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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상 생활과 선원의 정신건강
[556호] 2019년 12월 30일 (월) 14:04:10 한국선주상호보험 komares@chol.com

선상 생활은 긴장의 연속이다. 비록 선원들은 화물을 선적하여 양하하기까지 혹은 승객을 목적지에 수송하기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지만, 크고 작은 사건·사고들이 끊임없이 발생하여 왔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의 정부, 해운 기관, P&I 클럽들은 선상에서 발생하는 사고들을 조사하여 이를 예방하기 위한 방안들을 널리 알려왔고, 덕분에 사망 혹은 부상으로 이어지는 요인들에 대한 선원들의 경각심이 높아져 일정부분 사건·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선원들의 정신 건강 혹은 선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정신 질환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낮았던 것도 사실이다.

2019년 10월 국제운수노조연맹(ITF) 산하 ITF Seafarers’ Trust와 미국의 예일대학교가 발표한 선원 정신 건강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선원들이 겪고 있는 정신 질환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선원의 25%가 우울증 가능성이 있고, 20%는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러한 우울증, 불안, 자살에 대한 생각 등은 선내에서 부상 혹은 질병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행스러운 점은 올해 1월 해사노동협약(Maritime Labour Convention)의 개정으로 우울증 및 불안의 원인 중 하나인 선상 내 괴롭힘 및 놀림(harassment and bullying) 문제가 협약내에서 다루어져, 이 문제를 해결할 법적·제도적 기틀이 마련되었다는 점이다.

선상 생활도 결국 사회 생활임으로 다른 직장인들과 마찬가지로 선원들도 정신 건강 혹은 정신 질환에 노출되어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선원들이 처한 공간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이 경험하게 될 정신적인 문제는 더욱 심각할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선원들이 승선 생활을 하면서 겪을 수 있는 정신 건강에 관한 질병 혹은 이슈들, 구체적으로 낯선 환경에 처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적응장애의 문제, 일상 생활 속에서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직장내 괴롭힘, 그리고 사고를 경험한 선원들이 경험할 수 있는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차례로 다루고자 한다.

승선생활과 적응장애(Adjustment Disorder)
적응장애는 선원이 스트레스 요인 혹은 개인에게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반복적인 사건에 대처할 수 없을 때 발생하는 단기적인 심리상태를 의미한다. 승선 생활에서는 가족 및 친구로부터의 분리, 외로움, 과다한 업무량, 교대 근무, 제한된 여가 시간 등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실 스트레스와 불안은 일상에 큰 변화가 생길 때 나타나는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지만, 스트레스와 불안 등이 가중되어 통제하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할 때 적응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적응 장애는 업무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자살률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적응 장애를 사전에 예방하려면 초기에 증상을 발견하여 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1) 증상
증상은 매우 다양하며, 통상적으로 스트레스 요인에 노출된 지 3개월 이내에 발생한다. 따라서 선상 생활이라는 낯선 환경에 처하게 되는 실습선원 혹은 신입선원들에게 이러한 위험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 우울증/슬픔/걱정/불안
- 집중력 저하
- 분노 및 파괴적인 행동
- 불면증
- 두통, 복통, 흉통, 가슴떨림 등의 신체 이상
- 낮은 자존감, 무기력감, 답답함, 외로움

2) 극복방안

(1) 개인의 극복 방안
- 매사에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새로운 회사 문화에 몰두하기
- 주위에서 어떠한 일이 발생하는지 관찰하고, 문제가 무엇인지 확인하여, 문제에 대한 해결책 찾기
- 개인 목표와 조직 목표를 조화롭게 하기
- 선내 다른 사람들과 열린 마음으로 정보와 생각을 공유하고, 적절하다면 감정도 공유하기
-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 다른 사람을 돕고, 필요 땐 도움을 구하기

(2) 선사차원의 지원 방안
적응 장애는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요인에 대한 과도한 반응으로써, 면밀한 관찰을 통해 유발 요인을 확인할 수 있다.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요구되는 높은 업무 성과 대비 낮은 자율성, 노력 대비 낮은 보상, 낮은 수준의 사회적 지원과 같은 사회심리학적 요소들이 정신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선원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선상 문화를 촉진하고, 직원에게 권한을 부여하며, 해상에서의 복지를 증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승선생활과 선내 괴롭힘 및 놀림(harassment and bullying)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만20~64세 임금근로자 1,506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최근 1년 동안 한번이라도 직장내에서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다고한 응답자가 73.3%에 달하였고, 그 중 12%는 거의 매일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선내에서는 선원들이 오랫동안 가족이나 친구와 멀리 떨어져서 고립된 생활을 하고, 다양한 문화적·민족적 배경을 지닌 극히 제한된 동료들과 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에, 선원들은 선내 괴롭힘 및 놀림에서 벗어나기가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로 클럽에 통보된 사고 중에는 오랜 괴롭힘을 견디지 못한 한 부원이 상급 사관을 살해하고 경찰 조사 과정에서 자살하는 안타까운 사고도 있었다.

1) 괴롭힘과 놀림
국제해운회의소(ICS)와 국제운수노조(ITF)가 발표한 ‘Guidance on eliminating shipboard harassment and bullying’는 괴롭힘(harassment)을 개인의 존엄성을 침해하고 협박, 적대적, 모멸적, 굴욕적 혹은 모욕적인 환경을 조성하려는 목적 또는 그러한 결과를 유발하는 차별의 한 형태라고 정의하고, 놀림(bullying)은 상대방에게 적대적이거나 위협적인 감정을 유발하는 괴롭힘의 한 형태라고 정의하고 있다. 여기에는 언어적 혹은 물리적 위협, 모멸감 주기, 소문 퍼트리기, 작은 실수를 침소붕대하기, 불합리한 요구하기 등과 같은 행위가 포함될 수 있다.

