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대중 (재)한국해사안전국제협력센터 연구원
황대중 (재)한국해사안전국제협력센터 연구원

​​​​​​Ⅰ 들어가며

2020년 9월 15일, 역사상 처음으로 유엔(이하 UN) 총회가 원격회의 방식으로 개최되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의 조치로써, 이러한 원격 방식의 회의 및 모임은 비단 국제회의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생활에까지 밀접하게 다가와 있다. 학교에서 온라인 개학 및 수업, 직장에서 원격 근무 및 회의 등이 그것이며, 최근에는 동창회도 원격 방식으로 개최된다고 하니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의 일상’을 마주할 때마다 놀라움을 금하기 어렵다.

필자가 종사하는 분야에서도 원격회의는 하나의 효율적인 업무수행 방식으로써 자리매김하고 있다. 원격회의는 대면 회의와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회의 준비 시간을 절약할 수 있으며, 사람 간 접촉이 차단되기 때문에 방역에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다. 처음에는 다소 낯설고 시행착오가 많았던 원격 방식의 회의가 대략 반년가량 지속해서 활용하다 보니, 이제는 익숙해져서 굳이 사회적 연대가 요구되지 않는 업무에서는 상호 간 화상회의를 통한 소통이 선호되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또한, 지난 7월에는 해사 부문의 국가 간 양자 회담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 또한 화상회의 플랫폼을 통해 이뤄졌고 결과적으로 큰 무리 없이 회담이 마무리되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원격회의를 통한 논의가 항상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면 회의보다 전체적인 논의 시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 필자는 지난 9/16(수)∼21(월) 기간 개최된 ‘국제해사기구(이하 IMO) 위원회(Committee) 합동 특별 세션’에 정부 자문단으로서 참여했으며, 동 회의를 통해 국내 원격회의 및 국가 간 양자 회의와는 또 다른 다수 회원국이 동시에 참여하는 다자간 국제회의에 적용된 원격회의 방식의 한계를 느낄 수 있었다.

본 기고에서는 UN 총회에서 채택한 ‘Procedure for taking decisions of the General Assembly during the Coronavirus disease 2019 (COVID-19) pandemic’ 문서와 IMO에서 채택한 ‘Interim Guidance to Facilitate Remote Sessions of the Committees during the COVID-19 pandemic’ 문서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며, 원격 국제회의에서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위한 요소 및 이와 관련한 디지털 선도국가로서 우리나라의 역할에 대해 간략히 짚어보고자 한다.

Ⅱ UN 총회와 IMO 위원회 원격회의

2020년 3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미국 뉴욕에 있는 UN 본부를 잠정 폐쇄하는 조치가 결정된다. 그로부터 4개월 뒤인 7월, UN은 단계적으로 UN 본부의 출입을 허용하면서 UN 총회 의사규칙 제1조에 따라 9월 15일 본부(뉴욕)에서 제75차 UN 총회 개최를 결정하였다. 다만, 기존과 다른 철저한 방역 조치 및 원격 방식의 회의가 도입되었다.

9월 12일, 회원국에 회람된 UN 사무총장의 서한 ‘Upcoming plenary meetings of the General Assembly’ 내용을 살펴보면, UN 총회 기간 중 효과적인 거리두기 시행을 위해 회원국별 1명의 대표만 총회 본회의장(General Assembly Hall)에 참석 가능한 점 등 회원국이 지켜야 할 주요 방역 조치 내용을 알 수 있다. 엄밀히 따지면, UN 총회 개막은 완전한 형태의 원격회의가 아닌, 기존과 같이 UN 본부에서 회의를 개최하면서 단지 참석 인원을 제한하고 회원국 수장의 발언은 미리 녹화된 영상을 통해 공개하는 부분적인 형태의 원격회의라고 할 수 있다.

