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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사판례 연구(7)
상법 제814조의 적용에 관한 몇 가지 쟁점
[550호] 2019년 07월 01일 (월) 14:28:47 이필복 komares@chol.com


- 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9다205947 판결 -

 

   
이필복
울산지방법원 판사

1. 서론
상법 제814조는 운송인과 송하인 또는 수하인 사이의 법률관계를 조속히 정리하기 위하여 운송인의 채권·채무에 관하여 단기의 제척기간을 규정하고 있다.1) 해상운송은 관련 당사자가 다수이고 다국적인 경우가 많으므로 이들 사이의 법률관계나 계산 관계가 매우 복잡하여 이를 단기간에 확정하여야 할 필요가 크기 때문이다.2) 이는 헤이그-비스비규칙 제3조 제6항을 수용한 것이다.3) 구 상법(2007. 8. 3. 법률 제858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은 제811조에서 현행 상법 제814조 제1항에 상응하는 규정만을 두고 있었다. 현행 상법은 제814조 제2항, 제3항으로 운송인이 인수한 운송을 다시 제3자에게 위탁한 경우에 운송인의 제3자에 대한 채권(재운송인에 대한 구상채권) 또는 제3자의 운송인에 대한 채권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을 신설하였다. 운송인과 제3자 사이의 제2차 계약관계까지 1년의 제척기간을 적용하면 그 기간이 너무 짧다는 점을 고려하여 일정한 요건 아래 제척기간을 확장한 것이다.4) 이 역시 헤이그-비스비규칙과 함부르크규칙을 참조한 것이라고 한다.5)  
최근 선고된 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9다205947 판결(이하 ‘대상판결’이라고 한다)은 상법 제814조 제1항을 적용함에 있어서 제척기간의 기산점이 되는 ‘운송물을 인도한 날 또는 인도할 날’을 명확히 확정할 필요성을 확인한 판결이다. 대상판결의 하급심에서는 상법 제814조 제1항의 적용과 관련한 다양한 쟁점들이 문제되었다. 이하에서 살펴본다.6)

 

제814조(운송인의 채권ㆍ채무의 소멸) ① 운송인의 송하인 또는 수하인에 대한 채권 및 채무는 그 청구원인의 여하에 불구하고 운송인이 수하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한 날 또는 인도할 날부터 1년 이내에 재판상 청구가 없으면 소멸한다. 다만, 이 기간은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여 연장할 수 있다.
② 운송인이 인수한 운송을 다시 제3자에게 위탁한 경우에 송하인 또는 수하인이 제1항의 기간 이내에 운송인과 배상 합의를 하거나 운송인에게 재판상 청구를 하였다면, 그 합의 또는 청구가 있은 날부터 3개월이 경과하기 이전에는 그 제3자에 대한 운송인의 채권ㆍ채무는 제1항에도 불구하고 소멸하지 아니한다. 운송인과 그 제3자 사이에 제1항 단서와 동일한 취지의 약정이 있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
③ 제2항의 경우에 있어서 재판상 청구를 받은 운송인이 그로부터 3개월 이내에 그 제3자에 대하여 소송고지를 하면 3개월의 기간은 그 재판이 확정되거나 그 밖에 종료된 때부터 기산한다.

 

 
2. 사실관계
가. 원고와 피고는 모두 국내회사로서 모두 해운화물운송 대리점업, 복합운송 주선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피고는 2013년경 국내의 송하인(shipper)들(이하 통틀어 ‘A’라고 한다)을 위하여 원고에게 중고자동차 274대(이하 ‘이 사건 운송물’이라고 한다)를 일부는 터키 메르신(Mersin)까지, 나머지 일부는 터키 이스켄데룬(Iskenderun)까지 각 운송할 것을 위탁하였다.
나. 원고는 이 사건 운송물을 해상운송인인 B 회사(일본 회사, 메르신 행), C 회사(노르웨이 회사, 이스켄데룬 행)를 통해 운송하기로 하였고, 피고는 원고에게 그 운임으로 미화 305,700달러를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이하 ‘제1차 비용’이라고 한다).


