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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과 ‘룬샷’
[563호] 2020년 07월 29일 (수) 14:01:46 한국해사문제연구소 강영민 전무 showload@chol.com

성하(盛夏)의 7월이다. 역대급이라는 올여름 폭염, 하지만 방학과 휴가, 여행, 바캉스가 먼 옛날얘기 같다. 계절이 주는 즐거움과 여유로움을 감염병 코로나19가 앗아갔기 때문이다. 조찬포럼 콤파스를 열지 못하고 7월도 속절없이 지나갔다. 코로나가 전쟁보다 무섭다는 어느 회원의 넋두리가 실감 난다. 일상이 제한되고 세상이 각박해도 아침마다 줄기차게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희망을 건다. 햇살 아래 청포도가 영글어가는 7월에 일제의 폭압 속에도 광복을 꿈꾸던 시인 육사 이원록의 ‘청포도’를 읽으며 찌든 감정을 순화한다.

 

청포도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을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두렴.

 

 ‘룬샷’
전쟁, 질병, 불황의 위기를 승리로 이끄는 설계의 힘이라는 ‘룬샷(Loonshot)’은 미국의 물리학자이자 기업가인 사피 바칼이 쓴 책이다. 빌 게이츠가 ‘가방에 넣어 다니며 읽고 싶은 책’이라 소개할 정도로 세계적 석학과 기업인들이 극찬한 경영패러다임이다. “주도자가 될 것인가, 희생자가 될 것인가?” 바칼은 한국 독자에게 인사하며 조언했다.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던 한국이 이제는 세계 최고의 부국들 가운데 이름을 올렸으나 불꽃처럼 사라져간 위대한 기업과 유망 스타트업이 공통적으로 겪었던 운명을 대한민국과 한국의 뛰어난 기업들이 피해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룬샷’에 소개한 집단행동의 과학적 원리가 국면 타개에 도움이 되기 바란다.
저자는 기업과 국가가 극적인 변화를 겪는 이유를 ‘상전이’라는 과학적 원리로 풀었다. 상전이란 두 가지 상태, 즉 두 가지 유형의 창발적 행동 사이에 일어나는 갑작스러운 변화이며, ‘창발적 행동’은 부분만 연구해서는 정의하거나 설명할 수 없는 전체가 가진 속성이다. ‘룬샷’은 그 주창자를 나사 빠진 사람으로 취급하는 대다수가 무시하고 홀대하는 미친 프로젝트이며, ‘전략형 룬샷’은 모두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새로운 전략이나 비즈니스 모델이고, ‘제품형 룬샷’은 모두가 성공하지 못할 것으로 보는 신제품이나 신기술을 뜻한다. 또한 ‘프랜차이즈’는 최초의 제품과 서비스의 후속작 또는 업데이트 버전이고, ‘문샷(Moonshot)’은 엄청난 중요성을 가질 것으로 대다수가 기대하는 돈이 많이 드는 목표다. ‘가짜실패’는 실험 설계상의 흠결로 유효한 가설이 실험에서 부정적 결과를 내놓는 경우이며, ‘모세의 함정’은 전능한 리더가 판사가 되어 룬샷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이다. 모두 저자가 고안한 용어다. 이 책은 1부 우연의 설계자, 2부 우연한 발견을 위대한 성공으로 이끄는 설계의 원리, 3부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 룬샷들로 이루어져 있다.

 

우연의 설계자
룬샷이 연합군을 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로 이끌었다. 비밀전쟁이라 불렸던 2차대전 초기에 연합군은 독일군에 비해 기술경쟁에서 한참 뒤처져있었다. U보트라는 독일의 신형 잠수함이 대서양을 장악하여 유럽으로 가는 보급로가 차단될 위기에 몰렸고, 독일 공군의 비행기는 다른 나라 비행기들과는 급이 달라 초전의 연합군은 지리멸렬했다. 이러한 전쟁의 양상을 바꿔놓은 것이 레이더 기술이었고,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곳은 미국의 버니바 부시가 설계한 과학연구개발국이었다. 여기서 만든 룬샷들이 최종적으로 미국을 승리로 이끈 원동력이 되었다. 이 조직은 대학과 민간 연구소의 과학자, 엔지니어, 발명가들을 찾아내어 괴상한 것을 마음껏 탐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이들은 엄청난 속도와 효율성으로 룬샷을 키워냈다. 그 능력은 레이더에만 국한되지 않아 페니실린, 말라리아, 파상품을 연구해 병사들이 감염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을 20배나 낮추었고, 혈장수혈을 연구하여 전장에서 수천명의 목숨을 구했는데, 이는 그후 일반 병원의 표준절차로 자리잡았다. 나아가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서는 업계의 판도를 바꾸고 새로운 산업을 창출할 수 있는 발견들이 수없이 이어졌다. 그중에는 GPS, 개인용 컴퓨터, 바이오산업, 인터넷, 심박조율기. 인공심장, MRI, 소아 백혈병에 쓰이는 화학용법에다가 구글 검색 알고리즘의 원형까지 있었다. 모두 부시의 보고서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들로 전자시대를 열어줄 트랜지스터도 이때 등장하였다. 괴상한 것을 자유롭게 탐구할 수 있는 부서, 즉 미치광이(loon)들이 운영하는 룬샷이 이룩한 공로였다. 이렇듯 세상을 바꿔놓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는 천재와 우연이 결합할 때 탄생한다.

