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과 해양사고 (I)

최근 산업재해 또는 안전사고로 인한 사망사고의 발생 등이 사회적 문제로 지적되고 사고 예방과 책임자 처벌 등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이와 관련된 입법 또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와 관련 2021년 4월 평택항 컨테이너사고, 같은 해 5월 부산신항 물류센터 지게차사고 등 항만에서 발생하는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2021년 8월 제정된 ‘항만안전특별법’과 중공업 아르곤 가스 질식 사망사고, 화력발전소 압사사고 및 4.16 세월호 사건 등과 같이 기업의 조직문화 또는 안전관리 시스템 미비로 인해 일어나는 중대재해사고를 사전에 방지하는 목적으로 2021년 1월 제정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 등이 이러한 입법의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의 경우 상시 근로자가 5명 이상인 사업장의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에 적용되므로1) 해상에서 발생하는 중대재해 역시 중대재해처벌법의 대상이 된다. 따라서 해운기업 또한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요구되는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요구된다.
이에 이번호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및 입법 예고된 시행령 제정안2)의 주요 내용과 해양사고와 관련하여 중대재해처벌법상 문제될 수 있는 실무적인 점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어 다음 호에서는 해운기업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와 관련하여 현재 적용·시행되고 있는 안전 관리 제도와 세부 절차를 살펴보고 중대재해처벌법에 대비하여 구체적으로 어떠한 점을 유의하고 조치하여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자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주요 내용3) 및 해양사고에의 적용>
1. 제정이유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 및 보건조치를 위반하여 인명피해를 일으킨 사업주, 경영책임자 및 법인 등을 처벌함으로써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시민과 종사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법 제1조).

 

2. 중대재해의 정의 및 해양사고
중대재해란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 구분되고, 중대산업재해는 ① 사망자 1명 이상 발생 ②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2명 이상 발생 ③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 3명 이상 발생 중 어느 하나의 결과를 야기한 재해를 말하며, 중대시민재해는 특정 원료 또는 제조물,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의 설계, 제조, 설치, 관리상의 결함을 원인으로 하여 발생한 재해로서 ①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② 동일한 사고로 2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10명 이상 발생하거나 ③ 동일한 원인으로 3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질병자가 10명 이상 발생하는 결과를 야기한 재해를 말한다(법 제2조).
위 중대재해의 정의를 선박에서의 인명사고에 적용할 경우, 중대산업재해는 상선, 어선, 관공선 등이 중대시민재해는 여객이 승선하는 화객선, 여객선 등이 각각 해당될 것이다. 그러나 만약 일반 선박이 부두 정박 중에 화재 또는 폭발사고 등으로 인하여 선원이 아닌 하역인부 등 제3자가 사망하거나 위 중대시민재해에 해당하는 부상을 입게 되는 경우 이에 대해서는 중대시민재해가 적용될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국외범 처벌 면제에 관한 별도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형법상 속인주의가 적용될 것이므로 한국적 선박과 외국적(BBCHP) 선박 모두에 적용될 것으로 보이며 한국 해운기업이 선박을 단순 선체용선(BBC)한 경우에도 해당 선박은 위 기업이 실질적으로 지배, 운영, 관리하는 사업장으로 간주되어 중대재해처벌법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3. 의무의 주체 및 처벌대상
   (안전관리자 지정, 선박관리 위탁의 경우 등)