2) 선사 차원의 대응방안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은 분란을 일으키는 사람으로 낙인찍힐까봐 신고하기를 두려워한다. 따라서 선사의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자명한 괴롭힘은 누구나 반대할 것임으로, 애매한 경우가 문제가 된다. 실제 괴롭히는 사람 입장에서는 교육 혹은 훈육이라는 미명하에 자행되는 행위들도 괴롭힘을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저 괴롭힘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선사들은 회사 혹은 선박 내에서 허용될 수 없는 사항들의 예시를 들어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고, 선원이 괴롭힘을 당하면 일부 요건들이 괴롭힘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제기된 문제들을 반드시 해결하여야 한다. 만약 신고 혹은 확인된 사안이 괴롭힘의 범주에 해당한다면 무관용 원칙이 적용될 필요가 있다. 이 밖에 아래와 같은 사안들이 고려될 수 있다.

-괴롭힘 및 놀림에 관한 명확한 방침 및 절차를 마련하고, 모든 선박에 전파하기
- 신고 절차를 수립하고 신고가 접수되었을 때 내려질 조치를 명확하게 하기
- 피해자가 신고할 수 있도록 개인정보를 보장하고 비밀을 유지하기
- 공정하고 투명한 방식으로 업무 분장하기
- 선원간 긍정적인 교류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독려하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선상에서 큰 사고를 경험한 선원들은 종종 치료 과정 혹은 치료 과정이 끝나는 시점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소위 트라우마를 호소한다. 비단 사고를 당한 당사자뿐만 아니라, 이러한 사고를 목격한 선원 역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일반적으로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하거나 목격한 사람들은 정신적 괴로움, 슬픔, 불안을 느낀다. 이러한 증상은 보통 시간이 경과됨에 따라 가라앉지만, 증상이 지속되거나 악화되는 경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생길 수 있다.

물론 충격적인 사고를 겪은 모든 사람들이 트라우마를 겪는 것은 아니다. 또한 트라우마는 짧은 시간 내에 발현되기도 하지만, 난데없이 혹은 사고를 상기시키는 무엇인가를 통해서 수년이 흐른 뒤 발현되기도 한다. 따라서 큰 사고를 경험한 후 다시 선박으로 복귀한 선원들에 대한 주의 깊은 관찰이 요구된다.

1)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징후와 증상
- 집중력 저하, 쉽게 놀라거나 무모하고 자기 파괴적인 행동
- 고통스럽고 원치 않는 기억들을 통해서 당시의 사고가 떠오름
- 사고를 상기시키는 요인들을 회피
- 부정적인 감정 상태의 지속
- 중요한 사회 활동에 대한 관심/참여의 현격한 저하
- 타인에 대한 무관심 혹은 소원해짐

2) 극복 방안
(1) 트라우마는 하루 아침에 극복되지 않는다. 이는 점진적인 과정으로써,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본인의 무력감을 인정하고 이러한 감정이 지극히 정상적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어려운 시기를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한 가지 좋은 방법은 남을 돕는 것이다. 여러 연구들에 따르면, 이러한 행위는 문뜩문뜩 떠오르는 사고에 관한 기억이나 악몽을 감소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2) 트라우마로 고통스러울 때 운동을 하면 엔돌핀이 분비되어 기분이 좋아진다.
(3) 트라우마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단절된 느낌을 준다. 사회활동에서 벗어나 숨고 싶은 충돌을 느끼더라도, 삶과 당신을 위해 애쓰는 주위의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 중요하다. 소통하고 싶은 사람에게 연락하고 응원해주는 사람을 찾아라.
(4) 휴식을 취하라. 명상, 심호흡, 요가는 몸의 긴장을 풀어주고 트라우마 증상을 완화시켜준다. 술과 약은 피하고, 균형있는 식사를 하라.
(5)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들은 사고를 상기시키는 유발요인을 대면할 때, 쉽게 두려워하고 움추려 들기 마련이다. 이러한 유발요인들은 기억 혹은 감정과 같은 내적 요소일 수도 있고, 냄새, 소음 사람과 같은 외적 요소일 수도 있다. 이러한 유발 요인을 회피하지 말고, 이 요인들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최근 가드 클럽에서 발표한 통계 자료를 보면, 질병 혹은 부상으로 인한 사망 건수는 감소 추세에 있으나 정신질환 및 자살 건수는 감소하지 않고 정체되어 있다. 이는 선원의 정신 건강 문제에 더욱 관심을 기울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선원 부상을 유발하는 외부 위협 요인에 대한 연구와 조사는 꾸준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나, 내적 위협 요인 혹은 선원의 감정·심리에 대한 연구와 조사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물론 연구 방법상의 어려움, 정신 질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등으로 인해 적절한 연구가 이루어지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나, 그렇다고 지켜볼 수 있을만한 문제는 아니다. 선원들은 자신의 감정·심리에 관하여 열린 자세로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고, 선주들은 이러한 분위기를 조성하여 감정·심리상의 문제가 더 이상 개인차원의 문제가 아님을 인식하여, 해결할 수 있는 방안들을 구체적으로 강구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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