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항만의 연혁과 발전
항만이 언제 어떤 연유로 어떻게 생겨나서 발전하여 왔는가를 규명하는 것은 사람이 언제부터 선박을 이용하였는가 하는 문제와 마찬가지로 거의 규명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인간이 선박을 이용하게 되면서 항만이 생겨났다는 것은 쉽게 추측할 수 있다. 항만의 기능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선박이 안전하게 정박할 수 있는 정온수면을 마련하여 선박이 폭풍우 등 악천후를 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의 기능은 선박이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정박하여 여객의 승하선이나 화물의 적양하 등 필요한 작업을 할 수 있는 해륙연결기능이다. 어선이 주로 이용하는 어항이라면 어선의 출어준비나 어획물의 양륙 등의 작업이 가능한 장소다.


항만에 관한 용어도 다양하여 항만 외에도 항구(港口), 항(港), 나루(津), 포구(浦口) 등 다양하나 우리나라에서는 최근에는 항만이라는 용어로 정착되어 사용하고 있고, 그 외의 용어는 일상생활에서 편의상 사용되는 수준이다. 영어로도 harbour와 port 두 가지가 주로 사용된다. 두 용어의 차이에 대하여 사전에서는 harbour는 위에서 설명한 두 기능 중 안전하게 피항할 수 있는 수면을 중심으로 한 개념이고 port는 도시기능과 해륙연결장소로서의 기능에 중점을 둔 개념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실무에서 이 두 개념이 그렇게 뚜렷하게 구분되는 것이 아니고, 지금은 port가 harbour보다 더 많이 사용된다.


선박과 항만간의 관계는 실과 바늘 같은 관계이기 때문에 거의 동시에 발전하였다고 할 수 있으나, 구태여 선후를 따진다면 선박이 먼저고, 항만이 나중이라고 할 수 있다. 수면은 천연의 상태 그대로 이용할 수 있는 수면이 있으므로 그런 곳을 찾아 선박이 이용하였고, 이러한 곳에 사람이 모여 살게 되면서, 항만이 형성되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초기의 항만뿐만 아니라 중소형의 선박에 의하여 항해가 이루어지던 시대까지는 항만에 특별한 시설이나 장비가 없이 천연의 상태 그대로 이용하거나, 약간의 인공시설을 가미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천연의 자연조건을 갖춘 항구에 선박이 자주 드나들면서 이곳에 도시가 형성되었다.


이러한 사실을 입증하는 것으로 고대 인류문명의 발상지가 모두 큰 강가였다. 큰 강가가 아닌 고대문명의 발상지는 그리스와 로마문명정도다. 이 두 문명의 발상지는 강가는 아니지만 지중해(地中海 : 육지에 둘러싸인 바다)라는 특별히 잔잔한 바닷가였기 때문에 천연의 양항 후보지가 많았고 지중해라는 잔잔한 바다를 이용한 해상무역이 크게 발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항만관리제도라고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나타나게 된 것은 항만의 연원에 비하여 훨씬 늦다. 목조범선이기는 하지만 대형선이 출현한 후라고 해야 할 것이므로 서양에서라면 대항해 시대 이후의 일이고, 우리나라에서는 한말(韓末)에 3포를 개항하면서부터다.
항만에 대한 관심이 특히 높아지고, 항만관리제도가 연구대상이 되고 보다 합리적인 새로운 항만관리제도를 모색하기 위하여 고심하기 시작한 것은 목조범선이 강제기선으로 전환되면서 선박의 크기가 목조범선에 비하여 엄청나게 커지게 되어, 이러한 선박을 수용할 수 있는 항만의 건설에 거대한 자금이 소요되게 된 후의 일이므로 19세기말 20세기 초부터라고 해야 할 것이다.    

 

2. 항만이 갖추어야 할 조건
항만이 갖추어야 할 조건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경제적으로 항만이 꼭 있어야 할 곳에 있어야 한다. 이것이 항만의 지경학적 위치다. 다른 하나는 항만건설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자연적인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여기서는 주요 국제상항을 기준으로 항만의 조건을 개관하고자 한다.  

 

1) 항만의 지경학적 위치
항만의 기능이 해륙교통의 연결 기능이므로 지경학적인 위치에서 가장 핵심적인 사항은 해상교통과 육상교통의 연계성이다.