 

세 번 죽어야 질병을 정복한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 주치의에 의해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고 기록된 4선의 미국 대통령 루스벨트가 사망했다. 원인은 협심증으로 인한 뇌출혈로 발병요인은 콜레스테롤이었다.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가 높으면 심장마비나 뇌출혈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각국은 콜레스테롤 연구에 박차를 가했고,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심장마비와 뇌졸중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약물을 발 빠르게 연구한 사람은 일본의 곰팡이 박사 엔도 아키라였다. 엔도는 균류 즉, 곰팡이와 버섯에 주목했다. 어린 시절 할아버지와 함께 숲속을 거닐며, 특정 버섯이 인간에게 안전하지만, 파리에게는 독성을 지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버섯은 포식자로부터 달아날 수 없기에 포식자를 단념시키는 화학물질을 분비하고, 곰팡이도 음식을 찾아다닐 수 없기에 숙주를 더 맛있고 영양가 있게 만드는 화학물질을 분비한다. 엔도는 박테리아가 원래 곰팡이와 버섯을 먹어치우는 포식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균류는 스스로 보호하려 박테리아를 죽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진화시켰는데, 예를 들어 페니킬리움 노타튬은 박테리아의 세포벽을 붕괴시키는 화합물을 분비하여 박테리아를 죽인다. 박테리아가 살아남으려면 콜레스테롤이 필요하기에 균류가 박테리아의 콜레스테롤을 차단해 포식자인 박테리아를 죽이는 화학물질을 분비한다고 생각했다. 그후 엔도는 6,000가지가 넘는 균류를 시험하여 드디어 교토의 어느 곡물창고에 있는 쌀에서 발견된 청록색 곰팡이가 콜레스테롤을 만드는 핵심 효소를 차단하는 사실을 알아냈다. 1년 뒤 그는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분자를 추출해 ML-236B라는 이름을 붙였고, 이것이 오늘날 ‘메바스타틴’으로 콜레스테롤 억제제인 스타틴 계열의 약의 종자다. 그후 닭과 개에 대한 임상실험을 통해 엔도의 약은 세 번의 죽음을 겪고 나서야 살아남을 수 있었다. 프로젝트들이 폐기되는 이유는 수없이 많다. 자금지원이 줄어들 수 있고, 경쟁자가 승리할 수 있으며, 시장이 변화하거나 핵심인물이 떠날 수도 있다. 그러나 룬샷이 폐기되는 흔한 이유는 가짜실패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실패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다만, 끈기와 고집은 구분해야 한다.

 

위대한 기업의 착각
룬샷은 두 가지 유형인 제품형 룬샷과 전략형 룬샷이 있다. 리더는 반짝이는 제품형 룬샷뿐만 아니라 미묘한 전략형 룬샷까지 육성할 줄 알아야 한다. 미묘한 것은 빛나는 것보다 훨씬 놓치기 쉽다. 구글은 단지 새로운 알고리즘으로 인터넷 검색 결과의 순위를 매기는 데서 출발했지만, 전략형 룬샷으로 세계에서 가장 지배적인 웹사이트로 성장할 수 있었다. 미국 항공시장을 장악했던 팬암은 반짝이지 않고 지루해 보이는 작은 조치를 간과하여 시장에서 사라졌고, 아메리칸항공은 규제완화정책에 올라타 운임표시 시스템을 전국 여행사에 보급하는 1퍼센트의 차이로 판세를 바꾸었다. 규제당국이든 새로운 경쟁자든 갑작스러운 변화가 나타나는 순간 음악은 뚝 그치게 마련이다. 더 이상 룬샷과 프랜차이즈의 선순환이 작동하지 않는다. 반면에 자체 룬샷을 계속 키워오다 그중 하나라도 새롭게 바뀐 세상에 들어맞는 것이 있는 경쟁자는 게임을 계속 이어간다. IBM은 제품형 룬샷을 정확히 예측하여 전투에서 이겼으나 소프트웨어 표준이라는 전략형 룬샷을 놓침으로써 마이크로소프트와의 전쟁에서 패배했다. 자신의 맹점을 유의하라는 것이 큰 교훈이다. 오직 신성한 리더의 뜻에 따라 조직의 아이디어가 정지될 때 팀이나 기업은 ‘모세의 함정’에 빠진다. 업계의 골리앗이 몰락하는 원인은 수십년간 이어진 성공에서 비롯되며, 그 성공이 지나면 우쭐했던 늙은 기업은 신선함과 목마름을 잊어버린다. 그때 이제 막 두각을 드러낸 꼬마 다윗이 나타나 예상치 못한 무기로 어기적거리는 거인을 단숨에 해치운다. 그 무기는 모두가 간과했던 새로운 아이디어 또는 새로운 기술인 룬샷이다. 철학자 베이컨은 “생명체가 태어날 때 모습이 형편없는 것처럼 새로운 시대의 탄생인 혁신도 처음엔 형편없다”고 말했다. 모세의 함정을 벗어나는 열쇠는 두 가지 리더십인 ‘시스템 사고’와 ‘결과주의 사고’의 차이에 있다. 15년간 세계 체스 챔피언으로 군림한 카스파로프는 게임에 졌을 때 나쁜 수를 분석하는 결과주의 사고에 그치지 않고, 그 수의 이면에 깔린 의사결정 과정까지 분석하는 2차적 전략인 시스템 사고로 실력을 더욱 키워 나갔다.

