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11도의 매서운 추위 속에 열린 12월 콤파스의 강사로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최준선 명예교수가 나와 ‘한국경제 어디로 가고 있나?’라는 제목으로 발표하였다. 최 교수는 성균관대와 독일 마르부르크대학에서 법학박사를 받았으며, 한국해법학회와 한국상사법학회, 한국기업법학회 등의 회장을 역임하였다. 최근 한국경제신문을 비롯한 여러 신문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최근 한국중재대상(조정인 분야)을 수상하였다. 저서로는 회사법, 상법총칙, 국제거래법 등이 있다.

경영판단의 원칙과 사외이사 규정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최 교수는 최근의 상법 제399조와 관련한 대법원의 판결과 사외이사에 대한 재직연한 제한 규정에 대해 언급하였다. 즉, 경영자가 기업 이익을 위해 신중하게 판단했다면 예측이 빗나가 기업에 손해가 발생한다 해도 배임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원칙인 ‘경영판단의 원칙’과 회사에서 제시하거나 제출한 정보, 의견서, 보고서 또는 진술서를 선의로 신뢰했다면 충분히 보호받아야 한다는 ‘신뢰의 항변’을 우리 상법에 명문화해야 하고, 법으로 기업의 사외이사 임기를 통제하는 것은 위헌 요소가 있다고 지적했다. 회사의 이사직은 언제든 민형사상의 책임을 져야 하는 위태로운 직책이므로 이사회 결의는 특히 신중해야 함을 전제하고, 상법 제399조에 “이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하거나 그 임무를 게을리한 경우 회사에 대해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그 행위가 이사회의 결의에 의한 것일 때에는 그 결의에 찬성한 이사도 책임이 있으며, 결의에 참가한 이사로서 이의를 한 기재가 의사록에 없는 자는 그 결의에 찬성한 것으로 추정한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추정한다’고 한 취지는 이사가 스스로 찬성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회사 내규인 이사회규칙에는 이사들은 기권하지 말고 찬성 또는 반대로 분명하게 의사를 밝히라고 되어 있다. 그럼에도 이사회 의사록에 기권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면 지난 5월의 대법원 판결은 “기권은 결의에 찬성한 것으로 추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앞으로 책임질 결정을 두려워하는 이사들을 기권하도록 유도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원심은 기권한 자도 찬성한 것으로 분류했으나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면서 원심법원에 돌려보냈다. 미국에서도 기권을 찬성으로 추정하지 않지만, 적극적으로 추진하던 일을 이사회 회의석상에서만 기권했다고 면책되지는 않는다. 기권의 취지로 일관성 있게 행동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사는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이하 선관주의의무)에 위배되는 행위를 했다면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이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선관주의의무를 다한 것으로 인정될 수 있는가? 우리나라 회사법에 그 기준이 없으나 한국회사법의 뿌리인 미국회사법에는 근거가 있어 “이사는 자신의 의무를 이행할 때 회사의 기록 및 회사의 집행임원(상임이사) 또는 회사가 선임한 자가 그 직업상 또는 전문가로서의 능력 범위 내의 사항에 관해 회사에 제시하거나 제출한 정보, 의견서, 보고서 또는 진술서를 선의로 신뢰했다면 충분히 보호받는다”는 ‘신뢰의 항변’이 있다. 미국 판례에서 인정되고 독일 주식법에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는 경영판단 원칙과 신뢰의 항변을 우리 상법에 명문화 하여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정부는 상장사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제고한다며, 상장사 사외이사 재직연한 제한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의 상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즉, 한 상장사에서 6년 이상 사외이사로 재직했거나 그 계열회사에서 사외이사로 재직한 기간을 합산해 9년 이상 재직한 자는 그 직을 상실한다는 것이다. 우리 상법에는 “상장사는 이사 총수의 4분의 1 이상을 사외이사로 임명해야 하고, 감사위원회는 3인 이상의 이사로 구성하되 사외이사가 위원의 3분의 2 이상 돼야 하며, 감사위원회 대표는 반드시 사외이사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문제는 감사 및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모든 대주주의 의결권이 3%로 제한되는데, 이러한 3% 룰은 세계에서 한국 상법에만 있는 규정이다. 사외이사 임기 6년 제한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로 이미 시행 중이다. 공공의 성격이 강한 금융회사에 관한 기준을 사적 자치가 우선하는 일반 상장사에도 똑같이 적용하는 것은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규정이고 과잉금지 원칙 위반이다. 기업 임원은 임기제 공무원이 아니고, 오직 능력과 실력으로만 평가받아야 하는데, 9년 근무했다고 못하게 하는 것은 전문가를 쫓아내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하며, 법무부는 차제에 3% 규정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제의 어제와 오늘
최빈국 한국이 눈부신 경제성장으로 세계에 유례가 없는 원조 받는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바뀌기까지에는 많은 공로자들이 있었지만, 그중에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은 트루먼 대통령이다. 그는 미국의 34대 부통령으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부통령이 된지 불과 82일만에 대통령직을 승계하여 33번째 대통령이 되었다. 미국 대통령으로서 그는 미군이 유엔군과 함께 한국전쟁에 참전할 수 있도록 즉각 조치하였으며, 전후에는 세계 각국에 분배해야 할 원조를 한국에 쏟아부어 한강의 기적을 일군 인물이다. 둘째는 물론 공과는 있었지만, 자유 민주주의 국가의 기틀을 세운 이승만 대통령과 경제발전을 이룩한 박정희 대통령이다. 박정희 저 ‘국가와 혁명과 나’에 나오는 글을 소개한다. “국가의 기간산업인 공업의 수준은 말이 아니었다. 농촌은 농촌대로 피폐상이 목불인견의 참상이었고, 도시는 넘치는 지식층의 실업군은 너무도 딱했다. 국가예산도 절반 이상을 미국 원조에 의존하였다. 이러고도 과연 독립된 자유민주주의 주권국가라고 자부할 수 있을 것인가. 참으로 딱하고 기막힐 일이었다. 우리의 착하고 귀한 자손들에게 그와 같은 운명적 유전을 물려줄 수는 없지 않은가!”

