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영해침범 및 선박억류 사고 관련 주의사항”

근래 싱가폴과 인접한 인도네시아 빈탄섬 인근에 정박하는 선박들이 영해침범이라는 혐의로 인도네시아 해군에 의해서 억류되는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해당 사고의 특징으로 해당 지역이 싱가폴, 말레이시아 및 인도네시아의 경계가 인접하여 선박은 싱가폴 외항 (outside port limit) 공해상에 정박하는 것으로 이해하나 사실상 인도네시아 영해에 정박하여 불법 영해침범 혐의로 선박이 억류된다는 것이다. 또한 영해침범에 대한 인도네시아 내 처리절차가 불확실하여 선박이 억류되는 경우 수개월 간 기약도 없이 억류가 해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선원의 안전과 건강에 상당한 우려를 발생시키며 선주의 영업활동에도 큰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 이번 호에서는 이와 같이 싱가폴 인근에서 발생하는 선박의 인도네시아 영해 불법 침범 및 억류사고에 대하여 알아보고 관련 사고의 예방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

 

<싱가폴 외항 정박 및 불법영해 침범 사고>
싱가폴은 해상운송의 지리적 요충지로 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 유럽 사이를 항해하는 선박들이 항해 중 싱가폴 해협을 통과하게 된다. 또한 싱가폴은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호주 등 주요 무역국과도 거리가 가까우며, 싱가폴 내 무역, 벙커링, 선박수리 등 관련 산업이 발전하여 항해가 종료된 선박들이 벙커를 공급받고 다음 항해를 대기하는 지점으로 선호된다. 한편, 싱가폴 영내 지정된 정박지에 대기하는 경우 별도 신고 절차가 필요하고, 정박에 따른 별도 비용도 발생한다. 무엇보다 싱가폴 내 지정 정박지에는 항시 선박이 넘쳐나서 자리를 잡기도 쉽지 않다. 따라서 상황에 따라 선박들이 싱가폴 동남쪽 인도네시아 경계지역에 정박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한다.


국제법상 국가의 영해는 해안선 (baseline–썰물때의 저조선)으로부터 12마일까지이며 원칙적으로 선박은 별도의 허가가 없더라도 연안국가의 평화, 공공질서 및 안전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영해의 통항이 가능하다 (무해통항권–유엔해양법협약 1982). 하지만 통항의 범위는 계속적인 항해를 의미하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정박, 연료공급 및 선박간 화물이적작업을 위해서는 입항허가와 같은 연안국의 절차를 따라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싱가폴 해협은 싱가폴, 말레이시아 및 인도네시아가 인접하여 3마일의 경계가 적용되나 각각의 작은 섬들이 다수 존재하여 영해의 경계가 복잡하고 해당 국가들 사이 경계가 완전히 합의되지 못한 상태이다. 그중 싱가폴 동남쪽 빈탄섬 인근과 관련하여 2014년 싱가폴과 인도네시아의 양자합의를 통해 경계선을 명확히 하였으며 해당 합의가 발효되는 2017년부터 인도네시아 해군은 해당 지역에 대한 단속을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선박의 입장에서는 해도상 해당 지역의 경계가 반영되지 않아 해당 지역을 공해로 오인할 수 있고, 특히 다른 선박들이 인근에 이미 정박해 있는 상황에서 해당 지역에서의 허가 없는 정박에 대해 위법성을 인지하지 못할 수 있다.


 
싱가폴과 인도네시아의 국경합의 지역 (Straits Times 신문 자료) 
인도네시아 P&I 연락사무소에 따르면 2020년 6월까지 누적 약 50척의 선박이 인도네시아에서 영해침범 이슈로 억류되어 조사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국내 선사의 선박과 관련해서는 2019년 10월과 2020년 1월 사이 총 3척의 선박이 영해침범으로 억류되어 약 3~4개월간 조사를 받은 후 풀려났다. 이와 관련하여 2019년에 해당 사고위험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안내자료가 회람되었으나, 이후에도 관련 사고가 계속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영해침범 사고는 싱가폴과 경계를 맞대고 있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 공히 발생하는 이슈이나, 특히 인도네시아의 경우 특히 선박이 억류되는 경우 사건이 장기화되는 특성을 갖고 있어 보다 큰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인도네시아 선박 억류 사고 발생 시 주요 이슈>
(1) 선박의 석방

