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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사판례연구
정기용선자의 도산과 연료유 대금을 둘러싼 법률관계
[568호] 2021년 01월 04일 (월) 13:16:47 이필복 komares@chol.com

-대법원 2019. 12. 27. 선고 2019다218486 판결 및 서울회생법원 2020. 6. 29.자 2017하확102 결정-

 

   
이필복
울산지방법원 판사
법학박사

1. 서론
우리 해운업계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던 한진해운에 대한 회생절차 개시, 폐지와 파산선고가 있은 지도 어느덧 4년이 흘렀다. 그 사이 HMM 등 여러 해운선사들을 중심으로 우리 해운업이 부활의 뱃고동을 울리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한진해운의 파산으로부터 여러 교훈을 발견하고 이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여전히 중요한 과제이다. 한편 한진해운의 도산은 우리나라에 해운선사의 회생 및 파산과 관련한 많은 사례를 제공하므로, 이 사례들을 토대로 우리나라의 법 발전을 도모하는 것은 법률가들에게 주어진 과제라고 할 수 있다.


한진해운에 대한 파산절차는 여전히 계속 중이지만 재단채권자들이 한진해운의 파산관재인을 상대로 재단채권의 지급을 구하는 민사사건들은 이제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파산절차 내에서 이루어지는 파산채권 조사확정재판1)을 통해서도 파산채권의 존부와 범위에 대한 결정이 상당 부분 이루어진 것 같다. 필자는 2019년 한국해법학회지에 두 편에 걸쳐서 ‘한진해운의 도산 관련 민사사건의 판결 동향’이라는 글을 게재한 바 있다.2) 필자는 2018년 가을 대법원 국제거래법연구회-한국해법학회의 공동발표회에서 위 논문들의 기초가 된 발표를 한 것을 계기로 2019년 신년호부터 해양한국에 판례평석을 연재하기 시작하였으니, 위 논문들은 필자에게 개인적인 의미도 크다. 필자는 당초 한 편의 논문을 추가하여 위 논문의 시리즈를 완성할 계획이었으나 아직까지 마지막 논문을 쓰지 못하여 위 논문들에서 다루었던 사건의 업데이트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2021년 신년호인 이번 호에서는 위 논문들에 대한 후기 격으로 위 논문 발표 당시 미확정이었던 ‘정기용선료 등 청구 사건’을 확정지은 판결인 대법원 2019. 12. 27. 선고 2019다218486 판결(이하 ‘제1사건’이라고도 한다)과 한진해운에 선박을 용선하여 주었던 선박소유자의 연료유대금 관련 파산채권조사확정재판인 서울회생법원 2020. 6. 29.자 2017하확102 결정(확정)(이하 ‘제2사건’이라고도 한다)3)을 통해 정기용선자의 파산과 연료유대금을 둘러싼 법률관계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2. 사실관계
가. 제1사건4)

1) 원고는 해운업 등을 목적으로 파나마 법에 근거하여 설립된 회사로서, 2008. 5. 12.부터 2008. 6. 20.까지 사이에 한진해운과 4척의 선박에 관하여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한 정기용선계약을 체결하고, 해당 선박들을 한진해운에 인도하였다.
2) 한진해운에 대하여 2016. 9. 1. 19:00 회생절차개시결정(이하, 이 글에서 일관하여 ‘이 사건 회생절차개시결정’이라고 한다)이 내려졌고, 피고(한진해운의 파산관재인)는 같은 날 관리인으로 선임되었으며, 회생채권 신고기간은 2016. 10. 11.부터 2016. 10. 25.까지였다. 피고는 2016. 9. 13. 21:27경부터 2016. 10. 3. 16:52경까지 순차로 이 사건 각 정기용선계약을 해지하였다.5)


3) 한진해운은 각 계약해지일 24:00경 원고에게 위 선박들을 재인도하였는데, 당시 각 선박들에는 연료유인 벙커C유와 디젤유가 남아있었다. 원고는 2016. 10. 24. 피고에게 ‘원고의 한진해운에 대한 미지급용선료 등 채권 중 2016. 9. 1. 이후 발생한 채권은 공익채권으로 분류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위 공익채권을 제외한 원고의 피고에 대한 회생채권과 피고의 원고에 대한 연료유대금채권을 대등액에서 상계한다는 상계통지(이하 ‘이 사건 상계통지’라고 한다)를 하였고, 위 상계통지는 2016. 10. 26. 피고에게 도달하였다. 이후 한진해운이 파산선고를 받음에 따라 피고는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되었다.