 

가. 관련항로와의 연계성
바다에도 길이 있다. 이것이 항로다. 항만은 그 항만이 대상으로 하는 해상항로와 연결이 용이한 위치에 있어야 한다. 관련항로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 위치할 경우, 선박이 그 항만을 찾아오기 위하여, 항해를 더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비용이 더 들어간다. 그 결과 운임이 비싸지거나, 운임이 같은 경우 기항을 기피하게 된다.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하여 한두 가지 예를 든다.

 

예1:

부산항과 인천항-이 두 항만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상항이다. 흔히 부산항을 우리나라의 관문이라 하고 인천항을 서울의 관문이라고 한다. 이 두 항만은 컨테이너리제이션(컨테이너화)이 완전히 자리 잡기 이전인 19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원양 재래정기선이 기항하는 상항이었다. 우리나라에 기항하는 원양정기선의 기항 순서를 보면 남쪽에서부터 싱가포르, 홍콩, 대만, 한국, 일본을 거치거나 그 역순이다. 중국이 개방한 후로는 여기에 상해가 하나 더 끼게 되었다. 지도를 놓고 보면, 부산항은 항로의 바로 옆에 있어 기항하기 쉽다. 이에 비하여 인천항의 경우, 주항로에서 상당히 떨어져 있기 때문에 여기를 오가기 위해서 적어도 하루 이틀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 여기다가 인천항은 간만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갑문식 항구로 되어 있어, 이 갑문 통과에 다시 시간과 비용이 상당히 소요된다. 그래서 재래원양정기선의 경우, 인천항에 차별운임(arbitrary charge)이라고 하는 부가운임을 추가하여 받았다. 컨테이너화가 정착되자, 원양컨테이너선은 아예 인천항에 기항 자체를 포기하게 되었다. 그 결과 부산항이 우리나라 유일의 컨테이너항만으로 발전하였다(지금은 사사정이 달라졌다).

 

예2:

중국의 상해항과 천진항-사회주의적 폐쇄경제를 고수하던 중국이 개혁, 개방을 하면서 대외교역을 위하여 어느 항만을 개발할 것인가에 관하여 연구하였다. 중국당국은 이 문제를 일본의 항만전문가에게 검토를 의뢰하였다. 그는 중국을 돌아보고 중국이 사회주의를 유지하면서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하려면, 정치의 중심인 북경을 중심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천진항을 중국을 대표하는 컨테이너항만으로 개발 할 것을 건의하였고, 이에 따라 천진항을 현대적 항만으로 개발하였다. 그러나 개방 후 원양 컨테이너 정기선이 천진항에 기항하지 아니하였다. 이유는 인천항과 같다. 천진항은 인천항 보다 더 들어가야 하므로 인천항의 단점이 배가된다. 할 수 없이 중국당국은 부랴부랴 상항을 다시 개발하여 발전시켰다. 지금은 상해항이 중국의 최대의 컨테이너 항구인 동시에 세계 3위의 컨테이너 취급 항이다.

 

나. 배후 경제권
또 하나의 핵심사항은 배후경제권과의 연계성이다. 항만이 존재하는 이유나 항만을 이용한 수상운송의 필요성도 다 배후 경제권의 경제활동에 필요한 운송이다. 그러므로 항만이 가지고 있는 배후 경제권의 크기와 성격에 따라 그 항만의 성격이 결정된다. 예를 들면 울산항의 경우, 울산에 있는 공업단지를 지원하기 위한 공업항이고, 포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에 비하여 부산항은 한국 전체를 배후 경제권으로 한 상항이다. 인천항은 부산과 같은 성격의 상항이었다가 컨테이너화 이후 인천항의 핸디 캡 때문에 컨테이너를 제외한 경인지역에 필요로 하는 화물을 운송하는 상항이 되었다.


특정항만의 어디까지를 배후경제권을 볼 것이냐에 관하여도 정설은 있을 수가 없다. 실질적으로 그 항만의 영향을 받는 경제권은 모두 배후경제권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컨테이너 유통과 관련해서만 본다면 부산항의 배후경제권은 한국 전체다. 이 점이 바로 부산항이 한국의 관문 항이 되는 이유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두 번째 큰 상항인 인천항의 배후경제권은 경인지역과 경기도 강원도 일부로 한정된다. 이 배후 경제권과 관련된 우리나라의 경제지리에 관하여는 후술한다.

