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황유 규제 이후 주요 현황 분석 및 문제

2020년 1월 1일부터 IMO에서 실시한 선박 연료유의 황산화물 규제는 시행 전부터 업계의 높은 관심과 우려를 안은 채로 시행되었다. 연료유 공급여력과 가격, 품질, 관련 계약서의 적용에 대한 불확실성의 문제가 대두되었으며, 이러한 문제를 말끔히 해소하지 못한 채로 규제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었다.
이러한 많은 물음 속에서 황산화물 규제는 시행한 지 1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시행 전 예상보다는 무난하게 규제에 대한 대응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크며, 규제 전 업계에서 신속한 준비를 성공적으로 이루어 낸 측면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부분은 COVID-19 환경 및 연초 있었던 원유 증산에 따른 유가폭락 등의 대외적 요인 또한 크게 작용하고 있어, 이러한 요인이 사라진 시점에도 저유황유 사용에 대한 문제가 없을 것인지에 대하여는 여전히 의심을 거두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번 호에는 규제 이후 연료유 가격, 품질에 대한 현황, 그리고 저유황유 사용에 대한 규제상황을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장래의 저유황유 사용에 대한 대비를 하고자 한다.

 

연료유 가격 변동
저유황유의 가격은 규제 이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2020년 1월 이후 대부분의 선박이 저유황유를 사용하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수요가 있지만, 그만큼의 공급량은 확보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다소 지배적이었고, 초반에 공급 가능한 항만 또한 제한되어 있다는 점, 그리고 공급 바지(barge) 확보 문제 등의 공급제한 요소가 강하게 부각되었다.
이에 반해 HSFO의 가격은 급락이 예견되었는데, 스크러버 선박만 사용한다는 강력한 수요제한 요인이 있고, 유연한 재고처리가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었다.
그러나 2020년 1월 1일 이후 연료유 가격 변동을 살펴보면 예상과 다소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위 그래프는 2019년 하반기부터 올해 12월까지의 싱가폴 기준 저유황유 및 고유황유의 가격 변동 그리고 두 유종 가격의 차액을 표시하고 있다.1)
저유황유 가격은 2020년 1월 8일자 USD 739/mt를 기록하며 같은날 고유황유의 USD 400/mt에 대해 USD 339/mt의 spread를 보였으며 이는 올해 최고 가격으로 볼 수 있다.
다만 그 이후로 저유황유는 급락, 2020년 4월 29일 USD 202/mt까지 떨어졌으며, 같은날 고유황유는 USD 158/mt을 기록하였다. 이날 두 유종 가격의 차액은 불과 USD 44/mt이며, 이후 저유황유는 USD 300~400/mt, 그리고 고유황유는 USD 250~300/mt 수준의 비슷한 횡보를 이어가고 있다.
저유황유의 가격변동에는 정유업계에서 신속한 공급체계를 수립, 예상보다 빨리 공급량 안정을 꾀한 부분도 있으나, COVID-19 및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중동국가와 러시아간 원유공급 증산에 따른 유가 폭락이 상당한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2)
올해 하반기부터는 저유황유 및 고유황유의 가격변동성은 줄어든 것으로 확인된다. 내년(2021년) 백신개발로 인한 COVID-19 상황의 호전으로 물동량과 여객운송이 예전 수준을 되찾게 되면, 전체적인 연료유 소비는 증가할 것이다. 또한, 스크러버가 장착된 신조선이 계속 완공될 예정이므로 고유황유의 수요 역시 증가할 것이다.

 

연료유 품질
저유황유 사용에 대한 가장 큰 우려 중에 하나는 품질문제였다. 이는 저유황유를 위한 별도의 생산공정이 구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부분 고유황유와 다른 유종을 블렌딩하여 규격에 맞는 저유황유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었다. 블렌딩 과정에서 첨가제가 사용될 경우, 관련 첨가제의 성분에 따라 연료유의 품질에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2018년 미국 Huston에서 공급된 저품질 연료유 사태가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감추지 못하였다.
또한 공급업체에서 최적의 블렌딩 공식을 바로 찾기는 어려울 것이므로, 어느정도의 시행착오를 예상하기도 하였다. 또한, 황성분의 결핍으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낮은 밀도(density)나 점도(viscosity), 저산성(low acidity)의 문제를 예견하기도 하였다.3)


규제 이후 연료유의 품질에 대하여 BIMCO, ICS, INTERCARGO 및 INTERTANKO에서 합동으로 올해 2월부터 5월까지 가입선사를 대상으로 연료유 품질 및 안전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 하반기에 발표한 바 있다.
192개의 업체가 참가한 이 조사에서, 참가업체의 55%가 저유황유에서 규격에 문제가 있었음을 경험하였으며, 황성분(25%), 퇴적물(24%), Al+Si(12%) 및 유동점(12%) 순으로 품질문제가 보고되었다.
저유황유 사용시 선박 문제에 대한 질문에서는 62.5%의 응답자가 연료 탱크나 분리기에서 슬러지의 증가, 연료 파이프나 필터의 폐색현상을 겪었다고 밝혔다. 21%는 인젝션이나 연소문제를 겪었으며, 32%는 연료계통에서 왁스현상이 발생하였다고 알려왔다.4) 또한, 추진력의 저하 혹은 엔진이 꺼지는 현상을 겪은 참여자도 10%에 이르며, 22%의 참여자는 연료유를 선박에서 제거하였다고 밝혔다. 몇몇 참가자는 개별적으로 엔진 실린더나 피스톤, 피스톤 링 파손 사례를 보고하기도 하였다. 다만 저유황유의 규격문제의 빈도는 규제 초기에 비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이러한 문제상황이 안정되어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5)


