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개정 일본 해상법

 

 
 

김인현 교수는 2004년과 2005년 미국 텍사스대학 유학시절에는 ‘미국해상법교실’을, 2013년 싱가포르 국립대학에서 연구할 때에는‘싱가포르 해상법교실’을 열어 해양한국 독자들에게 소식을 전해주었다. 이번에도 안식학기를 맞아 일본 동경대학교 법과대학에서 객원연구원(visiting researcher)으로 있는 김 교수는 ‘일본 해상법교실’을 개설하여 6개월간 일본 해상법 관련 다양한 정보를 전해주기로 했다.                     -편집자 주-

 

권한이 축소된 선장 
해상기업은 바다를 이용한 운송영업을 한다. 화물을 실어 나를 선박과 그 선박과 화물을 책임지고 운반해줄 현장의 선장이 있어야 한다. 선박은 물적 설비, 선장은 인적 설비라고 한다. 선장은 선박에서 최고 권력자로서 지위를 갖는다. 상법상 의미를 갖는 것은 선장은 선박소유자의 대리인이다. 선장은 선박소유자가 자신을 대신하여 항해 수행 중 필요한 일을 처리하라는 권한을 부여받은 자이다. 
선장이 선박소유자의 대리인이라는 의미는 아래와 같다. 한국 국적의 A회사의 선박이 아프리카 오지에 입항하였다고 하자. 그는 선박연료유 및 부식을 공급받아야한다. 현지의 공급업자와 A회사의 대표이사가 직접 계약을 체결하여야 한다. 그는 멀리 떨어져있다. 선장이 대표이사를 대리하도록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현지에서 그런 행위를 한 결과는 공급업자와 A 회사에게 효력을 미치게 한다. 공급업자는 선장에게 대금지급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A 회사에게 청구해야하는 것이다. 이러한 대리권은 수권의 범위 내에서만 유효한데, 일일이 수권의 범위를 확인 할 필요가 없이 포괄적으로 ‘항해에 필요한 재판상 재판외의 모든 행위’를 할 권한을 허용하여 상대방이 대리권의 유무를 확인할 필요가 없도록 한 점에 상법의 의의가 있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모두 선적항 내에서는 좁은 대리권을 주고 선적항 밖에서는 넓은 대리권을 주었다. 선적항 내에서는 선원의 고용과 해고에 대한 권한을 가지고, 선적항 밖에서는 재판상 재판외 모든 행위를 할 수 있다(우리 상법 제749조). 예컨대, 비상시 예항계약을 체결했다면 이는 선박소유자에게도 효력이 있게 된다.
그런데 선장의 대리권은 옛날과 같이 광범위하게 주어질 필요가 없는 것은 사실이다. 전화, 팩시밀, 카톡 등 여러 다양한 방법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이를 반영하여 일본 개정 상법은 선장의 법정 대리권의 범위를 줄이게 되었다. 선적항 외에서 선박을 저당의 목적으로 붙이는 것, 자금을 빌리는 것도 원칙상 대리권의 범위가 아닌 것이 되었다. 선적항내에서 아예 규정을 삭제하여 선원의 고용과 해고에 대한 대리권은 갖지 못한다(개정 상법 제708조). 그렇지만, 이것은 일본의 성급한 태도인 것으로 보인다. 해상법은 상선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어선에도 적용된다. 원양어선과 같은 경우에는 아직도 어선 선장이 선원들을 선발하는 것이므로 여전히 이러한 범위의 선장의 대리권은 필요하다고 하겠다. 임의규정이므로 특별히 선주가 선장에게 선원의 고용에 대한 수권을 줄 수 있다고 생각된다.
 