 

2) 항만의 자연조건
항만이 갖추어야할 자연적인 조건을 얼마나 잘 갖추었는가의 여부에 따라 항만을 천연항과 인공항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천연항이라고 해서 자연 상태 그대로를 항만으로 사용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현대적인 항만으로 개발하는데 자연적인 조건을 비교적 잘 갖추고 있으면, 천연의 양항이라 하고, 그렇지 못 할 경우, 다시 말해서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인공적인 시설들을 많이 만들어야만 현대적인 항만으로 개발될 수 있는 항만을 인공항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항만 중 대표적인 천연항과 인공항을 보면, 부산항이 천연의 양항이라 일컬어져왔고, 인천항은 간만의 차가 큰 단점 때문에 갑문을 설치해야 하는 등 인공항이다. 이하 이 두 항만을 중심으로 항만이 갖추어야할 항만조건들을 개관한다.

 

가. 수역 조건
① 정온수면
항만의 조건 중 가장 중요한 조건이다. 일기가 좋은 날의 바다는 잔잔하지만 폭풍우가 닥칠 경우, 바다는 높은 파도가 일고 거칠어진다. 항해중인 선박도 흔들리고, 때로는 난파하거나 침몰하기도 한다. 그러나 항해중인 선박은 어느 정도의 폭풍우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있다. 그러나 정박 중인 선박은 거친 파도가 닥쳐올 경우, 난파한다. 그래서 악천후에도 이러한 거친 파도로부터 안전하고 잔잔한 수면을 유지할 수 있는 정온수면이 항만의 제1요건이다. 정온수면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폭풍우에 쉽게 거칠어지는 외해(open sea)로부터 차단되어야 한다. 외해로부터 차단은 만입으로 내륙 쪽으로 깊숙이 들어와 있는 바다나, 섬 등으로 외해와 차단되어 있는 바다라야 한다. 부산항을 보면 외해를 향하여 왼쪽에는 신선대와 적기반도, 그리고 오륙도 등으로 가려져 있고, 오른쪽은 송도일대로 역시 가려져 있고, 그 중간에 영도와 조도가 있어, 외해로부터 항내수면을 차단하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항만의 배면에는 구덕산이 있어 병풍역할을 해준다. 부산항을 천연의 양항이라고 하는 것은 이렇게 외해와 차단된 정온수면이 있어 이를 항만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부산항은 자연적인 조건이 매우 좋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항만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또 인공적인 방파제를 거액의 비용을 들여서 축조하여야 한다.

 

② 수심과 선박의 선회가 가능한 수면적
정온수면과 같은 정도로 중요한 수역조건이 적정한 수심과 선박이 선회할 수 있는 충분한 면적이다. 어느 정도의 수심이 적정수심인가는 그 항만을 이용하는 선박의 흘수에 의하여 결정된다. 선박이 대형화되면서 항만의 소요수심도 깊어지는 경향을 갖는다. 부산항의 경우, 70년대에 컨테이너 부두를 건설할 때 당시로서는 가장 대형선이 제3세대 컨테이너선의 흘수가 11m이었기 때문에 내항은 11.5m, 외항은 12m를 필요로 하였고, 지금은 선박의 대형화로 15m 정도의 수심이 적정수심이다.
정온수면과 마찬가지로 수심도 자연 상태의 수심이 필요한 적정 수심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에 필요수심과 자연수심의 차이가 작을수록 좋은 조건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필요 수심보다 자연 수심이 낮을 경우, 준설로 필요수심을 확보하여야 하는데 방파제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 비용이 막대하게 소요된다. 그렇다고 자연 수심이 깊은 것만이 좋은 것은 아니다. 대개의 경우 수제선에 부두를 건설해야 하는데 수심이 필요 수심보다 너무 깊은 경우 부두 안벽을 쌓아야 하는 높이가 너무 높아져서 이 비용이 또한 만만치 않다.


