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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 선박 위협, 해운업계 ‘촉각’
[552호] 2019년 08월 29일 (목) 14:55:54 강미주 komares@chol.com

이란 갈등 격화, 유조선 피습 및 ‘스테나 임페레’호 억류, 전쟁보험료 급등
“해운업계, 자유 안전운항 보장해야” 美·英 상선호위연합 구성, 청해부대 파병 관심

 

   
호르무즈 해협

세계 최대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통항하는 선박에 대한 피습과 억류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전 세계 해운업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외 선사들은 해당 지역을 지날 때 경계근무를 강화하거나 운항 중단 및 우회 항로를 검토하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제해운단체들은 상선선박의 안전운항과 자유무역을 보장할 것을 국제사회에 촉구했으며, 미국과 영국 등은 ‘호르무즈 상선 호위연합체’를 구성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이 미국과 이란간 갈등으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동 해협에서는 지난 5월부터 대형 유조선들이 잇따라 피격되고 있으며, 7월에는 파나마 선적 유조선을 시작으로 영국 유조선이 이란에게 나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영국 국적의 ‘스테나 임페로(Stena Impero)’호는 7월 19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 혁명수비대에 의해 나포됐다. 3만톤급 스테나 임페로호는 스웨덴 선사 ‘스테나 벌크’의 소유선박으로 화물을 싣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로 향하는 중이었다.

이란의 스테나 임페로호 억류는 영국 정부가 지난 7월 4일 억류한 이란 유조선 ‘그레이스 1(Grace 1)’호에 대한 보복으로 간주되고 있다. 그레이스 1호는 EU의 대 시리아 제재를 어기고 210만배럴의 이란산 원유를 실은 뒤 시리아로 향하던 중에 영국령 지브롤터(Gibraltar) 당국과 영국 해군에 의해 억류된 바 있다. 

8월 18일 지브롤터 당국이 나포된 지 만45일 만에 그레이스 1호에 대한 억류를 해제함에 따라, 현재 이란 반다르아바스항에 억류돼 있는 스테나 임페로호와 23명의 선원들도 풀려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선박 전쟁 리스크 보험료 급증

호르무즈 해역에서 선박 피습과 나포사건이 잇따라 발생한 이후 동 지역을 항해하는 선박들에 대한 전쟁 보험료가 급등하고 있다. 특히 영국 국적 탱커들은 중동 걸프만 항행시 전쟁 프리미엄을 추가로 수만달러 지불하게 됐다. 베셀벨류에 따르면, 전쟁 리스크 프리미엄은 선박의 선체 기준으로 평가되는데, 5년 선령의 VLCC는 약 7,000만달러로 책정됐다. MSC, 하팍로이드, 현대상선 등은 최근 걸프만의 모든 수출입화물에 대해 ‘전쟁 리스크 서차지’를 도입하기도 했다. 

또한 일부 영국 국적선들의 경우 걸프만 통항선박의 나포 및 억류를 피하기 위해 선박의 국적을 변경하거나 우회항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석유회사 BP의 경우 당분간 어떤 자사 탱커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할 계획이 없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 7월 이란 혁명수비대 경비정들이 BP의 유조선을 위협하며 나포하려 했으나 영국 해군 호위함의 개입으로 물러난 바 있다. 지난 6월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일본 유조선 선사의 경우 운항중단과 우회항로 검토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올해 현재까지 약 90척의 영국 선박들이 걸프만을 통과했으며 6월에는 이중 26척이 통과했고, 7월 스테나 임페로호 억류 이후에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영국 선박은 단 4척으로 급감했다.

국제 해운단체 3곳 “상선의 안전한 통행 보장” 촉구

스테나 임페로호 억류사건 이후 국제해운협회(ICS), 유럽선주협회(ECSA), 아시아선주협회(ASA) 3곳의 국제해운단체는 관련당국과 국제사회에 상선의 안전한 통행을 보장하라는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 완화와 국제법 존중 등을 위해 즉각적인 외교적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한 것이다.   

