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양의 이어도 수중 암초에 무리하게 접근·항해함으로써 좌초

이 좌초사건은 대양항해 중 안전관리매뉴얼을 준수하지 아니한 채 소축척 해도에 표시된 이어도의 수중 암초 및 이어도 종합해양과학기지에 무리하게 접근하여 항해함으로써 발생했다.

 

 
 

<사고 내용>
○사고일시 : 2010. 4. 12. 18:45경
○사고장소 : 이어도 종합해양과학기지로부터 332도 방향, 거리 약 700m 해상

 

○ 이어도 수중 암초 부근 해저지형과 이어도 종합해양과학기지 현황
이어도는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마라도로부터 137도 방향, 거리 약 81.0마일 해상에 위치한 수심 4.6m의 수중 암초이다. 이어도의 면적은 50m 등심선을 기준으로 2,122,520㎡의 거대한 암반이며, 전체적인 해저지형은 마름모 형태로 나타나고 정상부를 중심으로 삼각형의 형상을 띄고 있다.
이어도 수중 암초(수심 4.6m)는 주위의 수심에 비해 약 45m 높게 솟아 있고, 수중 암초를 중심으로 남쪽과 동쪽은 비교적 급경사를 이루고 있으며, 북쪽과 서쪽은 비교적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다.
이 수중 암초는 1900년 일본에서 상하이로 항행 중이던 영국기선 소코트라호가 좌초되면서 처음 발견되어 국제적으론 ‘소코트라(Socotra)’ 암초로 불리고 있고, 이후 1963년 중국 대형 수송선 ‘약진호’가 좌초된 적이 있다.

 

 
 

한국해양연구원은 1995년도에 이어도 종합해양과학기지를 설계하면서 이 수중 암초(수심 4.6m) 부근의 저수심대가 현무암인 부석(浮石)으로 형성되어 있어 철재 파일(Pile)을 시공할 수 없고 상부면적이 좁아 기지 설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였고, 이에 외력을 극복할 수 있는 지반이 견고하고 평평한 지점인 이 수중 암초로부터 남쪽으로 약 700m 떨어진 수심 40m의 평평한 암반 위에 이어도 종합해양과학기지를 설치하기로 결정하여 2003년 6월 완공하였다.
이어도 종합해양과학기지는 헬기장이 설치된 4각 철제 구조물로서 높이 76m(수중 40m, 수상 36m) 및 면적 1,320㎡이고, 다양한 과학 장비와 항로표지가 설비되어 해양기상 및 어장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여 자연재해 예방과 어업활동을 지원하는 기능과 항로표지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이어도 종합해양과학기지는 2006. 1. 1.
부터 국립해양조사원에서 관리하고 있고, SK텔레콤㈜은 국립해양조사원과 업무 협의하여 2009. 10. 13. 이 과학기지에 기지국을 설치하여 이 과학기지를 중심으로 반경 약 40km 거리까지 휴대폰 통신이 가능하다.
이어도 수중 암초와 종합해양과학기지는 소축척 해도에 [그림 3]과 같이 표시되어 있다.

 

<사고 개요>
선장은 2010. 2. 10. A호에 승선한 이래 약 8회 이어도 부근 수역을 항해한 경험이 있고, 매 항차 이어도 종합해양과학기지(이하 ‘이어도 과학기지’라 한다)로부터 약 20마일 떨어져 항해하였다. 선장은 소축척 해도를 여러 번 확인하여 이어도가 수중 암초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언론과 해도를 통해 이어도 수중 암초 위에 종합해양과학기지가 설치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2등항해사는 선장의 지시에 따라 A호가 인도네시아 본땅항을 출항하기 전 이어도 과학기지를 A호의 우현 약 25마일 거리를 두고 항해하도록 항행계획(Passage plan)을 작성하였다.


