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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기업, 미중 무역갈등에 대한 시나리오 준비해야
[549호] 2019년 06월 04일 (화) 10:08:48 임종관 komares@chol.com
   
임종관
경영학박사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자문위원)
전 KMI 부원장

미국과 중국의 무역마찰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국제 해운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중요한 변수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미중 무역마찰의 팩트는 2017년 기준 미국의 무역적자가 3,750억 달러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의 해결을 위해 트럼프대통령은 2018년 3월 중국산 수입상품에 대해 관세부과 정책을 시작하였다. 이에 대해 중국은 미국 상품의 대량구매를 천명하면서 무역불균형 해소를 다짐했다. 국제 해운업계는 미중 무역갈등이 이렇게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했었다. 해운업계 일부 인사들은 미중 무역전쟁이 태평양 컨테이너항로 시황에는 더없이 좋은 변수라고 평가하기도 하였다. 관세인상정책이 결정되자 미국과 중국의 무역파트너들이 서둘러 상품을 이동시킴으로써 해상컨테이너물동량이 증가하고 운임도 상승하는 시황회복을 목격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설정된 평가였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은 해운업계가 가벼이 여겨서는 안되는 매우 중요하고도 무거운 변수로 커지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미국과 중국의 최우선 현안으로 머리를 맞대고 치열한 협의를 했지만 무역갈등은 해결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완화되지도 않았다. 오히려 미국과 중국은 관세대상품목을 늘리면서 관세율도 크게 인상하고 있으며, 상호 협박하는 상황으로 변해가고 있다. 해운업계 밖의 정치.경제.군사분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중갈등이 향후 수십 년간 지속될 수 있다는 비관론이 우세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관계가 단순히 수치로 보는 무역적자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동안 경제적·군사적 갈등요인들이 누적되어 왔기 때문에 쉽게 풀릴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해양한국’ 2010년 1월호에 ‘해운업계도 차이메리카(Chimerica)에 주시해야’라는 글을 게시한 바 있다. 이 글에서 필자는 ‘미국과 중국의 관계, 즉 차이메리카(Chimerica)! 우리는 이것이 세계경제의 기본 축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현실을 주시해야 한다. 이 축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도 있고, 새로운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는 것이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미국과 중국이 협력하면 해운시장이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 해운업계는 너무 잘 알고 있다. 우리는 금융위기 이전의 해운호황을 통해 충분히 실감했던 것이다. 2003년부터 2008년 상반기까지 지속되었던 해운역사상 최대 호황은 미중 협력관계가 핵심요인이었다. 따라서 앞으로도 미국과 중국이 적극 협력하는 관계가 형성되면 또 다른 해운호황이 도래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미국과 중국의 대결구도가 지속되면 해운시장은 또다시 큰 불황을 겪을 수도 있을 것이다. 과거 미국과 소련의 갈등 그리고 미국과 일본의 갈등 시기를 상기하면 어느 정도 실감할 수 있다. ‘미소냉전’은 서구경제 복구라는 변수가 동반되었기 때문에 해운업계에 미친 영향이 긍정과 부정의 양면성을 보였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미소갈등’과는 파급효과의 규모와 차원이 크게 다를 것이다. 세계경제의 리더들은 거의 모두가 ‘미중갈등’의 지속이 세계경제를 침체시킬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2008년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례를 능가하는 경제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따라서 미중갈등의 지속적인 심화는 해운시장을 또 다시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금융위기 이후 10년 넘게 다져온 해운시황의 바닥마저 무너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미소냉전’과 ‘미중갈등’에서 극단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한 가지 공통점은 전 세계 국가들을 상대로 미국과 중국이 줄세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선박도 줄세우기의 대상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이 보안검사를 이유로 선박화물의 전수조사를 위해 기항지 이력별로 줄세우기했던 것을 우리는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다. 만약 미국과 중국이 선박운항경로를 체크하는 사태가 오면 9.11테러 사례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혼란이 초래될 수도 있다. 국제 해상물류대란이 초래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미국과 일본의 갈등은 그 후유증이 아직도 완전하게 치유되지 않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인 일본은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경제부흥에 성공하였다. 이에 일본은 자국 영토의 총 시가가 미국 영토의 시가를 추월했다는 자부심으로 미국경제에 대한 대대적인 인수합병 공격을 가하였다. 그러나 미국의 반격으로 1985년 엔화를 평가절상하는 플라자합의에 서명하게 되었다. 이후 일본은 거품붕괴로 경제침체가 30년 넘도록 지속되었으며, 일본의 해운과 항만은 아직도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
 

미중관계가 해운기업의 미래에 중요한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첨단기술분야에서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 해운기업의 선박 첨단화 과정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세계 해운기업들은 친환경 선박기술을 포함하여 4차산업혁명기술을 빠르게 접목시켜가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미국과 중국이 기술줄세우기를 할 수도 있다. 중국의 기술과 연결된 선박은 미국이 규제하고 미국기술과 연결된 선박은 중국이 규제하는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다른 그러나 더욱 현실적인 이유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중갈등의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글로벌 공급망이라는 점이다. 중국은 글로벌 공급망을 장악해야 미국과 대등한 강국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의식으로 나타난 것이 ‘일대일로’전략이다. 미국은 중국의 공급망 공세가 이미 위험수준을 넘어섰다는 판단이다. 미국 상무부내 대중국전략 실무책임자가 가장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 공급망 문제이다. 해운은 국제공급망의 핵심요소이기 때문에 미중갈등의 영향을 크게 받을 것이다,
이러한 모든 상황을 비현실적이라고 인식하는 해운기업은 미중관계의 중요성을 무시해도 되겠지만 그렇지 않고 미중 갈등의 중요성을 인정하는 해운기업이라면 향후 미중관계에 대한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 준비할 때가 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향후 위기도 기회도 모두 대상으로 하는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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