ICS 측은 “글로벌 무역에서는 자유항해가 핵심이고, 해기사와 선박이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는 권리는 국제해운법의 기본 원칙”이라며 “어떤 방식으로든 선박은 협상조건으로 사용되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ECSA 측도 “국제무역에 참여하는 상선들은 불법적인 나포나 무장공격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호르무즈 해협은 유럽 상선을 위한 중요한 항로이다. EU 회원국들이 이란당국과 즉각적으로 협의해서 이 갈등상황을 해소하고 항행 안전을 보장하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ASA 측도 “호르무즈 해협은 걸프만을 오가는 아시아 국가들의 매우 중요한 해운항로로서 안전한 항행 보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호르무즈 해협, 글로벌 원유 3분의 1 이상 통과

호르무즈 해협은 글로벌 해상 원유 수송량의 3분의 1 이상이 통과하는 중요한 관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카타르, 쿠웨이트, UAE 등 OPEC의 주요 산유국에서 생산한 원유가 운송되는 핵심 항로로서, 일일 1,850만-2,100만배럴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운송된다. 이 지역을 통과하는 원유 중 대다수는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로 공급되므로, 아시아 주요 선사들의 유조선 대부분이 동 해협을 지난다.

글로벌 금융정보분석회사 '리피니티브(Refinitiv)'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호르무즈 해협에는 원유 및 LNG 탱커 1만 1,000척 이상이 통과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이중 VLCC는 약 5,010척에 달했다. 올 상반기에는 약 5,250척의 선박이 동 해협을 지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이란은 미국의 군사 압박에 맞서기 위해 세계 주요 원유 수송로인 동 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또한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항선박들에 대한 피습 및 나포 등 물리적인 위협이 가중될 경우 선주 및 선사, 선박의 안보상 요인으로 인해 임시 폐쇄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 통항선박 운항요령>

“이란 영해와 가능한 멀리 항해…최대한 협조하고 위협행동 금지”

해양수산부가 국내 해운선사들에게 배포한 ‘호르무즈 해협 통항선박 운항요령’에 따르면, 우선 선사들은 호르무즈 해협 진입 전 사전 점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진입해역 정보, 본선 특징 등을 고려하여 위험성을 평가해야 하고, 이를 토대로 회사·CSO·SSO 및 선장은 선박운항 중 발생할 수 있는 위협들을 고려하여 통항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비상상황 대비 비상연락망

이와 함께 선원에 대한 교육 및 장비점검을 시행해야 한다. 호르무즈 해협 통항 시 비상상황 대비 교육·훈련을 시행하고, 선원대피처 및 비상탈출로 동선을 점검하며, 선체 외벽과 수밀격벽 등 보안을 포함한 안전점검을 하고, 비상상황 대비 연안국 대사관 등 비상연락망을 정비해야 한다. 선원들의 침실 위치는 해수면 위에 위치하도록 해야 하고, 지역 대리점 등과 연락유지 및 관련 최신 정보를 입수해 분석하며, 해당 해역 진입 전 해수부, UKMTO, MSC-HOA 등에 통항보고를 실시해야 한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을 통항하는 선박들은 이란 영해로부터 가능한 멀리 떨어져 항해해야 하며 본선 주변 경계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국제항해선박 및 항만시설의 보안에 관한 법률에 따른 보안 2등급에 준하는 보안조치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

이란 해군 함정의 정선 요구시에는 여건이 허락하면 이의를 제기하되, 원칙적으로는 순응해야 한다. 유엔해양법 제17조에 따른 ‘무해통항권(Right of Innocent Passage)’을 주장함과 동시에, 최대한 협조하고 위협적으로 보일 수 있는 행동은 금지해야 한다. 이밖에도 기뢰 등에 대비하여 경계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 의심정황, 비상상황 발생시 즉시 해수부, UKMTO, MSC-HOA 등에 신고해야 하며 선내 비상메뉴얼에 따라 항해해야 한다. 