위 내용을 종합하여 보면, 아직까지는 시장에서 공급되는 저유황유의 품질에 완전한 신뢰를 보내기에는 시기상조로 보인다. 따라서 연료유 공급시 품질에 대한 확인 및 공급과정에서 품질유지를 위한 계속적인 관리가 요구된다. 이를 위하여는 공급 연료유 규격을 확보한 후 엔진 제조업체에 지속적인 문의 및 사용상의 feedback를 받을 필요가 있으며, 특히 엔진 실린더 윤활유의 선택 또한 저유황유의 저산성을 고려하여 그에 맞는 윤활유를 선택하여야 한다.6)

 

PSC 검사관 활동사항
저유황유 규제 준수를 위하여 항만당국은 PSC 조사를 통해 연료유 조사 및 후속조치를 명령할 권한이 있다.
실질적으로는 COVID-19로 인해 PSC 검사관이 본선에 승선하여 조사하는 횟수가 상당히 줄어들었다. 일례로 Tokyo MOU에 따라 조사하던 횟수는 2019년 월간 약 3,000~4,000건이었으나, 2020년에는 월간 약 1,000~2,000건으로 감소하였으며, 입항규제를 강화한 국가일수록 PSC 조사횟수가 상당히 줄어들었다.7) 따라서, 항만당국의 명령횟수 또한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PSC 검사관의 활동으로 황성분의 문제가 있는 선박의 디텐션(detention)은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COVID-19 상황이 호전될 경우, 검사활동은 더 빈번하게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PSC 검사관의 활동내역을 살펴보면, 대체로 2019년 IMO에서 발간한 PSC 가이드라인을 기준으로 검사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다만 본선 선원이나 육상직원들도 가이드라인을 숙지하고 있어야 PSC 검사관의 적법절차 여부를 현장에서 확인, 검사관에게 수정을 요청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휴대용 분석기의 결과가 0.53%를 초과하는 경우, 육상 연구소에 조사를 의뢰할 근거는 되나, 휴대용 분석기의 수치만 가지고 선박에 규정 위반에 따른 detention을 부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in use’ 샘플과 ‘onboard’ 샘플의 분석값의 평균이 0.53% 미만인 경우에는 규정을 준수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8) 이와 같이 분석값에 여유를 주는 이유는, 가이드라인상 ‘in use’ 혹은 ‘on board’ 샘플 분석시 ISO 4259 방식을 준수하기로 되어 있고, 이 방식에는 연구소 환경에 따라 분석할 때마다 100% 같은 결과를 도출할 보장은 없으므로 그러한 재현성(reproducibility) 오류를 인정하기 위하여 분석값에 일정부분 여지를 두는 것을 허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PSC 검사관은 ‘in use’ 혹은 ‘on board’ 샘플분석 대신, 본선에 비치하고 있는 MARPOL 샘플을 분석자료로 요구할 수 있다. 주의해야 할 점은 MARPOL 샘플 분석은 위와 같은 재현성 오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9) 따라서 가입선사는 PSC 검사관의 관련 요구에 대해 분석방식을 같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저유황유는 시장에서 상당히 빠른 시간 내에 큰 문제 없이 정착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는 업계의 신속한 대처와 함께, COVID-19 환경 및 국제유가 변동에 따른 가격 안정성이 큰 역할을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저유황유의 품질에 대하여는 여전히 완전한 신뢰를 보내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물론 블렌딩으로 인한 공정상의 문제는 크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이나, 침전물의 발생, 슬러지 과다 발생 및 엔진 실린더 파손 등 상당히 많은 수의 사고보고들이 접수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시간이 지나고 공정이 안정화될수록 해결이 될 것으로 예측되나, 현 시점까지는 여전히 품질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COVID-19로 인해 PSC 조사빈도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나, 상황이 호전됨에 따라 조사빈도는 자연스럽게 증가할 것이다. 품질문제가 안정화되지 않는 경우에는 황성분 초과에 따른 디텐션 부과횟수 또한 증가할 것이다. 본선에서는 PSC 수검에 대비하여 분석 가이드라인을 숙지해 PSC 수검시 조사관의 적법절차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또한 연료유 공급계약시 황성분에 대해 되도록 0.47% 수준을 확보하여야 차후 분석결과에 따른 분쟁을 피할 수 있다.
저유황유의 안정된 사용은 1년이란 시간 내에 완벽히 해결되지 못할 과제일 수 있으므로, 선사는 저유황유 공급 및 사용에 대한 품질관리 수준을 계속 유지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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