구로 시작된 ESG 평가, 펀드와 채권 등 종목구성에 활용
KR 권효진 과장의 발표자료에 따르면, ESG경영의 개념은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가치라는 맥락에서 이미 1990년대 초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에서부터 시작되어 환경이슈의 부각으로 2005년 이미 국제사회에서 논의됐으며, 이후 다방면에서 지속적으로 진전돼오다 최근 들어 본격적으로 글로벌기업들의 경영방향으로 자리를 잡았다. 특히 최근 ESG경영의 핵심이슈는 탈탄소와 환경문제가 중심이 되고 있어 글로벌해운시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ESG 평가는 투자자들의 요구에서 시작했다. 정보공시 의무가 있거나 주주들로부터 정보공개를 요구받는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투자자들이 ESG평가에 대한 압력을 가하면서 시동됐다. 기업의 ESG평가는 주주들이 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영수준을 점검하고 투자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고 있으며, ESG관련 펀드와 채권 등 종목구성에도 활용되고 있다.   


국내외 주요 ESG평가기관으로는 Bloomberg ESG data, Corporate Knights Global 100, Dow Jones Sustainability Indices(DJSI), 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ISS), Morgan Stanley Capital International(MSCI), RepRisk, Sustainalytics, Refinitiv (구 Thomson Reuter), 서스틴베스트,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9년 이후 2조원이상의 자산총액 기업에 대해 기업지배구조 보고서가 의무화되었고 2022년까지 1조원 이상, 2024년까지 5,000억원 이상, 2026년에는 전 코스피 상장사 모두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내야 한다. 이를 통해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공시가 활성화되고 있다. 현재 국내 10대그룹중 삼성, 현대차, SK, GS, 현대중공업, LG, 한화, 포스코, 신세계는 올해(2021년) 상반기 중에 계열사별 ESG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으며, 롯데는 올해 하반기에 지주사를 선두로 해 내년(2022년)까지 ESG위원회를 운영할 예정이다. 


이날 발표에서는 국민연금공단의 평가요소 사례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평가요소와 Global Report Initiati
ve(GRI) 가이드라인이 소개됐다. 기업과 기관이 발간하는 지속가능보고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위해 1997년 설립된 비영리 국제기구인 GRI는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 관련 이슈에 대해 각 국가들이 공통적인 이해와 평가 및 관리가 가능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GRI는 2000년 첫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으며 현재 2016년 스탠다드 표준을 정립했고, 전 세계 기업과 기관이 지속가능경영과 ESG보고에 가장 많이 활용하는 프레임워크 중 하나이다.

권효진 과장은 ESG의 이슈별 평가요소를 세부적으로 설명했다. 환경부문에서는 원자재, 에너지, 용수 및 폐수, 생물다양성, 배출, 폐기물, 환경컴플라이언스, 공급업체 환경평가가 주요 평가요소이다. 사회부문에서는 고용, 안전보건, 교육훈련, 다양성 및 기회균등, 차별금지, 결사 및 단체교섭, 보안, 인권평가, 지역사회, 공급업체 사회평가, 정치기부금, 고객안전보건, 고객개인정보보호, 사회경제 컨플라이언스 등이 주요 평가요소이며, 경제부분에서는 경제성과 시장지위, 간접경제 효과, 반 부패, 공정경쟁, 조세, 공급망 실사 등이 주요 평가요소이다. 지배구조에서는 이사회와 주주, 감사가 평가요소이다.

 

한국선급, 총 130개 평가 지표로 ‘KR Shipping ESG’ 준비
권 과장은 “기업들은 ESG경영 평가를 어떻게 잘 받을 수 있나에 주목하고 있으나, 전 세계에 수많은 평가기관이 있지만 이들기관의 평가기준은 공개돼있지 않다”고 지적하고 “충실히 ESG전략을 잘 수립해야 한다. 경영진의 ESG경영에 대한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며 정보공개를 통한 전사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SG경영의 모범사례로는 유니레버, 3M, 필립스, 아디다스, SAP 등이 수립, 시행한 핵심요소로 성장전략과 ES
G전략의 통합, 경영진의 ESG중요성 인지, 우선순위 목표 설정, 명확한 프로세스와 핵심성과지표 통한 이행, 기존절차와 문화에 ESG가치 통합, 투명한 정보공개 등이 소개됐다.


끝으로 권 과장은 KR이 추진 중인 KR Shipping ESG평가지표에 대해 설명했다. KR은 환경(38개)과 사회(42개), 지배구조(50개) 부문에서 총 130개 항목을 평가지표로 구성해 ESG평가를 신청한 기업을 대상으로 지속가능보고서와 사업보고서 등 공시자료 및 공개자료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평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공시와 공개자료가 불충분한 경우 추가실사와 방문조사를 통해 평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KR이 평가지표로 분류한 요소는 환경부문에서 크게 환경경영 및 환경성과, 친환경투자이며, 사회부문에서는 고용 및 노사관계, 안전보건, 교육, 반부패 및 컴플라이언스, 공정거래 및 협력사 관리, 지역사회 및 인권을, 지배구조에서는 ESG경영, 주주, 이사회, 감사 등이 핵심 평가요소이다.


