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銀 해외경제연구소 ‘해운·조선업 2020년 1분기 동향’ 보고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원유수요 감소와 OPEC+의 감산합의 실패 등에 기인한 유가하락이 지속되자 크게 하락한 연료유가를 둘러싸고 해운업계와 조선업계의 신조 관련 이해(利害)가 엇갈리고 있다.

연료유가 하락이 해운업계에게는 SOx 규제 시행이후 우려됐던 연료비용 상승부담을 제거해 노후선 선주들의 신규투자에 대한 관망세가 연장되는 효과를 야기한 반면, 노후선 대체투자 유인이 사라지거나 최소한 보류되며 신조 발주가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와 조선업계의 신조선 시장은 침체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한국수출입은행의 해외경제연구소의 양종서 선임연구원이 4월중순 발표한 ‘해운·조선업 2020년 1분기 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올해(2020) 1분기말 싱가포르항 기준 MGO(저유황유)의 월평균 가격은 282달러로 전년말대비 55% 하락해 저유가 시기의 고유황 벙커유 수준까지 하락했다. 이에 선주들이 노후선에 대한 신규투자를 관망하고 있어 조선업계의 신조 발주가 감소하는 결과가 빚어지고 있다. 또한 MGO와 고유황벙커유인 380cst간 가격스프레드가 90달러까지 감소하며 스크러버에 대한 투자효과도 크게 감소했다.

이 보고서(이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세계 신조선 발주량은 233만cgt로 전년동기대비 71.3% 감소했으며 발주액은 54.9억달러로 77% 줄었다. 같은 기간 세계 건조량은 682만cgt로 전년동기대비 27.4%가 감소했다. 올해 1분기 중국조선의 점유율은 64.8%였으며 한국의 점유율은 15.6%로 수주량에서는 36만cgt로 전년동기비 81.1% 줄었고 수주액은 10.2억달러로 77.2% 감소했다. 동기간 건조량 역시 26.3%가 줄어든 207만cgt였다.
 

 
 

“해운시황 전 세계 수요회복 여부, 조선시황 유가회복 여부가 관건”
보고서는 “올해 해운시황 개선 전망은 매우 불확실하며 향후 충격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아울러 “해운시황은 전 세계 수요회복 여부에 달려 있고 조선시황은 유가회복 여부가 관건”이라 지적하고 코로나19 사태의 전개를 예상하기 어려워서 향후 해운시황은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며 국내 조선업은 심각한 수주부진 수준이며 이는 2016년과 같은 수주절벽 사태를 재현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수주절벽 재현시 2년 후 일감부족에 의한 생산량 감소 충격으로 나타날 것이며 이에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보고서는 2020년 세계경제 및 교역에 대해서 “성장률은 크게 하락할 전망”이라며 WTO의 자료를 근거로 “세계 실질GDP 성장률은 긍정적 시나리오 하에서 2.5% 하락할 것이 예상되지만 부정적 시나리오 하에서는 8.8%까지 급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무역규모는 긍정적 시나리오 하에서 2020년 12.9% 감소한 후 2021년 21.3%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부정적 시나리오가 전개될 경우 2020년 최대 31.9% 감소한 뒤 2021년 24%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2020 벌크선 시황 높은 불확실성으로 예측하기 어렵다”
올해 1분기 해운업 시장동향에 대해 동 보고서는 “벌크선 시장은 1분기에 2016년 이후 최저수준을 기록했다”면서 “중국의 공장가동률이 점차 회복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사태가 유럽과 미국 등지로 확산되며 세계적인 수요감소와 생산차질이 빚어져 원자재 운송을 담당하는 벌크선 해운의 시황이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벌크선 시장은 운임하락과 함께 용선료도 대폭 떨어졌다. 케이프사이즈는 1년 정기용선료가 전분기대비 23.9% 낮았으며 파나막스급은 13%, 수프라막스급은 10.3%가 낮았다.

