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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제재 관련 운송대금 송금의 지연 문제”
[557호] 2020년 02월 03일 (월) 14:52:05 한국선주상호보험 komares@chol.com

최근 모 선사에서 해상운송 운임을 송금했으나 해당 송금이 중계은행의 처리 단계에서 진행이 되지 않아 그리스 선주의 독촉에 따라 해당 운임을 선주의 다른 계좌로 재차 송금해야 하는지 여부를 검토 요청 받은 적이 있다. 선사의 담당자는 아마도 해당 선주의 선박이 과거 이란 기항 기록이 있어서 미국 중계은행이 송금을 막은 것으로 추정하여 이중지급의 위험을 우려하였다. 다른 건에서 선사는 정기용선계약상 지급받을 용선료가 입금되지 않아 중국의 용선자에게 대금 지급을 독촉했으나 용선자는 송금증을 제시하며 자신은 계약에 따라 용선료 송금을 완료했다는 입장만 되풀이하여 선사의 대응 방안에 대한 자문을 요청받은 적이 있다. 특히 화물 양하작업의 완료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으로 선박이 반선되면 용선자 상대 지급을 강제할 방법이 제한되어 적극적인 대응조치를 고려하였다. 이와 같이 이란 또는 북한제재 등과 같은 미국의 제재조치로 인해서 미화로 지급하는 운임 및 용선료 대금이 송금과정에서 차단되어 당사자간의 분규가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와 유사하게, 국내 뉴스에 따르면 자녀의 유학자금을 외국에 송금하였으나 수취인 이름이 북한의 제재대상 이름과 동일하여 해당 자금이 차단되고 해제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소식도 있다. 이와 같이 이번 호에서는 미국의 제재로 인해서 용선료나 운임 지급이 중계은행에서 차단되어 지연되는 문제에 대해서 알아보고 그에 따른 운송계약 상의 대응 방안 및 고려사항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국제 송금 절차
국제적 송금업무는 은행간 국제 거래 (전산 메시지) 시스템인 SWIFT (Society for Worldwide Interbank Financial Telecommunications) 을 통해 이루어 진다. 해당 시스템은 세계의 여러 은행들이 국제 송금업무를 안전하고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1977년 설립되었는데 현재 약 200여 국가의 약 10,000여개 은행 및 금융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해당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국제 송금과 관련하여 빠르고 안전하게 은행간 메시지를 교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여 비록 수많은 국가의 은행들이 해당 시스템에 참여하고 있으나 그 자체만으로 한 국가의 은행에서 송금하는 자금을 수취인 국가의 은행이 즉시 처리할 수는 없고 대신 상호 거래계약이 존재하는 중계은행을 통해 그 송금업무가 완성되게 된다.

 

미국의 제재
미국은 안보 및 인권보호 등의 명목으로 이란, 북한, 시리아, 러시아, 쿠바, 베네수엘라 등을 대상으로 제재법을 통과시켜 특정 인물/단체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고 해당 인물/단체를 상대로 한 거래 또는 제재 대상 국가와의 일정 거래를 금지시킨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의 제재업무를 주관하는 재무부 (US Department of Treasury) 산하 해외자산통제국 OFAC (Office of Foreign Asset Control)은 구체적으로 거래금지 명단 SDN (Special Designated Nationals)을 작성 관리한다. 미국의 제재를 준수할 의무는 원칙적으로 미국 관할권 내로 제한되고 실제 대부분의 제재는 미국인 및 미국기업이 제재대상 국가와 거래를 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일부 제재에서는 그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하여 전 세계 누구라도 제재 대상 행위를 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데 그러한 제재를 위반하는 경우 미국의 시스템 이용에 제한을 받게 되므로 궁극적으로 전 세계를 대상으로 제재 준수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전 세계 은행들은 그러한 제재내용을 준수하기 위해 업무절차를 강화하고 제재의 위험을 피하기 위하여 약간의 의심이 있는 경우에도 송금 중단과 같은 과도한 대응을 할 가능성이 있다. 그 과정에서 거래금지 명단 상 동명이인을 상대로 한 대금이 지급중단 되는 등 실제 제재위반이 없는 경우에도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의 은행인 경우 SWIFT 송금명령을 받았는데 해당 거래가 제재대상으로 의심되는 경우 해당 대금을 차단(block)시켜 별도 계좌에 보관해야 하고 그렇게 차단된 자금은 해외자산통제국 OFAC에 별도 해제신청 후 승인을 통해서만 해제처리가 가능하다. 이러한 과정으로 인해서 실제 대금이 차단된 이유가 동명이인과 같은 단수 오류인 경우에도 그 해제절차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운송계약 상 대금 지급의무
운송계약에는 선하증권을 바탕으로 한 개품운송계약, 항해용선계약 및 정기용선계약이 있는데 각각의 경우 모두 운송을 의뢰한 당사자의 대금지급의무는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특히, 정해진 기한 내 대금이 지급되지 않는 경우 선주는 계약에 따라 화물의 양하/인도를 거부하거나 선박을 철수하는 등 심각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기 때문에 미국의 제재로 인해서 대금지급이 지연된다면 당사자간 분규를 초래할 수 있다. 항해용선계약의 경우 통상 화물 선적 후 일정 시일 내 운임을 지급할 것이 요구되고, 정기용선의 경우 보통 매 15일의 용선료를 미리 지급할 것이 요구된다. 용선계약은 대부분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하는데 일반적인 계약조항 상 (‘payment to be made’ 등) 대금지급 의무는 용선자가 대금을 송금하는 시점이 아니라 선주가 해당 대금을 실제로 자신의 은행계좌에 수취하는 시점에 이행되는 것으로 본다. 따라서, 비록 용선자는 대금을 송금하였으나 은행의 사유로 선주의 계좌에 수취되지 않은 경우 용선자는 대금지급의무를 미이행한 것이 된다.