운송인의 의무
우리 상법상 운송인의 의무에는 감항능력주의의무와 운송물에 대한 주의의무 2가지가 있다(우리 상법 제794조 및 795조). 일본에서도 이와 같다. 그런데, 좀 이해하기가 복잡하다. 일본은 국제운송에 적용되는 국제해상물품운송법(일본 COGSA)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내항에서는 감항능력주의의무가 무과실책임으로 되어있었다(개정전 738조). 국제운송의 경우는 과실책임주의이다. 운송인이 발항시 주의의무를 다해서 선박의 감항성을 갖추려고 했다면 그 결여로 인한 사고시에도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제3조 제1항). 이번 개정에서 이러한 내항에서의 감항능력주의의무도 국제운송과 동일하게 하기 위하여 과실책임 주의로 변경했다(상법 제739조). 이 규정은 개품운송의 경우에는 강행규정이라서 운송인이 이를 감면하는 약정을 하면 무효이다(제739조 제2항). 그런데, 항해용선계약에서는 이를 화주와 약정으로 면할 수 있도록 했다(제756조). 이는 우리와 달라진 점이다(우리 상법 제839조 제1항).
운송물에 대한 주의의무는 운송인이 주의의무를 다했음을 입증하지 못하면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상법 해상편에 둔 것이 아니라 관련 규정을 상행위편에 두었다(제575조). 국제운송은 헤이그비스비규칙을 도입한 것이라고 우리와 같다(일본 COGSA 제5조). 이는 강행규정으로서 운송인이 책임을 면할 수 없다(일본 COGSA 제15조, 우리 상법 제799조).

 

포장당 책임제한
우리나라에서는 포장당 책임제한 제도는 상식수준으로 해운인들에게 널리 잘 알려져있고, 손해배상의 문제만 발생하면 운송인은 기본적으로 이를 주장한다. 일본의 상법을 아무리 찾아보아도 포장당책임제한권에 대한 내용이 없다. 그러므로 내항운송에서는 운송인은 법률상 포장당 책임제한을 주장할 수 없다. 국제운송의 경우에는 COGSA에 의하여 가능하다(제13조). 우리나라와 같이 단위당 666.67SDR과 kg당 2SDR중에서 큰 금액이다. 내항운송에서도 약정으로 이것이 가능한지 의문이 제기된다. 이를 규제하였던 일본 상법 제739조가 삭제되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본다.
당사자의 약정과 상법의 관계가 의문이 생긴다. 민사법에서는 당사자가 약정한 것은 우선하여 효력을 인정한다(당사자 자치의 원칙=계약자유의 원칙). 상법은 대부분 임의규정이고 임의규정과 다른 당사자의 약정은 당사자의 의사를 먼저 적용해준다. 또한 당사자가 아무런 약정을 하지 않은 경우에는 상법의 임의규정이 적용되는 점에서 임의규정이 의의를 갖는다.

 

운송증권
일본의 COGSA도 헤이그 비스비규칙을 도입한 것이기 때문에 선하증권의 사용을 전제로 했다. 그러므로 해상화물 운송장이나 복합운송증권에 대한 규정은 당연히 존재하지 않았다. 이번 상법개정에서는 복합운송증권(제769조)과 해상운송장(제770조)를 추가하게 되었다. 복합운송인의 손해배상책임은 상법 상행위편에서 통일적으로 정했지만 증권에 대하여는 해상운송편에서 정하고 있다. 제769조 제2항에서 선하증권의 채권적 효력(제760조), 물권적 효력(제763조), 상환성(제763조) 등에 대한 규정을 모두 준용하고 있다. 해상운송장은 우리나라의 해상화물운송장(sea way bill)을 말한다. 이는 유가증권이 아니기 때문에 선하증권과 관련된 효력을 준용하지 않았다. 우리나라도 동일하다. 다만, 우리상법은 운송인과 송하인 사이에는 기재에 대하여 추정적 효력을 부여했지만(우리 상법 제864조). 일본은 그렇지 않다.


일본은 상행위 운송편에 화물상환증에 관한 지시증권성(제762조), 상환성, 채권적 효력, 물권적 효력 등을 규정하고, 이를 일본 COGSA에 준용하던 입장에서 벗어나서 상행위 화물상환증의 규정을 삭제한 다음 이를 해상편에 직접 규정하는 큰 변화를 가져왔다. 조금 차이가 나는 것이 제760조를 개정하면서 ‘운송인은 선하증권의 기재가 사실과 다른 점을 들어 선의의 소지인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COGSA 제9조를 그대로 이동시키면서 COGSA의 내용은 삭제했다. 운송인과 선의로 선하증권을 취득한 자 사이의 효력이다. 운송인은 대항할 수 없는 효력을 선하증권이 가진다(우리 상법 제854조 제2항). 운송인과 송하인 사이의 효력은 추정적 효력만 부여하는데, 이에 대한 규정(우리 상법 제854조 제1항)이 보이지 않는다.