다. 이 사건 운송물의 종국적인 목적지는 시리아였는데, A와 수하인(Consignee) 사이에 양륙항(Port of Discharge)인 메르신과 이스켄데룬에서 하역한 다음 환승하여 시리아로 운송될 것으로 예정되었다.
라. 이 사건 운송물은 2013. 12.경 선적항(Port of Loading)인 인천을 출발하였다. B, C 회사는 각 A가 송하인으로 된 선하증권(Bill of Lading)을 발급하였다. 그런데 터키 당국은 그 무렵 시리아의 정국 불안정을 이유로 시리아를 최종 목적지로 하는 화물의 환승을 위한 터키 내 입항을 거부하였고, 이 사건 운송물을 선적한 선박들은 2014. 1.경부터 그리스 피레아스(Piraeus)와 몰타(Malta)에서 대기하다가 2014. 5.경에야 비로소 메르신과 이스켄데룬에 입항할 수 있었다. 위와 같이 이 사건 운송물이 피레아스와 몰타에서 대기하다가 메르신과 이스켄데룬에 다시 운송되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운임, 보관료 등 합계 미화 848,960달러 및 유로화 5,538.4유로의 비용이 발생하였다(이하 ‘제2차 비용’이라고 한다). 
마. 터키 당국은 이 사건 운송물이 터키 내 항구에 입항한 후에도 자국을 경유하여 시리아로 들어가는 것을 허용하지 않아 통관을 불허하였고, 이에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운송물에 대한 통관이 이루어질 때까지 잠정적으로 터키 내 보관장소에 운송물을 임치하고 해결책을 찾기로 하였다. 그러나 결국 통관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 사건 운송물은 시리아로 운송되지 못하였다.

 

3. 사건의 경과
가. 원고는 2017. 9. 5. 피고를 상대로, 피고가 원고에게 원래 약정된 운임인 제1차 비용뿐만 아니라 제2차 비용까지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제1차 비용과 제2차 비용 중 미지급금(이하 통틀어 ‘운송대금’이라고 한다) 및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피고는 이에 대하여, ①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운송물을 시리아까지 운송할 것을 위탁하였으나 원고가 운송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불완전하게 이행하였고, ② 피고가 원고에게 제2차 비용을 지급하기로 약정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며 채무의 부존재를 다투었다.
나. 제1심법원은 피고의 위 주장들을 모두 배척하고 원고의 피고에 대한 운송대금 청구 중 일부 인정되지 않는 부분을 제외한 대부분을 받아들였다. 즉 제1심법원은 ①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운송물을 메르신과 이스켄데룬까지 운송할 것을 위탁하였을 뿐이고, ②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와 피고 사이에 제2차 비용에 관하여 원고가 피고에게 송부하는 청구서(Invoice)에 따라 이를 지급하기로 하는 약정이 성립하였다고 인정하였다. 제1심법원에서는 상법 제814조의 제척기간은 쟁점이 되지 않았고, 법원도 이에 관하여 직권으로 판단하지 않았다.7)