4)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한진해운에 대한 회생절차개시결정 이후부터 피고가 각 정기용선계약을 해지한 후 원고에게 선박들을 재인도할 때까지의 정기용선료 등 채권이 재단채권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그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피고는 이에 대하여 위 정기용선료 등 채권이 파산채권에 해당한다고 다투는 한편, 피고의 원고에 대한 연료유대금 채권으로 원고의 피고에 대한 정기용선료 채권 등을 대등액의 범위에서 상계한다는 항변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연료유대금 채권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다투는 한편, 설령 연료유대금 채권이 발생하였더라도 그 채권은 이 사건 상계통지에 의해서 원고의 피고에 대한 회생채권과 대등액에서 상계되어 이미 소멸하였다고 재항변하였다.


 
나. 제2사건
1) 신청인은 독일법에 근거하여 설립된 회사로서, 한진해운에 그 소유인 선박을 정기용선해 준 선박소유자이다. 한진해운은 위 선박을 이용하면서 유류 공급자로부터 공급받은 연료유 대금 미화 약 74만 1,600달러를 지급하지 못한 채 이 사건 회생절차개시결정을 이유로 위 정기용선계약을 해지하였다.
2) 신청인은 한진해운에 대한 파산절차에서 한진해운이 지급하지 못한 위 연료유 대금을 유류 공급자에게 지급하면 취득하게 될 장래의 구상권(채무자회생법 제430조 제1항, 제3항 참조)으로서 위 연료유 대금 상당의 파산채권이 있음을 신고하였다. 
3) 한진해운의 파산관재인은 신청인에 대한 위 구상금 채무가 부존재함을 이유로 위 채권신고에 이의하였고, 이에 신청인은 한진해운의 파산관재인을 상대로 파산채권조사확정재판을 신청하였다.

 

3. 사건의 경과
가. 제1사건

1) 제1심법원은 이 사건 회생개시결정 이후부터 관리인이 위 정기용선계약을 해지할 때까지의 기간에 발생한 정기용선료 등 채권은 해운업 등을 업무로 하는 한진해운의 업무 및 재산의 관리와 처분에 관한 비용청구권으로서 채무자회생법 제179조 제1항 제2호 소정의 공익채권에 해당하고, 한진해운에 대한 회생절차가 파산절차로 이행됨으로써 위 공익채권이 재단채권이 되었다고 판단하였다.6) 제1심법원은 피고의 상계항변에 대하여는, 피고가 연료유대금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고 재단채권인 원고의 정기용선료 등 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여 상계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아울러 이 사건 상계통지로 인하여 피고의 연료유대금 채권이 이미 소멸하였다는 원고의 재항변에 대하여는, ‘회생채권자는 회생채권 신고기간 내에만 회생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상계할 수 있는데(채무자회생법 제144조 제1항), 이 사건 상계통지가 회생채권 신고기간이 지나 도달하였으므로 이 사건 상계통지에 의한 상계 의사표시는 효력이 없다’고 하여 이를 배척하였다. 결국 제1심 법원은 원고의 피고에 대한 정기용선료 등 채권 중 피고의 원고에 대한 연료유대금 채권과의 상계로 소멸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관한 청구만을 인용하였다.7)