중대재해처벌법에서는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의 주체를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으로 명시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하여 중대재해에 이르게 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을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법 제4조 내지 제6조).
이와 관련 ‘사업주’는 개인사업자를 의미하므로 법 적용에 문제되지 않으나 ‘경영책임자 등’에 대하여서는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만 법에서 정의하고 있을 뿐(법 제2조 정의), 이에 대한 구체적인 의미나 범위에 관해서는 정함이 없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기업들이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임원 또는 직원을 두고 있으며 해운기업 또한 관련 법/규정에 따라 안전관리책임자를 두거나 외부 선박관리회사에 선박관리 또한 위탁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므로 만약 중대재해가 발생하였을 때 누가 처벌의 대상이 되는지 문제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먼저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배경을 살펴보면,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에만 의할 경우 대표이사 등이 안전조치에 관한 의사결정만 하고 실질 법률적인 책임은 안전관리자나 현장책임자 또는 하청업체로 위임함에 따라 사업주가 직접 처벌받는 경우가 드물어 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하게 되었고, 고용노동부의 2021년 7월자 설명자료에서도 경영책임자는 ‘직위의 형식적인 명칭에 구애되는 것이 아니라, 사업 운영에 대한 실질적인 권한과 책임이 부여된 사람’이며, ‘이에 준하여 안전 및 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 또한 ‘대표이사 등에 준하여 안전보건체계 구축 등에 전적인 권한과 책임을 가지는 등 최종적인 의사결정권을 가진 사람’으로 지칭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선박의 안전관리자 등을 중대재해처벌법상 처벌 대상인 경영책임자 등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아울러 선박관리회사에 선박관리 및 안전 업무가 위탁되어 있는 경우에도 중대재해처벌법에서는 경영책임자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에 대하여 경영책임자가 실질적으로 지배, 운영, 관리하는 사업장으로 경영책임자의 유해·위험요인의 인지 가능성 및 통제 가능성을 기준으로 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경우에도 여전히 해운기업의 경영책임자에게 중대재해처벌법상의 의무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선박이 조선소에 입거하여 수리하는 경우에도 근로자인 선원들이 여전히 선박에 승선하여 경영책임자, 법인 등을 위하여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므로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의 지배관리 하에 있다고 해석하여 동 법을 적용할 여지도 있어 보인다.  
한편 중대재해처벌법상 처벌 대상과 관련하여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의 문구와 관련하여 고용노동부는 ‘또는’은 선택적 관계를 규정한 것이 아니며 대표이사의 권한을 위임받아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대표이사의 책임이 면책되는 것은 아니고, 실질적으로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이행할 책임이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 최종적으로 적용하겠다는 입장임을 밝히고 있으므로 이에 관해서는 향후 수사기관의 입장 및 법원의 판결을 통하여 결정될 것으로 생각된다.

 

4.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에 대한 내용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에게 안전 및 확보의무에 관하여 ①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 ② 재해 발생 시 재발방지대책 수립 및 이행에 관한 조치 ③ 중앙행정기관·지자체가 개선·시정 등 명한 사항의 이행에 관한 조치 ④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 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로 구분하여 정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 시행령에서는 안전보건 경영방침 설정, 유해·위험요인의 확인·점검 및 개선 절차 마련, 전문인력 배치, 적정 예산 편성, 종사자 의견 청취 및 개선조치, 안전보건 교육 실시 등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선박의 경우, 국제협약 및 관계 법령에 따라 이미 ‘선박 안전관리체계 수립 및 시행의무’를 시행하고 있으나 해당 시스템 및 조치가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요구하는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충족하는 것인지, 그렇지 않다면 어떠한 조치를 추가로 취하여야 하는지가 문제된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호에서 구체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해양사고 관련 중대재해처벌법과 기존 법률과의 관계>
중대재해처벌법 및 시행령은 경영책임자 등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가 안전보건 관계법령을 준수하는지 직접 확인하고 재해예방에 조치를 직접 이행하라는 것이 아니라, 안전보건에 관한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을 구축하고 그러한 시스템이 원활히 작동하도록 관리할 의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즉 이는 산업안전보건법 등의 안전 및 보건 조치의무와는 별개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에 대한 의무를 새로이 규정한 것이므로 기존 관계 법령과는 상호 독립적 관계가 될 것이다.
따라서 선박에서 발생하는 중대재해에 대해서는 현행법인 형법(업무상과실치사상 등), 선박안전법, 해사안전법, 선원법, 산업안전보건법 등에 따라 선원, 사업주, 경영책임자, 법인 등에 대한 수사 또는 처벌이 가능할 것이며, 만약 해당사고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함으로 말미암아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그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등에게 형사책임이 추가로 부과될 것이다.


