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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랑길’ 체험기
[558호] 2020년 03월 02일 (월) 11:36:07 김동관 komares@chol.com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시작해 강원도 고성의 통일전망대까지 걷는 770km 거리의 초광역 트랙킹 루트인 ‘해파랑길’을 찾는 트랙킹족이 늘고 있다. 정부가 2010년 지정한 ‘해파랑길’은 10개 구간에 50개 여행지를 거치는 루트로 총 코스는 50개이다. 올해초 해파랑길 걷기에 도전한 필자가 트렉킹을 하며 동행자에게 툭툭 건네거나 혼잣말하듯 기록한 日誌식의 체험기를 투고해왔다. 이번 6월호부터 구간별 체험기를 수차례에 걸쳐 연재하고 있다.              <편집자 주> 

 

28코스 부구삼거리-호산버스터미널 10.7km / 3시간

-2019년 11월 16일 토요일 맑음
어둠이 내린 포도위로 살짝 빗방울이 들다... 옷깃을 여미며 종종 걸음으로 길을 나서다 떠남은 언제나 기대감으로 설레게 되는데 그건 아마도 나의 DNA 속에 방랑벽 인자가 있기 때문... 군상들 틈에 휩쓸리며 우등버스로 다시 그 자리 출발점에 서다.
오전 11시 부구삼거리에서 해안 차도로 따라 가다 만나는 조용한 해변... 하얀 모래밭과 에메랄드 바다... 펜션 바닷가 그집... 머물고 싶다는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환상적인 풍경에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도회지에서의 고단한 삶을 던져 버리고 그저 유유자적 신선놀음에 빠져 도끼자루 썩는지도 모르게 살아봤으면 여한이 없으련만.

 

   
 

짧은 바닷길 끝에 울진북로 아스팔트 길로 올라가며 따가운 햇살이 바람을 타고 다가온다 이름 모를 새들의 지저귐이 귀에 간질이고 노오란 꽃잎들의 향연에 취해 쉬엄쉬엄 걸어가는 내 발걸음... 길섶 보랏빛 들국화 밟힐세라 노심초사하다 보니 어느 듯 도화동산에 다다른다 동산 위 팔각정에 누워 저 멀리 아스라이 펼쳐진 산 정경을 바라보며 힘든 여정의 짐을 잠시 내려놓는다... 조선시대 미역을 임금님께 진상하였다던 고포마을을 지나, 2000년 강원도 산불 때 민관군이 힘을 합쳐 진화하고 나서 배롱나무를 심어 동산을 만들고 휴식공간을 조성했다는데 겨울이라서 빈 나뭇가지만 안쓰러워 보였다 내년 봄에는 분홍빛 배롱나무 꽃 백일홍이 화사하게 피어날 거라고... 그때쯤 사랑하는 사람이랑  다시 한 번 찾아오면 좋겠다고 상상하며 다른분께도 봄에 이곳을 들르라고 추천하고 싶다.


오르막길을 한참 올라가면 자유수호의 탑이 우뚝 서있다. 1968년 울진 삼척 침투 무장공비를 소탕하고 나라사랑의 교훈을 기리고자 1984년 삼척군민이 세운 것인데 이렇게 만나 보니 격세지감이다 초등학교 시절에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하다 무참히 살해된 이승복을 배웠던 기억이 남아 있는데... 
고개를 넘으며 드디어 강원도에 들어서다 울진북로가 끝나고 삼척로가 시작된다. 길은 하나인데 이름이 바뀌는 것이지... 여기서 고성까지 가는 길이 낭만가도 Romantic Road of Korea... 빼어난 해안절경을 품고 있다는데 아마도 해파랑길에서 만나고 헤어지며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갈령재에서 삼척수로부인길로 들어서다... 인적 드문 호젓한 임도를 따라 도란도란 이런 저런 산행 이야기를 나누며 걷다 보니 상월천 마을에서 도로로 이어지고 가곡천변을 따라 걸으며 월천교에서 속섬(솔섬)을 바라보다 역시나 생각했던 이쁜 사진 모습은 간데 없고 그저 솔밭이 있을 뿐 실망이얌... KOGAS 커다란 탱커만 눈에 들어온다 차라리 반대쪽 가곡천에서 노니는 황새(?)가 보기 좋았다. 
낭만가도를 질주하는 트럭들 때문에 도로를 걷는데 힘이 들지만 그래도 지친 다리 품을 팔며 걷다 보니 호산교... 오후 14시 28코스를 완보하다.

 

29코스 호산버스터미널-용화레일바이크역 18.3km / 5시간 25분             
호산정류장옆 분식집에서 라면으로 아침겸 점심을 먹는다. 이래 먹고 완보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지만 시간도 그렇고 거하게 먹으면 걷기도 불편해서 간단하게 먹고 저녁참에 잘 먹을 걸 기대하며 길을 나선다. 
오후 14시 30분 해파랑길 안내판 앞에서 인증도장을 찍고 있는 중년을 만나 반가웠다... 해파랑길을 걸어 오면서 다섯 번째로 해파랑길을 걷는 이를 만났는데 퇴직을 하고 고성에서 걷기 시작했다며 완보하고 나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을 계획이래서 좀 부러웠다... 나도 언젠가는 산티아고 걷기를 꿈꾸고 있지만 시간과 돈과 몸이 허락 될는지...