2) 원고는 제1심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하였다. 항소심법원은 제1심법원과 마찬가지로 한진해운에 대한 회생개시결정 이후부터 관리인이 위 정기용선계약을 해지할 때까지의 기간에 발생한 정기용선료 등 채권이 재단채권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상계에 관한 항소심 법원의 판단은 제1심법원의 판단과 달랐다. 항소심 법원은 ① 이 사건 정기용선계약 제3조에 의한 선주의 잔존 연료유 인수의무는 용선계약이 중도 해지되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서 피고가 용선계약을 해지한 이 사건에서는 이 사건 각 정기용선계약 제3조에 의하여 원고에게 연료유대금을 청구할 수는 없으므로, 피고의 자동채권이 존재하지 않고 ② 설령 피고의 연료유대금채권이 존재한다고 보는 경우에도, 파산의 경우 회생과는 달리 상계권 실행에 있어 특별한 시기적 제한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이 사건 상계통지가 회생채권 신고 기간 이후에 도달하였다 하더라도 파산절차에서의 유효한 상계통지로 볼 수 있고, 따라서 위 상계통지로써 피고의 연료유대금 채권은 원고의 파산채권과 대등액에서 소멸함으로써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상계항변을 받아들인 제1심 법원과 다른 결론에 이르렀다.8)
3) 피고는 이에 불복하여 대법원에 상고하였다. 대법원은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대법원은 아래 4항 기재와 같은 이유를 기초로, 피고의 원고에 대한 잔존연료유 대금채권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이를 자동채권으로 한 피고의 상계항변이 이유 없다고 판단한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수긍하였다.

 

나. 제2사건
한진해운에 대한 파산사건의 수소법원은 아래 4항과 같은 이유로 신청인의 한진해운에 대한 파산채권이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정한다는 결정을 하였고, 위 결정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4. 각 판결과 결정의 판시사항
가. 제1사건(대법원 2019. 12. 27. 선고  2019다218486 판결)

 

[판시사항]
가. 이 사건 정기용선계약은 준거법을 영국법으로 정하였으므로, 원고가 이 사건 정기용선계약에 따른 용선료 지급 등을 구하는 이 사건에서도 영국법이 준거법이 된다.
선박의 점유, 선장 및 선원에 대한 임면권, 그리고 선박에 대한 전반적 지배관리권이 모두 선박소유자에게 있는 정기용선계약에서 ‘반선(redelivery)’이라는 용어는 원칙적으로 정기용선계약에서 정한 조건에 따라 정기용선자가 선박소유자에게 배를 돌려주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정기용선계약에서, 선박소유자로 하여금 반선 시점에 선박에 남아 있는 연료유(bunker)를 인수하고 정기용선자에게 그 대금을 정산하여 지급하도록 하는 한편, 정기용선자에게는 사전에 선박소유자에게 반선 시점과 반선 지점을 수차례에 걸쳐 통지할 의무를 부과하고, 또 반선 시점에 남아있는 연료유의 품질과 예상 최소수량을 정하는 등 그 요건과 절차를 정하고 있다면, 특별히 달리 정하지 않는 한 이때의 반선은 정기용선계약에서 정한 조건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을 전제로 하므로, 여기에는 정기용선계약의 중도해지 등으로 인하여 선박을 돌려주는 경우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나. 이 사건 정기용선계약에서는 정기용선자가 선박을 반선할 때에 선박소유자에게 그 시점과 지점을 사전에 통지할 의무를 부과하고, 또 선박을 인도받았을 때의 연료유의 양과 근접한 수준의 연료유의 양을 유지하여 반선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런데 정기용선계약이 중도해지되는 경우에는 정기용선자가 선박소유자에게 위와 같은 의무를 이행하기 불가능하다. 또한 이 사건 정기용선계약은 ‘NYPE(New York Produce Exchange) 1946 양식’을 기본으로 하여 체결되었는데, 선박소유자가 잔존연료유를 인수하고 그 대금을 지급하도록 정한 계약 제3조에서는 ‘인도(delivery)’와 ‘반선(redelivery)’ 이외에 정기용선계약의 중도해지에 의한 종료를 포함하고 있지 않다. 위 조항의 해석과 관련된 영국의 ‘The Span Terza(The Span Terza, [1984] 1 Lloyd’s Rep. 119.)’ 판결 등도, NYPE 1946 제3조는 정기용선계약이 중도 해지되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음을 명백히 하고 있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해 보면, 한진해운의 회생절차가 개시된 이후에 그 관리인이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임을 이유로 이 사건 정기용선계약을 해지한 이 사건의 경우에, 계약 제3조는 적용되지 않는다.