다. 피고는 제1심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하였다. 피고는 항소심에 이르러, ① B 회사가 발행한 선하증권의 이면약관에는 일본 도쿄법원이, C 회사가 발행한 선하증권의 이면약관에는 노르웨이 오슬로시 법원이 관할법원으로 정해져 있고, 이는 전속적 관할합의이므로 이를 위반한 이 사건 소는 각하되어야 하고, ② 피고는 A를 대리하여 원고에게 이 사건 운송물의 운송을 위탁하였을 뿐 운송계약의 당사자가 아니고, 제2차 비용은 A와 수하인 사이에 해결될 문제로서 피고는 제2차 비용에 관하여 아무런 책임이 없으며, ③ 원고가 운송인이라면 상법 제814조 제1항의 제척기간, 운송주선인이라면 상법 제122조의 소멸시효를 경과하여 이 사건 소가 부적법하거나 원고의 청구가 기각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새롭게 하였다. 항소심 법원은 우선, ① 국재재판관할권의 경우에도 일정한 경우 민사소송법 제30조에 의한 변론관할이 인정될 수 있고(대법원 2014. 4. 10. 선고 2012다7571 판결 참조), 국재재판관할권에 관해 전속적 관할합의가 있는 경우에도 위와 같은 변론관할이 인정될 수 있다고 전제한 후, 피고가 제1심법원에서 국제재판관할권에 관한 관할위반 항변을 하지 아니한 채 본안에 관한 변론만을 하였으므로 이 사건 소에 관하여 제1심법원에 국제재판관할이 생겼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국제재판관할 위반 주장을 배척하였다. 항소심 법원은 위 ②, ③ 주장에 관하여는, ② 피고가 운송계약의 당사자에 해당하고, 원고는 피고로부터 운송을 직접 인수한 운송인으로서 단순한 운송주선인은 아니라고 판단한 뒤, ③ 원고의 운송대금 청구에 상법 제814조 제1항이 적용됨을 전제로, 이 사건 운송물이 2014. 5.경 터키 내 항구에 입항하여 원고의 운송이 종료되었고, 이 사건 소는 그로부터 1년이 지난 2017. 9. 5. 제기되었으므로 제척기간을 도과하여 제기된 것이어서 부적법하다고 판단하여, 결국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소를 각하한다’는 판결을 하였다.8) 
라.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대법원에 상고하였다. 대법원은 아래 4항과 같은 이유로 항소심 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4. 대법원의 판시사항
대법원은 이 사건 운송물이 터키 내 항구에 입항한 날로부터 제척기간을 계산한 항소심 법원의 판단에는 제척기간 기산점에 관한 법리오해와 심리미진으로 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는 이유로 항소심 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항소심 법원에 환송하였다.

 

[판시사항]
가. 상법 제814조 제1항은 운송인의 송하인 또는 수하인에 대한 채권과 채무는 그 청구원인의 여하에 불구하고 운송인이 수하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한 날 또는 인도할 날부터 1년 이내에 재판상 청구가 없으면 소멸하되,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여 위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해상 운송인의 송하인이나 수하인에 대한 권리·의무에 관한 소멸기간은 제척기간이고(대법원 1997. 11. 28. 선고 97다28490 판결 등 참조), 제척기간의 기산점은 ‘운송물을 인도한 날 또는 인도할 날’이다.


나. 해상운송계약에서 운송인은 운송물의 수령·선적·적부·보관·운송·양륙 및 인도의무를 부담하므로(상법 제795조 제1항), 운송인은 운송채무의 최종 단계에서 운송물을 정당한 수하인에게 인도함으로써 운송계약의 이행을 완료하게 된다. 여기서 운송물의 인도는 운송물에 대한 점유 즉, 사실상의 지배·관리가 정당한 수하인에게 이전되는 것을 말한다. 선하증권이 발행된 경우에는 선하증권의 정당한 소지인에게 인도하여야 한다(상법 제861조, 제132조). 따라서 운송인이 운송계약상 정해진 양륙항에 도착한 후 운송물을 선창에서 인도 장소까지 반출하여 보세창고업자에게 인도하는 것만으로는 그 운송물이 운송인의 지배를 떠나 정당한 수하인에게 인도된 것으로 볼 수 없다(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1다33918 판결 등 참조).
운송물이 멸실되거나 운송물의 인도가 불가능하게 된 경우에는 ‘운송물을 인도할 날’을 기준으로 제척기간이 도과하였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서 ‘운송물을 인도할 날’이란 통상 운송계약이 그 내용에 좇아 이행되었으면 인도가 행하여져야 했던 날을 의미한다(대법원 1997. 11. 28. 선고 97다28490 판결, 2007. 4. 26. 선고 2005다5058 판결 등 참조).
 