동 보고서는 “2020년 벌크선 시황은 높은 불확실성으로 예측하기 어렵다”라면서 “환경규제 효과 등 해운시장의 모든 변수를 덮어버릴 정도의 강력한 영향력을 나타내고 있다”고 코로나19의 영향력을 평가했다. 아울러 이러한 저조한 시황 하에서 올해 1분기 폐선량은 2019년 동기대비 약 2배 수준이지만 2015-16년 동기와 비교하면 1/2-1/3 수준인데, 이는 유가급락으로 인해 연료비용이 낮아지며 노후선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상승해 적극적인 노후선 폐선이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동 보고서는 올해 벌크선 부분의 선복공급은 비교적 정상적으로 증가하지만 코로나19에 의한 세계적인 이동제한 등으로 소비가 감소하고 산업생산이 위축돼 원자재의 수요가 감소해 벌크선 시황의 개선 요인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예측했다. 아울러 “향후 세계적인 소비와 산업생산의 회복이 시황회복의 관건이 될 것이지만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유조선 운임 3월 비정상적 급상승, 이후 급락 가능성 높다, 대비해야”
유조선 운임과 용선료는 3월중 급반등하는 양상을 보였으며, 제품운반선도 변동폭은 유조선에 비해 낮았으나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동 보고서는 “탱커시황은 급격한 유가하락으로 높은 변동성 장세로 진입했다”고 추정하며 “3월 운임과 용선료 급상승 양상은 향후 변동성을 유발하는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저가 석유물량에 대한 주요 소비국의 비축유 수입 증가와 투기세력의 매입 확대에 따른 선복수요 증가 때문이라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같은 비정상적 운임과 용선료 상승이 발생한 현상황에서 향후 급격한 하락의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그 시점과 정도는 코로나19사태의 기간과 유가회복 시기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함께 보고서는 “탱커선사들이 현재의 높은 운임과 용선료로 얻은 수익을 통해 향후 시황급락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고수익을 향유하지 못한 채 시황 하락기에 신규 인도되는 선박들은 금융과 경영관리 측면에 유의한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컨선시장, 선복감축 노력으로 운임하락 방어, 2분기 이후 개선 기대 어려워”
컨테이너선 시장의 경우, 원양항로는 올해 2월 이후 운임이 하락했고 근해항로는 노선별로 다른 양상을 보였으나 전반적으로 운임이 크게 하락하지 않았다. 올해 1분기 원양항로는 상해를 기준으로 한 유럽항로는 평균운임이 전년동기비 5.5% 상승(teu당 897불)했으며 지중해항로는 17.5% 상승(teu당 1,022불)했다. 이에 반해 미서안항로 운임은 전년동기비 12.5% 하락(feu당 1,500불)했고 미동안항로도 0.4%(feu당 2,805불) 줄어들었다. 근해항로는 상해 기준 동일본항로가 5.3% 상승(teu당 239불)했으며, 동남아항로도 27.2% 상승(teu당 192불)했다. 이에반해 부산항로 운임은 20.7% 하락(teu당 118불)한 것으로 보고서는 분석했다.