추정되는 인도네시아 현지법의 관련규정은 해운법 219조 및 323조로 인도네시아 수역을 항행하는 선박이 Harbor Master가 발급한 허가서를 발급받지 않는 경우 선장의 징역 최대 5년과 6억루피(약 43,000달러)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다만, 실제 선장이 구속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보이고, 보다 큰 문제는 선박의 위법행위 혐의에 대한 재판 등 조사 및 처벌에 대한 구체적인 절차, 일정 및 결과를 예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해군에 의해서 억류된 선박은 바탐섬의 해군기지 인근으로 이동되어 당국의 처분을 기다리는데 명확한 절차가 없이 무작정 기다리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사고 초기에는 현지 대리점 및 변호사를 선임하여 대응하며, 현지에 공탁금을 예치하는 조건으로 조속한 처리 및 석방을 촉구하는 소송절차를 진행시켜보나, 현지 해군 등 행정당국이 빠르게 절차를 진행시키지 않는 상황에서 현지 변호사를 통해 진행할 수 있는 사법절차가 조속하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선주는 기국 및 관련국가의 정부를 통해 공문을 보내며 해당 선박의 조속한 처리 및 억류 해제를 요청하나 현재까지의 사례에서 보듯이 수개월의 시간이 소요되는 상황을 피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론상 선주는 해양법협약에 따라서 보석금을 예치하는 조건으로 신속히 선박의 억류가 해제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가능하다. 인도네시아는 해당 해양법협약의 당사자이며 협약 292조는 선박이 연안국의 법령위반으로 억류되는 경우, 보석금을 예치하는 조건으로 신속히 석방되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만일 억류국이 이를 준수하지 않는 경우 당사국간 합의된 재판소에 회부될 수 있는데, 그 합의가 이루지지 않는 경우 억류국이 수락한 재판소나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사건이 회부될 수 있다. 관련하여 실제로 국제해양법재판소에는 선박의 억류와 관련된 선례들이 다수 존재하며 실제 사건이 발생하는 경우 조속한 석방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관련국가 정부가 추진을 고려할 사항으로 보인다 (김주형, ‘인도네시아의 관할수역과 해양법제에 관한 고찰’, 해사법연구 32권1호).


공식 절차가 지연되는 어려운 상황에서 경우에 따라서는 현지 관료와의 특별한 네트워크를 과시하며 조속히 문제를 해결해주겠다는 협상가들이 선주에게 나타나서 상황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매일 상당한 영업손실이 발생하고 처리에 대한 기약이 없는 상황에서 협상가들의 접근은 매력적으로 보이기도 하나 실제 신뢰도를 확인할 방법이 없어서 상당한 혼란을 초래하기도 한다.

 

(2) 선원보호
사고 발생 시 가장 먼저 영향을 받게 되는 당사자는 해당 선박의 선원이 될 것이다. 외국에서 예상하지 못한 선박 억류 및 위법행위 혐의로 인해서 당사자 및 가족들은 불안해 할 수 밖에 없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억류된 선박의 선원들은 하선이 불가하고 선박 내 연료, 청수 및 식료품은 공급받을 수 있는 대신 선박의 석방까지 선박 내에서 지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용계약 기간이 초과되기도 하고, 본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중대한 일들이 발생했음에도 귀국하지 못하는 심각한 인권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 보다 적극적인 외교채널이나 국제 선원노조와 같은 관련단체 및 미디어의 협조로 현지정부의 조속한 처리를 압박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참고로 가족의 사망·출산 등 중대한 상황이 발생하여 조속한 귀국이 필요한 상황에서 외교부의 예외적인 귀국 승인 요청으로 해당 선원에 한하여 귀국이 이루어진 경우도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3) 용선계약 상 영업 손실 등 이슈
선박이 정기용선계약 중 불법 영해침범으로 당국에 억류되는 경우 해당 기간 용선료 지급의무에 대한 다툼이 예상된다. 억류기간이 계약 상 off hire(용선료 지급의무가 중단되는 기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개별 계약조항에 따를 것이다. 다만, 참고적으로 해적에 의해서 선박이 억류된 사건(The Saldanha 2011)에서 영국법원은 NYPE 1946 표준계약서의 15조 off hire 조항(in the event of loss of time from default and/or deficiency of men … detention by average accident to ship or cargo… or by any other cause preventing the full working of the vessel, the payment shall cease for the time thereby lost…)을 근거로 실제 선체손상과 같은 물리적인 사고가 발생한 경우가 아니면 detention by average accident에 해당하지 않고, default by men의 뜻도 선장이 의도적으로 용선자의 명령을 거부하는 경우에만 해당됨을 판결했다. 따라서, 선박이 해적에 억류된 해당 사건에서는 off hire가 인정되지 않았고 억류기간 용선료 지급의무가 계속됨이 판결되었다. 이와 유사하게 추가 문구가 없는 NYPE 1946 표준계약서 상으로는 영해침범에 따른 선박 억류기간도 off hire가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실무적으로 다수의 정기용선계약에서 선박의 억류 자체만으로 off hire가 적용되도록 개정되는 경우가 있어 off hire가 적용될 가능성도 같이 고려된다(The Captain Stefanos 2012). 한편, off hire 여부와 별도로, 용선자의 명령이 특정 정박위치를 지정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싱가폴 인근 공해상 또는 싱가폴 내 정박할 것을 명령했으나 선장의 오판으로 인도네시아 영해에 정박하여 문제가 되는 경우라면 관련 시간손실 등 책임이 선주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정기용선 계약상 선주는 용선자의 지시를 따라야 하며 항해관련 책임을 부담함). 반면, 용선자가 특정 지점을 지적하며 해당 위치에 정박을 명령했으나 해당 정박지가 인도네시아 영해에 해당하는 경우라면, 용선자의 안전항 지정 의무와 용선자의 명령수행에 따른 선주의 책임에 대해서 용선자가 구상해주어야 한다는 법리에 따라 용선자가 시간손실 및 책임을 부담할 여지도 있다. 종합해보면 용선계약 상 억류기간 영업손실의 부담주체는 개별 사항에 따를 것으로 보인다.

