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석 가격과 운임

 

 
 

필자(이대진)는 현재 IHS마킷 싱가포르 사무소에서 해양무역 부문 수석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싱가포르거래소(SGX), 중국 ICBC 은행, 서울, 도쿄, 자카르타, 런던, 제네바, 코펜하겐 등지에서 열리는 다양한 해운 및 조선 시장 세미나의 주요 연사로 참여하고 있으며, 해운 항로 분석(AIS Shipping route analysis), 한·중·일 해운 조선 산업 분석, 건화물 해상 운임 전망 프로젝트 등에 참여하였다. (관련링크: https://ihsmarkit.com/experts/lee-daejin.html)   -편집자 주-

 

 

 

 

시리즈로 전개되고 있는 ‘빅데이터로 본 해운시장’에서는 IHS Markit이 직접 수집 및 보유하고 있는 선박의 위치 정보(AIS) 데이터 및 화물의 수출입 데이터 그리고 IHS Markit 경제, 군사, 에너지, 원자재, 금융 부문의 분석데이터를 활용하여 해운시장의 주요 흐름을 짚어보고 독자들에게 인사이트를 제공하려고 한다. 이번 호에서는 작년에 이어 해운 시장 빅데이터로 가장 주목받고 있는 AIS 데이터가 어떻게 실제로 원자재 수급분석 및 중단기 운임 트렌드 시그널 분석에 활용되고 있는지에 대하여 이야기하고자 한다.

 

AIS· 분석 활용
작년 하반기 필자는 본지를 통해 AIS가 어떻게 실제 활용되고 있는지 다양한 예시를 들어 설명한 바 있다.

정부 기관, 은행, 보험회사: 특정 회사의 국제 무역 규정 준수 여부를 확인하거나 북한의 석탄 수출이 실제로 이뤄지고 있는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
조선 및 기자재 업체: 자사가 만든 선박 및 자사 기자재를 달고 있는 선박의 동향 및 활용도를 분석 또는 경쟁사 선박 및 관련 기자재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를 분석한 후 그에 맞는 신규 디자인을 개발하거나 새로운 시장 개척에 활용.
해운 회사 및 화주: 선박의 입출항 스케줄을 분석하여 화물 공급 및 선박 배선 결정에 활용.
퀀트(Quant) 회사: 투자수익과 리스크를 컴퓨터 알고리즘 및 빅데이터 양적 분석(quantitive analysis)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데이터 피드 역할.
트레이딩 회사(trading company): AIS 기반 시황 예측 모델.

 

 
 

그 중에서 최근 많은 헤지펀드 및 트레이딩 회사들이 AIS 시그널에 기반해서 원자재 수급 분석, 중단기 운임 트렌드 분석을 하고 있는데, 세계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고 있는 원자재 중 하나인 철광석 가격과 운임 시그널에 관하여 설명하려고 한다.
 
철광석 세관 데이터 vs AIS
9월 초 발표된 브라질 정부의 세관 데이터에 의하면 8월 브라질 철광석 수출량은 지난 7월 3,420만 톤 대비 420만 톤이 줄어든 약 3,000만 톤으로 발표되었다. 이번 수출량 감소는 많은 철강 혹은 철광석 시장 참여자들을 의아하게 만들었는데, 그 이유는 중국의 8월 수입량이 19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수입 철광석의 원산지는 호주와 브라질이었으며, 1월 광미댐 사고 이후 줄어든 브라질 철광석 생산량과 수출량이 하반기 들어 빠르게 회복하는 중이었기 때문에 (선적 후 양하항까지 시간을 고려하더라도) 이번 감소는 더욱 놀랄만한 일이었다.


여기에서 재미있는 사실은 IHS Markit에서 제공하고 있는 AIS 분석 툴인 Commodities at Sea에 의하면 8월 브라질 케이프사이즈 선적량은 올해 들어 최고치를 경신하였다는 것이다. 특히 신규 광산 생산량이 늘어나고 있는 북부 항구뿐 아니라 댐 사고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남부 항구에서의 수출량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대부분의 브라질 철광석 수출이 대형 케이프사이즈 선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 데이터에 근거하면 철광석 수출량이 실제로 늘어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으로 보인다. 또한 브라질 뿐 아니라 호주 등지에서도 AIS선적신호가 계속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으며 이것은 철광석 가격에 하방 압력을 가하는 시그널로 봐야 할 것이다.

