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항 정박지에서 도선사의 조선부주의로 충돌

 
 

이 충돌사건은 시계가 양호한 날씨에 울산항 정박지에서 양묘 후 울산항 입항을 위한 A호를 도선사가 무리하게 선회하는 등 조선을 부주의하여 발생한 것이나, 정박 중인 B호가 경계 소홀로 적절한 피항협력동작을 취하지 못한 것도 일인이 되어 발생했다.

 

사고내용
○사고일시 : 2019. 8. 3. 17:44경
○사고장소 : 울산항 E-2 정박지 안의 해상

 

사고개요
A호는 중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호주 및 한국 사이를 오가며 석유제품 등을 운송하는 선박으로 공선상태로 울산항에 도착하여 2019년 8월 3일 울산항 E-2 정박지에서 닻줄 8절(Shackle)을 내어 닻을 놓아 정박한 후 대기하였다.
한편 도선사 C는 도선 배정에 따라 3척의 도선을 마치고 4번째이자 당일의 마지막 도선으로 A호를 울산항 SK 2-7부두에 우현 접안시키기 위해 도선선 태창호를 이용하여 A호에 같은 날 17:35경 승선하였다.
도선사 C는 A호에 승선하기 위해 이동하며 양묘를 시작할 것을 요구하였고, 이에 A호는 도선사 C가 승선할 무렵 닻줄을 약 2절만 수중에 남겨둔 상태(2 Shackles in the water)에서 선수가 남서쪽을 향하고 있었다.
도선사 C는 승선 후 A호 선장과 도선계획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였으며, 이때 A호가 공선상태로 추진기가 충분히 잠기지 않아 조종성능이 저하될 수도 있음을 알고 있었으며, 승선할 당시 북동풍과 창조류의 영향으로 A호의 선수가 북동방향으로 향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의외로 남서방향을 향하고 있었음에도 그 원인을 상세하게 분석하지 않았다. 다만 도선사 C는 A호의 우현 방향 거리 약 0.3마일에 B호가 선수를 남쪽으로 향한 채 정박 중인 것과 B호의 북동쪽에 선명 미상의 소형선박 1척이 정박 중인 사실만 확인하였다.
도선사 C는 같은 날 17:40경 A호의 닻줄이 수중에 1절 남은 상태(1 shackle in the water)에서 닻을 끝까지 끌어올리도록 지시하며 선교에서 직접 지휘하기 시작하였다.

 

 
 


당시 도선사 C는 A호의 조종성능이나 주변 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지 아니한 채 그간 경험에 비추어 A호의 선회 종거(Advance)가 선박 전장의 약 3배인 350m 정도로 짐작하고 0.22마일(약 407m) 거리에서 정박 중인 상대선 B호와 본선의 사이로 선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A호 선장에게 우선회하여 B호의 선미와 B호 후방에서 정박 중인 선명 미상의 소형선박 사이를 통과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후 주기관을 극미속전진(Deadslow Ahead)에 이어 미속전진(Slow Ahead)으로 사용하면서 우현전타(Hard Starb
oard)를 지시하였다. 이때 타각지시기를 통해 자신의 지시가 이행되는지는 확인하지 아니하였다.
도선사 C는 같은 날 17:42경 A호가 우선회를 시작하였으나 자신이 예상했던 선회각속도보다 느리게 선회되고 있다고 느끼고 타각지시기를 확인한 결과 조타수가 타각을 우현 35도가 아닌 30도까지만 사용하고 있는 사실을 목격하고 35도까지 사용해줄 것을 선장에게 요청하였다. 이때 A호와 B호와의 거리는 0.13마일이었다.

 

[그림 1] A호와 B호의 충돌상황도
[그림 1] A호와 B호의 충돌상황도

 

도선사 C는 같은 날 17:43경 A호 선장이 계속 이 상태로 선회할 경우 B호에 너무 가깝게 접근하게 된다고 주의를 환기시키며 준비되어있는 선수횡추진기를 사용할 것을 권고하였으나 “No problem(문제없다)”이라 대답하며 선수횡추진기를 작동하였고, 비슷한 시각에 울산VTS에서도 A호를 호출하여 “정박 중인 B호를 주의하라”고 방송하였다.
당시 도선사 C는 A호 선수가 B호에 접근하여 충돌의 위험이 있음을 감지하였으나 A호가 이미 극우전타 상태로 우선회하는 중이어서 반대쪽으로 전타하거나 주기관을 후진하는 등의 충돌을 회피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기보다는 계속 우선회하는 편이 충돌을 회피할 가능성이 높고, 만약에 충돌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계속 우현전타를 유지하였다.
그 결과 A호는 2019. 8. 3. 17:44경 선수방위 337도 및 속력 4노트로 우현 선회하던 중 자선의 좌현 선수와 정박 중인 B호(선수방위 187도)의 좌현 선미가 1차로 충돌하였고, 다시 A호의 좌현 선미와 B호의 좌현 선수가 2차로 충돌하였다.


