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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랑길 체험기
[560호] 2020년 04월 28일 (화) 16:22:48 김동관 komares@chol.com

35코스 옥계시장 – 정동진역 13.8km / 5시간 40분 (-40분) 

2019년 12월 30일 월요일 비 그리고 흐림

 

   
 

 기해년 마지막 해파랑 트레킹을 준비하며 별 넷, 별 다섯 코스라서 시간 배분이 애매하여 전날 출발하는 2박 2일 일정을 잡았다. TV방송에서는 제야 타종식과 새해 일출 소식을 전하느라 바쁘고 우린 2년에 걸친 트레킹에 남들과 달리 우리의 길을 간다는 묘한 만족감에 미소를 짓다. 떠나는 거야 우린...

16시 01분 서울역 플랫폼을 떠나는 강릉행 KTX-산천 열차에 몸을 실으며 창밖으로 촉촉하게 내리는 겨울비를 바라보며 나의 도시에 작별을 고하다. 내일 서울 기온이 영하 10도라는데 동해안 바닷가는 괜찮을지...괜히 몸과 마음이 추워진다. 전전날의 송년파티로 피곤한 몸이 먼저 알아서 잠을 청하네. 2시간 동안 쿨쿨...17시 53분 강릉역 도착...역앞 버스정류장으로 향하는데 겨울바람이 매섭게 스치운다.

 

일출 관광객으로 벌써 강릉역앞은 혼잡하다. 불현듯 일출 관광객과의 혼잡이 걱정된다.

내일 안인해변에서 하룻밤을 자야겠기에 썬모텔에 전화를 하니 방값이 18만원 이래...Oh My God...대박이다...새해 일출로 인파가 몰린다고 평소보다 5배나 비싸다...이런 단순하게 해파랑길 걸으며 새해 일출을 덤으로 볼 생각이었는데 복병을 만났어...부랴부랴 내일 21시 30분 서울행 KTX를 예매하고 110번 버스를 타고 옥계로 향하다.

 

오후 8시 어제가 5일장인 옥계현내시장은 시골이라서 그런지 좀 이른 시간인데도 어둠속에 인적이 드물고 썰렁했다. 지난번 코스를 마치며 한번 먹고 싶었던 소머리국밥에 소주 한잔으로 빈속을 달래며 국밥은 별로다 싶었다. 근처 성운장 여관에 3만원에 여장을 풀고는 내일 일정을 의논하며 내륙코스인 37코스에 민박이라도 있으면 계획대로 움직이기로 하고 취침하다. 밤새 바람소리는 윙윙 댔다.

 

2019년 12월 31일 화요일 맑음

새벽 4시 30분 바지런한 해두 후배는 벌써 일어나 부산떨다...뜨건한 방바닥에 누인 몸은 잠을 설친 탓인지 노곤하다 이대로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푹 잤으며...뭔 고생이람...억지로 일어나서 간단하게 요기하고 5시 40분 길을 나서다. 어둠 속에서 해파랑 표식을 찾지 못하여 이리 저리 헤매고 여러 번 갔던 길 빠꾸하는 바람에 시간을 지체하다 농협 하나로 마트 사잇길로 들어서다 큰길에서 다시 표식을 찾아 헤매고 건널목을 건너 현내교동길을 걷다 공사 중인 들판길을 찾느라 또 헤매다...조금은 짜증이 날만한데 문득 머리를 들어 하늘을 보니 별이 총총하다 북두칠성이 바로 머리 위에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도시에서 잃어 버렸던 어릴적 옛 기억을 이렇게 맞이하다니 가슴이 뭉클했어

 

낙풍천을 따라 옥계해변 가는 도로 길은 조성중인 근처 산업단지로 가는 공사차량의 질주로 위험천만하였다. 옥계해변 캠핑장을 한 바퀴 돌고 한국여성수련원 앞에서 표식이 잘못되어 왔다 갔다 하고는 도로 길로 나와 걸었는데 나중에 보니 솔밭갓길로 걸어야 되었었다.

 

헌화로 따라 금진해변길을 걸으며 바다 저 멀리 하늘이 비록 구름에 가리웠지만 붉게 물들고 있었고 금진교를 지나며 드뎌 2019년도 마지막 일출을 보다...다사다난한 한해를 보내며 힘들고 어려웠던 모든 시름을 다 가져가고 새해에는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그리고 내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행복해지기를 진심으로 빌었다...바람 때문에 금진 바다엔 파도가 너울처럼 몰아치며 붉은 햇살아래 하얗게 부서지고 있었다...자꾸만 파도와 같이 내 영혼도 바스라지며 하늘로 날아오르는 듯하다.

 

이른 아침인지 문 여는 식당이 보이지 않네 날은 춥고 배는 고프고 에고 힘들다...금진항 뒷산 위에 전망 좋은 곳에 TOPS10호텔이 까만 모습으로 위용을 과시하며 우뚝 서있고 바닷가 아래엔 동해횟집에서 순두부로 아침을 먹다 왠지 주인 아지매가 반갑게 맞으며 빨간 고기 한 마리 서비스로 구워주시네...평창 동계 올림픽때 동네를 수용해서 호텔을 지었는데 머 한집에만 손님 몰아준다며 불만...이 어촌이 올림픽과 무슨 관계람

이 호텔은 해두후배가 다니는 회사에서 지은 호텔이라 친구들이 이곳에서 숙박하라고 야단인데 정작 후배는 묵묵 부답 답이 없네. 아침에 날씨가 추워 핸드폰 밧데리가 엉망이네.