수심과 관련하여 또 하나 유의하여야 할 사항은 해저지질문제다. 가장 좋은 해저지질은 모래지질 경우다. 모래일 경우, 준설한 토사를 바로 부두 축조용 자재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공사비와 공기를 크게 단축할 수 있다. 필자가 다녀본 항만 중 이런 이점이 강한 항만은 미국의 로스앤젤러스항과 롱비치항이었다. 다음은 해저가 펄 흙으로 되어 있는 경우인데 준설이 용이한 이점이 있으나, 이 펄흙을 매립용으로 활용하였을 경우 지반이 연약하여 매립 토지이용에 제한이 따르고, 펄흙에서 물을 빼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가장 나쁜 해저는 해저가 암초로 되어 있는 경우로서, 필요수심을 확보하기 위해서 너무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항내 정온수면의 면적도 매우 중요한 요소다. 선박이 단순히 접안하거나 정박만 하는 것이 아니고 선회도 해야 하고, 정박 중인 선박이 바람 때문에 회전하기도 하므로 이러한 선박의 움직임에 필요한 충분한 면적이 있어야 한다.

 

③ 조석간만(潮汐干滿)의 차
바닷물은 하루에 두 번 들고난다. 해안선에 따라 이 간만의 차가 작은 곳이 있고, 큰 곳이 있다. 항만조건으로서는 이 조석 간만의 차이는 작을수록 좋고, 클수록 핸디캡이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동해안과 남해안은 간만의 차가 비교적 작아서 이면에서는 항만건설에 지장을 안준다. 그러나 서해안의 경우, 간만의 차이가 매우 크다. 그래서 서해안 항만의 개발조건이 좋지 못하다. 인천항의 경우 특히 이 간만의 차가 커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갑문식 독크로 부두를 건설하였다. 그로 인하여 건설비가 많은 소요되었을 뿐만 아니라 갑문을 출입하기 위하여 이용선박들이 시간과 비용을 더 부담하여야 한다. 이 조건 때문에 인천항은 인공항의 대표적인 항만이라고 할 것이다.


최근에는 기술의 발전으로 인하여 갑문식이 아닌 부두를 건설하여 적양하 하역을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갑문의 건설과 운영에 따른 시간과 비용의 낭비를 줄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항만의 수심은 항상 최간조(1년 중 해수면이 가장 낮은 때)를 기준으로 건설하므로, 최대 간만의 차이만큼 부두수심을 실제로 더 높여야 하기 때문에 간만의 차이가 적은 곳보다 공사비가 많이 소요된다. 그러나 갑문식보다는 많이 개선되었다. 이러한 여건 때문에 우리나라는 서해안에 인천항과 군산항 두 항만만 발달하였다.   

 

④ 항로
외해로부터 항만으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좁은 수로를 통과해야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항만에 입출항할 수 있는 항로조건도 중요한 요소의 하나다. 부산항의 경우 내항을 빠져 나오면 바로 외해에 연결되기 때문에 이 점에서 매우 좋은 조건이다. 그러나 인천항이나 광양항의 경우, 섬과 만내를 장시간 항해하여야 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고, 해저에 암초들이 있기도 하고 해서 항행의 안전에 지장을 주기도 하다.
 
⑤ 기후조건
항만이 갖추어야할 자연조건 중 중요한 것의 하나가 기후조건이다. 특히 유의할 것은 동절기의 결빙문제다. 지금은 지구의 온난화로 이 문제가 많이 없어졌으나, 10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극지방에 가까운 곳의 항구는 동절기에 결빙되어 항만이 폐쇄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 대표적인 항만이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톡이나 나호드카 등 항구다. 구한말에 러시아가 블라디보스톡을 해군의 기지항으로 하였으나, 동절기의 결빙으로 사용할 수 없는 핸디캡 때문에 고전하였다.


러시아는 이 핸디캡 극복을 위하여 부동항을 찾아 남하해왔고, 그 후보 항으로 우리나라의 원산항을 점찍었다. 이를 안 일본이 재빨리 한국정부에 압력을 가하여 원산항을 국제항으로 개항하도록 유도하여 이를 저지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그 후로도 러시아는 부단히 부동항을 찾았고, 중국 요동반도의 여순항을 조차하여 러시아 해군의 기지항으로 삼았다가 노일전쟁에서 일본에 패하여 철수하였다.
기후조건 중에 중요한 도 하나의 요소는 계절별 풍향과 풍속, 안개 등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기후조건은 항만의 개발에 영향을 줄만한 요소는 많지 않다.