A호는 2010. 4. 5. 05:30경 본땅항에서 석탄 85,734톤을 적재하고 선수 흘수 12.52m, 선미 흘수 13.02m 상태로 출항하여 태안항으로 향하였다. 1등항해사는 같은 해 4. 12. 08시경 항해당직을 마치고 선장에게 항행계획에 따라 항해한 결과 어선들과 많이 조우하였으므로 항행계획 상 침로의 우측으로 빠져서 항해하면 어선들이 적어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건의하였다.
이에 선장은 3등항해사에게 중국 연안으로부터 멀어지면 항로상 어선들이 줄어들어 항해가 원활해질 수 있으니 항행계획 상 침로에 집착하지 말고 가능한 한 계획된 예정 침로의 우측으로 항해하라고 구두로 지시하였다. A호는 계획된 예정 침로를 따라 침로 009도, 속력 약 12노트로 항해하다가 같은 날 09:30경 [그림 4]와 같이 이어도 과학기지로부터 191도 방향, 거리 약 98.8마일 해상의 변침점에 이르렀을 때 예정 침로인 358도로 변침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항행하여 계획된 예정 침로에서 벗어나기 시작하였다.

 

 
 

2등항해사는 같은 날 13:00경 선위가 계획된 예정 침로보다 약 8.4마일 우측으로 벗어나자 계획된 예정 침로를 따라 항해할 생각으로 침로를 358도로 변침하였고, 매 1시간마다 지피에스(GPS)로 선위를 확인하였다.
1등항해사는 같은 날 16:00경 A호가 침로 358도 및 속력 약 12노트로 항행 중 항해당직을 인수한 후 레이더의 탐지거리를 6마일로 설정하고 오프센터(Off-center)하여 10마일 전방까지 탐지 가능하게 한 채 당직을 수행하였고, 같은 날 16:35경 자선의 선수 전방을 횡단하는 다른 선박을 피하기 위하여 침로를 023도로 변경하였으며, 횡단 선박이 지나간 후에도 원침로로 변경하지 아니한 채 그대로 항해하였고 17시경 지피에스로 선위를 확인하였다.


선장은 같은 날 17:42경 3등항해사로부터 자신이 휴대하고 있는 휴대전화에 문자메시지가 도착하였고, 휴대전화 통화가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고, 선내전화로 1등항해사에게 휴대용 전화가 기지국과 잘 연결되도록 이어도 과학기지에 접근하라고 지시하였다.
1등항해사는 선장의 지시를 받은 후 해도 상 이어도 남쪽에 침선의 위치가 표시되어 있고 그 옆 동쪽에 수심 4.6m라고 표시된 이어도 과학기지 관련정보를 확인한 다음 이어도 수중 암초 위에 이어도 과학기지가 위치해 있어 확실한 물표가 되므로 이어도 과학기지에 200∼300m 거리까지 접근해도 큰 위험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였고, 이에 같은 날 17:59경 이어도 과학기지로 접근하기 위해 침로를 040도로 변경하였다.
1등항해사는 같은 날 18:10경부터 이어도 과학기지의 레이콘(Racon)이 작동 중인 레이더에 탐지된 것을 확인하고 계속 레이더를 관찰하며 이어도 과학기지에 접근하던 중 같은 날 18:17경 자선의 정선수에 나타난 조업 중인 어선 4척을 피하기 위하여 침로를 050도로 변경하였다.
이때 선교에 올라온 선장은 휴대용 전화기의 송수신 신호가 원활히 표시되는 것을 확인하고 직접 개인통화를 한 차례 실시한 다음, 통화품질이 좋으니 선원들에게 선내 방송으로 통화 가능함을 알리라고 1등항해사에게 지시하였다.


1등항해사는 선장의 지시에 따라 2회에 걸쳐 선내 안내방송을 실시하자 2등항해사, 3등기관사, 조기장 등 선원들이 선교로 올라와 휴대전화 통화를 하였다. 1등항해사는 같은 날 18:32경 자선의 선수 2마일 전방에 나타난 어선을 피하기 위하여 침로 041도로 좌현 변침하였다가 이어도 과학기지를 우현 약 0.5마일로 정횡 통과하기 위하여 같은 날 18:42경 침로를 043도로 조정하였다.
A호는 같은 날 18:44경 이어도 과학기지를 자선의 우현 정횡, 거리 약 0.5마일에 두고 통과하며 침로 043도 및 속력 약 11노트로 항행하던 중, 2010. 4. 12. 18:45경 이어도 과학기지로부터 방위 332도 방향, 거리 약 700m 떨어진 이어도 수중 암초(수심 9.6m)에 좌초하였다.
사고 당시 해상 및 기상상태는 옅은 안개가 끼었으나 맑은 날씨에 시정이 3마일에서 4마일이었고,  남동풍이 초속 6m에서 8m로 불며 파고 약 1.5m의 물결이 일었다.

