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자율운항선박을 개발하려고 한다. 이와 관련하여 해양수산부는 산업통상자원부와 3,985억 원 규모의 R&D를 추진하고 있다. 2019년 10월에 ‘자율운항선박 기술개발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를 이미 통과하였다. 2021년까지 안전운항 및 경제운항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2022년까지 친환경 및 스마트 관련 선박기자재를 개발할 계획이다. 이러한 관련기술 개발이 가속화되면서 2025년에는 원격조정으로 운항되면서 선원승선을 최소화시키는 선박을 개발할 계획이다. 2030년에는 원격조정도 필요 없고 선원도 없는 완전 자율운항선박이 개발될 예정이다.

이러한 정부정책이 제대로 이행된다면 10년 후에는 선원이 승선하지 않는 무인자율운항선박이 항해를 하게 되는 것이다. 해양수산부는 2030년 자율운항선박 관련 세계시장의 50%를 차지한다는 구체적 목표도 설정해놓고 있다. 단순한 비전이 아니라 목표가 뚜렷하고, 로드맵도 구체적이다.

우리나라 해운회사 경영진들은 이러한 자율운항선박의 적극적인 이용을 준비하고 있을까? 2년 전 어느 해운회사 자문회의에서 필자가 자율운항선박 상용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발언하자 동석한 보험전문가는 ‘보험회사가 그런 선박을 받아줄 일이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는 것을 목격한 바 있다. 최근 언론보도에는 선원들의 일자리 대책이 있는지? 관련 법규는 개정되는지? 등등 관련 업계의 우려와 걱정이 매우 크게 나타나고 있다. 현재의 이해관계와 법테두리에서 보면 변화는 항상 우려스럽고 걱정스럽다. 따라서 변화가 불가능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그래서 향후 10년 내에 선원 없이 그리고 원격조정도 필요 없이 선박 스스로 알아서 움직이는 자율운항선박이 가능하겠는가? 하고 강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하물며 그러한 선박에 여객이 탑승하겠는가? 또 화주들이 그러한 선박에 화물을 맡기겠는가? 보험회사들은 그러한 선박보험과 화물보험을 접수하겠는가? 하고 반문하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자율운항선박을 개발하려는 조선관련 업계는 매우 빠르게 움직이고 있으며, 일부 국가는 그 진행속도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빠르다.

우리나라 조선소들은 9년여 전부터 자율운항 관련 초보적인 기술을 개발하였고, 현재는 원격조정, 충돌방지 등 핵심관련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일본은 이미 자율운항선박의 시험항해에 성공하였다. 일본의 NYK Line은 2019년 9월 일본과 중국의 연안에서 7만 톤급 자동차운반선의 초보적인 자율운항을 성공시켰다. 충돌위험, 최적항로, 경제속력 등을 스스로 해결하면서 항해하는 17시간 이상의 시험운항에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선원은 승선한 상태였다. 그리고 17시간 연속운항의 성공이 아니라 20여 차례 시험운항시간의 총합계가 17시간이었다. 그럼에도 국제해사기구(IMO)의 지침서가 정한 초보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는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보다 더 속도감 있게 자율운항선박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1620년 9월 청교도들을 싣고 대서양을 건넜던 메이플라워(Mayflower)호의 4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2020년 9월 6일 자율운항선박으로 대서양을 횡단하는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인공지능 컴퓨터를 개발하는 미국의 IBM과 폴리머스대학, 영국의 선박설계업체 MSubs와 버밍엄대학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자율운항선박 MAS(Mayflower Autonomous Ship)호를 개발하고 있다. 세계 해운산업 발전의 획기적 전환점이었던 대서양항로에서 이 자율운항선박이 성공적으로 시험운항을 마친다면 바다를 항해하는 선박에 대한 이미지가 크게 달라질 것이다. 즉 현존 선박들은 모두 재래선박이라는 이미지가 붙게 될 것이다.

그러면 자율운항선박은 어떤 이미지들을 갖추게 될까? 향후 10년 동안 진행될 선박의 변신을 종합해보아야 한다. 우선 선박연료와 관련해서 LNG추진선박이 보편화될 것이며, 수소추진선박도 상업적으로 운항되기 시작할 것이다. 그래서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이산화탄소 등의 배출이 크게 감소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LTE급이 아닌 5G급 해양통신시스템이 보편화될 것이며, 6G급의 해양통신도 시작될 것이다. 이러한 통신체계로 무장한 사물인터넷시스템(IoT)이 해상운송네트워크를 구성하게 될 것이다. 블록체인시스템도 보편화될 것이며, 일부에서는 양자암호통신시스템을 장착한 선박도 등장할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과 인공지능(AI) 학습체계가 결합된 선박이 사람과 여객을 수송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10년 후의 선박 이미지가 이러하다면 그 때 가서 현존 선박들은 재래식선박이라는 이미지를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러면 선박의 변신은 10년 후에 끝인가? 아닐 것이다. 시작에 불과하다면 수긍하겠는가? 국제해사기구가 자율운항선박을 ‘해수면 위를 스스로 운항하는 선박(Maritime Autonomous Surface Ship : MASS)’으로 명명한 것은 해상(바다위)의 영역에서 혁신이 일어나고 있음을 지칭한 것이다. 자율운항선박이 선박변신의 시작에 불과하다면 그 뒤의 변신은 해상에서가 아니라 해중(바다속)에서 일어날 것이다. 이미 해중선박(Under Sea Vessel)이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해운회사 경영진들을 혼란스럽게 할 의도는 전혀 없다. 다만 돌아가는 추세가 이렇다는 것을 알리면서 미래 비즈니스전략에 반영하기를 바랄 뿐이다. 현존의 이미지, 이해관계, 관행과 법규체계 안에서만 판단하면 여기서 언급한 선박의 변신은 그저 황당무계한 것으로 치부될 것이다. 그러나 변신을 당연하고 또 가능한 것으로 수용하면 새로운 비즈니스 세계가 보일 것으로 확신한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선박의 변신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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