일반기업 공모 ESG채권 발행 급증, 해운 주목할 상품 ‘KDB 탄소스프레드’
“해운기업의 친환경선박 확보에 KR의 ESG인증 받는다면 검증 가능”

이번 해사포럼 월례회의에서는 산업은행의 ESG기반 지속가능경영 추진 내용도 소개됐다. 장세호 KDB 신산업금융실장의 발표내용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대한민국의 지속성장을 견인하는 선진형 정책금융기관을 위해 ESG경영을 추진하고 있다. 산은의 ESG경영 일환으로 추진되는 ‘지속 가능금융 여신상품 개발’과 ‘녹색기업 지원 프로그램 시행’ ‘ESG채권 발행 및 유통시장 선도’ ‘기후변화 사업거래 플랫폼 구축’ ‘중소기업 탄소배출 저감사업 지원’ 등 상품은 해운을 비롯한 해사산업계와도 관계가 있다. 정부와 금융위원회가 협의를 통해 환경과 안전투자지원 자금으로 2019-2021년기간 2조 5,000억원을 지원하고 있으며, 사회책임경영기업 지원금으로 2020년에 5,000억원을 지원했다.


장 실장은 현대중공업에게 지원된 녹색대출(Green Loan)의 사례와 함께 녹색채권(Green Bone), 저신용등급 ESG채권 주관업무도 설명했다. 그의 발표자료에 따르면,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 발표에 부합해 올해 일반기업의 공모 ESG채권 발행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2020년 2,000억원이던 일반기업의 공모 ESG채권 규모는 올해 4월기준 4조 6,000억원으로 늘어났다. 산업은행이 ESG 외화채권 발행을 주선한 사례로는 LG화학의 ESG채권 10억달러 발행(21년 6월), 한화에너지 USA 그린본드 3억달러(19년 7월), 엘지디스플레이 그린본드 3억달러 발행(18년 11월)이 예시됐다.

산업은행이 운영하는 ‘KDB 탄소스프레드’ 중에 탄소감축을 위한 지원 내용이 해운기업들이 관심을 가질 상품으로 소개됐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참여기업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2조원 규모로 운영되는 상품이다. 친환경선박을 확보해야 하는 해운기업이 KR의 ESG인증을 받는다면 검증될 수 있을 것으로 지적됐다.
조선소의 경우에는 저탄소 생태계 구축을 위한 3조원 규모로 운영되는 상품을 주목하면 된다. 

 

HMM, “글로벌 화주 ESG경영 글로벌 표준 요구, 운송계약 입찰 자격”
ESG경영에 선구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국내 해운기업 중 한 곳인 HMM의 백장우 경영기획본부장이 이날 해사포럼에 동참해 ‘HHM의 지속가능성 리포트’를 소개했다. 백 본부장은 “글로벌시장에서는 민감하게 ESG경영을 대비하고 있다”고 전하고 HMM의 경우 2019년부터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해왔기에 기존 보고서를 근간으로 비용과 효익분석을 통해 대비하고 있다며 경영진의 ESG경영 이해돕기를 위한 자료준비를 설명했다.  

백 본부장은 HMM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이 ESG경영을 하는 목적은 △외부 공시공개 △투자확보 △화주 확보 △외부(해외) 평가를 대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기존 화주를 유지하고 신규 화주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ESG경영이 추진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화주들이 ESG경영의 글로벌 표준을 요구하고 있다”라며 이들 화주의 운송계약 입찰에 ESG경영이 자격요건이 되고 있음을 전했다. 일부 해외화주의 경우는 공급망의 관리까지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HMM의 ESG경영으로 가늠할 수 있는 지속가능 경영의 핵심가치는 △체계적인 친환경 경영과 기후변화 대응 철저 △디지털라이제이션 및 지속가능한 공동체 실현 △리스크 대응 및 윤리문화로 건전한 거버넌스 구축로 대별된다. 부문별로 보면 친환경부분(E)에서 △기후변화 대응 △친환경 물류 △안전보건이, 지속가능한 공동체 실현부문(S)에서는 △공급망 △고객 △임직원 △지역사회가, 거버넌스 구축부문(G)에서는 △이사회 △윤리경영 △안전경영이 핵심가치로 설정돼 있다.


ESG경영에 대한 HMM의 대외평가는 현재 한국기업지배구조원으로부터 통합 A를 얻었다. 부문별로는 환경 A, 사회 A+, 지배구조 A이다. CDP에서는 기후변화대응으로 B를, EcoVadis에서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Silver 평가를 얻었다. 이상  HMM 대외평가는 대형화주와 거래를 할 수 있는 등급수준이다. 이후 토론시간에 참가자들은 해운업계가 ESG경영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논의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와 민간 모두 이렇다 할 표준이나 지표가 없는 상황임이 확인됐다. 현재 국내 주요 ESG경영 평가기관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 3개기관 정도가 존재하고 있으며, 산업별 평가지표도 없는 상태여서 정부 차원에서는 산자부에서 K-ESG 표준개발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평가기관의 평가가 국제적으로 인정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인정되지 않고 있다”는 포럼참여자의 참고 발언이 있었다. 화주가 요구한 평가기관을 통해 ESG를 대응하고 있는, 현 복수의 기관에서 평가를 받아야 하는 부담에 대한 지적과 글로벌 해운에 ESG가 본격 적용될 시기와 평가기준에 대한 표준화 등 발언이 있었다.

이에 대해 HMM은 특정기관에서 받은 평가를 다른 계약의 경우에도 갈음해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ESG가 글로벌해운에 본격적으로 적용될 시기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고 참가자들은 확인했다. 이 포럼은 ESG경영은 무엇보다 경영인의 의지가 중요하며 각 회사의 상황에 맞게 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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