한편 중대재해처벌법의 경우 산업안전보건법과 마찬가지로 고용노동부가 주무관청이므로 중대재해발생 시, 고용노동부 소속 육상근로감독관이 특별사법경찰관으로 사고에 대한 조사 및 수사를 진행하게 된다. 이와 관련 과거 선박의 국내 정박 중에 발생한 인명사고에 관한 일부 사례에서 육상근로감독관이 선박의 운항상 특성 및 실무를 고려하지 않고 장기간 화물작업 중지를 명령하거나 무리하게 수사를 진행하여 선사의 운항 손실의 발생 및 과도한 처벌 등이 문제되기도 했다. 따라서 중대재해처벌법 입법 과정에서 선박에서 발생하는 중대재해의 경우에 한해서는 해양수산부 소속 선원근로감독관이 조사하도록 명시하는 방안도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처벌과
 이에 대한 P&I 보험 담보>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르면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위반하여 중대재해 발생 시, 경중에 따라 경영책임자 등에게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최대 10억원 이하의 벌금(사망사고의 경우), 양벌규정에 따라 법인 또는 기관에는 최대 50억원 이하의 벌금4)이 부과될 수 있고, 이에 더하여 만약 해당사고가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의무를 위반하여 발생하게 된 경우에는 법인이 피해자에 대하여 그 손해액의 5배 이하의 범위에서 배상책임을 부담하는 이른바 ‘징벌적 손해배상’도 규정되어 있다.
이와 관련하여 선박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경우, 피해자에 대한 선박소유자의 배상책임에 대해서는 다른 사정이 없는 한 P&I 보험에서 담보가 될 것이다(단, 징벌적 손해배상 제외). 그러나 현재로써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경영책임자 및 법인에 대한 벌금과 징벌적 손해배상금에 대해서는 P&I 보험뿐만 아니라 다른 보험에서도 보상이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1. 경영책임자 등의 개인 및 법인에 대한 벌금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경영책임자 또는 법인에 대한 유죄(벌금 등)가 최종 확정되는 경우, 이는 경영책임자 또는 법인 자신들의 직접적인 행위에 대한 형사책임이 인정된 것이다. 우리 클럽의 ‘제32조 제1항 벌금 및 과태료’ 규정에 보상위험으로 열거되어 있는 벌금 항목은 (1)호 화물에 대한 신고 등에 관한 규칙의 위반 (2)호 관세법 위반 (3)호 출입국관리법 위반 (4)호 오염에 관한 법률 위반 (6)호 선원의 밀수 등으로 선박의 운항, 화물의 운송 및 선원 등의 사용인의 과실로 인하여 법인(조합원)에게 부과되는 벌금에 관한 것으로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조합원 자신의 직접과실이 인정되어 부과되는 벌금의 성격과는 다른 것이며, 아울러 같은 조 제2항 제3호에서 조합원이 당연히 알고 있었던 것 혹은 알고 있어야 할 것을 태만히 한 경우 또는 방지를 위해 적절한 수단을 강구하는 것을 태만히 한 경우에 부과되는 벌금 및 과태료에 대해서도 보상하지 않음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벌금은 P&I보험의 보상범위에 해당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 징벌적 손해배상이 인정되는 경우
   그에 다른 손해배상액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 등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중대재해에 한정하여 법인의 손해배상책임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에 관한 손해배상액은 우리 클럽 보험계약규정 ‘제36조 일반제외규정 제1항 제1호’에 따라 조합원의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 및 비용에 해당하므로 이에 대해서는 P&I보험자가 면책되는 손해로 인정될 것으로 판단된다.

 

3.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의 법률 비용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동 법에서 정의하고 있는 중대재해가 선박에서 발생하게 되는 경우, 피해자의 고소 등으로 경영책임자 등에 대한 수사기관의 수사 개시 빈도가 과거에 비해 상당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경우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경영책임자 등의 안전 및 보건 확보·조치 의무의 위반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형사절차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음의 결과로 향후 경영책임자 등에 대한 처벌이 확정되어 선원 등의 피해자에 대한 법인의 민사상 불법행위책임의 범위에 영향을 미칠 것이 객관적으로 상당한 경우 등에 대해서는 각 개별사안에 따라 보험자와 피보험자가 상호 협의하여 형사절차 대응에 필요한 필수적·합리적 법률 비용에 한하여 P&I보험에서 보상하는 것도 가능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 등의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의 구체적인 범위, 처벌 대상 및 양형기준, 법인에 대한 처벌 여부 등에 대해서 모호한 면이 없지 않아 있다. 이러한 점 때문에 해운기업을 경영하는 이상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처벌을 피할 수 없다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며 향후 실제 사례나 판례에 의하여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처벌 등이 확립되기까지 상당한 혼란이 예상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목적은 경영책임자 등에게 안전보건에 관한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러한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하게 할 의무를 부과함에 있지 처벌에 있지 않다고 본다. 물론 동 법이 시행됨에 따라 선박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경우 이에 대한 수사기관의 수사를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해운기업의 경우 다른 산업에 비해 이미 오래 전부터 ‘선박 안전관리체계 수립 및 시행의무’를 적용하여 시행하고 있으므로 과도한 우려보다는 현 시점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구체적으로 요구하는 점이 어떠한 것인지를 먼저 확인하고 자신들의 선박 안전관리체계와 비교하여 제대로 적용되고 있는지에 대하여 점검하고 미비점에 대한 보완을 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하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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