사회주의의 사회관
사회주의의 사회관은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사회를 엔지니어링 하여 만든다”는 것은 전체주의 내지 사회주의적 관념이다. 그들은 인간을 구원하는 사회를 만드는 일을 가장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회는 정글이기에 공원으로 뜯어고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게 하려면 국가가 모든 것을 해주어야 한다. 높은 세금, 과태료, 과징금, 부과금, 벌금, 많은 공무원 등 큰 정부를 꾸려야 한다. 그들이 즐겨 사용하는 말들은 ‘행복한, 인간다운, 따뜻한, 열정’이다. 이것들을 만들어주기 위해 국가가 모든 것을 설계하고, 관리하고, 통합한다. 국민의 삶을 정부가 책임지며, 잘 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미국의 경제학자 헨리 조지는 그의 저서 ‘진보와 빈곤’에서 “국가가 토지를 소유하고 견제하여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단일토지세를 주장했고, ‘공산주의 역사’의 저자 리처드 파이프스는 “사적 재산소유권이 없으면 자유도 없고, 자유가 없으면 경제성장도 없다”고 그의 저서 ‘소유와 자유’에서 단언하였다. 모두가 좋아하는 공짜이지만,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인디언 정책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인디언들을 보호하기 위한 인디언 보호구역(Indian Reservation)으로 인해 오히려 인디언들은 멸종의 위기에 처해 있다. 인디언들에 대한 무상복지로 인해 그들은 일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의욕마저 상실하여 마약, 술, 도박에 빠져 겨우 1만여명이 남아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프랑스의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신간 ‘자본과 이데올로기’에서 경제 불평등을 제기하며 “모든 청년들에게 억대의 기본자산을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오스트리아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사회주의의 길은 노예의 길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의 저서 ‘치명적 자만’에서 “사람들은 공통의 목적을 전망하거나 계획할 수 없고, 추상적 규칙에 종속되기 때문에 의도하지 않거나 소망하지 않은 상황을 창조한다”며, 개인적 존재를 소홀히 한 채 공동의 목적에만 몰두하면 목적을 상실할 때 절망하게 되므로 목적에서 자유로워야 자신을 통해 책임과 만족을 느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국가는 지식이 없으므로 국가가 다 안다고 자만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들은 자원의 이용, 분배를 통제할 완전한 지적, 도덕적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치명적 자만에 빠진다. 그러나 시장은 복잡계로서 빈곤, 고용, 성장, 분배 등 경제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자생적 질서를 가지고 있다. 

