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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랑길’ 체험기
[557호] 2020년 02월 03일 (월) 14:55:14 김동관 komares@chol.com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시작해 강원도 고성의 통일전망대까지 걷는 770km 거리의 초광역 트랙킹 루트인 ‘해파랑길’을 찾는 트랙킹족이 늘고 있다. 정부가 2010년 지정한 ‘해파랑길’은 10개 구간에 50개 여행지를 거치는 루트로 총 코스는 50개이다. 올해초 해파랑길 걷기에 도전한 필자가 트렉킹을 하며 동행자에게 툭툭 건네거나 혼잣말하듯 기록한 日誌식의 체험기를 투고해왔다. 이번 6월호부터 구간별 체험기를 수차례에 걸쳐 연재하고 있다.              <편집자 주>

 

25코스 기성버스터미널 - 수산교  23.3km / 5시간 47분
-2019년 10월 26일 토요일 맑음

새벽 05시 15분... 어둠이 내린 아파트 사잇길로 새벽 찬바람이 불어와 한껏 몸을 움츠리게 하고 을씨년스러운 보도 위로는 가을 낙엽이 나뒹군다. 이 계절이 깊어가고 있음이야... 지하철역... 첫차를 기다리는 서민들의 바쁜 발걸음에 삶의 피곤함이 묻어난다.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07시 10분 숱한 군상들 속에서 용케 해두君과 조우하고 동서울터미널을 빠져나온 우등BUS는 중부고속도로를 달려가는데 졸음에 겨워 작은 몸을 의자에 파묻고 잠을 청한다. 두시간쯤 지났나 보다 평창휴게소에 들어서는데 가을단풍 행락철이라서 인지 주차장이 만원이네. 바깥세상은 경기가 어려워 사네 마네 하는데 놀러 다니는 이들은 다른 별 사람들인지...

 

   
 

버스가 후포까지 간다고 해서 기사님에게 혹시 출발지인 기성터미널도 가느냐고 물으니 간다고... 아싸!! 재수야! 울진에서 버스를 갈아타지 않으니 일정상 시간 세이브가 된 셈이다. 왠지 이번 트레킹에서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로또 복권이라도 사야 되나..하하.
어느새 동해고속도로에 들어섰다. 매년 5월 늦봄의 향기를 맡으며 다니던 길이라서 새삼 새로웠다. 동해바다... 그 정겨운 이름처럼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감싸 안으며 화사한 가을 햇살에 눈이 부시다. 근덕에서 고속도로는 끝나고 7번 국도로 이어진다. 임원-호산-부구-죽변-울진 내일 다시 걸어서 올 길을 내려가고 있다. 누군가가 말했듯이 사서하는 고생이라고 좀은 마음이 심란하다. 그래도 말간 가을 하늘은 아름답다.
11시 56분 기성공용정류장에 도착하다 인적도 없이 한적한 모습이 낯이 익어 반가웠다. 김밥 한줄로 요기하고 드뎌 출발... 논 사잇길로 걸어가는데 벼 베어낸 논과 아직 추수 전인 논의 좌우 대비가 묘하다... 왜일까? 생각하다 보니 따스한 햇살에 싱그러운 바람이 온몸을 살갑게 만져주니 오늘 걷기에 딱 좋은 날씨여...
이어지는 포장도로길 산을 가로질러가는 내내 조용하기만 하다...바람이 잠잠해지니 가을 햇살이 따갑다... 오매 또 얼굴 끄실란가...썬크림 바른 효과를 볼는지 몰것다... 한참을 오르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다... 코발트색 하늘이 너무 맑다 못해 눈이 시리다...
 

고개를 넘으니 사동항... 물빛 바다가 마주 한다...하얗게 물보라를 일으키며 부서지는 파도가 끝없이 밀려드는데 반짝이는 포말이 아름답기만 하고 자그마한 등대는 애초로운 모습으로 외로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마을회관앞 상생이라는 글자가 마음에 와 닿는다. 한적한 마을의 표식처름 나라일 하는분들도 ‘상생’하면 좋으련만...
기성망양해변... 해변길을 따라 걸으며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원도 없이 보았다. 육지에서는 바람도 없는 듯 한데 왜 파도는 저리도 넘실되는 걸까... 파도소리 BGM 삼아 해변 솔밭길을 걸었다. 아늑한 품안 같은 느낌... 해파랑길에서 만나는 숨겨둔 보물이랄까...
 