 

심곡항에서 정동심곡바다부채길과 강릉바우길9구간이 갈라지며 아름다운 바닷길의 삼국유사의 “헌화가” 전설의 도로도 경유한다 그다음 우린 내륙길로 들어선다. 나중에 바다부채길을 한번 걸어봐야겠다...또 해파랑 표식이 잘못되어 잠시 헤매다 산길로 접어들어 곰두리 연수원 지나고 도로 건너 강릉바우길9구간을 걷는데 나지막한 소나무 군락에 오히려 아래보다 따뜻하여 걷기엔 편하였지만 머 보는 게 없어 걷다가 보니 정동진 해변으로 내려서다.

 

인증표시판 찾느라 공중화장실 앞에서 헤매다 지도보고 정동진역 앞으로 오해해서 다리 건너 해변길로 모래시계공원도 보고 가야하는데 그냥 도로 따라 걸어서 정동진역으로 가다... 정동진역 부근에는 내일 일출 관광객을 위한 준비가 부산하며 벌써 한해를 보내는 관광객들이 많이 보인다. 20년만에 본 정동진역은 초라하게도 적어 보인다 다시 지도 보고 11시 20분 괘방산 등산로 입구에서 인증 도장을 찌고 35코스 완보하다.

 

36코스 정동진역 – 안인해변 9.4km / 4시간 30분

별 다섯 36코스 시작은 괘방산 산불초소에서 입산자 기록하고...머 옛날에 무장공비가 내려왔기에 그런다나...목계단을 올라 강릉바우길8구간 산우에바닷길로 들어서다. 마치 송년산행을 하는 것처럼 183고지를 오르고 숲길을 걸어 걸어 당집 지나면서 산우에 바다는 무신 바다...잔돌길 따라 걸으며 넘어질까 땅만 보며 걸었네.

 

하지만 힘들게 오르고 올라 정상 즈음 통신탑에서 바라본 정동진해변의 장관은 아마도 내 기억 속에 꽤나 오래 기억될 것 같았다. 한 10Km나 될까 긴 해변 앞 바다엔 하이타이를 풀어 놓은 듯 하얀 포말들이 바다 위를 뒤덮고 먼 너머 산위엔 선크루즈 호텔 두척이 바다와 육지를 향해 금방이라도 헤쳐 나갈 것만 같았다. 산정상에는 내일 일출을 보기 위해 야영금지라고 했는데도 텐트를 치고 있는 젊은이들이 있다. 아마도 내일 새벽이면 수많은 인파가 저 해변에서 새해 첫 일출을 보며 추억을 만들어 가겠지...머물고 싶은 생각을 남겨두고 내리막길 걷다보니 어느새 안인해변으로 내려선다.
 

   
 

등산로 입구에 해파랑 표시판은 있는데 인증도장이 없네...지도에 보니 안인항 공중화장실 옆이라고 해서 철길 건너 지랄 같은 썬모텔을 지나 좀 더 걸어 가보니 인증도장은 있는데 표시판이 없네...제기랄 아까 인증샷을 찍고 오는 건데...되돌아가서 찍기는 사실 트레킹이 아니라 등산하느라 지친 몸이 거부를 하네...15시 50분 인증도장 찍고 빈 표시판에 인증샷을 찍으며 36코스 완보하다.

 

 37코스 안인해변 – 오독떼기 전수관 18km

일단 열차시간도 남았고 해서 37코스를 더 걷기로 했다...가다가 다행히 민박이나 있으면 하루를 더 묵고 완보하기로 하고...군선강을 건너 남동발전 옆을 지나 염전해변길을 걸으며 사구에 올라 부서지는 파도를 보고 사진도 찍고 하다 보니 에구 또 길을 놓쳤네...군부대 앞에서 다시 되돌아 생태관찰로로 들어서다

 

해송 사이로 걸으며 메이플비치 CC를 빙 둘러 가다보니 하시동리로 내려선다...도로를 따라 가면 풍호마을 연꽃단지...겨울철 연꽃은 다 지고 황량한 연대에 진흙탕만 남아있네...저 진흙 속에 연뿌리가 있을 란가 생각하다보니 어느새 날은 저물고 민박집은 없고 하여 서울로 가기로 결정한다. 37구간 6km를 지나 이번일정은 종료한다...마을버스는 18시 15분에 하시동 종점에서 출발한다는데 아직 45분이나 남아 있네...춥고 배고프고 기다리기 고달파 철길 건너 버스정류장에서 있는데 버스가 온다...하시동행인데 강릉 가나고 물으니 타라고한다...이 버스가 종점 가서 되돌아가는데 가는 코스가 다르다고 그리고 이번 막차라고...정말 우린 운이 좋았어...117번 버스기사 아줌씨 고마워여

 

강릉역에 와서 1시간 20:30 출발 차편으로 교환하고 삼겹살 굽고 소주한잔하며 이번 해파랑 트레킹을 마무리하다...참고로 강릉 시내 모텔도 15만원이래 어제는 6만원 이었는데...버스기사님도 음식점 아지매도 그렇게 해서는 강릉이 발전이 없다고 성토하데...메뚜기 한철 장사 언제쯤이면 정상적으로 될는지 걱정 일세 금년내는 집에 들어 갈수는 있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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