사회주의는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통제하는 범위를 확대하는 이념이다. 평등한 사회, 삶의 질 보장 같은 사회주의 정책들이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타락시킨다. 즉, 소중하게 지켜져야 할 개인적 가치와 선택의 자유 원칙들이 훼손된다. 사회주의자들은 약자를 보호하자는 정치적 구호를 앞세워 경제통제 정책과 정부개입을 확대한다. 

2차 세계대전 승리의 주역 자본주의
2차 세계대전에서 히틀러는 엄청난 자원을 전쟁에 쓸어 부었음에도 나치독일은 패배했다. 히틀러는 패전국의 공장과 천연자원을 전쟁의 전리품으로 간주하고, 베를린에서 모든 것을 통제하여 무엇을 언제 어디에 건설해야 하는지 일일이 지시하였다. 노동자를 자원으로 인식하여 노동자들은 생산 할당량을 충족하지 못하면 가혹하게 취급받는 노예 신세로 전락했다. 나치 치하의 프랑스에서 푸조공장의 노동자들은 새로 부임한 상사에게 반항하여 사보타지를 벌이며 생산을 방해하자, 많은 노동자들을 독일 공장으로 이송하여 그곳에서 일을 시켜 생산량이 저하되고 불량품은 늘어났다. 

2차대전 승리의 주역은 자본주의였다.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은 연방정부가 총기, 탄약, 비행기 및 탱크를 생산하는 노동자들을 억압하고 감시하는 대신에 최고 효율과 성능이 좋은 경쟁우위의 공장과 생산계약을 맺어 우수한 제조기술로 전쟁에 필요한 물자들을 대량생산하였다. 회사와 근로자에게 보상이라는 인센티브가 돌아갔고, 연합국에게는 우수한 물자조달로 승리의 발판을 제공했다. 자본주의는 사유재산이라는 사적인 이익, 분권화된 결정, 경제적 자유를 포함한 개인적 자유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자유무역의 이점으로 인해 국제무역이 증가하여 세상을 더욱 평화롭고 풍요롭게 만든다. 

“전체주의적 시도는 선한 의도에서 시작되지만 결과는 지옥이다”라고 오스트리아 경제학자 카를 포퍼는 말했다. 그럼에도 이 땅에 사회주의가 없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사회주의 정책이 효율적이고 정의로워서가 아니라, 스스로 결정할 자유와 책임을 두려워하는 지지자들에겐 안정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체제이기 때문이다. 자유주의의 과제는 시장질서야말로 국가에 의지하지 않고서도 심리적 안정을 제공할 수 있는 체제라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사회주의와 개인주의의 차이점은 사회주의자는 더 많은 것을 요구하라고 시키고, 자본주의자는 더 많이 일하라고 가르친다. 자본주의자들은 자신의 자녀들을 열심히 일하는 한편, 다른 사람도 돌보는 이기적이지 않은 인간으로 키워야 한다.

복지는 자격에서 출발한다. 핀란드 국회의장 마리아 로헬라는 “복지를 늘일수록 노동과 행복은 반비례한다”고 말했다. 자격은 저절로 생기는 것이다. 고맙다는 말 대신 나는 자격이 있으니 더 많이 요구하라고 가르친다. 그러나 고마워할 줄 모르는 사람은 절대로 행복할 수 없다.