나. 제2사건(서울회생법원 2020. 6. 29.자 2017하확102 결정)

[판시사항]
가. 채무자회생법 제430조 제1항에 의하면, 여럿의 채무자가 각각 전부의 채무를 이행하여야 하는 경우 그 채무자의 전원 또는 일부가 파산선고를 받은 때에는 그 채무자에 대하여 장래의 구상권을 가진 자는 그 전액에 관하여 각 파산재단에 대하여 파산채권자로서 그 권리를 행사할 수는 있으나, 신청인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신청인이 이 사건 유류비 대금채무의 이행할 의무가 있는 자라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아무런 자료가 없다.


나. 또한 채무자회생법 제430조 제3항에 의하면, 채무자를 위하여 담보를 제공한 제3자 또한 장래의 구상권 전액에 관하여 파산채권자로서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바, 이 사건 선박에 관하여 이 사건 유류비 대금을 이유로 선박우선특권이 성립함에 따라 신청인이 파산채권자로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선박우선특권에 의하여 담보되는지 여부 및 선박우선특권이 미치는 대상의 범위는 국제사법 제60조 제1호에 따라 선적국(船籍國)의 법이 준거법이 되는바(대법원 2007. 7. 12. 선고 2005다39617 판결 참조), 이 사건 선박의 선적국으로 보이는 독일 상법(Handelsgesetzbuch) 제754조는 선박우선특권이 인정되는 경우를, ‘① 선장 및 기타 본건 선박 선원들의 임금 ② 선박에 부여되는 공과금, 선박제세, 입항세 및 도선료 ③ 선박의 운영으로 인하여 직접적으로 발생한 인명 손실, 신체적 상해 및 재산의 손실·손상과 관련한 청구. 단, 계약에 기초하여 발생할 수 있거나 계약에 기초하여 발생한 재산의 손실·손상과 관련한 신청은 제외 ④ 잔존가액 또는 잔존가액 비용을 포함한 추가적 비용, 선박의 분담금 또는 선박 운임의 공동해손 및 난파선 견인 등의 청구

 

⑤ 본건 선박 선주에 대한 실업보험 등 사회보험 대리점들의 청구’로 한정하고 있을 뿐이고, 이 사건 유류비 대금과 같이 선박에 관하여 발생한 물품대금에 대해서는 특별히 선박우선특권이 발생한다고 규정하고 있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독일이 1994. 7. 11. 가입한 ‘선박우선특권 및 저당권에 관한 1993년 국제협약(‘Convention on Maritime Lien and Mortgages, 1993’, 이하 ‘1993년 협약’이라 한다) 제7조 제1항은 선박우선특권이 발생하는 채권의 채무자로 ‘선박소유자(owner), 선체용선자(demise charterer), 선박관리인(manager), 선박운항자(operator)’로 한정하고 있어, ‘정기용선자(time charterer)’는 선박우선특권이 발생하는 채권의 채무자에 해당하지 아니할 뿐더러(대법원 2014. 10. 2. 2013마1518 결정 참조), 1993년 협약 제4조9) 또한 유류비 대금에 대해서는 선박우선특권이 발생한다고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유류비 대금을 이유로 이 사건 선박에 선박우선특권이 성립하지 아니한 이상, 신청인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신청인이 채무자를 위하여 담보를 제공한 제3자라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인정할 아무런 자료가 없다.


5. 검토
가. 정기용선료 채권은 도산채권인가 공익채권/재단채권인가?