 

대금 미수 시 선주의 가능한 조치사항
(1) 항해용선계약 

항해용선계약에서 운임이 지급되지 않은 경우 선주는 계약 내용을 바탕으로 크게 두 가지 조치를 고려할 수 있다. 하나는 화물 유치권(lien on cargo) 이라는 명목으로 화물의 양하/인도를 거부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용선자가 해당운송을 근거로 하위 계약자로부터 받을 미지급 운임을 직접 수취하겠다고 하위 용선자에 통지하며 개입하는 것이다(lien on sub-freight). 이러한 선주의 조치들은 계약상 권리로 해당 권리가 계약상 명시되어 있어야 한다. 화물 유치권(lien on cargo)과 관련하여 그 한계로써 비록 영국법에서는 선주의 계약상 화물 유치권을 폭넓게 인정해주나 다수의 국가에서는 채무자인 용선자가 화물의 주인이 아닌 경우에는 선하증권을 소지한 별도의 화주가 항해용선계약의 유치권에 구속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여 선하증권 소지자가 화물인도를 요구하는 경우 선주는 계속해서 화물의 양하/인도를 거부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선자가 운임을 미지급하는 경우 선주는 상당 시간 화물의 양하/인도를 지연시킬 여지가 있다.


한편, 운임이 미지급 되는 경우, 용선자가 하위계약자로부터 받을 운임(sub-freight)을 선주가 직접 수취하는 조치(lien on sub-freight) 역시 고려할 사항이다. 해당 조치는 선주가 하위계약자에게 lien 통지(용선자에게 운임지급 금지 및 하위계약자가 지급할 운임을 선주에게 직접 지급할 것 요구)를 보내며 개시되는데, 그 효력이 영국법 상 유효하며 동시에 해당 통지를 받은 하위계약자는 이중지급의 위험으로 해당 통지를 무시하고 기존 계약대로 용선자에게 운임을 지급하기에는 상당히 부담된다. 결과적으로 하위계약자로부터 운임수취가 어려워지는 용선자는 조속히 선주와 미지급 운임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본 조치의 한계는 하위계약자가 선주의 lien 통지 전에 이미 운임을 지급한 경우에는 아무런 효용이 없다.

 

(2) 정기용선계약
정기용선계약상 용선료 지급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선주는 상기 항해용선계약 부분에서 언급된 선주의 가능 조치에 추가하여 선박을 철수할 권리가 있다. 개별 계약의 내용에 따라 용선자에게 사전 경고를 하고 재차 정해진 기한 내 용선료가 입금되지 않는 경우 실제 선박을 철수할 수 있다. 선박을 철수한다는 것은 매우 극단적인 조치이고 화물이 선적된 상태인 경우 그 후속처리가 복잡하여 실제로 빈번히 이루어지지는 않으나 가파른 용선료 상승 시장에서는 한번의 용선료 미지급으로 인해 선박이 철수될 위험도 존재한다.


제재로 인한 송금 지연/중단 시 고려사항
(1) 송금지연/차단의 원인 파악

운임/용선료를 송금했으나 일정시간이 지나도 선주가 해당 대금을 수취하지 못하는 경우 용선자는 우선적으로 은행을 통해 정확한 송금이 차단된 지점과 그 사유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해당 송금의 지연/차단이 단순히 중계은행 등의 업무 오류이거나 실제 미국의 제재위반과 관련되었을 수 있는데 그 사정에 따라서 대응도 달라질 수 있다. 한편, 송금의 지연/차단을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당사자는 송금을 의뢰한 용선자측 은행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해당 은행을 통해 원인파악이 필요하다.

