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방해양안전심판원 특별심판부, 유조선 측의 잘못도 일부 인정

태안에서 발생한 ‘허베이 스피리트호’ 유류오염사건은 예인선단 측의 과실을 주원인으로, 유조선 측의 소극적 대응을 일부원인으로 발생했다고 결론지어졌다.


인천지방해양안전심판원 특별심판부는 9월 4일 해상기중기 부선 ‘삼성1호’와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 충돌로 인한 해양오염사건에 대해 “이 해양오염사건은 기중기부선 삼성1호가 악천후를 만나 의도한 대로 조종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조종성능이 심각히 제한된 상태로 표류하면서 주위에 대한 경고, 비상투묘 등 안전조치 없이 무리한 항해를 계속하다가 삼성T-5호의 예인줄이 파단되어 발생한 것이나, 허베이 스피리트 측이 정박당직 태만으로 예인선단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고 주기관 준비 불충분으로 닻줄을 풀며 극미속 후진하는 등 소극적으로 피항한 데다 충돌 후 기름오염비상계획상 대응조치를 적극 이행하지 않은 것도 그 일인이 된다”라고 재결했다.

 

 

예인선 선장 면허취소, 삼성중공업에는 개선권고
심판원은 이에 따라 사고를 발생케 한 책임을 물어 예인선 ‘삼성T-5호’ 선장의 2급 항해사 면허를 취소하고, 예인선 ‘삼호T-3호’ 선장의 3급 항해사 면허를 1년 정지하였다. 또한 삼성1호의 운항회사 삼성중공업㈜, 관리회사 ㈜보람에 대하여는 각각 개선권고를, 삼성1호 선두에 대해서는 시정권고를, 허베이 스피리트 선장과 1등항해사에 대하여는 각각 시정명령을 내렸다.

 

태안유류오염사건은 지난해 12월 7일 ‘삼성T-5호’와 ‘삼호T-3호’에 예인되어 인천에서 거제로 가던 크레인부선 ‘삼성1호’가 강한 풍파에 휩쓸려 태안 앞바다에서 정박 중이던 대형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와 충돌, 허베이 스피리트호에 실려 있던 원유 약 1만2,547㎘가 바다로 유출되어 서해안 일대를 크게 오염시킨 사상 최악의 해양오염사건이다.


인천심판원에서는 사고이후 약 1개월간의 조사를 거쳐 예인선과 유조선의 선장 등을 해양사고관련자(형사절차에서 피고인과 유사함)로 지정하여 지난 1월 11일 심판을 청구하였고, 고위공무원인 심판관 3명과 민간전문가 2명으로 특별심판부를 구성하여 지난 2월 18일 제1회 심판을 개정한 이후 지금까지 13회에 걸쳐 사건관계자를 신문하고 1만2,000여 쪽의 증거서류를 검토한 뒤 위와 같이 재결하였다.

 

형사재판은 ‘예인선단 과실’, 심판원은 ‘쌍방 과실’
심판원은 심판목적상 법령에 명시되지 않은 ‘선원의 일상적 직무상 의무사항’으로서 요구되는 주의의무 위반까지 심리한 결과, 삼성측의 무리한 운항이라는 과실만을 인정하고 유조선은 무책으로 판시한 형사재판과 달리 양측 모두의 과실을 인정하고 삼성 예인선의 과실을 주인(主因)으로 유조선을 일인(一因)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번 재결은 제1심의 결과로 해양사고관련자들이 승복하면 재결이 확정되고, 만일 불복할 경우에는 중앙해양안전심판원에 제2심을 청구할 수 있으며 제2심에 불복할 경우에는 대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심판원 측은 태안유류오염사건은 민사를 수반한 대형사건이므로 예인선과 유조선 양측 모두 자신의 과실정도를 줄여 민사상 유리한 입장을 확보하기 위해 2심을 청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했다.


해양안전심판원의 재결은 해양사고 원인을 규명하여 사고방지를 목적으로 하는 특별행정심판으로서 사고관련자에게 징계와 권고, 시정명령 등을 내릴 뿐 민사 또는 형사소송과는 별개이다. 하지만 심판원의 재결은 엄격한 심판절차와 고도의 전문가의 판단이므로 향후 법원이 과실비율을 정하거나 이해관계인들 간의 합의과정에서 중요한 판단기준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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