제1사건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개념은 도산채권(회생채권 및 파산채권)과 공익채권, 재단채권이다. 채무자에 대하여 회생절차 또는 파산절차, 즉 도산절차가 개시되면 그 전에 채무자와 법률관계를 맺은 제3자의 권리 대부분은 도산절차에 복종한다. 이처럼 도산절차의 개시에 의하여 개별적인 권리 행사가 제한되고, 도산절차를 통해서만 만족을 얻을 수 있는 이익을 가진 채권을 통틀어 도산채권이라고 한다.10) 도산채권 중 회생절차에 따르는 것을 회생채권, 파산절차에 따르는 것을 파산채권이라고 한다.11) 이와 달리 회생절차에서의 공익채권, 파산절차에서의 파산채권을 가진 자는 직접 회생절차에서의 관리인 또는 파산절차에서의 파산관재인을 상대로 수시로 변제를 요구할 수 있고, 관리인 또는 파산관재인이 이에 응하지 않을 때에는 이들을 상대로 소를 제기할 수도 있다(채무자회생법 제180조, 제475조, 제476조).12) 그러므로 어떠한 채권이 도산채권에 해당하는가 혹은 공익채권 또는 재단채권에 해당하는가는 그 채권자의 이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13)     


이러한 맥락에서 제1사건에서는 정기용선료 채권이 파산채권이 아닌 재단채권에 해당하는지가 최우선적인 쟁점이 되었다. 영국법 또는 우리나라법을 준거법으로 한 정기용선계약상 정기용선자의 선박소유자에 대한 용선료 등 지급의무는 선박을 비롯한 영업조직의 사용 기간에 비례하여 성립하고, 회생절차개시결정이 내려지는 경우 그때까지 발생하는 정기용선료 채권 부분은 ‘채무자에 대하여 회생절차 개시 전의 원인으로 생긴 재산상의 청구권’(채무자회생법 제118조 제1호)으로서 회생채권(파산채권)으로 되며, 그 이후에 정기용선계약이 해지되어 선박이 선박소유자에게 반선(재인도)될 때까지 발생하는 정기용선료 채권은 ‘회생절차개시 후의 채무자의 업무 및 재산의 관리와 처분에 관한 비용청구권’(채무자회생법 제179조 제1항 제3호)으로서 공익채권(재단채권)이 된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학설14)과 판례15)의 입장으로 보인다.16) 제1사건의 항소심 법원 역시 ‘용선계약은 그 계약이 해지되면 계약해지 일시를 기준으로 해당 선박의 통제 권한이 선주에게 이전되므로 계약해지 일시에 그 선박이 선주에게 인도된다’는 법리에 기초하여 채무자에 대한 회생절차 개시 이후 용선계약이 해지 시까지의 정기용선료 채권이 재단채권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17)


나. 정기용선계약의 중도해지와 연료유대금채권의 발생 여부
정기용선계약에 의하면 용선자는 선박에 연료유를 공급할 의무를 부담한다.18) 한편 선박소유자는 선박을 반선(返船, redelivery)받을 때에 선박의 연료유를 인수하고 정기용선자에게 그 가액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19) 통상적인 반선의 경우에 선박소유자와 정기용선자 사이에는 위와 같은 연료유대금에 관한 계산이 이루어진다.20) 그런데 문제는 회생절차에서 관리인이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으로서 정기용선을 중도해지하는 경우에도 정기용선자가 선박소유자에게 연료유대금채권을 가지는가라는 점이다. 제1사건의 제1심법원은 이를 긍정하였다. 그러나 항소심 법원은 이를 부정하였고, 대법원은 그러한 판단의 정당성을 수긍하였다. 즉 정기용선계약에서 ‘반선(redelivery)’이라는 용어는 원칙적으로 정기용선계약에서 정한 조건에 따라 정기용선자가 선박소유자에게 배를 돌려주는 것을 전제로 하므로, 여기에는 정기용선계약의 중도해지 등으로 인하여 선박을 돌려주는 경우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영국의 The Span Terza 판결21)의 분석에 기초한 것이다. 이 사건의 정기용선계약은 ‘NYPE 1946 양식’을 기본으로 하여 체결되었는데, 위 판결은 NYPE 1946 제3조가 정기용선계약이 중도해지되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므로 정기용선자인 한진해운으로서는 선박소유자인 원고에게 연료유대금채권을 가지지 못한다. 위 연료유대금 상당액은 선박소유자의 정기용선계약 해지에 따른 손해배상금 청구(이 손해배상금 채권은 파산채권에 해당할 것이다)22)에 있어서 손익상계의 대상으로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23) 