 

나. 육지조건
이상 수역조건은 당해 항만을 이용하는 선박이 안전하게 정박하고 그 목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건들이다. 항만이 해륙교통의 연결기능이기 때문에 육상교통도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항만에서 이루어지는 육상 활동은 단순한 육상교통만이 아니다. 이하 몇 가지 중요한 사항을 열거한다.

 

① 물류단지용 공간의 확보
부두에 나온 화물이 바로 선적되거나 선박에서 양하된 화물이 바로 후방으로 수송되는 것은 아니다. 일정한 시간 부두배면의 물류단지에서 여러 가지 목적으로 장치되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 어느 정도의 공간이 필요한가는 운송선박의 규모와 화물의 종류 등에 따라 각각 상이하므로 얼마라고 딱 잘라 말할 수는 없다. 컨테이너를 기준으로 할 경우, 부두 바로 배면에 마샬링 야드(적양하 과정의 컨테이너의 임시장치)가 있어야 하고, 바로 마샬링 야드의 배면에 CY가 필요하다. 그리고 부두로부터 가까운 위치에 물류단지가 마련되어야 한다. 물류단지에서는 수출입 상품의 유통가공을 하고, 운송되어온 컨테이너에서 화물을 꺼내서 목적지별로 재 선별하여 컨테이너에 적입하는 작업등이 이루어진다. 특히 T/S 업무량이 많은 국제 허브 항이 국제 물류기지로서 기능하기 위해서는 이 물류단지가 아주 중요한 기능을 한다.


부두 배후의 마샬링 야드와 CY의 바람직한 넓이는 초대형컨테이너를 접안할 수 있는 부두의 경우 깊이가 500m 정도가 적정한 것으로 본다. 부두 길이가 350m 라고 보면 배후면적은 선석 당 17만 평방미터(350m x 500m) 정도가 바람직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특히 항만의 배후부지가 좁아서 항만물류의 원활한 조작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특히 부산항의 경우 배후 부지가 너무 좁기 때문에 컨테이너를 적양하하는 부두의 배면에서 바로 조작하지 못하고, 일단 육상운송으로 외곽지대로 가져다가 장치하는 ODCY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어, 컨테이너 유통이 비효율적이다.

 

② 도시교통과 임항교통의 분리
경제의 발달로 도시도 항만도 거대화하게 된다. 이대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교통문제다. 특히 부산항과 같이 도시규모와 항만규모가 아주 클 경우, 도시교통과 항만교통이 중복적으로 겹치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한다. 부산항의 경우 6. 25를 겪으면서 부산도시가 갑자기 크게 팽창하게 되었는데 경제개발로 부산항도 거대화되면서 항만교통과 도시교통이 같은 도로를 이용하게 되면서 많은 문제를 야기하였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부산은 도심에 많은 고가도로를 건설하여야 하였다.
신항의 경우, 이런 점을 감안하여 도시교통과 항만교통이 될 수 있도록 위치가 선정이 되었으므로 신항이 활성화될 경우, 부산의 도시기능은 많이 활성화될 것이다.  
   
③ 간선교통망과의 연계
항만의 기능이 배후경제권의 경제활동에 필요한 화물의 운송을 해상운송과 연결시키는 기능이므로 전술한 임항교통은 바로 배후경제권의 간선교통망과 원활하게 연계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부산항을 예로 든다면 부산항과 경부선 철도 및 경부고속도로를 비롯한 고속도로와의 연계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3. 항만의 종류
항만은 여러 가지 관점에서 다양하게 분류할 수 있는데 여기서는 기본적인 몇 가지만 소개한다.

①위치에 따른 분류 :
해항(sea port), 하항(river port), 하구항 - 선박이 중소형선이었을 때는 큰 강의 양안에 항만을 건설하였다. 이것이 하항이다. 런던항, 파리항 등 서구의 유명한 항구도시들이 이런 것들이다. 그러다가 선박이 대형화되면서 위치가 하구쪽으로 내려오다다, 지금은 강과 특별한 연계가 없는 해안에 항만적지를 찾아 항만을 건설한다.