반면, 9월 16일 개최된 ‘IMO 위원회 합동 특별세션’은 IMO 차원에서 별도로 준비한 화상회의 플랫폼(KUDO)을 정식 도입하여 IMO 사무총장, 의장 그리고 회원국 대표 간 물리적 접촉이 전혀 없는 완전한 형태의 실시간 원격회의였다. 물론, 해사 부문의 기술적인 국제 규제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IMO 회의와 국제 정세 등을 논의하는 등 정치적 성격이 짙은 UN 총회를 같은 관점에서 비교할 수 없음을 필자는 잘 이해하고 있다. 다만, 두 회의 모두 원격 방식의 회의가 도입된 점, 그리고 어떠한 형태로든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는 점은 같기에 코로나19 기간 중 원격회의에서 유사한 의사결정 절차를 채택한 점에 주목하고자 한다.

1. ‘원격회의’ 용어

구체적으로 원격회의 의사결정 절차를 살펴보기 전, ‘원격회의’ 용어에 관해 짚어보고자 한다. ‘원격(Remote)’ 단어의 어원에서 알 수 있듯이 원격회의는 대면하지 않고 멀리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이뤄지는 논의 형태를 총칭한다.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기 이전에도 다양한 방식의 원격회의가 이뤄졌으며, 그 중 대표적인 방법이 실시간 화상회의이다.

지난 9월 16일 개최된 ‘IMO 위원회 합동 특별세션’에서는 원격회의의 수단을 분명히 정하였다. IMO 회원국은 화상회의(Virtual meeting)와 서한(Correspondence)을 통한 방법으로 IMO 위원회 원격회의를 진행하기로 합의하였으며, 둘 중 어느 수단에 편중하지 않고 이를 적절하게 조합하여 활용하면서 효율적이며 신속한 회의 진행을 추구하기로 하였다. 간혹 혹자는 ‘원격회의’라고 하면 오직 화상회의만을 지칭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데, 엄밀히 구분하자면 화상회의는 원격회의의 한 수단이며, 비대면 방식의 원격회의에는 이번 제75차 UN 총회에서 활용한 ‘영상 메시지’ 등을 포함하여 다양한 수단이 있다.

 
<원격회의 여러 수단>
<원격회의 여러 수단>

Ⅲ 효율적인 원격회의 의사결정의 요소

대면하지 않는 원격 방식의 다자간 국제회의에서 명확한 의사결정을 위해 회원국 간 선행적으로 합의되어야 할 필수 요인 중 첫째는 원격회의에서 회원국의 출석(Present)’ 확인 방법이며, 둘째는 결과보고서 채택 절차 그리고 셋째는 원격회의의 기술적 결함이 발생할 때의 대체 수단이다. 이중 셋째는 의사결정을 위한 필수 요소라기보다 원활한 회의 진행을 위한 준비사항이라 하겠다. 그 외에도 원격회의 진행을 위해 유예되어야 할 의사규칙(Rules of procedure)이 있지만, 본 기고에서는 위 세 가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1. 원격회의 출석(Present)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제75차 UN 총회는 부분적인 형태의 원격회의로서, 회의 자체도 UN 본부(뉴욕)에서 개최되었고 회원국별 1명으로 대표단 인원이 제한되었지만 대면 참석이 허용되었기 때문에 출석(Present) 관련 규정에 있어서 기존 회의와 달라진 게 없다.

그러나, 지난 9월 개최된 IMO 위원회 합동 특별 세션은 물리적 대면이 전혀 없는 완전한 방식의 원격회의로서, 원활한 회의 진행을 위해 여러 의사규칙이 조정되었다. 참고로 ‘의사규칙’이란, 원활한 회의 진행을 위해 합의를 통해 정해놓은 진행, 발언, 투표 및 종결 등에 관한 규칙을 지칭한다. 170개국 400명 이상의 여러 사람이 동시에 참여하는 다자간 회의일수록 원활한 회의 진행을 위한 ‘의사규칙’의 엄격한 준용은 더욱 중요시된다.

회의 출석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신임장(Credential) 제출과 관련하여 기존 대면 회의에서는 통상 신임장 원본을 사무총장에게 제출하게 되어 있지만, 본부에 모이지 않는 원격회의 특성을 고려하여 전자적 방식을 통한 신임장 전달을 인정하기로 하였다. 참고로, 국제회의에서 신임장이란 자국 대표임을 의미하는 공식 서류를 지칭하며, 신임장에는 발급 국가명, 회의명, 수석대표의 직급 및 성명 등이 기재된다.