다. 한편 상법 제814조 제1항의 제척기간을 도과하였는지 여부는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이므로 당사자의 주장이 없더라도 법원이 이를 직권으로 조사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또한 당사자가 제척기간의 도과 여부를 사실심 변론종결 시까지 주장하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상고심에서 이를 새로이 주장·증명할 수 있다(대법원 2000. 10. 13. 선고 99다18725 판결 등 참조).
라. 이 사건 운송물의 목적지는 메르신과 이스켄데룬으로 보아야 한다. 그러나 원고의 인도의무는 운송계약에서 정한 양륙항에 입항한 시점에 종료되는 것이 아니라, 정당한 수하인에게 인도하여야 완료되는 것이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원고가 이 사건 운송물을 정당한 수하인에게 인도한 날을 기준으로 제척기간을 계산하거나, 만약 운송물의 인도가 불가능하게 된 경우에는 운송물을 인도할 날을 기준으로 제척기간 도과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5. 검토
가. 제814조 제1항의 적용을 받는 당사자:“운송인, 송하인 또는 수하인”

 

1) 운송인
운송인은 계약운송인과 실제운송인으로 나뉜다. 계약운송인(contractual carrier)은 송하인과 운송계약을 체결한 운송인을 말한다. 실제운송인(actual carrier)이란 계약운송인의 위임을 받아 운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수행하는 자로서 계약운송인의 사용인이나 대리인이 아닌 자를 말한다. 이러한 실제운송인은 독립적 계약자(independent contractor)로서 그 법적 성질은 하수급인이다.9) 상법 제814조 제1항의 운송인은 계약운송인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된다.10) 기본적으로 우리 상법상 ‘운송인’은 계약운송인을 가리키는 것일 뿐만 아니라, 제814조 제2항이 ‘운송인이 인수한 운송을 다시 제3자에게 위탁한 경우’라고 하여 실제운송인과 계약운송인의 관계에 대하여 별도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제운송인에 대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에 대하여는 상법 제814조 제1항의 제척기간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해석이 타당해 보인다. 다만 관련된 법률관계를 일률적으로 해결하고 구상관계를 간명하게 할 현실적인 필요성도 있다는 점에서, 구체적인 사안에서 어떻게 해결할지는 쉽지 않은 문제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 계약운송인과 실제운송인 사이에 운송계약이 체결된 때에 그 운송계약에 기한 채권·채무에 대하여는 상법 제814조 제1항이 적용되고,11) 경우에 따라서는 같은 조 제2항, 제3항에 의하여 제척기간이 연장될 수 있다.  


상법 제814조는 운송주선인에 대하여 적용되지 않는다(다만 운송주선인이 선하증권을 발행하거나 개입권을 행사하는 등 운송인의 지위를 취득한 경우에는 적용된다).12) 상법 제121조는 운송주선인의 책임은 수하인이 운송물을 수령한 날(운송물이 전부 멸실한 경우에는 그 운송물을 인도할 날)로부터 1년을 경과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는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다. 이처럼 해상운송에 있어 운송인과 운송주선인은 손해배상책임의 부담 기간 등에서 차이가 있으므로, 해상운송인과 운송주선인의 구별은 권리·의무의 대상과 범위를 정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13) 따라서 이 사건의 항소심 판결이 원고와 피고의 계약상 지위를 확정한 것은 이 사건 전반을 관통하는 매우 중요한 판단이었다. 판례에 의하면, 운송계약에 따른 권리·의무를 부담하는 운송인이 누구인지는 운송의뢰인에 대한 관계에서 운송을 인수한 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확정되고, 운송주선업자가 운송의뢰인으로부터 운송관련 업무를 의뢰받은 경우 운송까지 의뢰받은 것인지, 운송주선만을 의뢰받은 것인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때에는 당사자의 의사를 탐구하여 운송인의 지위도 함께 취득하였는지 여부를 확정하여야 할 것이지만, 그 의사가 명확하지 않으면 선하증권의 발행자 명의, 운임의 지급형태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운송주선업자가 운송의뢰인으로부터 운송을 인수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를 확정하여야 한다.14) 이 사건에서도 이러한 판례 법리를 기초로 원고가 운송인이라고 인정되었다.15)

 

2) 송하인 또는 수하인
상법 제814조 제1항에 규정된 ‘수하인’은 선하증권이 발행된 경우에는 그 선하증권의 정당한 소지인을 말한다.16) 한편, 구 상법 제811조는 ‘용선자’를 함께 규정하고 있었으나, 현행 상법은 제840조 제1항에서 선박소유자의 용선자 또는 수하인에 대한 채권 및 채무의 제척기간을 2년으로 달리 정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는 개품운송과 용선계약에 있어서 제척기간이 달라져 구상관계가 복잡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는 입법론적 비판이 있다.17) 이 사건에서는 송하인들(A)이 있기는 했지만, 원고와 피고의 법률관계상 피고가 단순히 송하인들(A)의 대리인이 아니라 운송계약의 당사자에 해당한다고 인정되었다.