 

(3) 벌금
선박의 영해침입에 따른 벌금은 개별 P&I 클럽의 보험규정에 따라 담보 가능성을 검토해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P&I 클럽들의 보험규정에 벌금 항목이 존재하나 벌금이 부과되는 당사자가 선주이거나 선원일 경우에는 선주가 해당 선원의 벌금을 구상해주는 것이 타당한 경우로 제한된다. 또한 과적, 불법어로, 고의, 안전항해에 관한 규칙 위반 등의 경우 벌금 항목의 담보가 제한되기도 하고 규정상 이사회의 재량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은 항목이 벌금이다. 영해침범 사고와 관련해서는 현재 싱가폴 인근 해협에는 공해가 존재하지 않으며, 영해침범 사고의 위험이 있다는 안내가 시장에 회람된 상황을 고려하면 이미 다른 유사사건을 통해 알려진 정박위치에 정박 중 선박이 불법침입으로 벌금을 받게 되는 경우에는 담보상 제한될 가능성도 고려된다. 하지만, 본선에 최신 해도를 갖추고 적절한 현지확인 절차를 통해 확인한 지점에 정박 중 발생한 사고일 경우에는 개별 사실관계 및 보험규정을 전제로 담보의 가능성이 고려된다. 

 

(4) 전쟁보험 상 선박의 장기 억류에 따른 전손(선체)보험금 청구 가능성
선박이 국가의 조치로 장기간 억류되는 경우 전쟁보험에서 해당 선박의 추정전손 처리 가능성이 있어서 관련 검토도 필요해 보인다. 전쟁보험의 표준약관인 Institute War and Strikes Clause Hull-Time에 따르면 선박이 국가에 의해 억류되는 경우 보험이 작동하며, (1.3조 및 3조) 개별 보험계약에 따라서 6개월 또는 1년 이상 억류로 선박의 사용이 불가한 경우 추정전손 처리가 가능할 수 있다. 유사 상황에서 실제 전손보험금을 인정받은 영국 판례로 The Silvia 2011 (Melinda Holdings v Hellenic Mutual War Risk Association) 사건을 참고할 수 있다(Hellenic Policy 약관 사용). 이집트 정부가 과거 이집트 내에서 발생한 오염사고와 관련하여 소유 관계가 무관한 다른 선박을 악의적으로 연관선박으로 지정하여 장기간 억류한 사건에서 영국법원은 이집트 정부의 악의적 조치에 따른 장기간 선박 억류가 해당 전쟁보험의 전손보험금 지급 사유임을 판결하였다.

 

한편, The B Atlantic 2018 영국 대법원 사건에서는 베네수엘라에서 마약업자가 선주 모르게 마약을 선박에 넣어서 수출하는 과정에서 세관에 발각되어 선박이 6개월 이상 억류되었다. 이에 선주는 전손보험금을 청구하였으나 법원은 담보제외규정(4.1.5조 – this insurance excludes arrest, restraint, detainment… under quarantine regulations or by reason of infringement of any customs or trading regulations) 상 선박의 억류가 관세법 및 무역법규 위반인 경우는 담보가 제외되는 점을 근거로 선주의 보험금 청구가 불가함을 판결하였다. 종합해보면, 선박의 영해침범으로 인한 장기 억류사고는 전쟁보험 Institute War and Strikes Clause의 명시적인 담보제외 조건에는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보이므로 선주의 전손보험금 청구 가능성도 고려된다. 다만, 영해침범 행위가 선주의 과실이 없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일방적 행위라기보다 선주의 적절한 조치 및 확인으로 회피가 가능할 수 있었다는 점 고려 시 담보에 대한 추가적 논쟁이 고려된다.

 

<사고 예방>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선박이 인도네시아 영해침범으로 억류되는 사건들의 경우 선박의 악의 없이 무지로 발생하는 경우가 다수로 보인다. 하지만 무지로 인한 사고라고 하기엔 그 결과가 너무나 심각하여 선주의 충분한 관심과 예방이 매우 중요해 보인다. 관련하여 최고의 예방책은 싱가폴 인근엔 사실상 공해가 존재하지 않음을 인식하고 정박을 위해서는 지정된 정박지에 사전 신고 및 허가를 통해 정박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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