호산교를 건너 좌측으로 호산천을 따라 콘크리트길을 호젓하게 걷는데 도로 공사하는데서 표식이 보이지 않아 찾고 있는데 지나가는 자가용 아저씨가 뒤돌아 밑에 길로 가야 된다고 해서 뒤돌아 갔으나 어~ 아니네 다시 뒤돌아 직진해서 보니 표식이 있어 좀만 더 갔으면 발견 했을 텐데... 걷다보니 삼거리 어디로 가야 되나 또 표식이 없어 헤매고 있는데 담장안 아지매 왈 저 밑 굴다리로 지나가야 된다고... 고마우셔라... 도로 공사로 표식이 없어져서 고생이야 얼른 보수 되어야 할텐데.
산길 조금 걸어 한전 사택 옆을 돌아 아스팔트길로 나와서 계속 이어지는 도로를 걷는데 그저 차량만 오가는 지루한 여정이다... 발바닥도 아파 오고 버스정류장에 앉아서 단감으로 간식 먹고 힘을 내어 걷다보니 임원항... 오후 17시 15분 날도 저물고 이어지는 코스가 산길이기에 예서 머물기로 하고 민박집 정하고 횟집 거리에 가서 모듬회 한사라에 소주 한잔 하루의 피로를 풀며 정리하다... 

 

   
 

-2019년 11월 17일 토요일 흐림 그리고 비
새벽 5시 35분 오늘 하루 3코스를 걸어야 하고 오후엔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도 있고 해서 일찍 길을 나서다 깜깜한 밤에 임원천을 따라 시멘트 포장길을 헤드랜턴에 의지해 걸어가는데 하늘엔 어스름 달무리 지고 인적 드문 고즈넉함에 취해 왠지 메밀꽃 필 무렵 속 허생원이 불현 듯 생각났다... 나도 왼손잡이 일까.
아침이 밝아오고 용화골 임도 따라 아칠목재까지 숨 가쁘게 올라가며 아침 등산 기분을 만끽하고 내리막길 내려가다 굴다리를 지나며 공사 중이라 표식이 또 없어졌네. 아마도 직진이겠지 피박골로 내려오니 장호해변... 파도치는 아침 바다와 해상케이블카 그리고 펜션들... 길을 잘못 드는 바람에 좋은 구경 하였네요... 08시 25분 장호초교 앞에서 인증도장을 찍다. 

 

30코스 용화레일바이크역-궁촌레일바이크역  7.0km / 2시간 35분         
아직 운행전인 레일바이크를 배경으로 한 컷하고 산토리니 펜션 밑 무너진 산길 걸어 아스팔트 도로로 올라가서 정자쉼터까지 오르막길 걷다... 내려다보니 아침햇살에 빛나는 파도가 부서지는 아름다운 용화해변에 눈이 부셔 차마 사진에 담기 어려워 마음속에 간직하였다. 해파랑길을 걸으며 이런 장광을 볼 수 있다는 건 축복이라 생각한다... 아마도 저녁노을 지는 야경도 멋지지 않을까.  동행하는 후배의 직원 친정댁이 이곳 부근에서 팬션을 한다고 한다. ‘혹 저집이 아닐까’ 라고 상상도 해본다.


아스팔트길을 걸어 내려가면 레일바이크 철로 건널목이 나오고 늙은 신호수가 바이크가 지나간다고 차단기를 내리며 깃발을 흔들면 열심히 페달을 밟으며 끙끙대는 바이크가 손을 흔들며 지나간다... 저들과 우리 중에 누가 더 무식할까 잠시 의문을 가져본다 지 하고싶은대로 하는 거지 뭐. 건널목 건너서 황영조 기념공원으로 올라간다... 몬주익 언덕을 달리던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 영웅의 동상이 동해바다를 배경으로 시원하게 서 있다... 나도 시상대에 올라 사진 한 컷하며 감동의 순간을 느껴본다.
기념공원을 내려오면 황영조의 생가가 있는 초곡항... 우동 한 그릇에 늦은 아침 떼우고 옛 7번 국도를 따라 걷다... 세은정사 절에 들러 해두는 법당에 들고 나는 바다를 바라보며 청아한 소리를 듣는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사랑도 버리고 미움도 버리고 산처럼 물처럼 살다가라네... 정신이 나간 육체는 해골일 뿐이라고. 어느 덧 궁촌... 레일 따라 가다가 바닷길 표식을 찾아 헤매고 이번에도 매점 아저씨 도움으로 해변으로 걸어서 11시 05분 궁촌레일바이크역에 도착... 용화에서 궁촌까지 5.4km 레일바이크 때문에 삼척이 유명해졌다고...

 

   
 

31코스 궁촌레일바이크역-덕산해변입구  8.9km / 2시간 25분             
11시 10분 하늘은 점점 구름으로 덮어가고 비가 올 듯한 분위기에 괜히 마음이 바빠진다. 사래재 오르막길 차도를 바라보며 에구 다리야 한숨이 나지만 그래도 걸어야만 하는 당위성에 젖 먹던 힘내어 걷다보니 고개마루... 다시 한참을 내리막길 걸어 동막교를 건너며 마읍천을 따라 뚝방길을 걷는데 축사로 인하여 고약한 냄새에 머리가 다 아프다. 우째 이런 길에 해팔랑길을 만들었는지 이해가 안 된다. 
부남교를 지나며 마을 안길로 한바퀴 돌아서 다시 도로로 나오며 마읍천을 따라 걷다가 덕산교에서 뚝방길로 지루하게 이어지다 덕산해변 입구에 다다른다. 지도를 잘못 보아서 인증도장 찍는 곳을 찾느라 한참을 시간 허비하고 덕봉대교 건너서 맹방해수욕장 입구에서 발견하고 인증샷 찍으며 31코스 완보하다... 어느새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해서 트레킹을 멈추고 택시를 불러 삼척고속터미널로 가서 보니 10분 뒤 동서울행 버스 출발하네 만사를 제쳐두고 그냥 버스타고 서울 오니 비가 내리고 있네... 31코스는 아마도 최악의 코스가 아닐까 싶다. (2019.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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