 

나. “청구원인의 여하에 불구하고”의 의미
상법 제814조의 문언상 ‘청구원인의 여하에 불구하고’ 제척기간이 적용된다. 다만 운송과 관련하여 발생한 채권 및 채무관계에만 적용된다는 내재적 한계가 있다고 할 것이다.18) 운송인의 송하인 또는 수하인에 대한 채권으로는 운임채권이 대표적이고, 운송인의 이들에 대한 채무로는 운송계약에 대한 채무불이행으로서 운송물의 손상에 다른 손해배상청구권이 대표적이다.19) 우리 판례는 운송인의 수하인에 대한 악의로 인한 불법행위 채무 역시 상법 제814조 제1항의 적용대상이 된다고 한다.20) 이 사건의 항소심 법원은 “원고는 추가비용지불 의무가 피고에게 있음에도 피고가 이를 거부하여 원고 자신이 선사에 대신 추가비용을 지불하는 손해를 입었고, 피고는 이로 인하여 부당이득을 하였으므로 그 반환을 구한다는 취지의 주장도 하고 있으나, 이는 기본적으로 이 사건 소로 지급을 구하는 운송료 채권과 동일한 것이고, 부당이득반환청구로 본다 하더라도 상법 제814조 제1항의 제척기간의 적용을 받는 채권에 해당하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는 판단을 하였는데, 이러한 판시는 “청구원인의 여하에 불구하고”라는 문언의 쓸모를 보여준다.


“청구원인의 여하에 불구하고”의 의미와 관련하여, 계약운송인의 실제운송인에 대한 구상금 청구에 대하여도 제척기간의 제한이 적용되는가는 논란이 있었다. 구 상법 하에서 대법원 2001. 10. 30. 선고 2000다62490 판결은 계약운송인과 실제운송인 같은 부진정연대채무자 사이의 구상채권·채무에는 1년의 단기 제척기간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으나, 그 타당성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21) 현행 상법은 이 문제를 입법적으로 해결하여 상법 제814조 제2항, 제3항을 신설하였다.22) 즉 계약운송인의 실제운송인에 대한 구상금 청구에 대하여도 제척기간이 적용되지만, 일정한 요건 아래 실질적으로 제척기간이 연장된다. 상법 제814조 제1항 단서에 따라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여 제척기간이 연장된 경우, 제2항의 적용에 있어서도 연장된 제척기간에 의한다.23)

 

