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업이 IT 인프라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자해도와 전자해도시스템(Electronic Chart Display & Information System)을 개발해 디지털 항해시스템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선박의 해로상 위치확인, 최적의 항로 제시, 충돌 등 해난사고 예방을 위한 해도의 전자화를 러시아와 영국, 홍콩 등에서는 오래전부터 추진해왔다. ‘해도전쟁’이라고 표현될 만큼 각국은 자국이 개발한 전자해도를 IMO(국제해사기구)의 표준해도로 삼기 위해 치열한 논쟁을 벌여왔다.

 

해상의 안전과 해양환경의 보전이 해운계의 이슈로 부각되면서 각국은 첨단항해시스템을 잇따라 개발해 도입하고 있다. 국제표준으로 채택되는 시스템은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에 개발경쟁은 소리없는 전쟁이다. 전자해도의 개발과 도입도 마찬가지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내 IT기업인 e-마린로직스가 국내기술로 ECDIS를 개발해 선급(DNV·KR)으로부터 형식승인을 받어 주목받고 있다.  

 

ECDIS는 선박의 항해와 관련된 제정보 즉, 해도·위치·선박의 침로·속력·측심 자료 등을 종합해 컴퓨터 스크린에 도시(圖示)하는 시스템이다. 그동안 국제회의에서도 해난사고 예방차원에서 디지털 항해통신장비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제가 자주 등장했다. IMO를 비롯한 각종 국제기구 활동에 참여하며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동아시아 전자해도 위원회의 의장국으로서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기도 하다. 

 

해상에서의 인명과 재산의 안전에 관련한 국제협약인 SOLAS의 최근 개정안도 대부분 첨단 항해통신장비의 도입과 관련된 내용들이다. 선박자동인식장비(AIS) 탑재는 이미 의무화되었고, 선박항행기록장치(VDR)는 올 7월부터 탑재토록 규정돼있다. 선박자동추적장치(ATA)도 국제항행에 종사하는 소형선박에 의무적으로 탑재토록 하고 있다.

 

이같은 첨단 항해통신장비들의 도입은 항행안전을 우선시하는 국제적 추세 때문에 불가피한 현실이다. 이에따라 선진국에서는 관련장비 개발을 통해 관련시장을 선점하며 발빠르게 대응해왔다. 국제적으로 오랜기간 연구·도입이 추진돼온 전자해도와 ECDIS는 AIS, VDR, ATA 등과 연계돼 항행지원시스템으로서 실질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어 각국의 관심과 개발경쟁이 더욱 뜨겁다.

 

선사입장에서는 새로운 장비를 설치하는 관계로 도입시기를 지연시키려는 경향이 있지만, 중대형급의 신조선박에는 이미 ECDIS가 탑재되고 있으며, 세계 최대선사인 머스크사도 벌써 자사선대 320척에 ECDIS를 탑재했다. IMO 역시 2008년 고속여객선을 시작으로 2012년까지 전선박에 전자해도 관련장비의 설치를 강제화하려 하고 있어 우리선사들의 관심과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1월 18일 부산에서 ‘Paperless Navigation @Sea'라는 주제로 열린 전자해도/ECDIS 국제세미나는 매우 시의적절했다. 또한 선사와 조선소, 항해기계제조사 및 연구자들이 한곳에 모여 전자해도 관련지식과 정보를 교류하는 장을 갖고 한국의 기술을 선보였다는 면에서 뜻깊은 행사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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