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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사판례연구
컨테이너 지체료, 어디까지 인정할까
[560호] 2020년 04월 28일 (화) 16:42:48 김현 komares@chol.com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해양수산부 법률고문 역임)

<사건>
대법원 2016. 5. 27. 선고 2016다208129 지체료
원고/상고인 겸 피상고인 골드 스타 라인 리미티드
피고/상고인 겸 피상고인 세진중공업

 

<사건의 내용 >
원고 ‘골드’는 홍콩 해운회사이고 피고 ‘세진’은 한국 제조회사이다. 우성해운은 골드를 대리해 선하증권을 발행했다. 선하증권에 의하면 송하인은 세진, 수하인은 바라티 조선소, 운송인은 골드이고 조선 기자재 화물을 부산항에서 인도 나바섀바항까지 운송하게 되어 있었다. 골드는 2013년 3월 28일 화물을 짐 달리안호에 선적했다.
세진은 운송주선업자 글로벌 익스프레스를 통해 선하증권을 교부받아 수하인 바라티 조선소에 전달했다. 골드는 화물을 나바섀바항까지 운송했고, 4월 30일 양륙을 완료했다. 그러나 소 제기일인 2014년 4월 30일까지 수하인이 화물을 수령하지 않아 화물을 골드의 컨테이너에 보관해야 했다.

 

<원고 주장>
수하인이 화물 수령을 지체해 컨테이너 지체료(container demurrage 또는 container charges)가 발생했다. 컨테이너  47개를 2013년 5월 1일부터 2014년 4월 30일까지 이 사건 화물을 보관하는 용도로만 사용해야 했다. 선하증권에 “송하인과 수하인이 운송인에게 연대책임을 진다”고 되어 있으므로 송하인인 세진이 수하인 대신에 컨테이너 지체료를 골드에게 지급해야 한다. 컨테이너 지체료율은 골드의 홈페이지에서 공시했는데, 컨테이너 1대당 양륙 후 5일까지는 무료, 6일부터 12일까지는 1일당 26달러, 13일부터 19일까지는 36달러, 20일부터 26일까지는 45달러, 27일 이후부터는 97달러이다. 이에 따라 2014년 4월 30일까지 계산한 지체료는 160만달러(약 19억원)이다.

 

<판결>
1 제1심 판결 (울산지법 2015. 5. 13. 선고 2014가합16650, 원고 30% 승소)

골드가 공시한 지체율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볼 수 있다. 운송인과 화주가 손해배상 예정액을 정한 경우에도, 법원은 운송인과 화주의 경제적 지위, 계약의 목적과 내용,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동기, 채무액에 대한 배상예정액의 비율, 예상 손해액의 크기, 거래관행과 경제상태, 채무자가 계약을 위반한 경위를 참작한다. 손해배상 예정액의 지급이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 공정을 잃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법원은 손해배상 예정액을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
해상운송약관을 골드가 일방적으로 작성하였고 컨테이너 지체율도 골드가 일방적으로 공고하였다. 운송인인 골드가 화물에 관한 조치를 취함에 있어 송하인인 세진이 적극 관여하거나 손해를 줄이는 방향으로 운송인에게 지시하기 힘들었다.
세진이 운송주선업자 글로벌 익스프레스에게 지급한 해상운임이 8,500만원이었고, 그중 얼마가 골드에게 지급되었는지는 모른다. 골드가 컨테이너를 빌리는 경우 예상되는 차임을 고려할 때 골드가 청구하는 지체료 160만달러는 과다하므로 세진은 골드에게 컨테이너 지체료 50만달러만 지급하라. 소송비용은 골드가 60%, 세진이 40%를 부담한다.

 

2 제2심 판결(부산고법 2016.13. 선고 2015나52893, 원고 20% 승소)
원고 골드와 피고 세진이 모두 항소했다. 2심 법원은 1심 판결을 전반적으로 지지하면서 다음의 이유로 피고 세진의 책임을 더욱 줄여 30만달러만 골드에게 지급하라고 했다.
① 운송인 골드는 세진에게 화물 보관비용을 책임져야 한다고 말한 이후 1년 정도 경과하는 동안 화물의 보관에 따른 손해 증가를 방지하기 위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운송인의 손해 발생 및 확대방지 의무를 외면한 것이다.
② 운송인인 골드는 수하인이 화물 수령을 지체하는 경우 화물을 공탁하거나 관청의 허가를 받은 곳에 인도할 수 있다. 그리고 명백히 수령을 거부할 때에는 이 같은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 화물이 양륙된 후 상당한 기간이 지났다면 수하인의 수령거절로 보아 골드가 화물을 공탁할 의무를 부담하는데도 하지 않았다.
③ 골드는 선하증권 약관에 따라 ‘화물 연체료, 컨테이너 지체료에 관해 화물을 법원을 거치지 않고 사적 매매나 공매로 매각할 수 있는 권리가 있었는데도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
④ 골드의 컨테이너 지체율은 기간이 질어질수록, 특히 27일째부터는 급격히 증가된다. 보관이 길어질수록 골드는 컨테이너 차임 상실을 배상받는 것을 넘어 오히려 예상치 않은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
⑤ 골드는 화주가 화물 수령을 지체하여 실제로 어떤 손해가 발생했는지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지 못했다.

 

<평가>
대법원은 2심판결을 받아들여 심리불속행 기각을 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통상 대법원이 판단하기에 1심과 2심의 결론이 유사하고 사건의 내용에 관해 더 이상 다툴 실익이 많지 않을 때 취하는 방법이다.
수하인이 화물을 수령하지 않아 화물을 담은 컨테이너가 도착항에 묶여 있을 때가 있다. 이 경우 운송용기인 컨테이너의 소유자인 운송인은 컨테이너를 활용하지 못한 손해를 입었으므로 수하인 (수하인이 지급하지 않을 때에는 송하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예정된 손해배상의 금액이 지나치게 많아 운송인이 자신의 손해를 배상받는 것을 넘어 이익을 보는 것까지는 허용되지 않는다. 정의의 관념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화주의 화물 수령거절로 인해 손해를 입은 홍콩 운송인이 화주에게 컨테이너 지체료를 청구하는 것은 인정하되, 일방적으로 운송인의 홈페이지에 공시한 컨테이너 지체료율에 따라 계산한 160만달러의 지체료가 과다하다고 보아 대법원은 30만달러만 화주가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운송인과 화주의 이익을 적절하게 조화시킨 판결이라고 생각한다.

 

(*이 사건에 관해 박영재, ‘컨테이너 초과사용료(container demurrage)의 제척기간 및 인정범위,’ 한국해법회지 제41권 제1호(2019. 5)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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