 

창발적 사고
우연한 발견을 위대한 성공으로 이끄는 설계의 원리는 창발적 사고에서 나온다. 전 미국 연방은행 의장 그린스펀은 ‘효율적 시장 가설’과 ‘보이지 않는 손’을 거의 어긋나지 않는 기본법칙으로 보았지만, 이들은 기본법칙이 아니라 창발적 속성이다. 창발적 속성은 집합적 행동으로, 세세한 부분에 의존하지 않는 전체, 미시적인 것을 초월하는 거시적 움직임을 뜻한다. 두 가지 유형의 창발적 행동 사이에 일어나는 갑작스러운 변화인 상전이로 인해 교통체증이 갑자기 일어나고 산불이 번지며 질병이 유행한다. 고속도로의 어느 구간에서 차량 몇 대만 늘어도 꽉 막히고, 소소하게 발병한 질병이 대유행병으로 번지고, 숲속의 풍속이 조금만 빨라져도 산불이 걷잡을 수 없게 된다. 감염성이나 인구 밀집도가 한계치를 넘으면 작은 발병도 바람 부는 숲속의 불똥같이 번져 팬데믹이 되고 한계치 아래로 내려가면 금세 진압된다. 이것이 바로 상전이다. 오프라인 세상에서 테러조직은 확인하거나 추적하기가 매우 어렵지만, 가상 테러조직은 추적이 쉽다. 간단한 컴퓨터 알고리즘만 있어도 조직들이 언제 서로 뭉치고 갈라서는지 또 테러의 징후가 보이는지를 쉽게 탐지할 수 있다. 산불모델을 기초로 하여 테러조직의 제어변수가 언제 한계치를 넘어설지, 언제 네트워크가 폭발적으로 증가할지 추정할 수 있다. 물의 온도가 내려가면 분자들의 진동이 느려진다. 그러다가 임계온도에 도달하면 결합 에너지가 엔트로피보다 커지면서 얼음이라는 경직된 질서로 결정화하는데, 이것이 바로 액체에서 고체로의 상전이다. 헤밍웨이는 “빙산의 움직임이 위엄 있게 보이는 것은 8분의 1만 수면 위로 나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는데, 이를 생략의 법칙이라고 한다. 아름다운 산문의 힘은 쓰지 않고 남겨두는 데서 나오듯 과학도 아름다운 모델의 힘은 무엇을 생략하느냐에 달려있다. 무엇이 조직 내의 상전이를 유발하는지 이해하려면 모델로 삼아 기본적 아이디어를 설명할 수 있는 단순 조직이 필요하다.

 