신임장이 전달되었다고 하더라도 의사결정에 있어 투표 등을 위해서는 회원국의 출석이 요구된다. 신임장은 회원국의 대표임을 입증하는 서류일 뿐, 만약 결정적인 의사결정 과정에서 회원국 대표가 투표하지 않고 부재하다면, 해당 국가는 회의에 출석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한다. IMO는 대부분 ‘묵시적 수락’ 절차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므로 투표가 흔한 일은 아니지만, 원격회의 진행에 있어 출석을 확인하는 절차는 꼭 필요하다. 이에, IMO 사무국과 회원국은 완전한 방식의 원격회의로서 물리적 출석이 불가능함으로 전자적 방식을 통해 대표단 명단을 전달하고 화상회의 플랫폼상 참석자 명단이 확인된다면 출석한 것으로 간주하기로 합의했다.

2. 회의 결과보고서 채택 절차

다자간 원격 국제회의 의사결정에서 결과보고서 채택은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기존 대면 회의에서는 회원국 출석이 확인되고 한정된 공간에 모여 물리적 제약 없이 실시간으로 회원국 의견을 수렴하면서 보고서 초안을 검토하였지만, 원격회의에서는 기술적·시간적 등의 다양한 제약이 수반된다. 특히 약 170개국 400명 이상의 대표단들이 모이는 IMO 회의 등과 같은 다자간 원격 국제회의에서는 대면 회의와 같은 방식의 보고서 채택 절차를 적용하기 어렵다.

아래 그림은 ‘IMO 위원회 합동 특별세션(20.9)’ 논의 결과 및 UN 사무국에서 지난 6월 10일 발표한 코로나19 기간 중 결과보고서 채택 절차에 관한 내용이다. IMO는 UN 전문기구로서 기본적으로 UN과 다른 국제기구의 기조 및 의사규칙을 따른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다자간 원격회의의 여러 제약으로 인해 IMO 위원회와 UN 총회는 각각 5일과 3일의 결과보고서 초안 회람 기간을 정하였다. 이는 기존의 대면 회의에서는 없었던 새로운 절차이다.

IMO 위원회의 회의 결과보고서 채택 절차를 간략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화상회의 종료 후 논의 내용을 기반으로 사무국 협력하에 의장은 결과보고서 초안을 웹페이지(IMODOCS)에 등재한다. 이후 회원국은 등재된 보고서 초안을 검토하고 만약 논의 내용과 다른 부분을 발견할 시, 수정을 요청할 수 있는 5일의 시간이 가진다. 단, 회원국의 요청 사항은 기논의된 범주에 한정되며, 새로운 토의를 유발하는 의견은 제시할 수 없다. 이는 비록 화상회의라고 할지라도 대면 회의와 같이 회원국 대료 발언의 공신력을 인정하며, 기술적 결함 등을 이유로 같은 논의를 재차 반복하지 않겠다는 IMO의 의지이다. , 동 회람은 원격회의를 통해 논의된 내용이 정확하게 결과보고서에 반영되었는지만 검토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UN 총회와 달리 5일의 검토 기간이 지난 후 요청 사항이 반영된 결과보고서 초안은 또다시 회람 기간을 가지지 않는다. 이후 사무국은 검토 기간 중 접수된 회원국의 의견을 적절하게 반영하여 최종보고서를 채택함으로써 해당 IMO 위원회 원격회의는 종결된다.

UN 총회의 회의 결과보고서 채택 절차를 간략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IMO 회의의 보고서 채택과정과 유사하며, 다른 점은 5일보다 다소 짧은 3일의 회람 기간을 갖는 점과 회원국의 수정 요청 사항이 접수되면, 이를 반영하여 새로운 보고서 초안을 등재 후 다시 3일의 회람 기간을 갖는 점이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UN 총회의 보고서 채택 절차가 IMO 위원회와 비교해 시간은 다소 걸릴지라도 회원국의 의견을 더욱 면밀하게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UN 총회와 IMO 위원회의 회의 속성이 다른 점 그리고 많은 이권이 작용하는 다자간 회의인 점 등을 고려하면 어는 절차가 적절하다고 현시점에서 예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IMO 위원회와 UN 총회 모두 원격회의 도입이 역사상 최초인 점을 고려하면, 향후 진행 경과에 따라 결과보고서 채택에 관한 절차는 좀 더 효율적인 방향으로 바뀔 것이다.