 

<원인의 고찰>
○ 해도 상의 수심오차

해도에 표시된 수심에는 오차가 포함되어 있다. 국제적으로 해도에 표시된 수심의 오차 허용한도는 수심이 20m 미만인 경우 0.3m이고, 수심이 20∼100m 사이인 경우 1m이며, 수심이 100m 이상인 경우 표시된 수심의 10% 이내이다. 또한 수심의 측정방법 상 넓은 대양수역에서는 국소적 천소구역이 누락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선장 및 항해사는 해도에 표시된 수심의 오차에 유의하여야 하고, 또한 측심위치와 해도에 기재된 수심개소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음에 주의하여야 하며, 항해계획(Passage Plan) 수립 시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야 한다.
우리나라는 해도에 표시된 수심이 20m 미만인 경우 소수점 한자리까지 표시하고, 수심이 20m 이상인 경우 정수로 표시하고 있다.


또한 선장 및 항해사는 항해당직 중 선박의 안전한 운항을 위해 수중 암초 등의 위험물로부터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항해해야 하는지 결정할 때, 앞서 기술하였던 해도에 표시된 수심의 오차 및 측정방법에 따른 위험요소뿐만 아니라 선박의 운항 중 갑작스런 기관고장이나 기상악화 그리고 위험물 주변을 통항하는 선박의 교통량이나 조업 중인 어선들을 고려하여 다른 선박을 피하기 위한 동작을 취할 경우에도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충분한 여유수역을 유지할 수 있도록 고려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따라서 선박은 이러한 이유로 인하여 항로표지가 없는 대양에서는 위험물과 10마일, 항정 손실이 큰 경우를 고려하더라도 최소한 5마일의 안전한 여유거리를 확보하여 항해하는 것이 해상의 관습이다. A호의 안전관리대행회사에서 수립·시행하고 있는 안전관리매뉴얼에도 항해 중 위험물과 최소통과거리를 2마일 이상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 선장의 부적절한 항해지시와 대양의 수중 암초에 무리한 접근·항해
A호는 안전관리대행회사에서 수립·시행하고 있는 안전매뉴얼에 따라 항해 중 위험물과 최소한 2마일 이상 거리를 두고 항해하여야 한다. 이에 선장은 인도네시아 본땅항을 출항하기 전 2등항해사에게 지시하여 안전매뉴얼에 따라 이어도 과학기지를 자선의 우현 약 25마일 떨어져 항해하도록 항행계획을 수립하였다. 선장은 또한 항해계획 수립 후 수립된 계획을 변경할 경우 안전관리매뉴얼에 명시된 대로 대양에서 위험물로부터 최소 2마일 이상 떨어져 항해하도록 항로의 위험성을 평가한 후 이를 승인하고 항해사들에게 명확하게 지시하여야 한다.


그러나 선장은 사고 당일 오전 중 1등항해사가 어선군 회피를 위해 계획된 예정 침로의 우측으로 빠져 항해할 것을 건의하자 항행계획 변경에 대한 정확한 위험성 평가 없이 항해사들에게 계획된 예정침로에 집착하지 말고 가능한 한 예정 침로의 우측으로 항해하라고 구두로 지시하였다.
이에 따라 A호는 사고 당일 09:30경 항행계획 상 침로 358도로의 변침점에 이르렀을 때, 변침을 하지 아니한 채 예정 침로를 벗어나 항해하였다. 다만 선장의 이러한 조치는 당시 예정침로 상에 존재한 많은 어선들을 피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였다고 판단되나, 선장이 항행계획 변경 시 당직 항해사에게 항행계획 변경에도 불구하고 안전매뉴얼을 준수하여 위험물로부터 최소 2마일 이상 떨어져 항해하도록 지시하지 아니한 것은 못내 아쉬운 사항이다.