美·유럽 ‘호르무즈 상선 호위 연합체’ 구성 추진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각국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이 다국적 상선 호위 연합체 구성을 추진하고 있어 주목된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해운 및 에너지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앞장서서 선대를 투입해 왔으나, 지난 6월부터는 유럽지역과 동맹국들에게 걸프만 지역 해운안보에 공동참여할 것을 촉구해왔다. 10년 전 소말리아 해적퇴치를 위해 국제공조를 강화했듯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항하는 상선 보호에 각국이 직접 나설 것을 주장한 것이다.   

이에 영국은 자국탱커의 억류 이후 미국이 주도하는 호위 연합체에 참여할 것을 공식화했다. 영군 해군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의 항해의 자유는 영국 뿐 아니라 국제 파트너들과 동맹국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상선 선박은 법적으로 자유롭게 항해해야 하며 안전하게 전 세계에서 무역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덴마크,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연합 국가들은 동 해협에서 공동 호위임무를 수행할 계획도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란 측은 이 같은 각국의 움직임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란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보호임무는 외국의 권한이 아니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영국선박을 나포한 것은 그들이 명령과 규제를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페르시안 걸프 및 호르무즈 해협에서 어떤 국가들의 개입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청해부대 ‘호르무즈 호위 연합체’ 참여하나 

우리나라가 미국이 요청하는 호르무즈 해협 호위 연합체에 청해부대를 파병할 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군 당국은 지난 6월부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우리 선박에 대한 안전 조치로, 아덴만 해역에서 활동 중인 청해부대의 작전구역 확대 방안을 검토해왔다. 

정부 당국은 “호르무즈 해협은 원유를 수입하는 우리 선박의 70% 이상이 통과하는 곳”이라며 “우리 선박이 연 1,200회 정도를 통과하기 때문에 이들의 안전을 위한 조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8월 13일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으로 출항한 청해부대 30진 강감찬함(4,400톤급)이 호르무즈 해협으로 파병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번에 출항한 강감찬함은 승조원을 비롯해 해군 특전(UDT) 요원으로 구성된 검문검색대와 해상작전헬기(링스)를 운용하는 항공대 등 300여명으로 구성됐다. 해군은 강감찬함 출항에 앞서 선원들에게 호르무즈 해협으로 파병이 이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설명하고 선박 호위에 대한 임무를 교육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강감찬함에 탑재된 대함·대잠수함 무기체계 등은 노후화에 따라 보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해적을 상대하던 아덴만 해역과 달리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 혁명수비대의 군사활동이 전개되고 있어 무기체계 보강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강감찬함은 2012년 제미니호 피랍선원 구출 및 호송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경험이 있다.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 시 병력 증파나 지상군 동원을 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인접 국가들과의 관계를 감안한 것으로, 파병 전 호르무즈 해협 인근 중동 국가들에 사전 설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해수부·선협, 국내 선원 및 선박 안전 당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항하는 국내 선사와 소속 선박들에게도 안전운항이 강조되고 있다. 현대상선, 대한해운 등은 호르무즈 해협 인근을 항해하는 자사 선박들에게 위험지역 우회항해 및 경계강화를 당부하고 있다. 

해양수산부와 한국선주협회는 국내 해운선사들에게 ‘미국-이란 갈등 고조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통항선박 안전관리 강화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배포했다. 이에 따르면, 선사들은 호르무즈 해협 진입 전 사전 점검을 강화해야 하고, 이란 영해로부터 가능한 멀리 떨어져 항해해야 하며, 본선 주변 경계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특이사항이나 위험상황이 발생한 경우 즉시 해수부 종합상황실 또는 협회로 통보해야 한다. 

이와 관련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호르무즈 해협 피격사건이 장기화 되어 우리나라 상선대가 피해를 보게 될 경우 해수부,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국방부 등 많은 관련 부처가 연계해 해결해야 할 난제가 될 수 있다”면서 “해수부는 최근 발생한 일련의 피격사건 이후 선사와 긴밀하게 소통하며 상황 변화에 대응하고 있으나 유사 시 관련부처의 협조에 문제가 없도록 조직적인 대응시스템을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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