한편 B호는 울산항 E-2 정박지에 투묘한 후 A호가 SK 2-7부두에 접안한 다음에 SK 2-6부두에 접안하기 위하여 대기하고 있었다.
1등항해사 D는 선교에서 항해당직 중 B호가 같은 날 18:00경 접안 예정이라는 통보를 받은 후 접안 예정시간이 다가오자 입항준비를 위하여 당직조타수를 갑판에 내려보냈고, 선교에 올라온 선장과 선교 우현 측에서 화물적재계획 등에 대해 의논하고 있어 B호의 좌현 측에서 충돌의 위험을 가지고 접근하는 A호를 전혀 인지하지 못하였다. 그리고 1등항해사 D는 같은 날 17:42경 울산항 VTS센터에서 VHF로 호출하여 A호가 접근하고 있다고 경고하였으나, 이를 듣지 못하여 아무런 피항조치를 취하지 못한 채 앞서와 같이 A호와 충돌하였다.
사고당시 해상 및 기상상태는 맑은 날씨에 시정이 3마일 이상으로 양호하였고, 북동풍이 초속 4m에서 6m로 불며 파고가 0.5~1.0m이었다. 또한 저조시로부터 2시간 40분이 경과하여 창조류가 남남서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원인의 고찰
○ 항법의 적용

이 충돌사건은 시계가 양호한 울산항 E-2 정박지에서 도선사가 승선하여 입항하기 위해 4노트의 속력으로 우현 선회 중이던 A호와 정박 중이던 B호 사이에서 발생하였다.
항행 중인 동력선과 정박 중인 선박 사이에 발생한 이건 충돌사고와 관련한 항법에 대하여는 ‘해사안전법’ 또는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에서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항해자들이 오랫동안 관습적으로 지켜 내려온 불문율 중 하나가 조종성능이 우수한 선박이 그렇지 못한 선박의 진로를 피하는 것임에 비추어 볼 때 조종성능이 더 우수한 항행 중인 A호가 정박 중인 B호를 피하여야 하는 것이 타당하다 할 것이다(‘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 제2조 선원의 상무규정 적용).


따라서 A호는 자선의 조종성능, 주변의 상황 등을 파악하여 안전한 항로를 선정하여 정박 중인 다른 선박과 충분한 거리를 두고 항행하여야 하고, 정박 중인 B호는 접근하는 선박과의 충돌의 위험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하여 계속적으로 적절한 경계를 유지하고, 다른 선박이 접근하여 충돌의 위험이 발생할 경우 적절하고 유효한 방법으로 주의환기신호를 하는 등 적절한 피항협력동작을 하여야 한다.

 

○ A호 도선사의 조선부주의
도선사는 정박지에서 정박하고 있는 선박을 양묘하여 조선하고자 한 경우 선박이 공선상태인지 적재상태인지, 정박지에서 정박 중인 다른 선박의 선수방향과 조류 및 바람 등 외력영향 정도, 닻줄을 감아올리던 중 선박의 이동과 조종특성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
A호 도선사는 승선할 당시 A호가 공선상태로 추진기가 충분히 잠기지 아니하여 조종성능이 감소될 수 있다는 사실과 북동풍의 바람과 남남서 방향으로 흐르는 창조류가 A호의 선회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예상할 수 있었으나, 이러한 정보를 확인하지 않았다. 그리고 도선사는 그동안 자신의 조선 경험만을 근거로 A호의 선회 종거(Advance)가 전장의 약 3배인 350m 정도로 짐작하고 B호가 0.22마일(약 407m) 거리에서 정박하고 있기 때문에 A호를 A호와 B호 사이의 수역에서 우현 선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단하였고, A호가 닻을 감아올리는 과정에서 B호와 좀 더 접근했음에도 이를 고려하지 않고 그대로 우현 선회를 시행하여 충돌의 위험이 발생하게 하였다.


