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컨테이너 봉인 탈락됐으면 한국법 적용된다

[그림 2] 천사대교 공사 중 항로표지 설치현황
[그림 2] 천사대교 공사 중 항로표지 설치현황

<사건>
2심: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8. 19. 선고 2014나41390 구상금
3심: 대법원 2019. 4. 23. 선고 2015다60689 (원고/상고인 O보험회사, 피고/피상고인 O 중국 해운회사): 원심을 파기하고 서울중앙지법에 환송함.

 

<사실관계>
보험회사 원고는 ㈜한진과 ‘①피보험자 한진, ②보험기간 2010. 6. 9.부터 2년간, ③담보위험은 화물의 운송, 보관, 하역 등 한진의 고유 업무 수행 중 발생한 화물 손해에 기한 배상책임’을 내용으로 하는 적하보험 계약을 체결했다. 수입자 대한항공은 네덜란드 수출상 E로부터 냉동 돈육을 수입하기로 하고 한진과 운송계약을 체결했다. 한진은 화물의 실제 운송을 위해 현지 대리인 G를 통해 피고 중국 유명 해운회사 B와 해상운송계약을 체결했다.


수출상 E는 B가 제공한 냉동 컨테이너 안에 냉동 돈육을 9개 팔레트에 적재하고 봉인했다. 컨테이너는 2010. 10. 11.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있는 B의 컨테이너 야드에 이동된 후 B가 운행하는 한진 셰젠호에 선적되었다.
B는 ‘송하인은 한진의 대리인, 수하인은 한진, 선박명 한진 셰젠호, 선적항 로테르담, 양하항 부산. 송하인이 직접 컨테이너에 물품을 적재 후 봉인함’ 이라고 기재한 해상화물운송장을 발행했다.


한진은 현지대리인 G 명의로 ‘송하인 E, 수하인 대한항공인 선하증권을 발행했다. 2010. 11. 13. 선박이 부산항에 도착했는데 하역과정에서 컨테이너의 봉인이 탈락된 사실이 발견되었다. 한진의 대리인은 부산항 동물검역 사무실에서 검역담당관에게 내용물 확인을 위한 컨테이너의 개봉과 검역 통과를 요청했으나, 검역담당관은 봉인 탈락은 검역통과 불가사유에 해당하고 당시 유행 중인 구제역 때문에 컨테이너를 개봉하는 순간 내용물 승인이 불가능하게 된다는 이유로 한진의 요청을 거부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이 사건 돈육이 수입위생조건에 위배되어 검역에 불합격되었다고 고지했고 돈육은 전량 소각되었다.
원고는 한진에게 적하보험금 43,000유로 (5,800만원)을 지급하고 실제 운송인인 피고에게 구상금 소송을 제기했다.

 

관할
<한국법원이 관할권 없다는 피고의 주장은 기각됨>

해상화물운송장에는 “이 선하증권 관련 분쟁은 중국법에 따라 상하이 해사법원 또는 중국 내 다른 해사법원 관할로 한다”고 기재되어 있었다. 그래서 중국 해운회사인 피고는 한국 법원이 이 사건에 관할권을 가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심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은 국제관할의 합의가 유효하려면 ①그 사건이 한국 법원의 전속관할에 속하지 않아야 하고 ②지정된 외국법원이 외국법상 그 사건에 대해 관할권을 가져야 하며 ③외국법원이 그 사건에 대해 합리적 관련성을 가져야 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전속적 관할 합의가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경우 관할 합의는 공서양속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았다.


사실 중국법원과 이 사건의 관련성은 피고의 주소지가 중국이라는 점 정도여서 관련성이 크지 않았다.
한편 2심 법원은 ①돈육 수입자인 대한항공과 운송인 한진이 한국 법인이고 ②한국이 의무이행지 또는 불법행위지로서 한진과 피고 사이의 화물 운송 분쟁에 대해 법정관할을 가지며 ③사건 심리에 필요한 중요 증거방법이 대부분 한국 내에 있고 ④피고는 세계적인 해상운송 업체로서 한국에서 소송을 수행해도 부담이 크지 않은 점을 중시했다. 그래서 이 사건 상하이 해사법원 전속 관할 합의는 한국 법정관할에 부가해 당사자가 합의한 관할권을 창설하는 부가적 합의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결국 한국법원이 재판관할권을 가진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도 마찬가지였다.

 

준거법
<2심 법원이 중국법을 적용한 반면, 대법원은 한국법을 적용>
(1) 2심 법원: 피고 승소

해상화물운송장에 “화물이 화주에게 인도된 날 또는 인도될 날로부터 1년 이내 제소하지 않은 경우 운송인은 책임으로부터 면책된다”고 되어 있다. 해상화물운송장에 의하면 모든 분쟁은 중국법에 따른다. 재운송계약이 체결된 경우 운송인이 화주에게 화물 손해를 배상하고 재운송인에 대해 구상 청구를 하는 경우, 중국 해상법에 의하면 운송인이 화주와 손해배상에 대해 합의한 날 또는 소장 부본을 수령한 날부터 90일의 제척기간이 적용된다. 보험자가 피보험자의 권리를 대위해 재운송인에게 구상 청구를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2011. 3. 17. 원고가 한진에게 보험금을 지급했으므로, 그 무렵 운송인 한진과 화주 대한항공이 손해배상 합의를 했을 것이다. 이 소송은 그로부터 90일이 지난 2012. 3. 13. 제기되었다. 그렇다면 제척기간이 지난 후 제기된 이 소송은 부적법하므로 각하한다.

 

(2)대법원: 원고 승소
외국적 요소가 있는 경우 국제사법에 따라 준거법을 정해야 한다. 국제사법에 의하면 불법행위는 그 행위가 행해진 곳의 법에 의한다. 불법행위가 행해진 곳에는 손해의 결과발생지도 포함한다. 이 사건 컨테이너 봉인 번호의 탈락이 최종 확인된 장소가 한국이고, 이로 인해 침해된 화주의 법익 소재지도 한국이다. 따라서 원고 보험사가 대위하는 한진의 피고 운송인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준거법은 한국법이다.
우리 상법 제814조 제1항은 “운송인의 채무는 운송인이 수하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한 날부터 1년 내에 제소하지 않으면 소멸한다. 단, 이 기간은 당사자의 합의로 연장할 수 있다”고 하므로, 당사자들이 합의로 제척기간을 연장했는지를 심리해야 한다. 2심 법원은 이를 하지 않았으므로 2심 판결을 파기한다.

 

<평가>
재판관할권과 준거법 문제는 수많은 해상사건에서 자주 문제가 되는 중요한 주제이다. 선하증권이나 해상화물운송장에 외국법 준거법 약관이 기재되어 있는 경우, 특히 관련 당사자가 대부분 한국 국적이고 우리 법을 적용하는 것이 실체적 정의에 부합하는 경우 우리 법원은 고민을 하게 된다. 이 사건에서는 컨테이너 봉인번호의 탈락이 부산에서 발견되었으므로 불법행위 발생지인 우리나라의 법률을 적용할 수 있었다. 합리적인 결론이라고 생각된다. 우리에게 아직 낯선 중국 해상법을 적용하는 것은 우리나라 무역업체와 해운회사에게 예측하기 힘든 일일 수 있다. 그러나 중국과의 교역이 계속 증가하고 있고, 우리 화주 및 선주가 중국 선사와 해상운송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분쟁이 발생한 경우 중국 해사법원 관할과 중국 해상법 적용 여부는 앞으로도 계속 문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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