 

다. 영국 보통법을 준거법으로 하는 상계의 문제 
위 나.항의 결론과 다르게 정기용선자인 한진해운이 선박소유자인 원고에 대하여 연료유대금 채권을 가진다고 가정해보자. 원고는 한진해운의 파산에 따라 재단채권인 자신의 정기용선료 채권의 변제를 확보할 수 없는 반면 한진해운에 대하여는 연료유대금 채무를 부담하게 되므로, 자신의 도산채권(회생채권 또는 파산채권)과 한진해운의 연료유대금 채권을 상계하여 한진해운의 파산으로 인한 손실을 경감할 유인을 가지게 된다.


또한 수시로 변제받을 수 있는 공익채권 또는 재단채권인 정기용선료 채권보다는 도산절차 내에서 권리의 변경 내지 배당의 대상이 되는 회생채권 또는 파산채권을 상계의 자동채권으로 삼을 이익이 크다. 제1사건에서 원고가 ‘원고의 피고에 대한 회생채권과 피고의 원고에 대한 연료유대금채권을 대등액에서 상계한다’는 이 사건 상계통지를 한 이유도 이러한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반대로 피고는 자신의 연료유대금 채권과 원고의 재단채권인 정기용선료 채권을 상계하는 것이 유리하다. 우리 민법상 상계는 ‘각 채무가 상계할 수 있는 때’에 소급하여 채무소멸의 효과가 발생하는데 반하여(민법 제493조 제2항), 제1사건에서 상계의 준거법이 된 영국의 보통법상 상계(legal set-off 또는 independent set-off)는 ‘상계의 의사표시 시점’에 상계의 효과가 발생한다.24) 그러므로 이 사건 상계통지와 피고의 상계항변이 유효한지 여부와 양자 사이의 시간적 선후가 결정적인 중요성을 가진다.25) 비록 위 나.항과 같이 연료유대금채권의 존재 자체가 부정됨에 따라 제1사건의 항소심 이후 단계에서는 상계에 관한 쟁점이 결정적인 중요성을 가질 수 없었다. 그러나 제1심법원 단계에서는 이 사건 상계통지에 의한 상계와 피고의 상계항변에 의한 상계 중 어떠한 상계가 유효한지 내지 우선하는지가 매우 중요한 쟁점이었다.26)


라. 정기용선자의 연료유대금채무와 선박소유자의 파산채권(장래의 구상권)
제1사건에서는 파산한 정기용선자가 선박소유자에 대하여 선박 반환 시 인도시보다 초과로 잔존한 연료유에 대한 연료유대금 채권을 가지는지가 핵심 쟁점이었다. 제2사건에서는 선박소유자가 파산한 정기용선자에 대하여, 정기용선자가 유류 공급자에게 미지급한 연료유대금 채무와 관련한 파산채권(장래의 구상권)을 가지는지가 핵심 쟁점이 되었다.27) 제2사건에서 선박소유자인 신청인은 자신이 장래의 구상권 가지는 근거로 두 가지를 들었다. 첫째는 자신이 정기용선자의 미지급 연료유대금 채무에 대하여 ‘전부의 채무를 이행하여야 하는 채무자’라는 것이고(채무자회생법 제430조 제1항), 둘째는 정기용선자의 미지급 연료유대금 채무에 대하여 선박우선특권이 성립하므로 자신이 물상보증인에 해당한다는 것이다(채무자회생법 제430조 제3항). 법원은 이 두 주장을 모두 배척하였다. 우선 채무자회생법상 ‘여럿의 채무자가 각각 전부의 채무를 이행하여야 하는 경우’로는 불가분채무자, 연대채무자, 부진정 연대채무자, 보증채무자, 연대보증채무자, 중첩적채무인수자 등의 경우를 들 수 있다.28) 그러나 제2사건에서 선박소유자인 신청인이 정기용선자인 한진해운과 더불어 미지급 연료유대금채무 전부를 이행하여야 하는 위와 같은 유형의 채무자에 해당한다고 볼 근거가 없었다. 다음으로 선박우선특권의 준거법이 독일법인 경우에, 정기용선자에 대한 유류 공급자의 연료유대금 채권은 선박우선특권에 의하여 담보되는 채권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는 제2사건의 결정에서 판시한 바와 같이 독일 상법의 규정과 독일이 체약국으로 되어 있는 ‘선박우선특권 및 저당권에 관한 1993년 국제협약’의 규정에 비추어 명확한 것이었다.