 

(2) 선주와 적절한 지급 협의
예정된 운임/용선료가 입금되지 않는 경우, 선주는 용선자의 신용도에 따라 대금수취에 대한 불안감을 느낄 수 있으며 양하거부 등과 같이 상기 언급된 선주의 대응 조치를 고려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선박의 작업지연이 발생할 수 있고 해당 지연으로 인해 또다시 분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송금이 차단된 이유가 선주의 제재위반인 경우를 제외하고, 용선자 입장에서는 운임/용선료의 지급지연으로 발생하는 시간 손실을 용선자가 부담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가능한 최대로 선주의 양해를 구해서 (a) 지급일정을 조정하거나 (b) 보증장 제공을 제안하며 작업지연을 피하거나 또는 (c) 마지막 방안으로 해당 대금을 재송금하여 작업지연 및 시간손실을 최소화시킬 필요가 있다. 한편, 관련한 결정이 어려운 이유는 송금이 차단된 이유가 선주의 제재위반에 따른 은행의 조치인 경우 용선자가 대금을 중복해서 지급하는 상황이 되는 것인데 그 송금 지연의 사유를 즉시 확인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급적 대금을 재차 송금하는 것은 최후의 해결안으로 두고 보증장 제공의 제안 등 선주의 양해를 구하며 선박의 작업지연을 피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의하는 것이 안전하다. 또는, 용선자가 불가피하게 대금을 재차 송금해야 하는 경우에는 선주의 각서를 받아서 해당 대금이 선주의 제재위반으로 차단된 경우 선주가 해당 대금을 반환할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것이 필요하다.

 

(3) 송금 지연과 관련한 책임관계
상기에 언급된 것과 같이 통상적으로 용선자의 의무는 대금이 선주의 계좌에 수취되도록 하는 것이므로 특별히 선주의 문제가 아닌 경우 송금지연의 책임은 용선자에게 있다. 반면, 송금지연의 사유가 선주의 제재 위반에 근거한 경우 선주는 용선자의 송금지연/차단 사유를 근거로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울 것이고 관련한 손실은 선주가 부담해야 할 것이다. 한편, 별도 조항이 없는 상황에서 당사자간 분규가 될 수 있는 사항은 직접적 계약당사자가 아닌 상위 선주 또는 하위 화주의 제재 위반으로 해당 거래에서 자금차단의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이다. 이러한 경우 명시조항이 없기 때문에 상호 관련손실에 대한 상당한 다툼이 예상된다. 이러한 분규를 예방하기 위하여 아래에서 언급되는 것과 같이 계약상 상호 양측의 제재위반이 없음을 보증하는 보호조항을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편 은행의 책임 가능성과 관련하여, 송금과정에서 제재의심 등의 사유로 자금이 차단되었으나 궁극적으로 제재대상이 아닌 것을 확인하고 송금에 상당한 지연이 생겼다고 하더라도 송금거래 약관, 은행과실의 부재 및 손해예측의 어려움 등의 사정으로 은행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4) 국제제재 관련 보호조항의 활용
    (BIMCO Sanctions Clause 2020) 

용선계약상 상대방이 국제제재를 위반하여 처벌을 받게 되는 경우 해당 계약의 수행에 상당한 지장이 있으며 그에 따른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 제재 대상에 해당하여 송금이 제한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모든 계약의 체결 시 보호조항을 삽입하여 활용하는 것이 안전할 것인데 최근 2019년 12월 BIMCO에서 정기용선 및 항해용선계약을 위한 새로운 제재 보호조항을 각각 제작하여 해당 조항의 활용이 유용할 수 있다 (BIMCO Sanctions Clause for Time Charter Parties 2020, BIMCO Sanctions Clause for Voyage Charter Parties 2020 : BIMCO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 정기용선과 항해용선에 따라 상이한 부분이 있으나 공통적으로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선주는 자신뿐만아니라 해당선박, 등록선주 및 용선체인의 모든 당사자의 제재위반이 없음을 보증하는 반면 용선자는 자신 뿐만 아니라 송하인, 수하인 등 하위계약자 누구도 제재위반이 없음을 보증한다. 해당 보증 위반 시 상대방은 즉시 계약을 해지할 수 있으며 보증위반에 따른 모든 손해를 청구할 수 있다.
또한 해당 운송을 제공하거나 용선자의 명령을 수행하는 것이 제재위반에 해당하는 경우 선주는 서비스를 중단할 수 있으며 그로 인해 선주가 제3자로부터 받을 수 있는 클레임 역시 용선자가 보상한다는 내용이다. 해당 조항이 있는 계약에서 실제 일방이 제재위반을 하여 송금이 차단된 경우에는 그에 따른 책임을 제재위반자에게 넘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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