다. 제척기간의 기산점: “인도한 날 또는 인도할 날”
상법 제814조의 적용과 관련하여 여러 쟁점들이 문제될 수 있지만, 가장 빈번하고도 중요하게 다투어지는 쟁점이 “인도한 날 또는 인도할 날”의 인정에 관한 사항이다. 이 사건에서도 대법원은 항소심 판결이 제척기간 기산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다는 점을 파기 사유로 삼았다. 
운송인은 양륙항에서 운송물을 정당한 수하인에게 인도할 의무를 부담한다. 해상운송에 있어서 선하증권이 발행된 경우 운송인은 수하인, 즉 선하증권의 정당한 소지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함으로써 그 계약상의 의무이행을 다하는 것이 되고, 그와 같은 인도의무의 이행방법 및 시기에 대하여는 당사자 간의 약정으로 이를 정할 수 있다.24) 운송물의 인도는 운송물에 대한 점유 즉, 사실상의 지배·관리가 정당한 수하인에게 이전되는 것을 말하는데(대상판결의 판시사항),25) 운송물의 점유와 관련된 사실관계를 종합하여 규범적인 판단이 이루어지게 된다. 대상판결은 종래의 판례법리를 정리하고, 그에 기초하여 항소심 판결의 법리오해를 인정하였다. 현재까지 운송물의 인도시점에 관한 판례의 법리를 간단히 요약·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1) 보세구역의 종류26)에 따른 인도시점
① 화물이 실수입자(선하증권 상의 통지처)의 요청에 의하여 ‘영업용 보세창고(개정 전 명칭: 보세장치장)’에 입고된 경우에는 운송인이 보세창고업자를 통하여 여전히 화물에 대한 지배를 계속하고 있어 화물인도가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화물이 일반 보세창고로부터 출고된 때에 비로소 화물인도가 이루어진 것으로 본다.27) 화물이 지정장치장에 입고된 경우도 같다.28)  
② 다만 화물이 실수입자의 ‘자가 보세창고’에 입고된 경우에는 화물에 대한 점유가 실수입자에게 이전된 것으로 본다.29) 해상화물이 ‘실수입자의 신청에 따라 실수입자 경영의 공장 야적장에 허가된 보세구역 외 장지(개정 전 명칭: 타소장치장)’로 반입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30)

 

2) F.O.(Free Out)조건이 있는 경우의 사례
앞서 본 바와 같이 인도의무의 이행방법 및 시기에 대하여는 당사자 간의 약정으로 이를 정할 수 있고, 만약 수하인이 스스로의 비용으로 하역업자를 고용한 다음 운송물을 수령하여 양륙하는 방식(이른바 '선상도')에 따라 인도하기로 약정한 경우에는 수하인의 의뢰를 받은 하역업자가 운송물을 수령하는 때에 그 인도의무의 이행을 다하는 것이 된다.31) FIO 계약조건이란 통상 항해용선계약에서 선박소유자와 용선자 사이에 하역작업과 관련하여 선적시에도 선박소유자가 자유롭고(Free In), 양륙시에도 선박소유자가 자유롭다(Free Out)는 것의 약어이다.32) 해상운송계약에서도 이러한 유형의 조건이 합의될 수 있는데, 예컨대 운송물의 인도시기 및 방법과 관련하여 수출자가 운임을 부담하되 운임 이외의 운송과 관련된 비용과 하역비용은 수하인이 부담하는 소위 'C&F, F.O.(Cost and Freight, Free out) 조건'으로 체결된 것이라면 운송물을 하역하는 것은 운송인의 의무가 아니라 수하인의 의무가 된다.33) 해상운송계약에서 이러한 인도조건에 관한 합의가 운송인의 양륙과 인도에 관한 의무를 면제하는 것으로서 운송인의 책임경감금지에 관한 상법 제799조 제1항, 제795조 제1항에 위반하여 무효인 것 아닌가 하는 문제가 제기되기도 하나,34) 대법원은 위와 같이 이러한 조건의 유효성을 긍정한 것으로 보인다.35)

 

따라서 통상적으로 해상운송계약이 F.O. 조건으로 체결된 때에는 선상도에 의해 화물에 대한 점유가 하역업자에게 이전된 때(즉 화물이 크레인 등에 연결되어 선박의 선창을 떠날 때)에 인도가 이루어진 것으로 본다.36) 다만 F.O.조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수입자가 선하증권을 제시하지 못하자 운송인이 영업용 보세창고로 화물을 입고시킨 경우에, 영업용 보세창고에서 출고될 때 비로소 화물이 인도되었다고 본 사례가 있다.37) 한편 유류화물의 경우에는 특수성이 있는데, 유류화물은 일반 컨테이너 화물과 달리 운송인이 용선자와 사이에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용선계약 양식에 따라 항해용선계약을 체결하고, 유조선이 도착항에 도착한 후 유조선의 파이프 라인과 육상 저장탱크의 파이프 라인을 연결하는 유조선 갑판 위의 영구호스 연결점(Vessel’s permanent hose connections)에서 유류화물을 인도하는 것으로 약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위 약정에 불구하고 운송인이 수입업자와 별도로 육상의 저장탱크를 관리하는 창고업자에게 수입된 유류화물을 임치하였다고 볼 수 있는 사정이 없는 한 유류화물이 위 영구호스 연결점을 지나는 때에 운송인의 점유를 떠나 창고업자를 통하여 수입업자에게 인도된 것으로 본다.38)
 