또한 도선사는 A호를 우현 선회하기 위해 극우전타(Hard Starboard)를 지시한 후 타각지시기를 통해 자신의 지시가 올바르게 이행되는지 확인하여야 하나 이를 확인하지 않았고, A호의 우현 선회각속도가 자신의 예상보다 느리자 뒤늦게 타각지시기에서 타각이 우현 30도인 것을 확인하고 타각을 35도로 사용하도록 재차 지시하여 시정하였다.
그 결과 A호는 B호의 약 0.13마일 이내로 근접하였고, 이에 A호 선장이 도선사에게 B호와의 충돌 위험성을 경고하였다.
그러나 A호 도선사는 이 시점에 이미 A호와 B호 간 거리가 근접하여 계속 우현 선회할 경우 더 이상 충돌을 피하기 위한 충분한 거리가 확보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였음에도 진로 변경 또는 주기관 후진 등 과감하고 적극적인 회피동작 대신 우현 선회를 유지함으로써 양 선박의 충돌을 피하지 못하였다. A호 도선사의 이러한 조선부주의는 이 건 충돌사고의 주된 원인이 되었다고 판단된다.

 

○ B호의 경계소홀 및 피항협력동작 미준수
정박 중인 선박은 접근하는 다른 선박과 충돌을 피할 수 없는 급박한 상황에 이를 경우 닻을 감아올리거나 기관을 사용하여 닻줄을 놓은 범위 안에서 제한적으로 이동이 가능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나 이러한 피항협력동작을 취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시간이 요구되므로 거의 실행하기 어려우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선박은 항행 중뿐만 아니라 정박 중에도 적절한 주변 경계를 유지하여야 하고, 다른 선박이 충돌의 위험을 가지고 접근하면서 충분한 동작을 취하고 있는지 분명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사실을 안 즉시 기적 등으로 경고신호 또는 주의환기신호를 울리는 등 피항협력동작을 취하여야 한다.
그러나 B호의 당직항해사인 1등항해사는 선교에서 조타수와 함께 수행하던 중 A호의 입항 준비를 위해 당직조타수를 갑판으로 내려보내고 혼자 당직에 수행하면서 선교 밖에서 선장과 대화하며 주변 경계를 소홀히 하였다. 그 결과 B호 1등항해사는 울산항 VTS센터에서 VHF로 B호를 호출하여 A호의 접근을 경고하고 A호가 충돌의 위험을 가지고 접근하고 있었으나 충돌 시까지 A호의 접근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함으로써 적절한 피항협력동작을 취하지 못하였다. B호 1등항해사의 이러한 행위는 이 건 충돌사건의 일부 원인이 되었다고 판단된다.

 

시사점
○ 도선사는 외국적 선박을 도선할 경우 주기관 및 타(Rudder) 사용 명령을 내린 후 부적절한 의사소통 등으로 인해 자신의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반드시 지시기(Indicator)를 보고 이행 여부를 확인하여야 한다.


○ 공선상태로 정박 중인 선박은 추진기가 충분히 잠기지 아니한 경우 조종성능이 감소되어 선회 반경이 크게 된다. 따라서 선장 및 도선사는 공선상태로 정박 중인 선박을 입항을 위해 양묘 후 선회하여 항로에 진입하고자 조선할 경우 닻줄의 방향과 외력의 영향을 고려하여 근처의 다른 정박선들과 충분한 이격거리를 유지하도록 하여야 한다.


○ 정박 중인 선박은 대기 또는 입항을 위해 정박지를 출입하는 선박들에 대한 지속적인 경계를 하여야 하고, 특히 가까운 거리에서 양묘 후 이동하는 선박이 적기에 기관이 작동되지 않거나 외력의 영향으로 갑자기 충돌의 위험을 가지고 접근할 수 있으므로 주의하여 동정을 관찰해야 한다.


○ 울산항 도선사는 울산항 외항 정박지에 정박 중인 선박들의 선수방위가 각각 다를 경우 수심 및 수역에 따라 조류 및 해류의 영향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하여 조선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울산항 앞바다는 연중 북동류의 쿠로시오해류가 흐르고 있고, 특히 수심 30m 이상의 수역에서는 그 영향을 크게 받는다. 반면에 수심 30m 이내의 연안을 포함한 울산항 부두 부근 수역에서는 조류의 영향을 받는다.
울산항 E-2정박지는 수심 45m 이상의 수역으로서 당시 남남서류의 창조류가 흐르고 있었으나, 쿠로시오해류의 영향이 창조류의 영향보다 컸다. 따라서 E-2 정박지에서 정박하고 있던 선박들은 쿠로시오해류의 영향으로 선수방향을 남동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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