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해운합의서 발효, 정기·부정기 선사간 희비 엇갈려
남북간 효율적인 운송망 구축은 항만개발이 최적요소
북한 대표적 8개 항만 철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돼

 남북한은 그동안 분단 반세기의 역사 속에서 보이지 않는 벽을 쌓아 왔다. 그 결과 남북한간의 현실적인 경제 격차는 갈수록 커졌으나 국민의 정부 이후, 대북포용정책의 이름으로 경제적 격차 해소를 위해 경제협력 등의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남북 경제협력에 앞서 선행되어야 할 부분이 사회간접자본의 확충이다. 특히 생산 활동을 증가시키고 생산된 재화의 원활한 공급을 가능케 하는 남북간의 운송망 구축은 가장 필수적인 요소다. 남북간의 효과적인 운송망 구축의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단기간에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항만개발을 기반으로 한 안정적인 해상수송망이며 그에 대한 제반 여건도 성숙해지고 있다.
지난 8월 합의·발표된 ‘남북해운합의서’를 계기로, 현재 북한의 해운항만 현황을 살피는 한편 남북해운 활성화를 위한 정부 및 민간부문의 노력을 정리했다.

현재의 남북간 교역은 개성공단의 활성화로 육로수송이 시작돼 운송수단이 다양해졌으나 여전히 해상운송의 비중이 크다. 그러나 남북간 물량의 해상운송에 드는 물류비는 같은 거리의 제 3국 항로보다 과다하고 낙후된 항만시설까지도 물류비 증가를 부채질하고 있어 이를 개선하기 위한 다각적인 대안제시가 절실한 실정이다.

 

철도의 보조수단인 북한의 해운항만


북한 해운항만의 위상은 철도의 보조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만큼 중요성 측면에서 크게 저평가되고 있다. 북한의 해안은 동서로 분리되어 있어 항만 시설도 각 해안별로 운영되고 있다. 대외 해상운송은 수송조건이 좋고 구소련 및 일본과의 운항이 비교적 편리한 동해안을 중심으로 발달되어 있다.


동·서해안으로 양분되어 있는 북한의 대표적 항만은 남포, 송림, 해주, 나진, 원산, 흥남, 청진, 선봉 등 8개항이다. 청진항은 컨테이너 설비를 갖춘 항으로서 주로 대 중국 중개무역 화물을 수송하고 있으며, 청진항으로부터 약 80Km 북부에 위치한 나진항은 자연적 조건에 의한 천혜의 항만으로 북한 최대의 정유항인 선봉항과 함께 두만강지역 개발사업계획의 중심항만으로 개발될 전망이다. 원산항은 북한 동해안의 최남단 무역항으로, 연간 하역능력이 170만톤에 불과해 상업항으로서의 기능보다는 군사항의 성격이 강해 화물의 입출항은 미약한 수준이다. 그러나 금강산, 명사십리와 송도원 등이 인접해 있어 관광항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곳이다. 한편 남포항은 서해안 제일의 무역항으로서 북한 최대의 공업지구인 평양과 고속도로에 의해 연결된다.

 

또한 최근 국내선사가 남포항 개발에 참여하고 있어 향후 남북교류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해주항, 흥남항은 각각 시멘트와 원유 전문항이지만 아직 설비는 미약하다.

 

항만시설 낙후, 효율성 최악


북한은 대부분의 무역항이 하역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고 있어 신형 컨테이너선을 활용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최대선박 접안능력도 1~2만톤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항만하역장비 및 시설의 노후화, 전용부두시설의 부족, 항만의 관리운영 부실과 항만배후수송체계의 미비 등으로 인해 항만시설의 이용도가 50% 이하 수준에 머물러 효율성이 크게 저하되어 있다. 북한의 항만이 이같이 낙후성을 면치 못하는 이유는 휴전선과 산악에 의한 동서분단, 주요 교역 대상국의 국경 철도연결 등이 원인이 되었다.

 

동해안에 집중된 해상항로


북한 항로의 특징은 대내항로의 경우 군소항만을 왕래하도록 되어 있는 비교적 단거리 항로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이는 북한의 선박이 노후화 된 점과 함께 장거리 대량운송에 유리한 해상 운송의 특징을 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외항로는 빈약한 상태이며 동해안에 집중되어 있다. 현재 운항중인 대외 항로는 70년대 이전에 개설된 항로이며, 교역국 가운데 해상수송이 불가피한 일본과의 항로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1992년 ‘남북 교류협력 부속합의서’를 체결하면서 남북간의 직항로를 개설한 이후 남북간의 교

△북한 평양 남포항 짐함부두(컨테이너 부두)진경도
△북한 평양 남포항 짐함부두(컨테이너 부두)진경도

역은 해상운송에 의해 이루어지기 시작했으며 최근 개성공단의 활성화로 육로를 통한 수송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서해안의 항로는 인천~남포간이며, 동해안은 화물 종류에 따라 부산, 포항, 속초 등지와 북한의 청진, 흥남, 원산, 나진 간을 운항하고 있다.