룬샷이 폭발하는 조직을 설계하라
1958년 이후 200명으로 구성된 한 연구팀은 거대한 조직 내부의 깊숙한 곳에서 인터넷과 GPS, 탄소나노튜브, 합성생물학, 드론, 기계 코끼리, 아이폰에 들어가는 개인비서 프로그램 시리 등을 줄줄이 만들어냈다. 미국의 전설적 연구기관 중에는 그곳 출신 리더가 많고, 그 팀의 경영원칙에 감화를 받은 기관도 많다. 어떤 룬샷팀이 됐건 그런 변화를 통해 창의적 결과물을 더 많이 만들어낼 수 있다. 생산성과 효율성으로 더 많은 룬샷을 양성하면, 성공적인 아이디어와 실험과 더불어 실패한 실험도 많아진다. 그러나 룬샷 그룹은 그러한 다소 미친 것 같은 기술을 개발하는 조직이다. 수없는 실패에도 불구하고 방위고등연구계획국의 룬샷들은 산업을 바꾸고 새로운 학문 분야를 창조하였다. 초창기 컴퓨터 네트워크인 아파넷이 인터넷으로 진화했고, 인공위성 기반의 지리위치 시스템이 군용 GPS를 거쳐 소비자용 차량과 스마트폰에 사용되고, 지진 감지 센서는 핵실험과 지진을 구별하기 위해 설치한 것인데, 이것이 최초의 핵실험 금지조약으로까지 이어졌으며, 지진학 프로젝트가 활기를 띠어 판 구조론까지 입증하는 이론으로 발전하여 지질학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방위고등연구계획국의 원칙은 자율성과 가시성을 높이고 내부의 아이디어보다 외부의 최고 아이디어에 초점을 맞췄다. 개방형 혁신은 기업이 고객 혹은 비즈니스 파트너와 함께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 시장을 개발하는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어떤 행동을 장려할 수 있는 작은 변화를 ‘넛지’라고 부르는데, 예를 들어 소변이 밖으로 새는 것을 줄이기 위해 소변기에 파리를 그려 넣는 것을 말한다. 이렇듯 개인의 의사결정에 관한 심리를 경제학에 도입한 것을 행동경제학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행동경제학은 환경이 개인의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으나, 이제는 숨은 방식 또는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인센티브와 환경이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뿐만 아니라 조직의 집합적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까지 연구하고 있다. 즉, 상전이의 과학이 만들어내는 신선한 통찰을 통해 더 혁신적인 집단을 만드는 방법이다.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 룬샷들
인류사를 연구하며 두 가지 의문에 봉착한다. 왜 서양이 동양을 이겼는지와 왜 중국어가 아니라 영어인가이다. 기원후 500년부터 1,000년간 중국과 인도는 세계경제를 지배했다. 이 기간 두 나라의 GDP를 합치면 세계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종이와 인쇄술은 유럽보다 중국에서 먼저 나타났고, 자기나침반, 화약, 대포, 주철, 지폐, 정교한 천문대도 모두 중국이 앞섰다. 이슬람제국은 9세기부터 15세기에 걸쳐 수학과 천문학, 광학, 의학뿐만 아니라 도서관, 병원, 최초의 대학, 관측소의 분야에서 서유럽을 능가했다. 그 당시 글을 아는 사람의 비율이 중국이 45%였으나 영국은 6%에 불과했다. 18세기 영국이 무역을 확대하려고 중국에 접근했을 때 건륭제는 “우리는 부족한 게 아무것도 없소. 당신네 나라의 제품은 전혀 필요하지 않소.”라고 답변했다. 중국의 황제들처럼 인도 무굴 황제들도 서양의 문물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 결과 중국은 파괴되고 인도는 영국의 식민지가 되었다. 중국과 인도의 황제들은 수백년 뒤의 후예들에게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


“룬샷을 놓친 것이 치명적”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룬샷이 아무리 잘 설계되었다 해도 이내 시들어버린다. 룬샷이 번창하려면 연쇄반응인 프랜차이즈가 필요하다. 한때 문물이 극히 번창했던 송나라의 황제들은 산업의 기적이라 불렸던 번영기를 이어가지 못했다. 룬샷 그룹을 격리, 즉 상분리시켜 룬샷과 프랜차이즈 간에 균형을 유지하지 못한 탓이다. 만일 송나라 황제가 중국판 버니바 부시를 임명하여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면 과학혁명과 산업혁명이 500년 일찍 일어나 지금 우리는 모두 중국어를 사용하고 있을지 모른다. 룬샷 배양소는 각종 실패와 거절을 겪으면서도 바람 앞의 등불 같은 룬샷을 계속 살려놓는 것이다. 런던의 왕립학회와 버니바 부시의 과학연구개발국, 베일의 벨 전화연구소 모두 당대의 가장 큰 룬샷 배양소였다. 독일 비텐베르크에 있는 어느 학교가 오명에 싸인 코페르니쿠스의 시스템을 60년간이나 가르치고 있었기에 케플러가 마침내 그의 이론을 구조해낼 수 있었다.


팀이나 기업, 국가를 설계할 때는 룬샷을 육성할 수 있고 프랜차이즈와 섬세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만, 과거 지도자들이 범한 치명적인 실수를 답습하지 않을 것이다. 청나라 건륭제가 ‘이상하고 기발한 물건’이라고 무시했지만, 세월이 흐르고 보니 그의 제국을 파멸시킨 것은 바로 그 이상하고 기발한 물건을 손에 쥔 적들이었다. “파괴적 혁신으로 역사를 분석하고, 룬샷으로 신념을 테스트하라” 이 책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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