소득주도정책과 포퓰리즘
우리 정부가 내세운 소득주도정책은 소득주도가 아닌 임금주도 성장론이었다. 임금상승이 소비촉진, 투자증가, 생산증가의 선순환을 기대했으나 임금상승이 노동비용상승, 물가상승/순익감소, 투자위축, 노동수요감소/실업증가, 경제성장 후퇴라는 악순환을 불러왔다. 부동산 문제도 자신이 있다고 공언했으나 부동산정책은 혼란의 연속이다.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고급 주택에 대한 수요만 폭발시켰다. 

포퓰리즘이 나라를 망친다. 이는 여러 나라에서 이미 증명되었다. 2020년 예산은 513.5조원인데, 구직급여 82%, 기초연금 63% 증가하는 등 현금복지가 50%나 늘어 54조로 책정되었다. 수혜대상이 1,200만명을 넘어 국가의존형 국민을 대량생산하였다. 문제는 재정능력이다. 종부세 대상자가 60만명이고 액수는 58%나 급증했다. 그리고 법인세가 전체 세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인데, 이는 OECD 36개국 중 상위 5위이다. 법인세의 86%를 상위 1% 기업이 부담하고 상위 10% 기업까지 하면 97%에 달한다. 4대 기업의 수익 70~90%가 해외매출에서 나오며, 2019년 상장사의 전년대비 이익감소율이 48.8%에 달해 2020년엔 법인세가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기조 아래 국가채무는 폭증하여 국민 1인당 부채가 1,400만원에 달했다. 국회예산정책처 자료에 의하면, 연도별 국가채무가 계속 늘어나 2019년 현재 740.8조에 달했으며, 공기업 부채까지 합하면 두 배 이상 늘어난다. 

반시장정책에서 자유시장경제로 돌아서야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시장정책을 중단해야 한다. 2020년 경제성장률은 1.9%로 전망된다. 노동생산성은 OECD 평균의 63.1%로 최저수준이며, 노동시장도 이중구조로 노동존중이 아닌 노조존중이다. 2018년 헤리티지 경제자유도 중의 노동시장 자유도가 한국이 101위였고 북한은 184위였다. 2019년 6월말 기준으로 일자리가 46만개 늘었는데, 그중 62%는 비영리법인, 공기업 등 정부가 만든 일자리이다. 즉, 세금으로 월급을 주는 일자리가 24만명 증가하여 전체의 82%를 차지한다. 그것도 60세 이상의 일자리가 전체 증가분의 49.1%를 차지한다. 노인 일자리는 하루 5~6시간도 일하지 않는 질 낮은 단기간 허드레 일자리만 49만개로, 월급은 평균 27만원이다. 대런 애쓰모글루와 제임스 로빈스의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국가의 설계주의를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 제 가슴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뜨겁습니다” 그 경험하지 못한 나라가 바로 되돌이킬 수 없는 나락의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위대한 엘리트는 사물의 필연적 경로를 예측하고 동료 정치인과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의제(Agenda) 설정과 국민설득 능력을 갖추고,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지도자이다. 리더의 조건 중에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을 모을 수 있는 역량인 수입분배 능력이다.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는 은퇴교수의 마음으로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다.

대변동-위기, 선택, 변화
격변의 2020년 새해 새 아침이 밝았다. 국내외적으로 대변동이 예상되는 올해는 과연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동화 속의 미지세계로 들어가는 소년의 마음같이 기대와 두려움이 교차한다. 위기와 선택 그리고 변화를 다룬 책 ‘대변동(Upheaval)’을 읽으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세계를 움직이는 석학 중의 석학, 문화인류사에서 역사, 과학, 미래 전망까지 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위대한 지성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문명연구 총결산이라는 서평에 걸맞게 개인과 세계의 미래에 대한 강력한 해법을 우리에게 제시하였다.