망양정 옛터를 지나고 두 번째 울진대게 조형물을 만나다. 거대한 집게발에서 공룡의 느낌을 받았다면 좀 지나칠까... 이쁘지는 않았어... 오르막 끝에 망양휴게소... 잠시 쉬어 가리라 하며 저 멀리 푸른 파도와 너른 바다를 넋 놓고 바라보다... 갈 수만 있다면 날개짓 힘껏 하여 먼 바다 너머 이어도로 날아 갈텐데.
동정항... 중국 동정호를 닮았다고 해서 보니 앞바다는 잔잔했다... 아마도 지리적 여건 탓인지... 해안길 포장도로를 따라 파도치는 갯바위에 낚시꾼은 세월을 낚고 굽이굽이 돌아가는 차도를 걷는 내는 다리만 아프다... 빨리 가자... 물개 한 마리가 바다에서 올라와 턱하니 바위엔 앉아 있어 물개바위라 하고... 해안도로를 만들며 마을 사람들이 지켜낸 촛대바위엔 파도가 끝내주게 부서진다. 너무 매력적이라서 한동안 동영상 찍으며 바라본다.
 

금년 여러 태풍으로 인해 피해가 막심한데 이곳도 예외는 아니었다. 깊게 파인 도로를 보며 빠른 복구를 기대한다.
바닷가 풍경 좋은 곳 지나 카페에 앉아서 사과계피차 한잔하며 평온한 마음으로 바다를 바라보며 상념에 잠겨본다 따스한 온기가 온몸을 감싸며 이대로 머무르고픈 유혹이 짙게 스며든다 아니될세... 어느 듯 해가 뉘엿뉘엿 산 너머로 지고 어촌마을 누구네 집에선 밥 짓는 구수한 내음이 콧끝을 스치운다... 배고프겠다 빨리 가자.
산포리를 지나서 해변 삼거리에서 좌회전하여 어둠속에 한참 올라가니 망양정해맞이공원내 소망전망탑이 불 밝히고 있고 맞은편 울진대종이 있어 함 쳐볼라고 하니 안되네... 오기로 머리로 대종에 헤딩하니 종소리는 나지 않고 골만 아프다 어리석은 중생이여... 망양정은 수리중이라서 올라 갈 수가 없다네... 왕피천이 바다와 만나고 하얀 백사장과 파란 바닷물이 만나는 정경을 보지 못해서 좀은 서운했어... 근데 밤이라서 보였을란가... 케이블카 공사장을 지나 도로로 내려와 데크길 걸어 드뎌 18시 07분 수산교에 도착하여 인증도장과 인증샷을 찍다.

 

26코스 수산교 - 죽변항 입구 13.1km / 3시간 46분
날은 저물었지만 밤이 길어 뭘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좀 더 걷기로 하고 수산교를 지나 울진엑스포공원으로 들어서다. 조명이 아스라이 비추는 낙엽길을 걷는 건 또 다른 운치가 있어 좋았다... 헤드렌턴에 의지하여 밤길 걸으며 한편으론 무섭기도 하지만 인적 없는 공원의 밤 시간을 즐겼다.
바닷가를 돌아서 울진 은어다리를 건너며 보니 지도상에 산을 넘어야 해서 오늘 트레킹을 마칠려고 했는데... 어라 남대천을 따라 해파랑 표시가 있네 정말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데크길을 한참 걸어 시내 들어가는 다리에서 STOP 하고(19:30) 대구모텔에서 여장을 풀고 근처 대박돼소에서 삼겹살에 소주 한잔... 그렇게 선후배의 끈끈한 정을 나누며 하루를 마친다.