 

 남북간의 해상수송은 낮은 소석률과 북한 항구내의 긴 체선시간, 높은 항비, 낮은 컨테이너 회수율 등으로 인해 높은 운송비가 소요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남북해운합의서의 발효로 남한 국적선의 북한 지정 항로대 진입이 가능해졌으나 기존 제 3국적 선박 이용에 의한 물류비와는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류비 절감위해 북한 항만개발 절실


업계 관계자는 “남북간 운송망 구축시 정부의 막대한 투자재원 마련이 어려운 사정을 고려한다면 항만에 대한 투자 비용이 도로나 철도보다 적게 들어가므로 현실적인 측면에서 볼 때, 단기적으로는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단기적으로는 해운을 중심으로 주요 공단과 연계되는 배후교통망을 개발하고, 장기적으로는 철도를 통한 대륙 운송망체계와 도로를 통한 남북통합망을 구축하는 방안이 검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를 개선하기 위한 항만정책의 방향은 물류비용의 절감에 초점이 맞추어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시설측면에서 북한의 항만시설 노후화가 고물류비의 원인으로 작용하므로 가장 물동량이 많은 남포항의 화물 하역시설을 현대화하는 작업을 추진하면 단기간에 물류비를 낮출 수 있다는 것. 이와함께 북한의 8개 무역항에 대한 하역능력의 정비와 노후화된 항만기반시설의 대폭적인 정비를 지속적으로 수행해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해운합의서 발효, 해상수송 활성화 기대


지난 8월 남북해운합의서의 발효를 통해 기존의 남북해운환경의 변화가 예상되고 있으며, 해양부 등 관계 정부기관은 선사 및 화주 등을 포함한 업계의 의견을 조율하고자 세미나 등을 개최하고 있다. 또한 해양부는 해운조합 내에 ‘남북해상수송지원센터’를 설치, 10월부터 운영을 시작하고 남북간 해상수송의 원활화를 꾀하고 있다. <P26 참조>


남북해상수송지원센터는 남북 해상수송의 과당경쟁을 방지하기 위해 해상수송에의 참여를 희망하는 선사의 적격심사를 담당하게 된다. 실제로 남북간 항로에 선박운항을 희망하는 업체는 남북해상수송지원센터의 추천을 받아야만 가능하도록 되어있다. 또한 모래채취에 대해서는 해운조합이 북한 민경련과 채취계약을 체결하고 내항 선사에 모래채취 및 운송권을 배분하는 형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또한 부정기 항로는 원칙적으로 외국적 선박의 운항을 불허하기로 했다. 다만, 국적선 중에 적합한 선박이 없을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할 방침이다. 또한 정기선 부문은 내년 8월까지 국적선박 투입을 유예시키기로 했다.

 

모래운반선 주도하에 부정기선 관심높아


부산해양청의 발표에 따르면 남북해운합의서 발효를 계기로 남북간 교역항로 운영을 희망하는 업체가 늘어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문의도 잇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임가공품, 모래, 시멘트, 광물자원 등의 물량이 주로 운송되고 있는 부정기선 부문은 날로 그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북한산 모래반입의 활성화는 북측에 교역을 통한 이득을 주고 남측에는 골재수급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부는 수도권 골재 수급 안정 및 남북간 교역 활성화를 위해 북한산 모래반입을 향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현재 북한산 모래반입에는 국내 6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중 5개 업체가 해운을 통해 운송을 하고 있으며 사천강모래는 경의선 육로를 통해 수송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기존 인천~해주간 모래운반선의 권고항로를 인천에서 해주는 덕적도 북방항로, 해주에서 인천은 울도 남방항로로 구분되어 있었으나 10월 12일부터 시행된 ‘북한산 모래반입 활성화 조치’로 입출항 구분없이 덕적도 북방항로 또는 울도 남방항로를 이용할 수 있게 되는 등 교역 환경은 가시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이로써 인천~해주간 모래운반선은 해상여건, 선박상태 등을 고려해 선택적으로 항로사용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활성화 조치’는 해주 앞바다 모래반입을 1개 업체당 5척 내외로 제한한 운항척수 제한규정을 폐지하는 한편 북한산 모래 적정 반입량, 해군의 해상경계작전 등을 고려해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운항가능 척수를 점진적으로 늘려나간다는 방침이다.