선장은 이후 좌초사고 발생 약 1시간 전 3등항해사로부터 휴대전화 통화가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고, 이어도 수중 암초와의 이안거리와 선박의 안전을 고려하지 아니한 채 선내전화로 항해당직 중인 1등항해사에게 휴대전화기로 통화할 수 있도록 이어도 과학기지로 접근하라고 지시하면서 이어도 과학기지와 유지해야 하는 최소 안전거리에 대해서는 지시하지 아니하였다. 즉 선장은 1등항해사에게 부적절한 항해지시를 한 것이다.
선장 지시를 받은 1등항해사는 [그림 3]의 우리나라 소축척 해도에 표시된 레이콘이 설치된 이어도 과학기지와 그 남쪽의 침선 및 그 옆 동쪽의 수심 4.6m 표시 등만을 확인하고 이어도 과학기지에 200~300m로 접근해도 큰 위험이 없을 것으로 부적절하게 판단하였고, 선장에게 회사의 안전관리매뉴얼에 명시된 위험물과의 안전거리 확보와 선박의 항행 위험성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지 아니한 채 A호를 이어도 과학기지로 접근시키기 위해 좌초사고 발생 46분 전에 침로를 040도로 우현 변침하였다. 그리고 1등항해사는 A호가 이어도 과학기지에 접근하던 중 같은 날 17:00경 지피에스로 선위를 측정한 이후 주기적으로 선위를 확인하지 아니한 채 레이더로 이어도 과학기지와 상대방위 및 거리만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1등항해사의 행위는 당직항해사로서 선장의 부적절한 지시에 대하여 선박안전에 대한 의견을 제대로 개진하거나 건의할 수 있도록 하는 선교 팀워크(Team work)의 의사소통과 선교자원관리(Bridgeesource Management)가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여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선장과 1등항해사는 소축척 해도에 표시된 대양에 위치한 수중 암초 등 위험물과의 이안거리에 대한 해상의 관습과 회사의 안전관리매뉴얼에 명시된 위험물과 최소 2마일 이상 거리를 두고 통과하라는 절차를 간과한 채 A호를 무리하게 이어도 과학기지에 접근하여 항해하였고, 선교 안에서 선장과 당직항해사인 1등항해사 사이에 적절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지 아니하였으며, 그 결과 A호가 대양의 수중 암초에 좌초하게 되었다고 판단된다.

 

<개선사항 및 시사점>
○ 이어도 종합해양과학기지 주변의 수중 암초에 대해서는 선장 및 항해사가 소축척 해도에서도 알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
부산지방해양수산청은 1987. 8. 이어도 수중 암초(수심 4.6m)에 등부표(Buoy)를 설치하여 운영하였으나, 2003년 이어도 종합해양과학기지가 설치되고 이 기지에 등대와 레이콘이 설치됨에 따라 이 등부표를 철거한 후 항행통보(Notice to Mariners)를 통해 이를 통지하였다.
그러나 이건 좌초사고와 같이 아직도 일부 선장 및 항해사는 이어도 수중 암초의 위치와 이어도 종합해양과학기지의 위치를 혼동하고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향후 유사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관련 해도에 ‘항행주의’ 표시를 표기하거나, 대축척 분도를 별도로 삽입 또는 이어도 수중 암초와 이어도 종합해양과학기지 위치를 분리하여 표기, 또는 이어도의 수중 암초 저수심대에 항로표지를 재설치하는 방안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이 좌초사건 이후 국립해양조사원은 소축척 해도에 ‘주의 이어도 해양과학기지에서 약 700m 북쪽에 암초(4.6m) 존재’라고 표시하였고, 해도 NO. 2010(축척 1/100만)의 경우 이어도 해양과학기지와 수중 암초의 존재를 쉽게 알 수 있도록 분도(축척 1/5만)를 추가로 표시하고 있다.


○ 선장 및 항해사는 항행계획 수립 시 해도에 표시된 수심의 오차 등을 고려하여 선박이 대양에 위치한 위험물로부터 충분한 안전거리를 두고 항행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선장 및 항해사는 해도에 표시된 수심의 오차 허용한도가 수심에 따라 0.3m에서 수심의 10%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점과 수심의 측정방법 상 넓은 대양수역에서 국소적 천소구역이 누락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항행계획 수립 시 선박이 대양에 위치한 수중 암초 등 위험물로부터 충분한 안전거리를 두고 항행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특히 전자해도(ECDIS)에서는 신뢰구역(Zone of Confidence)을 6개 구역(A1, A2, B, C, D, U)으로 분류(Categ
ory)하고, 각 구역별 수심의 정확도(Depth Accuracy)를 정해두고 있다. 따라서 선장 및 항해사는 전자해도를 이용하여 항행계획을 수립할 경우 신뢰구역 분류(CATZOC)에 따른 수심정확도를 반영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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