 

   
 

 

-2019년 10월 27일 일요일 맑음
새벽 05시 50분 사과 한 개로 아침 식사 떼우고 어제 끝길에서 다시 걷기 시작한다... 연호공원이 산속에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시내 울진군 의료원 뒤편에 있네 이럴 줄 알았으면 어제 더 걸었어도 되었는데 구코스 지도라 좀 황당했었다... 어쨌든 연호공원은 잘 정비되고 꾸며져 있어 이른 새벽 주민들이 운동을 하고 있었고 우리도 호수 둘레길을 한 바퀴 돌아서 차도 따라 고개를 넘어가니 바다와 마주한다... 아침이 깨기 전의 고요함에 마음을 가다듬고 하늘을 바라보니 구름이 드리운 동쪽하늘엔 붉은 기운이 사방으로 번져간다.
연지리 해변...하얗게 포말을 남기며 부서지는 파도를 차마 사진에 다 담을 수 없어 마음에 눈에 가득 담고 길을 걷는다... 일출... 구름사이로 수줍게 내미는 빠알간 속살같은 햇살에 가만히 눈을 감고 소원을 빌어본다... 머무를 수 없는 이 순간 내겐 가장 행복해야만 하지 그렇게 우린 살아가게 될 거라고 양정항, 골장항을 지나고 따스한 아침 햇살을 받으며 데크길을 걷고 있는 나에게 봉평바다는 가만히 속삭여주었다...그동안의 아픔과 번뇌를 내려놓고 가벼운 마음으로 일상으로 돌아가라고... 하여 씩씩한 걸음으로 걸어 죽변항 2km 지점 대나무 조형물을 오랫동안 바라다 보았다... 어제 거쳐 지나간 시외버스정류장 옆에서 인증도장과 인증샷을 찍었다.

 

27코스 죽변항 입구 - 부구 삼거리 11.4km / 3시간 30분
죽변항... 항구의 아침은 부산하다... 맛집일 것 같은 식당엘 가니 웬걸 단체 손님인지 모두들 기다리고 있네...맞은편 돌섬식당으로 가서 물곰탕을 시켜서 아침을 거하게 먹었다. 여기도 예약이 있는데 시간이 있어 다행이도 먹을 수 있었다... 아~ 이번 코스는 산길인데 우예 갈거나 배부르면 잠 올 텐데.
9시 15분 아침 경매가 끝난 위판장을 지나며 보니 아주머니들께서 고동을 씻고있고 또 조금 지나니 자그마한 물고기를 삽으로 담고 있었다... 뭐나고 물으니 맥아리라는데 설마 우리가 쓰는 맥아리 없다는 그 말일까 궁금증만 더했다. 데크길로 올라 가는데 중간에 출입금지란다... 왜일까 싶어 넘어 들어가니 중간쯤에 길이 무너져 버렸네 아마도 태풍 영향일지 몰라.


옆길로 우회해서 가니 죽변등대와 2004년 SBS방송국에서 방영되었던 TV드라마 <폭풍속으로> 촬영 세트장이다 절벽 위 이층집이 이쁘게도 자리 잡고 있다. 많은 관광객들이 다녀가며 하트해변에도 갔겠지만 우린 먼 발치에서 바라다 보고는 갈 길은 재촉한다. 큰 길 도로 따라 내려와 보니 죽변항 입구... 그냥 한바퀴 돌았구먼 폭삭 속았다.
사실 해파랑길을 하면서 수없이 돌아오는 경우도 많았는데 처음 이길을 만든 사람 원망도 많이 했었다...
이어진 산길 도로로 올라가는데 숨이 차다. 시골집 감나무가 정겹게 느껴진다. 삼거리에서 길을 헤매느라 꽤나 시간 소비하고 그리고는 갑자기 나타난 폐쇄된 군용비행장 활주로... 텅 빈 공간이 주는 광할함이 왠지 씁쓸했어... 매전교를 건너며 고목리와 신화리로 이어지는 차도는 아마도 한여름에 왔더라면 반죽음이었을걸.
고목1리 버스정류장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마지막 피치를 내서 차도를 걸어 내려오니 한울원자력 홍보관으로 코스가 이어지네...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텅 빈 홍보관이 왠지 그런 느낌을 주는 것 같았다... 부구천 다리를 건너 12시 27분 인증 스탬프와 인증샷을 찍으며 완주하였다. 부구터미널에서 서울행 표가 13:30에 있단다. 후포에서부터 거쳐오는 버스이며 전산이 원활하지 않아 지정좌석은 없고 승차후 남아있는 자리에 앉는다고 한다. 자리가 없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잠시. 많은 좌석이 있어 편하게 서울로 GO 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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