이처럼 컨테이너선 시장의 운임이 큰 하락을 면한 것은 선사들의 선복감축 운항의 결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1분기에 중국을 비롯한 세계 제조업의 생산차질과 각국의 이동 제한령 등에 따른 수요감소로 큰 폭으로 운임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었지만 선사들이 노선편성 축소 등 감축운항을 통해 시황하락을 일정수준 방어했다고 추정했다. 그러나 2분기 들어서며 유럽과 미국, 일본 등 주요 소비국의 코로나19 사태가 더 심각해져 “컨테이서선 시황 역시 시간이 지나며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고서는 전망하며 “컨선 시황도 타선종 시장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사태의 상황 전개에 따라 시황회복 여부가 달라질 수 있어 현재로서는 2020년 시황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한편 LNG선 시장은 코로나19 사태의 직접적인 영향이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LNG선 운임은 하락세였지만 이는 전형적인 계절요인에 따른 것이며, 선형에 따라서는 운임상승현상도 발생했다. 1분기 중 용선료의 하락 폭도 컸지만 여전히 양호한 수준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그러나 3월에는 각국의 발전수요 감소 등 LNG 수요가 감소하고 아시아 스팟운임이 크게 하락했는데, 이같은 LNG시장 현상은 중동과 아프리카 등지의 LNG 개발사업에 악영향을 미쳐 올해 대규모 발주예정이던 LNG선 발주가 지연될 수 있는 위험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세계 신조선 발주량 전년비 71.3%, 주액 77%, 건조량 27.4% 감소
한편 조선업에서는 세계 신조선 발주가 2019년 동기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이미 언급한 것처럼 연료비용의 급감에 따른 선주들의 노후선의 교체 압박이 감소하고 해운시황 부진으로 인한 투자심리까지 위축되면서 선주사의 발주에 대한 관망세는 신조 발주의 급감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코로나19에 따른 세계적인 이동제한이 다국적 기관들의 협의와 협상을 통한 국제거래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동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1분기 세계 신조선 발주량은 전년동기에 비해 71.3% 감소한 233만CGT(클락슨)였으며 발주액도 전년동기대비 77%가 감소한 54.9억달러였다. 건조량 또한 전년동기대비 27.4% 줄어든 682만CGT였다.

신조발주 감소현상은 모든 선종에서 나타났다. 대부분의 선종이 전년동기대비 50% 이상의 발주감소를 기록한 가운데 탱커가 상대적으로 낮은 감소폭을 보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벌크선은 1분기동안 전년동기대비 71.5%의 신조발주 감소율을 보였고 컨테이너선은 45.1% 줄었다. 수에즈막스급 발주가 비교적 양호했던 유조선도 21.8%의 감소율을 보였으며 제품운반선은 36.9%의 신조발주 감소율을 기록했다. 최근 2년간 신조선 시장을 주도해온 LNG선도 올해 1분기에는 중형선만 2척 발주돼 91.8% 감소했다. 크루즈선박 발주량 역시 2019년 동기에 비해 92.9%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수주점유율 중국 64.5%, 한국 15.6%, 일본 7.9%
“조선시장 회복에 국제유가 45불이상 회복이 중요”
조선국가별로는 CGT기준 중국의 수주점유율이 크게 상승한 반면 한국은 하락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 중국은 세계발주량의 약 32%를 점하는 자국발주 물량과 벌크선, 중형 LNG선, VLCC를 포함한 대형 탱커 등 다양한 선종을 적극 수주한 결과 64.5%의 수주점유율을 기록했다. 한국은 15.6%의 수주점유율을 기록했는데, 1월과 3월의 수주성과가 저조한 결과로 분석됐다. 일본의 수주점유율은 7.9%로 더욱 축소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세계 신조선 시장의 발주 급감의 주원인으로 보고서는 유가하락의 영향을 꼽았다. “신조선 수요는 2025-30년의 장기투자에 기반하기 때문에 일시적인 전염병 사태가 결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그러나 유가영향은 선주들의 노후선 운영 가능성을 새롭게 보여줌으로써 신조선 수요를 크게 위축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와함께 보고서는 코로나19 사태의 해소로 세계적인 이동 및 경제활동 재개가 중요하지만, “신조선 시장 입장에서는 국제유가가 45달러이상의 비교적 정상적인 수준으로 회복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라는 견해와 함께 조선업 역시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보고서는 “올해 1분기 세계 신조선 발주량이 수요충격이 있었던 2016년 1분기보다도 34% 적은 수준이므로 새로운 충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며 “아직 더 지켜봐야 한다. 하반기에도 1분기와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조선업계로서는 연내 또 한번의 수요충격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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