인류는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의 기회를 만들 수 있을까. 성공과 자멸을 결정짓는 전환점은 과연 무엇일까. 새해를 맞는 모두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눈을 세계로 돌려 외부적 요인으로 갑작스레 격변을 맞았던 두 나라 겨울전쟁을 치른 핀란드와 메이지유신의 일본, 내부적 갈등으로 위기에 처한 피노체트 군부독재의 칠레와 수카르노 수하르토의 유산 인도네시아, 점진적으로 확대된 위기에 시달린 나치 독일과 백호주의 오스트레일리아의 역사를 통해 고통스럽지만 정직한 자기평가와 대응이 근현대의 격동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아울러 오늘날의 미국과 일본 및 세계가 직면한 대변동을 해설하고 현재와 미래의 변화 가능성도 제기하여 많은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이 책에선 개인과 국가의 위기와 관련된 요인을 각각 12가지로 들었다. 개인은 위기상태 인정, 개인적 책임의 수용, 울타리 세우기, 타인의 물질적 정서적 지원, 본보기 삼을만한 다른 사람의 사례, 자아 강도, 정직한 자기평가, 과거에 경험한 위기와 인내, 유연한 성격, 개인의 핵심가치, 개인적 제약으로부터 해방이다. 그리고 국가는 국가가 위기에 빠졌다는 국민적 합의, 국가적 책임의 수용, 울타리 세우기, 다른 국가의 사례, 국가 정체성, 정직한 자기평가, 역사적으로 경험한 국가의 위기, 실패에 대처하는 방법,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는 국가 능력, 국가의 핵심가치, 지정학적 제약으로부터의 해방이다.

지구촌이 머지않은 장래에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핵무기, 기후변화, 대체에너지원, 다른 자연자원, 불평등, 위기의 기준틀이며, 이를 해결하려면 위기를 인정하고, 선택적 변화를 추구하고, 다른 국가로부터의 지원을 받으며, 본보기 삼을 만한 다른 국가의 사례를 연구해야 한다. 또한, 국가의 정체성을 견지하고, 정직한 자기평가와, 역사적으로 과거에 경험한 국가적 위기에서 배우며 인내심을 키우고,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는 능력과 국가의 핵심가치를 개발하고, 지정학적 제약으로부터 자유를 누리는 것이다. 여기에는 지도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역사에서 유용한 교훈을 배울 가능성을 묵살하지 말아야 한다. 다른 국가들이 맞은 위기와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를 찾아야 하며, 국가가 위기에 빠졌다는 것을 인정하고 다른 국가를 탓하거나 피해의식에 사로잡히지 않고 변화를 주도할 책임을 수용해야 한다. 국가를 위한 어떤 노력도 효과가 없다는 의식에 짓눌리지 않고, 도움을 얻을 만한 국가를 찾아내고, 당면한 문제와 유사한 문제를 해결한 경험이 있어 표본으로 삼을 만한 국가를 찾아야 한다. 또한, 문제 해결을 위한 첫 시도는 실패할 수 있고 연속적인 시도가 필요하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인내해야 한다. 어떤 핵심가치가 여전히 유효하고 어떤 핵심가치가 더는 이상 유효하지 않은지 심사숙고하며, 정직하게 자신을 능력을 평가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였다. 

끝으로 저자는 우리에게 선택권이 있음을 환기하며, 역사에서 교훈을 얻는 방향을 선택하는 편이 더 낫다고 말한다. 위기는 과거에도 국가를 곤경에 빠뜨렸고 지금도 마찬가지나, 현대 국가와 현 세계는 앞으로 위기에 대응하려고 어둠 속에서 헤맬 필요가 없을 것이라며, 과거에 효과를 발휘한 변화와 그렇지 않았던 변화가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줄 것이기 때문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격동의 경자년, 위기와 선택과 변화로 전기를 마련하는 새해가 되기를 대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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