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파장이 2월말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욱 커지고 있다. 2월 말에는 세계 모든 전문가들이 ‘중국의 바이러스 감염사태가 어떻게 또 언제부터 진정될 수 있을까?’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었다. 세계 공급망의 생산중심지인 중국의 마비가 초래할 영향을 가늠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였던 것이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난 3월 말에 중국은 잠잠해졌으나 유럽과 북미지역 모두에서 바이러스가 유행하고 있다. 아시아, 유럽, 북미 등의 많은 나라가 사람의 국제이동을 중지시켰다. 국제간 이동뿐만 아니라 국내이동 금지 더 나아가서는 집밖으로 나오지 말라는 조치가 확산되고 있다. 올 스톱! 그 자체를 보고 있는 것이다. 1930년대 대공황이나 2008년 금융위기 때에는 그래도 사람의 이동은 가능했었다. 사람의 이동은 경제활동의 기본이다. 그런데 바이러스가 경제활동을 스톱시키고 있는 것이다. 3월 둘째 주 미국에서 실업수당을 청구한 사람이 28만 명이었으나 셋째 주에는 328만 명으로 증가하였다. 마침내 터졌다는 탄식이 번지고 있다.
 

이러한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여파로 해운시황은 자유 낙하하듯이 주저앉았다. 건화물시황을 표현해주는 BDI지수가 500대로 추락했고, 대형벌크선박 시황을 나타내는 케이프지수는 이미 마이너스로 표기되는 유례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컨테이너선 시황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의 공장이 멈추자 컨테이너화물이 창출되지 않아 공선운항도 연출되었다. 이에 2월 10일 경부터 4월 초까지 태평양항로에서 선박운항이 40항차나 취소되었다. 미국 서부항만 종사자가 하는 말 인즉, 떠난 배가 돌아올 기약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불황은 3가지 특징을 보인다. 첫째는 수요부족, 둘째는 공급초과, 셋째는 운임하락이다. 누구나 아는 당연한 사안을 거론하는 이유는 현 사태가 종잡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복잡하거나 종잡을 수 없을 때에는 상황을 최대한 단순화시켜야 어느 구석이 문제인지 용이하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세계적 확산으로 주요 국가들의 경제활동이 위축되고 있기 때문에 해운시장의 물동량이 크게 감소할 것은 명확하다. 문제는 얼마나 감소하고 언제부터 증가세로 반전할 수 있느냐이다. 중국만 문제인 것처럼 보인 2월 말에는 중국 주요 항만의 1-2월 컨테이너물동량이 1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잠정 발표되었다. 그러나 미국 서부항만 종사자들은 15% 이상 감소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리고 중국의 제철소를 비롯한 많은 공장들이 봉쇄되었기 때문에 원자재수입이 급감하였다.

3월 말에는 중국의 공장이 가동되고 있어도 미국과 유럽의 소비가 마비되었기 때문에 다시 공장이 멈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이에 중국 정부는 해외로부터 바이러스 역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3월 26일부로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한다고 발표하였다. 공장가동보다 국경폐쇄를 선택한 것이다. 이제 물동량문제는 미국과 유럽의 경제활동이 얼마나 위축되고 또 언제 재개될 것이냐에 달려있는 것이다.
 

공급문제는 2008년 금융위기 직전 거의 모든 해운회사가 대량으로 발주하여 시장에 나온 선박이 아직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고, 그리고 선박의 환경오염에 대한 국제규제를 충족하기 위해 금융위기 이후 발주된 친환경선박이 더해져서 10년 넘게 극심한 공급초과가 지속되고 있다. 중국효과(China effect)와 환경규제가 해운시장에 공급자함정을 파놓은 것이다.

그러나 이 공급문제는 해운회사들이 어느 정도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0년간 선박 해체도 많이 이루어졌고 또한 해운회사들은 오랜 불황속에서 저속운항, 계선, 일시적인 운항 중지 등의 효과를 학습하였기 때문이다.
 

운임하락 문제도 어느 정도는 견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0년 넘게 저운임에 단련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실선사들이 많이 정리되었고, 경쟁과열은 수지악화로 되돌아온다는 교훈을 체득했기 때문이다. 또한 화주들도 오랫동안 낮은 운임을 누리면서 운임못지 않게 서비스 질도 중요하다는 것을 체감하였기 때문에 예측 가능한 그래서 안정적인 물류를 위해서 해운회사의 생존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이상과 같이 정리해보면 종잡을 수 없는 미래를 어느 구석에서 대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인지 좁혀진다. 바로 미국과 유럽의 코로나바이러스 유행사태가 ‘얼마나 큰 상처를 낼 것인지 그리고 언제가 되어야 반전의 이정표가 세월질 것인지?’에 초점을 모아야 한다. 해운회사들은 이 초점을 겨냥해서 각자의 예상시나리오를 설정하여 대비해야 한다.
 

최근 국내외 언론보도를 살펴보면 향후 미국경제 전개양상에 대해서 3가지 시나리오가 제시되고 있다. V자형 시나리오, U자형 시나리오, I자형 시나리오 등이다. 미국의 금융위기 극복을 진두지휘했던 벤 버냉키(Ben Bernanke) 전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바이러스의 유행은 자연재해이기 때문에 충격이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 바이러스문제는 눈사태와 같은 성질의 문제이지 대공황과는 다른 성격의 문제라는 것이다. 따라서 바이러스가 통제되면 경기가 급격히 회복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날카롭고 짧은 불황과 빠른 회복’의 V자형 시나리오를 예상하는 것이다.

한편 제임스 블러드(James Bullard)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는 바이러스 통제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견해이다. 즉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어야 코로나바이러스가 통제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면 경기는 빠르게 회복된다는 U자형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바이러스는 상어와 같은 것이라 상어만 잡으면 경기침체는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블러드는 2분기 미국의 실업률이 30%에 달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미국경제가 매우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08년의 금융위기를 예측하여 유명해진 뉴욕대학교 누리엘 무리뉴(Nouriel Roubini)교수는 매우 비관적인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L자형도 아닌 I자형 상황을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조성된 여러 조건들에 비추어 볼 때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은 대공황(Great Depression)보다 더 심각한 대대공황(Greater Depression)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루비니 교수는 바이러스가 유행하기 이전에도 미국의 문제, 유럽의 문제, 중국의 문제가 동시에 터짐으로써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상 3가지 시나리오의 공통점은 충격이 커서 고통도 매우 클 것이라는 점이다. 마침 주요 국가들의 지도자들도 사태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미국에서는 대통령, 여당, 야당 만장일치로 2조 달러라는 막대한 경기부양책을 결정하였고, EU 등의 부양책까지 포함하면 5조 달러하는 전대미문의 물량공세 정책들이 발표되고 있다. G7회의와 G20회의가 신속하게 이어지고 있는 등 이구동성으로 위기극복을 외치고 있다. 이러한 부양책은 3가지 시나리오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해운회사들이 잊지 말아야 할 한 가지는 경제정책 결정자들은 상황반전의 이정표를 물류지표에서 찾아왔다는 점이다. 해운회사들이 경제전문가들보다 더 빨리 이정표를 발견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는 셈이다. 이 점을 잘 활용하면 세계적인 경기부양 효과를 남보다 먼저 그리고 더 많이 누릴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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