특히 신청인의 두 번째 근거, 즉 정기용선자인 한진해운에 대한 연료유대금 채권에 기한 선박우선특권이 성립하므로 선박소유자가 그 물상보증인이 되는가라는 점과 관련하여서는 두 가지 중요한 논점이 있다. 첫째는 선박우선특권의 준거법에 관한 것이다. 우리 국제사법 제60조 제1호는 ‘선박의 소유권 및 저당권, 선박우선특권 그 밖의 선박에 관한 물권’이, 제2호는 ‘선박에 관한 담보물권의 우선순위’를 선적국법에 의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선박우선특권의 모든 측면이 선적국법에 의해 규율되는 것은 아니다. 판례에 의하면, 선박우선특권의 성립 여부, 일정한 채권이 선박우선특권에 의하여 담보되는지 여부 및 선박우선특권이 미치는 대상의 범위는 국제사법 제60조 제1호에 따라 선적국(船籍國)의 법이 준거법이 된다.29) 그러나 선박우선특권이 우리나라에서 실행되는 경우에 그 실행기간을 포함한 실행방법은 우리나라의 절차법에 의하여야 한다.30)

 

정기용선자에 대한 연료유대금 채권이 선박우선특권에 의하여 담보되는지 여부는 선적국법에 의하게 될 것이다. 둘째는 정기용선자에 대한 채권에 기하여 선박우선특권이 성립될 수 있는지의 문제이다. 독일법을 준거법으로 하는 경우 제2사건의 결정과 같이 정기용선자에 대한 채권에 기하여 선박우선특권이 성립된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선적국이어서 우리나라법이 선박우선특권 성립의 준거법이 되는 경우에는 다른 결론에 이를 수 있다. 최근 대법원 2019. 7. 24. 자 2017마1442 결정은 정기용선의 경우, 선체용선에 관한 상법 제850조 제2항이 유추적용되어 정기용선된 선박의 이용에 관하여 생긴 우선특권을 가지는 채권자가 선박소유자의 선박에 대하여 경매를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31) 이는 정기용선계약의 준거법이 우리나라법인지 외국법인지를 불문한다.32) 우리 상법에 의하더라도 연료유대금채권이 선박우선특권 있는 채권에 해당하지 않으므로(상법 제777조 제1항 참조), 제2사건의 선박이 우리나라 선적의 선박이었다고 하여 그 결론이 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결론에 이르는 그 논리적 경과는 준거법이 독일법인 경우와는 달랐을 것이다.


 6. 결론
위 사례들로부터 정기용선자가 회생절차를 거쳐 파산하는 경우 그 연료유 대금을 둘러싼 법률관계는 생각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회생절차에 들어간 정기용선자의 관리인이 정기용선계약을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으로서 중도해지하는 경우, 정기용선자는 선박소유자를 상대로 통상적인 반선의 경우 가지게 되는 연료유대금 채권을 가지지 못하게 된다. 한편 유류 공급자의 정기용선자에 대한 연료유대금 채권은 어차피 선박우선특권의 피담보채권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당해 선박이 어느 나라 선적의 선박인가에 따라서 정기용선자에 대한 채권에 기하여 선박우선특권이 성립할 수 있는지 자체는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구체적인 쟁점들은 추상적이고 연역적인 사고로 생각해낼 수 있는 데 한계가 있기에 이런 사례들은 귀중하다. 우리나라 법률가들이 한진해운 파산사건에서 나타나는 실제 사례들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하여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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