 

철광석 운임
앞서 언급한 세관의 철광석 수출량 감소 데이터는 최근의 철광석 운임 흐름과도 크게 배치된다. 케이프사이즈 선형의 브라질-중국 간 운임은 9월 초 6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일일 용선료 미화 40,000달러를 상회하였다. 올 초 발레댐 사고 직후 일일 용선료가 4,000달러까지 내려갔던 것을 고려하면 6개월 사이에 10배 상승하였는데, 이는 비트코인보다 더 높은 변동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가파른 상승세 뒤에는 올해 해운뿐 아니라 정유 시장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는 IMO 2020 황산화물 규제와 관련한 선주들의 준비 활동이 숨어있었다.
실제 브라질 철광석 수출에는 장기계약으로 묶여있는 전용선들, 특히 초대형 광탄선들이 많이 활용되어왔는데 IMO 2020 규제 준수를 위해 상당히 많은 선박이 스크러버를 장착하기 위해 조선소에서 대기하고 있거나 입거 스케줄을 맞추기 위해 태평양 연안에서 운송 활동을 하고 있어서 대서양 지역의 철광석 수송선이 부족해진 것이다.


실제로 AIS신호를 분석해보면, 2019년 현재까지 월평균 37척의 대형 광탄선(VLOC, 265K+ DWT)이 철광석을 선적하였으나 8월 한 달간은 29척의 선적분만 보고되고 있다. 반면 8월 발틱인덱스 표준 케이프 선형(160~200K DWT)의 선적량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것이 최근 브라질발 spot fixture 들이 많이 늘어난 이유라고 분석하고 있다. 즉, 브라질의 전체 철광석 수출량 증가뿐만 아니라 인위적인 선박 공급량 부족이 운임시장 상승을 가속화한 것이다.
일례로 대서양보다 선박량이 충분한 태평양 수역의 운임은 소폭 상승에 그치고 있는데, 호주발 중국향 운임은 9월 초 34,000달러 수준에 다다른 후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또한 IMO 2020 황산화물 규제 준수 활동으로 인한 수역 간 운임 차이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시그널(Signal) vs 노이즈(Noise)
한 해를 돌아보면, 미-중 무역전쟁으로부터 시작된 낮은 경제지표, 점차 강해지는 보호무역주의, 역사상 가장 강력한 환경규제로 불리는 IMO 2020 황산화물 규제 등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상황으로 모두가 불안해하고 있었다. 필자가 참여한 많은 시황 세미나에서 이코노미스트 대부분이 세계 경제 상황을 부정적으로 전망하고 있었고, 이에 전통적으로 연동되어 있는 원자재 및 운임 시장을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발레댐 사고, 아프리카돼지열병, 인도네시아 니켈광 수출금지, 석탄의 종말 등 많은 언론이 부정적인 뉴스를 보도하고 있었고 이러한 환경에서 노이즈 속 시그널을 찾기란 분명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철광석 가격은 올해 초 약 60달러에서 3분기 한때 120달러로 2배 이상 증가했고, 같은 기간 동안 운임은 4,000달러에서 40,000달러까지 10배 상승했다. 모두의 예측을 뛰어넘는 반전이 일어났던 것이다.
인간의 예측은 종종 빗나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근거 즉, 데이터에 의한 예측과 결정을 하게 되면 다음 실수를 피할 수 있다. 넘쳐나는 뉴스 속에서 어떤 것이 중요한 시그널인지 혹은 노이즈인지 분석하는 데 이 글이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AIS란?
AIS란 Automatic Identification System의 줄임말로 선박 자동 식별 장치를 말한다. 기본적으로 선박의 통항을 관리하여 선박 간 충돌을 방지하고 해상 사고 시 식별 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로 해상 레이더와 함께 선박 안전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국제 항해에 종사하는 300GT(총톤수, gross tonnage) 이상의 모든 선박과 여객선에 AIS 장치를 갖추도록 강제하고 있다.
AIS는 상업적으로도 중요한 데이터로 주목받고 있는데, 단순히 GPS와 같은 선박 위치정보 이외에 선박의 선명, 항로, 차항 정보 및 예상 입항 날짜, 선박 속도 등 선박의 제원과 운항 정보 등 중요한 정보가 포함되어 있다. 또한 해상교통관제센터(VTS)뿐만 아니라 주변 선박 혹은 상업용 육상 수신기 및 위성 등에서도 동시에 수신될 수 있어 데이터 확보가 쉽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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