대상판결의 의미는 선박의 양륙항 입항 시점을 운송인의 운송물 인도 시점으로 추정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는 것이다. 상법 제814조 제1항을 적용함에 있어서는 위와 같은 운송물의 인도 시점에 관한 판례 법리에 기초하여 제척기간의 기산일을 분명히 확정할 필요가 있다. 
 

라. “재판상 청구”의 범위 
민법 제168조 제1호는 소멸시효의 중단사유로 “청구”를 들고 있고, 그 유형으로 재판상 청구(제170조), 파산절차 참가(제171조), 지급명령(제172조), 화해를 위한 소환 내지 임의출석(제173조), 최고(제174조)의 5가지를 규정한다. 그중 재판상 청구(민법 제170조)는 자기의 권리를 재판상 주장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서, 소를 제기하는 것을 말한다.39) 소멸시효 중단 사유인 ‘재판상 청구’의 개념이 명확한 것과 달리, 상법 제814조 제1항의 ‘재판상 청구’의 범위는 다소 불분명하다. 우선 서울고등법원 2012. 4. 3. 선고 2011나37553 판결(상고취하 확정)은 “헤이그-비스비 규칙 및 이를 수용한 상법 제814조 제1항 소정의 ‘재판상 청구’의 해석과 관련하여서는 일반적으로 이를 좁은 의미의 소송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넓은 의미의 재판상의 신청 내지 청구를 포괄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고, 따라서 소송, 중재, 지급명령의 신청, 중재인 선정의 통지, 민사조정의 신청, 파산선고의 신청, 민사집행법에 의한 배당요구, 소송의 고지, 선박소유자책임제한절차의 참가 등이 모두 해석상 상법 제814조 제1항에서 정한 재판상 청구에 해당한다”는 법리를 제시하고, ‘채권자의 가압류 신청 및 결정’도 위 재판상의 청구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재판상 청구”의 범위에 관한 입장은 논자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학설은 대체로 소의 제기, 지급명령의 신청, 중재의 신청, 민사소송법에 따른 제소전화해의 신청, 민사조정법에 따른 조정의 신청, 채무자회생법에 의한 회생절차나 파산절차에의 참가, 선박소유자 책임제한 절차의 참가가 ‘재판상 청구’에 해당한다고 보지만, 가압류나 가처분과 같은 보전처분의 신청, 소송의 고지, 민사집행법에 의한 압류, 배당요구, 추심명령 및 전부명령의 신청 등은 여기에 포함될 수 없다고 보는 것 같고,40) 이는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제척기간과 소멸시효 제도의 취지와 내용이 다르기는 하지만, ‘재판상 청구’의 개념은 예측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는 민법의 소멸시효 중단사유인 ‘청구’의 범주에 준하여 ‘재판상 청구’의 개념을 파악하되(다만 민법 제174조의 ‘최고’는 재판 외 청구임이 분명하다), 법률관계를 조속히 정리하기 위한 제척기간 제도의 취지를 고려할 때 재판상 청구의 범위를 지나치게 확장하지 않는 방향으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41) 
 

 
6. 결론
이상과 같이 상법 제814조의 제척기간 적용과 관련한 중요 쟁점의 줄기를 짚어보았다. 대상판결은 상법 제814조 제1항의 요건들을 분명하고 엄격하게 적용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확인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해상운송계약에 관한 권리의무관계를 조속히 안정시켜야 할 입법목적을 고려하더라도, 제척기간이 경과한 것으로 인정되면 해당 채권이 절대적으로 소멸하는 것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는 점에서 제척기간에 관한 법률요건의 해석·적용은 엄격하여야 한다. 앞으로 상법 제814조의 적용이 문제 될 많은 사안들에서도 이와 같은 법률요건의 분명하고 엄격한 해석·적용의 요청이 준수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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