 

②교역상대지역에 따른 분류 :
국제무역항과 연안무역항 - 항만이 국제무역에 개방된 항만이냐의 여부에 따른 분류다. 대부분의 주요 항은 국제무역항이다. 국제무역항은 필요에 따라 연안무역기능도 동시에 수행한다. 국제무역에 종사하는 선박이 특수한 필요에 따라 연안무역항에 기항하고자 할 경우, 특별히 세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③ 주사용 목적에 따른 분류
△상항 : 정기선이 많이 기항하는 항구, 단 이 상항이라는 용어는 군항이나, 어항과의 구분을 위한 용어로도 사용된다(부산항, 인천항, 평택항, 광양항, 제주항 등).
△공업항 : 배후에 있는 공업단지를 지원하기 위한 항만(울산항, 포항항, 동해항 등    
△허브 항과 피더 항 : 원양 대형컨테이너선이 직접 기항하는 항만을 허브 항이라고 하고, 원양대형컨테이너선이 기항하지 아니하여, 중소형선으로 컨테이너를 허브 항으로 운송하여, 대형선으로 환적 하여 운송하여야 하는 항만을 피더 항이라고 한다. 허브 항 중 T/S 화물이 특히 많은 항만을 T/S항이라고도 한다. 대표적인 T/S항만은 홍콩, 싱가포르, 부산, 카오슝 등이다. 
△어항 : 주로 어선이 사용하는 항만
△군항 : 군용항만

 

4. 항만과 국가공권력
국제무역항과 국제공항은 여객과 화물이 출입국하는 항만이다. 그래서 이러한 항만이나 공항을 국가의 관문이라고도 하고, 특수한 공권력이 행사되어야 하는 곳이다. 관문(關門)라고 할 때 關자는 빗장 걸 관자다. 그러므로 일단은 빗장을 걸어서 필요한 사람이나 물건은 들어오게 하고, 국가에 유해할 염려가 있는 사람이나 화물을 드나들지 못하게 하는 기능을 갖는다. 국경을 우리는 흔히 장벽(철의 장벽, 죽의 장벽)이라고 한다. 장벽은 엄격히 출입이 금지된 곳인데 비하여 국제무역항과 국제공항은 일단 출입을 허용하되, 엄격한 통제하는 시스템이다.


관문인 항만이나 공항에서 행사되는 특수한 국가공권력은, 세관(Custom), 출입국관리(Immigration), 검역(Quarantine) 등 세 가지다. 그래서 항만에서는 이러한 공권력을 CIQ라고 약칭하기도 한다. 세관은 화물의 출입을 통제하고, 밀수방지와 관세의 징수가 주목적이다. 항만에 따라서는 이 세관의 기능을 특수한 한 두 화물로 한정하거나 없게 하는 항만도 있는데 이러한 항만을 관세 자유항이라고 부르거나 그대로 자유항이라고 하기도 한다. 출입국관리는 글자 그대로 출입국을 관리한다. 주로 불법취업이나, 범죄인의 입출국, 범죄를 저지를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을 색출하는 것이 요즈음의 주기능이다. 검역은 원래 전염병의 예방을 위해서 마련된 제도였는데 교역이 확대되고, 환경문제 등이 심각해지자, 사람에 대한 전염병뿐만 아니라 동, 식물의 검역과 음식물에 대한 유해물질 함유여부 등의 검사로 그 기능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대신에 사람의 전염병 중 문제가 되었던 병들이 거의 박멸된 상태이기 때문에 사람에 대한 검역은 완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CIQ 기능은 위에서 설명한바와 같이 매우 중요한 공권력 기능이다. 그러므로 이 공권력기능이 제대로 수행되지 아니할 경우, 국가의 안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염려가 있다. 그러므로 이 기능을 없애거나 약화 시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공권력 기능의 특성상 자칫 잘못하면 이용자에게 큰 불편을 줄 염려가 있다. 이러한 불편은 부패가 심각하고, 근대적인 행정체계가 미숙한 후진국가일수록 강하고, 선진국일수록 적다. 그러므로 공항이나 항만의 이 CIQ 서비스 수준은 바로 그 국가의 대외적인 이미지와도 크게 관련되는 기능이다.


공항이나 항만의 기능은 공히 사람이나 화물이 출입하는 문 기능이므로 서비스 기능으로서 고객만족에 우선을 두어야 할 기능이지만 이 CIQ의 공권력 기능 때문에 서비스의 질이 저하될 염려가 있다. 그래서 항만관리당국은 CIQ가 서비스수준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관심을 가져야 하나, 이 기능을 수행하는 행정권은 다른 행정부서에 속하고 있으므로 협조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저작권자 © 해양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