 

각종 면책제도
운송인이 누리는 면책제도 중에서 가장 광범위한 것은 항해과실 면책이다. 항해과실면책제도는 화재면책과 같이 일본 GOGSA 제3조 제2항에 규정되어있다. 상법에는 규정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내항운송에는 항해과실면책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당사자 사이의 운송계약에 이에 대한 약정을 두고 있지 않았을 때 운송인은 상법에 의한 면책이익을 향유할 수 없었다. 그러한 약정을 둔다고 하여도 운송인의 중과실 등이 있는 경우에 면책약정은 무효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제739조) 항해과실면책의 약정을 해도 무효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이번 개정시 이 강행규정을 삭제했다. 그러므로, 약정으로 항해과실면책이 가능하게 되었다. 일본해운집회소에서는 이와 관련된 약정을 내항항해용선계약에 넣었다. 화재면책이나 해적행위로 인한 면책 등은 여전히 일본 COGSA에서 규정하고 있다(제3조 제2항, 제4조 제2항).

 

선박충돌
선박충돌만큼 많이 발생하는 해상사고도 없다. 우리 상법상의 선박충돌이 되면(우리 상법 제876조) 가해자는 책임제한을 할 수 있고, 물적 손해에 대하여 연대책임이 아니라 분할 책임을 진다(우리 상법 제879조 제1항). 충주호에서 발생한 선박충돌에는 민법이 적용되고 책임제한이라는 제도가 민법에는 없으므로 가해자는 피해자의 손해전액을 지급해야한다. 그러므로, 상법이 적용되는 선박충돌인지 아니면 민법이 적용되는 선박충돌인지가 중요하다.
일본은 선박충돌사고에 대하여 물적 손해에 대하여 분할책임이 아니라 연대책임을 인정하는 국가였다. 상법에 이에 대한 특별한 규정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민법의 공동불법행위법이 적용되었었다. 그러므로, 갑(화주 A)과 을(화주 B) 선박의 충돌에서, 50:50의 과실비율로 인한 사고로 A 화주가 손해 1억을 입은 경우에도 A는 갑에게 1억을 또한 을에게도 1억을 모두 청구할 수 있다. 갑은 지급하지 않았어야 할 책임 5천만원(5천만원은 항해과실면책)을 추가로 부담하는 것이 된다. 그런데, 일본은 이번 상법개정에서 1910년 충돌조약을 받아들여 연대책임에서 분할책임주의를 채택하게 되었다(상법 788조). 인적 손해에 대하여는 별도로 규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전히 민법의 연대책임이 적용된다고 해석된다.


개정 전은 선박사이의 충돌만 상법상의 충돌로 인정되었다. 그런데, 1910년 선박충돌조약의 입장을 받아들여 간접충돌도 충돌로 확대했다. 선박 옆을 지나가는 선박의 물결에 의하여 다른 선박내에 있던 것이 손해를 입어도 선박충돌로 인한 손해로 인정된다(상법 제790조, 우리 상법 제876조 제2항).
소멸시효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1910년 조약의 입장을 받아들여 재산상의 손해에 대하여는 시효가 1년에서 2년으로 늘어났다(상법 789조). 이에 반하여 인명사상에 대한 손해는 조약의 2년 입장을 따르지 않고, 이것이 짧다고 보아 민법의 일반규정을 따르도록 했다. 그래서 5년이다. 어느 경우에나 2년으로 하는 우리나라와 크게 달라지는 점이다(우리 상법 제881조). 일본은 1910년 국제충돌조약의 가입국이기 때문에 외국선박과의 충돌에는 조약이 적용되고 일본 상법은 국내선끼리의 선박충돌이나 일방이 비체약국인 경우에 된다는 점도 유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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