 

남북 정기선사 북한물량 감소로 운영 악화 실정


9월 현재 남북간 해상수송을 위해 운항하고 있는 선박은 모두 17척이며 경수로 지원여객 수송선박 1척을 제외하고는 모두 외국적선이다. 이 중에서 정기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 선사는 국양해운과 동룡해운이며 각각 파나마, 중국 선적의 선박을 이용해 운항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기선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 이들 선사는 갈수록 줄어드는 북한내 물량을 두고 고민중이다. 감소하는 물량을 무조건적인 운임인상으로 대체할 수도 없는 실정이어서 대책마련에 절치부심하고 있다. 마치 남북간 정기항로를 운영하는 것 자체가 통일비용을 미리 납부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또한 최근 발효된 남북해운합의서에 의한 해운환경 변화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심각한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해운합의서에 따르면 남북 정부는 남북간 해상운송항로를 민족 내부항로로 규정하고 Cabotage Rule(연안항행권)을 적용시킬 계획이다. 비록 정기선 부문에는 내년 8월까지 한시적으로 유예기간을 두고 있지만 현재의 3국적선에 비해 국적선을 투입할 경우 그에 따른 추가비용 상승은 소규모 선사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부분이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정기선 서비스를 통한 이익 창출은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에 그들의 고민은 더욱 심각하다.

 

북한 항만개발 필요성 부각


국내 선사인 국양해운과 동남해운 등은 북한 남포항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남북간 교류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아래 원활한 물류이동을 위해서 항만개발은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와 때를 같이한 남북해운합의서의 발효로 북한 항만개발의 필요성은 더욱 크게 부각되고 있으며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민간기업 차원의 북한항만 개발 노력도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함께 제반 환경이 개선될 전망이다.


북한의 항만개발은 남한의 민족적 경협지원을 통해 지속적으로 자국권리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또한 자본주의 경제체제 도입에 따른 체제 개선을 유도할 수 있으며 장기적인 수익창출을 기대할 수 있어 관련업계의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다.

 

15억원 소요된 남포, 평양 CY 개발


이에 대한 정부측의 역할은 컨공단이 대행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으나 아직은 불투명한 실정이다. 컨공단은 작년 6월, 해양부에 제출한 ‘신규개발사업 계획(안)’에 남포항 개발에 대한 참여의사를 밝히고 이사회 의결을 거쳐 작년 12월 개발에 참여하는 국내 선사와의 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해양부에 사업계획 및 예비비 사용계획 승인을 신청해놓은 상황이지만 국내 정서 및 국감에서의 지적(다소 현실적이지 못하며 투자하기엔 아직 위험이 큰 사업이라는 지적) 등으로 계획은 보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일부 의원은 “컨공단의 북한 및 해외항만개발 사업 참여는 열악한 재정난을 해결할 수 있는 최후의 블루오션 전략”이라며 컨공단의 사업참여는 적극 추진되어야 한다며 힘을 실어주었다.


이와는 달리 민간부문 국내 선사인 국양해운 등이 추진하는 남포항 개발은 순조롭게 진행중이다. 지난 10월 10일 총 15억원 정도를 투자한 남포항 CY가 오픈되었으며 여기에 필요한 CY용 탑핸들러가 1기와 야드 트랙터 10대, 섀시, 지게차, 화물차 등이 투입되었다.
향후 안벽길이 200m에 전면수심 13m, 총 부두면적 2만평에 달하는 1개 선석도 개발될 계획이지만 통일부와 해양부 등 관계기관과의 협의가 남아 있어 아직은 미지수다.

 

남북해운 활성화 위해 법제도 정비 필요해


앞서 보듯이 남북해운합의서 발효로 인한 환경변화로 부정기선 서비스 면허를 신청하는 선사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십여년 이상 위험을 감수하고 지속되어 온 정기선 서비스는 경영수지 악화에도 불구하고 계속 운항되고 있어 이 부분에 대한 대책 마련이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에 발효된 남북해운합의서는 현재 정기선 서비스를 하고 있는 선사에게는 국적선 대체로 인한 소요비용 증가라는 큰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업계는 남북관계의 특성상 북한측의 정책변화 등을 예측할 수 없고, 이로써 장기적인 물량확보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어 관련업계는 이러한 불확실성을 감수하면서까지 북한과 해상수송에 의한 교역을 고려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며 호소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해양부는 “남북합작 선사 설립 등 남북간 해상수송과 관련한 각종 제약사항을 완화하고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북한선박이 제주해협을 넘나드는 보도를 접하는 이는 누구나 진일보된 남북해운 환경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 당국은 대중에게 2000년 6월의 남북 정상회담때처럼 당장 통일의 소식을 들을 것 같은 막연한 기대를 심는 것 보다는 해운활성화를 위한 조치가 10여년 이상 남북해운에 기여하며 노하우를 쌓아온 정기선 서비스 업체에 국적선 대체라는 또다른 부담을 지워 더욱 어려움에 빠뜨리지는 않는지 뒤돌아보고 업계의 의견수렴을 거친 개선책을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저작권자 © 해양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