 

<코로나19 기간 원격회의(UN&IMO) 결과보고서 채택 절차>
<코로나19 기간 원격회의(UN&IMO) 결과보고서 채택 절차>

3. 비상시 대체 수단

아래 사진은 지난 9월 개최된 IMO 위원회 합동 특별세션의 화상회의 장면으로 ‘KUDO’라는 화상회의 플랫폼을 사용하였다. 회의는 기존에 계획된 9/16(수)∼18(금) 기간에서 하루 연장되어 9월 21일에 종결되었다. 그 이유는 첫날(9/16) 화상회의 진행 중, 프로그램의 기술적 결함으로 인해 더는 회의가 진행되지 못하고 갑자기 중단되었기 때문이다.

효율적인 원격회의 진행 및 의사결정을 위해서, 위와 같은 기술적 결함 발생 시 화상회의 대체 수단 마련에 관한 논의가 있었다. 결론적으로 이를 대체할 만한 뚜렷한 수단을 정하지 못하고 추후, IMO 사무국 차원에서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로 하며 논의는 마무리되었다. 우리나라는 디지털 선도국가로서 우수한 인터넷 네트워크망을 갖추고 있지만, 그렇지 못하는 국가가 사실상 더 많다. 또한, 아무리 화상회의 플랫폼이 기술적으로 완벽하다고 할지라도 170개국 400명 이상의 사람이 동시 접속하여 이뤄지는 다자간 국제 화상회의에서 대면 회의와 비교해 완벽한 회의 진행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추가로, 이미 화상회의가 대면 회의의 대체 수단인데 이를 또 대체하는 2차 수단을 마련하는 게 의미가 있는지에 관한 일부의 의견도 있었다.

이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원격 방식의 국제회의가 역사상 최초로 도입된 점을 고려하면, 향후 진행에 따라 시행착오가 축적되면서 다양한 보완책이 마련될 것으로 예측된다.

 
<IMO 위원회 합동 특별세션 화상회의>
<IMO 위원회 합동 특별세션 화상회의>

Ⅳ 나오며 

코로나19가 가속하는 비대면 업무로의 변화는 그 속도가 놀랄 만큼 빠르다. 불과 일 년 전에는 상상조차 못 했던 일들이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다. 필자는 이번 ‘IMO 위원회 합동 특별 세션’에 참가하면서 원격회의가 지니는 장단점을 체감할 수 있었다. 예상컨대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종식된다고 할지라도, 그동안 축적된 원격회의에 관한 경험을 기반으로 향후 양·다자간 국제회의 등에서 원격 논의 방식이 보편적으로 적용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인 디지털 강국으로서 비대면 기술 부문에 있어 많은 강점이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이미 정부는 ICT 기술 등을 활용하여 ODA 사업을 통해 개도국을 지원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회원국 간 총의(Consensus)를 통해 국제협력을 추구하는 IMO 정신에 따라, 네트워크의 기술적 제반 시설이 다소 부족한 국가가 다자간 원격 국제회의에 참여한다고 할지라도 이로 인해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되거나 어려움을 겪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오히려 이러한 개도국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선진기술을 기반으로 기술적 구축 사업을 지원하는 것이 IMO A 이사국 및 디지털 선도국가로서의 적절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UN 총회와 IMO 위원회 회의 모두 역사상 최초로 원격회의 방식이 도입하면서, 앞으로도 여러 시행착오가 있을 것으로 추측한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을 기반으로 국제사회는 분명 더욱 효과적인 회의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이런 변화의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지닌 기술적 자산을 바탕으로 효과적인 회의 대응 및 지원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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