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 광미댐 사고, 유럽 탈석탄 정책, 미-중 무역전쟁, 아프리카 돼지열병, 기니산 보크사이트, IMO 2020

 

 
 

필자는 한진해운의 해운애널리스트 출신으로 현재 IHS Markit의 싱가포르 사무소에서 해양무역(Maritime & Trade) 부문 수석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싱가포르 거래소, 중국 ICBC 은행, 서울, 도쿄에서 열린 다양한 해운 시장 세미나의 주요 연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남아프리카 항만 개발, 발틱 거래소 인덱스 항로 분석(AIS analysis), 한·중·일 해운 조선 산업 분석, 건화물 해상 운임 전망 프로젝트 등에 참여하였다. -편집자 주-

 

시리즈로 전개되고 있는 ‘빅데이터로 본 해운시장’에서는 IHS Markit이 직접 수집 및 보유하고 있는 선박의 위치 정보(AIS) 데이터 및 화물의 수출입 데이터, 그리고 IHS Markit 경제, 기술, 군사, 에너지, 원자재, 금융 부문의 분석데이터를 활용하여 해운시장의 주요 흐름을 짚어보고 독자들에게 인사이트를 제공하려고 한다. 이번 호에서는 지난 2분기에 개최된 싱가포르 거래소와 도쿄 해운 시황포럼에서 필자가 발표한 내용을 토대로 하반기 벌크선 운임시장 주요 이슈에 대하여 이야기하고자 한다.

 

상반기 운임시장 개요
2019년 상반기 드라이 벌크 해상 운임 시장은 충격 여파가 큰 여러 사건으로 인해 상당한 변화를 맞게 되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에 따른 대두 운송 시장의 변화, 브라질 발레사의 댐 사고와 호주 철광석 항구의 화재사건 및 태풍 피해로 인한 철광석 운송시장의 변화, 그리고 유럽 및 북미 국가들의 탈석탄 및 친환경 에너지 전환 정책 등에 따른 대서양 지역 석탄 수요 감소 등은 이전에 알던 경험으로는 분석하기 어려운 새로운 운임 트렌드를 보여주었다.

 

차트 1. 철광석 가격 스프레드(65%-62% Fe) : IHS마킷의 운임예측모델은 '고품질과 중저품질 간 철광석 가격 스프레드'를 주요 운임시장 선행지표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해당 수치가 중국 철강사들의 철강 생산 이윤(steel margin)과 단기 철광석 및 원료탄 수입 동향을 잘 표현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차트 1. 철광석 가격 스프레드(65%-62% Fe) : IHS마킷의 운임예측모델은 '고품질과 중저품질 간 철광석 가격 스프레드'를 주요 운임시장 선행지표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해당 수치가 중국 철강사들의 철강 생산 이윤(steel margin)과 단기 철광석 및 원료탄 수입 동향을 잘 표현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하반기 주요 이슈 Top 5
그렇다면 하반기 건화물선 운임시장에서 주목해야 할 주요 이슈에는 어떤 것이 있으며 이러한 이슈는 각 선형별로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1. 철광석: 브라질 광미댐 사고(-) vs 중국의 경기 부양 인프라투자(+)
지난 1월 말 브라질 발레(Vale)사의 광미댐이 붕괴하면서 300여 명의 사상자가 생겼고 약 10~20%의 철광석 생산량이 차질을 빚었으며 수출량 역시 많이 감소하였다. 이로 인해 주로 철광석을 운송하는 케이프선의 운임은 큰 폭으로 떨어지기 시작하였고, 4월 초 기준 일일 용선료는 4천 달러 수준까지 하락하였다.
지난 4월 발틱 운임 및 원자재 포럼에서 필자는 IHS마킷의 운임예측모델의 선행지표들을 볼 때, 케이프 시황이 곧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많은 참석자가 이에 대해 매우 의심스러워했다. 실제로 발레사의 연간 생산량의 10%인 4천만 톤의 생산 차질은 20만톤급 케이프선 기준, 연간 50척 혹은 3%의 선박 운송 수요가 시장에서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공급 측면에서 보면 매우 합당한 의심이었다. 하지만, 케이프 운임 시장은 그 이후 한 달 만에 약 300% 가까이 오르면서 일일 용선료가 1만 5,000달러 이상으로 상승하였다.


비밀은 중국의 강한 수요에 있었다.  미-중 무역 분쟁으로 인해 중국의 경제가 악화하면서 중국 정부가 다양한 부양책을 확대했고, 그 일환으로 인프라 투자가 늘어났다. 이는 곧 인프라 투자의 기본 자재인 철강 수요로 이어지면서 고품위 수입산 철광석 수입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의 수입산 철광석 수요가 확대하면서 고품위 철광석 가격이 톤당 80달러에서 120달러 이상(6월 말 기준)으로 상승하였고 고품위와 중저품질 철광석 가격 스프레드도 지속해서 상승하여 15달러 이상을 기록했다. 이에 호주 및 브라질의 철광석 메이저 광산회사들도 철강 가격이 높은 현시점에서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가능한 범위 내 출하량 증가를 추진하고 있어 당분간 철광석 운송량은 견조할 것으로 보인다. 단, 철광석 가격이 고점을 향해 가고 있고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철강 생산 이윤 감소 리스크가 상존하고 있다.

 

차트2. 미국산 석탄의 인도향 선적 동향 : IHS 마킷의 AIS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인도 간 장거리 석탄 수출은 대부분 대형 케이프선 혹은 포스트 파나막스선으로 운송되고 있다.
차트2. 미국산 석탄의 인도향 선적 동향 : IHS 마킷의 AIS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인도 간 장거리 석탄 수출은 대부분 대형 케이프선 혹은 포스트 파나막스선으로 운송되고 있다.

 

 

2. 석탄: 유럽의 탈석탄 친환경 에너지 전환 정책(-) vs
   인도 및 동남아 전력 수요 증가(+)

유럽 및 북미 국가들이 발빠르게 탈석탄 및 친환경 에너지 전환 정책을 펴는 한 편,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 증가로 석탄 대비 가스의 가격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미국 및 유럽의 석탄 수요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이에 대서양의 주요 석탄 수출국인 미국과 컬럼비아의 석탄 광산업체들은 인도와 동남아시아 등 새로운 수요처로 눈을 돌리고 있는데 이러한 운송패턴의 변화는 중소형 선의 단거리 대서양 왕복 수요를 감소시킨 반면 대형선의 대서양-아시아 간 장거리 운송수요를 증가시키고 있다.

 

3. 보크사이트: 인도네시아 수출 확대(-/+) vs
   기니 보크사이트 투자확대(+)

중국의 국내산 보크사이트의 품질 저하와 환경규제에 따른 생산 차질에 따라 2018년 중국의 보크사이트 수입량은 전년 대비 20.3% 증가하였고 앞으로도 수입량은 지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보크사이트 운송은 전통적으로 파나막스 수요로 간주되어 왔으나 중국향 보크사이트 운송수요의 대부분은 호주와 서아프리카에 위치한 기니에서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호주산은 포스트 파나막스선으로 운송되는 반면 서아프리카 기니와 중국 간 장거리 보크사이트 운송은 대형 케이프사이즈 선으로 운송되고 있어 실제로 대부분의 중국향 보크사이트 운송 증가분은 대형선 선복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

 

4. 미 중 무역 분쟁(+/-)  및 아프리카 돼지 열병(-):
    미국산 수입 감소(-) vs 브라질산 수입 증가(+)

파나막스 이하 중소형 드라이 벌크선 시황은 주로 4분기에 북미산 곡물이 출하되면서 상승장에 들어서는 것이 기본적인 계절적 패턴이었으나 올 하반기에는 미-중 무역 마찰 여파로 중국의 미국산 콩 수입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중국은 미-중 무역 분쟁을 대비하여 2~3분기에 남미 국가로부터 이미 대두를 충분히 구매했고 아프리카 돼지 열병(ASF: African Swine Fever)의 영향으로 하반기 사료용 콩 수요 역시 크게 둔화할 것으로 보여 수요 측면에서의 부진으로 시황 상승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측된다.

 

5. IMO 2020 황산화물 규제 (+/-)
이미 잘 알려진 대로 IHS 마킷의 선박 및 스크러버 데이터에 따르면, 2020년 1월 기준으로 스크러버를 통한 고유황유 수요는 전 세계 선박 벙커 소모량의 10%에 불과하다. 즉, 선박의 약 80~90%는 저유황유를 쓸 것이기 때문에 저유황유 가격은 견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2020년 규제 초기에는 고유황유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이 매우 제한적인 반면 고유황유 저장소를 비우기 위한 덤핑 판매로 발전용 석탄 가격까지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2020년 상반기 일부 지역에서는 고유황유와 저유황유의 가격 차이가 최대 400달러까지 벌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단, 이러한 차이가 얼마나 지속할 것이냐가 관건일 것으로 보이나 좀 더 명확한 것은 2020년을 기점으로 연료비가 상승하고, 이에 연비가 좋은 대형선 혹은 에코선의 운임 프리미엄이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결론
Top 5에 언급되지는 않았으나, 선박 공급 측면에서 볼 때, 올해 1~5월 케이프사이즈 선복량 성장은 전반기 시황 부진으로 고령선 스크랩이 늘어나면서 거의 0%에 그쳤지만, 중소형선은 상반기에만 약 2% 성장했다. 이에 따라 하반기 과잉 공급에 따른 하방 압력이 전망된다. 
물론 미 무역 분쟁의 해결 여부, 초대형광탄선(VLOC)의 인도량 추이, 중국의 추가 환경규제 시점에 따라 현재까지 나타난 운임 트렌드와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위의 주요 이슈를 분석해 볼 때 대체로 하반기 대형선의 운임 시황은 긍정적으로 보이는 반면, 파나막스 이하 중소형선 시황은 대형선보다는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끝으로 넘쳐나는 뉴스 속에서 어떤 것이 중요한 시그널인지 혹은 노이즈인지 분석하는 데 이 글이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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